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평] 인프라 확충 빠진 ‘공공의료 강화’는 형용모순, 민간중심 개편 넘어 구체적 인프라 확충계획 제시해야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추진전략」·「AI 기본의료 전략」 발표에 부쳐

어제(7/22) 보건복지부는 「지역·필수·공공의료 강화 추진전략」과 「AI 기본의료 전략」을 발표했다. 전국을 대·중·소 진료권으로 나누어 지역완결적 의료체계를 구축하고, 필수의료 수가와 의료사고 안전망을 정비하며, 그 과정에서 공공의료가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지역필수공공의료실 신설과 지불제도 개편 검토 등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한 대목도 존재한다. 그러나 현재 지역의료의 위기는 단순히 병원과 의사가 부족해서 발생한 것이 아니다. 수익성을 좇는 민간 중심의 공급체계가 지역과 필수의료를 외면해 온 구조적 한계가 근본 원인이다. 이 구조를 혁신하는 유일한 길은 공공병원을 확충하고 그 역량을 강화하는 것 뿐이다. 그럼에도 정작 이번 전략에는 공공의료기관을 어떻게 확충하고 강화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대안이 결여되어 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이 빠진 ‘공공의료 강화’는 형용모순에 불과함을 지적하며,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첫째, 지역의료의 중추를 민간병원에 맡기면서 공공병원 강화를 논할 수는 없다. 이번 전략에서 중등증 입원·수술을 책임질 중진료권의 핵심은 포괄2차종합병원이다. 정부는 이를 175개에서 195개로 늘리고, 지원 재정을 7천억 원에서 9천억 원으로 증액하겠다고 밝혔다. 신설되는 지역수가 연 4천억 원과 수가 구조개혁 연 3.6조 원 역시, 병상의 90%를 민간이 점유하는 현 공급 구조하에서는 대부분 민간병원의 몫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 반면 공공병원을 향한 약속은 시설·장비를 ‘고도화’하고 필요시 신·증축한다는 피상적인 ‘현대화’에 그쳤다. 구체적인 신축 계획은 농어촌 3개 중진료권의 기존 적십자병원의 이전·신축뿐이며, 지역거점공공병원이 부재한 10여 개 중진료권에 대해서는 ‘지방정부와 협의’라는 단서 뒤로 확충 목표를 유보했다. 낡은 건물과 장비의 교체가 공공병원 강화의 전부일 수 없다. 결국 지역의료의 중심은 민간병원이고 공공병원은 보조적 역할에 머물게 되는바, ‘공공의료가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게 하겠다는 정부의 선언은 모순이다.

더욱이 민간병원 지원 확대에 상응하는 공적 책무(필수진료 유지 의무, 회계 투명성 강화, 임의적 기능 축소 제한 등)는 전략 어디에도 명시되지 않았다. 급기야 최근 의료혁신위원회 시민패널 발표에서는 ‘공공 중심의 지원’ 탓에 민간병원이 필수의료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주장까지 등장했다. 이는 공공병상 비중이 9.4%에 불과한 현실에서는 어불성설이지만, 향후 의료 정책이 지향해야 할 바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정부는 민간병원이 진정으로 ‘공공 중심 지원’을 우려할 만큼, 공공병원을 지역의료의 핵심으로 세우는 혁신적이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해야 한다.

둘째, ‘공공 우선 투자’가 국립대병원에 대한 편중 지원으로 귀결되어서는 안 된다. 정부가 약속한 공공 투자의 실체는 사실상 ‘국립대병원 육성’이다. 지역 국립대병원을 수도권 빅5 병원 수준으로 육성하겠다며 인력 30% 이상 확충, 전공의 정원 20% 이상 배정, 지역필수의료 특별회계 및 건보 재정 집중 투자, 별도 평가·보상 체계와 R&D 지원 등 대규모 자원을 집중시켰다. 물론 국립대병원 역시 공공병원이며, 권역 내 최종치료를 책임질 역량 강화는 필수적이다. 그러나 대진료권 최상위 기관인 국립대병원만 비대해지는 방식으로는 지역 주민의 일상적 의료 수요를 감당할 수 없다. 35개 지방의료원 중 30개가 만성 적자에 시달리는 현실에서, 실질적인 인프라 강화 없이 ‘지역거점’이라는 명칭만 부여하는 지불제도 개선은 공허하다. 국립대병원의 신뢰도 제고와 더불어, 지역사회의 필요에 부합하는 일상적 의료를 공공을 중심으로 촘촘하게 구축하는 것이 공공 투자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셋째, 환자와 국민의 편익을 입증하지 못하는 ‘의료 AX(AI 전환)’는 명분 없는 예산 지원에 불과하다. 함께 발표된 「AI 기본의료 전략」의 세부 과제를 살펴보면, 공공병원 전산시스템 교체, 국립대병원 공동 차세대 병원정보시스템 구축, AI 특화병원 지정, 보건의료 데이터 허브 구축 등 대부분이 의료기관과 관련 산업을 위한 인프라 육성책에 집중되어 있다. 노후화된 전산망 교체를 진정한 의미의 ‘AX’라 평가하기는 어렵다. 정작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혜택은 처방전 챗봇과 진료기록 요약 수준에 불과하며, 응급실 미수용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AI 플랫폼조차 실증·확산을 ‘추진’하는 초기 단계다. 이 기술 도입으로 환자의 부담이 얼마나 경감되고, 이송·대기 시간이 얼마나 단축되며, 지역 간 건강 격차가 어떻게 해소될지에 대한 구체적인 성과 지표는 전무하다. 오히려 가명 데이터 연구의 기관윤리심의 면제 검토 등 규제 완화가 전략의 주요 축을 차지하고 있다. 기술 투자의 성패는 도입된 솔루션의 양이 아니라 ‘환자의 삶이 얼마나 개선되었는가’로 평가되어야 한다. 정부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객관적인 성과 목표를 명시하고 그 결과를 책임져야 한다.

지역의료의 중추는 민간에 맡기고, 공공 투자는 국립대병원에 집중시키고, 나머지는 산업 인프라 구축으로 채운다. 이것이 ‘공공의료 강화’라는 명분 아래 발표된 이번 전략의 실체다. 코로나19라는 전대미문의 재난 앞에서 우리 사회 전체가 공공의료 확충을 결의했지만, 그 결의는 번번이 좌절됐다. 이번 전략도 같은 실패를 답습할 위험이 크다. 전체 재원의 과반을 담배 개별소비세에 의존하는 1.2조 원 규모의 특별회계마저 민간병원 지원에 소진될 경우, ‘어디 살든 제대로 치료받는 모두의 의료보장’이라는 비전은 또다시 공허한 구호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전국 단위의 책임 공공의료기관 확보라는 뚜렷한 목표 아래, 세부적인 확충 규모와 연차별 실행 계획, 그리고 국비 투자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아울러 민간병원에 대한 재정 지원에는 필수진료 유지와 같은 엄격한 공적 책무 부여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 이번 추진전략이 민간 의료자본의 수익 보전 수단으로 전락하지 않고, 지역 주민의 건강권과 생존권을 수호하는 공공의료 백년대계의 온전한 출발점이 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정책 보완을 강력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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