사회복지위원회 복지국가 2025-09-03   10239

[청년복지학교 후기⑪] 결코 우리가 무시할 수 없는, 무시해선 안 될 “돌봄”

2025 여름 참여연대 청년복지학교 참가자 전은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에서 주최하는 청년복지학교가 어느덧 막바지로 접어들었다. 1~4일차까지 다양한 주제의 강의와 현장탐방을 통해 우리가 바라보지 못했던 복지의 이면, 제도와 정치의 경로, 인간의 기본적 권리로서 주거, 건강, 노후대비 등 기존 사회복지학과에서 배웠던 이론을 넘어 다양한 주제를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 다양한 주제 중 내가 관심 있었던 것은 바로 “돌봄”이었다. 대학교 2학년 때 우연히 저자 조기현의 “아빠의 아빠가 됐다”라는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가 20살이 될 무렵, 아버지의 치매로 9년 동안 아버지를 돌봤던 청년 보호자로서의 삶을 기록하고 있다. 이 책에서 내 마음을 강타했던 하나의 문장이 있었는데 바로 “나는 효자가 아니라 시민이다.”라는 문장이다. 돌봄은 보통 사적인 영역, 특히나 가정이라는 공동체에서 많이 이루어져 왔다. 어떠한 대가 없이, 그의 가족이 부양하고 책임져야하는 것이 자연스러웠고 당연했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는 이젠 돌봄이 사적인 영역에서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 모든 인간이 영위하는 기본적인 권리로서 돌봄의 공공성을 강조한 것이다. 그래서 본인이 효자이기 이전에 시민이라고 표현한 것이 아닐까? 무엇보다 이 책을 읽고 나 또한 돌봄의 권리와 공공성에 대해 적극 공감하게 되었으며, 이를 실현할 수 있는 여러 방법들을 찾아보기도 하고, 생각하는 시간들을 간간히 보내왔다.

2025년 8월 29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 2025 여름 참여연대 청년복지학교 5일차 (사진=참여연대)

최혜지 교수님의 “돌봄복지국가, 청년이 상상하다”라는 주제로 본격적으로 돌봄의 위험성과 그 원인, 돌봄 중심 복지 국가의 핵심 요소, 현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돌봄의 문제, 돌봄 경제와 기본권의 중요성에 대해서 강의해 주셨다. 자본주의 존속을 지속하고 결정하는 것은 사회적 재생산인데, 자본가들의 과도한 이윤 추구로 인해 사회적 재생산에 어떠한 것도 지불하지 않는 모순을 깨닫게 되었다. 또한, 자본주의의 축적 방식, 생산 체제의 변화로 남성의 경제활동만으로 안정적인 삶이 어려워지자,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어나게 되고 사회적 재생산의 영역을 감당했던 여성이 경제활동으로 기울게 되면서, 본래 자본주의의 구조적 분할의 와해를 초래했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단순히 우리나라의 인구고령화, 여성의 높은 경제활동 참여, 출생률 감소 등의 표면적인 이유로 돌봄의 위기를 파악했다면, 그 이면의 이유를 깊이 알아가는 시간이었다. 또한, 우리나라의 산업화 속도와 자본주의 팽창 속도가 매우 급진적이며, 이를 커버할 수 있는 복지제도가 잘 갖춰지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자본의 생산 체제, 사회적 변화의 요구들에 대응하지 못한다면, 더 큰 돌봄의 문제와 위기를 경험하게 될 것이다. 이제는 경제적 자원의 확보 차원을 넘어 돌봄을 중심에 둔 복지국가로의 개편과 모색이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2025년 8월 29일, 참여연대 느티나무홀, 2025 여름 참여연대 청년복지학교 5일차 (사진=참여연대)

돌봄 중심 복지 국가의 3가지 요소로서 돌봄권, 돌봄 경제, 돌봄 정의를 말씀해 주셨다. 그 중 나는 돌봄 기본권의 확보, 돌봄에 대한 국민의 인지와 인정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기 위해서 개인의 시간과 일로 미뤄졌던 돌봄의 문제를 적나라하게 직시하고, 사회적 존속의 토대가 되는 돌봄의 위대한 가치를 깨닫는 것이 중요할 것이다. 모두가 지는 책임으로서 돌봄에 대한 적극적인 국가적 지원과 분담이 필요하다. 이는 돌봄은 모두가 갖는 책임이라는 인정에서부터 출발한다.

이 세상에서 돌봄 없이 살 수 있는 사람이 존재할까? 우리 모두는 돌봄을 통해 자랐고, 지금 우리의 자리와 역할 가운데로 이끌어 준 것도 돌봄이다. 결국 돌봄은 우리 모두의 삶을 지탱하는 가장 근본적인 힘이다. 이제는 개인의 헌신에만 의존하는 돌봄을 넘어 국가와 사회가, 시민이 책임지는 돌봄 복지국가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나 또한 사회복지학도로서 작은 발걸음이라도 내딛으며, 돌봄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어가는 데 보탬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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