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촉법소년 연령 하향이 아니라 피해회복 지원 및 통합적 예방·회복시스템 강화가 답이다

또 번지수 잘못 찾은 소년범죄 감소해법
소모적인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 중단해야

지난 2월 24일, 이재명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두 달간 논의하여 결론을 내리라고 지시하였다. 미성년자의 형사 범죄 증가 및 흉포화에 대한 대응으로 촉법소년 기준을 14세에서 13세로 낮추는 안이 핵심 해법으로 제시되고 있으나, 이는 범죄 억제 효과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며 아동권리 측면에서도 국제기준에 역행하는 퇴행적 조치다.  특히, 유엔 아동권리위원회(UN CRC)는 일반논평 제24호를 통해 아동의 발달적 특성을 고려하여 형사책임의 최저연령을 만14세 이상으로 유지할 것을 전 세계에 일관되게 권고해 왔다. 국제사회의 보편적 기준조차 무시한 채, 2022년에 이미 철회했던 대안을 다시 꺼내 든 정부의 행태를 납득하기 어렵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정부에 소모적인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를 즉각 중단하고, 피해 회복 지원과 통합적 예방·회복시스템 강화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 

촉법소년 보호처분 건수의 증가와 소년범죄의 흉포화에 대한 근거는 매우 빈약하다. 현재의 소년범죄 통계는 검거된 수치를 기반으로 하여 통고사건, 법원의 불처분결정, 무죄 판결 자료까지 포함하고 있어 실제 범죄의 증감 여부 및 흉포화를 정확히 판단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어 왔다. 2022년 논의 당시에도 동일한 문제가 지적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부정확한 통계로 여론몰이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실질적인 저연령화나 흉포화에 대한 객관적인 근거없이 아동 인권을 침해하고 낙인을 찍어 재사회화의 의지를 꺾으려는 시도는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촉법소년 연령을 하향하면 소년범죄가 감소한다는 근거 역시 부족하다. 처벌 강화가 범죄 예방에 효과적이지 않다는 연구는 지난 수십 년간 방대하게 축적되어 왔다. 특히 소년범죄의 경우 연령 하향이 오히려 재범률을 높인다는 연구는 많으나, 범죄 예방 효과가 있다는 연구는 찾아보기 힘들다. 13세 아동에게 전과 기록을 남기는 것은 낙인 효과나 범죄 학습 기회만 제공하여 재범률만 높일 뿐이다. 특히, 전과에 대한 편견과 차별이 극심한 한국 사회에서 13세 아동을 범죄자로 낙인찍는 것은 그들의 재사회화 의지를 꺾고 심각한 사회적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다. 증거기반 정책수립이 당연시된 한국에서 왜 유독 촉법소년 문제에서만큼은 근거 없는 연령 하향을 밀어붙이는지 의문이다.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의 본질을 제대로 직시해야 한다. 여론이 촉법소년 연령 하향을 통해 기대하는 것은 처벌 그 자체가 아니라, 실질적인 피해 회복과 소년범죄의 감소일 것이다. 현재 촉법소년(10-13세)은 「형법」상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지만, 「소년법」에 따라 소년원 송치 등 실질적으로 자유가 엄격히 제한되는 강도 높은 보호처분을 받고 있다. 국제적으로도 「형법」상 촉법소년 연령대의 아동을 실질적 처벌 대상으로 삼지 않는 국가가 많으나, 우리는 이미 보호처분을 통해 상당한 수준의 사법적 개입을 시행하는 엄벌주의적 성향이 강한 국가이다. 따라서 단순히 형사책임 연령을 낮춰 처벌을 강화하는 방식에는 매우 신중할 필요가 있다. 

범죄 피해자의 회복 지원은 여전히 미흡하다. 범죄 피해자가 피해를 회복하는 방법은 가해자에 대한 정당한 처벌 뿐만 아니라 피해자에게 직접적인 법적·경제적·사회적 지원을 충분히 제공하는 방법도 있다. 오히려 후자의 피해 회복 효과가 더 크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이미 2022년에 피해자 지원체계 강화를 합의했으나, 정부는 그간 피해자 지원체계 강화를 위한 노력을 거의 하지 않았다. 피해 회복을 위한 노력 없이 이제 와서 오답을 되풀이하는 행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소년범죄 감소의 정답은 통합적인 예방 및 회복시스템에 있다. 대부분의 소년범죄는 방임, 학대, 빈곤, 유해환경 등의 사회구조적 문제와 연결되어 있다. 소년범죄 감소를 위해 국가가 해야할 일은 아이들을 감옥으로 보내는 것이 아니라 개인, 가족, 학교, 지역사회가 결합한 보호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위기 아동에 대한 조기 개입, 보호처분의 내실화, 심리치료와 교육을 통해 통합적 예방 및 재사회화 시스템 확충에 예산과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정말 소년범죄를 감소시키고 싶다면 실용주의를 강조하는 이재명 정부답게 실효성 있는 통합적 예방 및 회복 시스템을 적극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이재명 정부는 부정확한 통계로 국민을 호도하는 여론몰이를 중단하고, 실효성 없는 촉법소년 연령 하향 논의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 대신 객관적이고 신뢰할 만한 소년범죄 통계시스템을 구축하고, 피해자 지원 및 통합적 예방과 회복시스템을 강화하는 데 총력을 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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