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위원회 빈곤정책 2026-07-28   239

[성명] 2027년도 기준중위소득 결정에 대한 참여연대 입장

기준중위소득 현실화 포기한 정부, 산정방식 전면 개선하라

오늘(7/28)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내년도 기준중위소득 인상률을 4인 가구 기준 6.7%로 결정하고, 급여별 선정 기준 및 최저 보장 수준 역시 심의·의결해 발표했다. 기준중위소득은 보건복지부장관이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심의·의결을 거쳐 고시하는 국민 가구소득의 중간값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를 비롯하여 15개 중앙부처 80여 개 복지사업의 선정기준으로 활용되는 중요한 기준이다. 그러나 기준중위소득은 매년 자의적인 방식에 의해 과소 산정되어 가계금융복지조사(이하 가금복) 중위소득과의 격차가 커져왔다. 그 결과, 복지 사각지대가 확대되고, 가난한 시민들은 제도 밖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정부는 ‘역대 최대 인상’을 강조했지만 6.7% 인상으로는 가금복 중위소득과의 격차를 해소할 수 없다. 무엇보다 이번 결정에서의 가장 큰 문제는 기준중위소득 현실화를 위한 산정방식을 사실상 폐기했다는 데 있다. 올해는 격차 해소를 위해 6년간 적용된 추가증가율이 종료되고 산정방식을 새롭게 결정하는 중요한 시기였는데도 정부는 격차 해소를 위한 어떠한 실질적 대안도 내놓지 않았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현행 산정방식을 유지하여 기준중위소득 격차 해소를 포기한 이번 결정을 규탄하며 다음과 같은 입장을 밝힌다.

첫째, 정부는 기준중위소득 원칙대로 결정하고, 격차 해소 방안 제시하라. 정부는 지난 6년간 기준중위소득과 가금복 중위소득과의 격차 해소를 위해 추가증가율을 한시적으로 적용했지만 격차는 2018년 12.49%에서 2023년 29.62%로 오히려 확대되었다. 그런데도 그 원인에 대한 평가나 개선 없이 올해 추가증가율은 없애고, 이를 대체할만한 방안도 제시하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이미 벌어진 격차는 사실상 방치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소비자물가와 실질경제성장률 등 사회·경제지표를 반영해 증가율을 보정하고, 상대빈곤 완화와 국가의 재정적 여건 등을 고려해 추가 조정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하지만, 이는 기준중위소득을 정부 재량에 따라 결정하겠다는 것으로 자의적 결정 구조를 오히려 제도화하는 것과 다름없다. 정부는 현행법이 정한 산정 원칙, 즉 가구 경상소득의 중간값과 최근 가구소득 평균증가율 등을 반영해 기준중위소득을 결정하고 가금복 중위소득과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둘째,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위원 구성과 폐쇄적인 운영 방식 개선하라.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주요사항을 심의·의결하는 중요한 기구이지만, 보건복지부 장관을 위원장으로 정부측 위원 6명과 전문가와 공익 대표인 위촉직 위원 10명으로 구성되어 수급당사자의 목소리는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또한 논의 안건, 회의 자료, 속기록, 회의록을 모두 비공개하고 있다. 시민들의 삶에 밀접하게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복지기준선을 밀실에서 결정하는 것은 큰 문제이다. 지난 제76차 회의부터 주요 발언이 정리되고 있지만, 이 기록만으로는 발언의 주체와 논의 흐름, 정확한 의견 분포조차 확인하기 어렵다. 정부는 회의 자료와 회의록, 속기록 등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또한 수급자 선정기준과 최저보장수준의 결정을 내리는 중요한 회의이니 수급당사자가 위원회 논의에 직접 참여하거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셋째, 기준중위소득은 예고기간을 두고 의견 수렴을 거쳐 효력을 발휘하도록 해야 한다. 현재 기준중위소득은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심의·의결 이후 곧바로 8월 1일에 공표·시행된다. 시민의 복지기준선이 단 몇 차례의 회의 끝에 결정되고, 정확한 산출원칙을 비공개하고 의견수렴 절차조차 없는 비민주적 관행은 반드시 바뀌어야 한다. ‘결정예고제’를 도입하여 기준중위소득 결정 전 일정 기간 내용을 예고하고 시민의 의견을 공식적으로 수렴해야 한다. 국회가 중앙생활보장위원회의 결정을 감시하고 필요시 국회 보고 및 검증의 의무를 부여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회의자료와 회의록, 속기록 등을 공개하여 결정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검증하고 잘못된 부분이 발견될 때 이를 바로잡을 수 있는 절차를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넷째,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히 폐지하고, 생계급여를 조속히 상향하라. 정부는 내년도 급여별 선정기준(생계 32%, 의료 40%, 주거 48%, 교육 50%)을 올해와 동일하게 유지했다. 그 근거도 알 수 없을뿐더러 생계급여 선정기준을 계속 32%에 묶어두는 것은 최저생활 보장을 외면한 결정이자 이재명 정부가 약속한 단계적 상향 기조에도 어긋난다. 정부는 국정과제에서 생계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개선, 생계급여 선정기준의 단계적 상향(2030년까지 기준중위소득의 35%)과 의료급여 부양의무자 기준 간소화 등을 제시했다. 하지만 부양의무자 기준은 2017년 문재인 정부가 완전 폐지를 약속한 뒤에도 남아 있고, 생계급여 선정기준 35% 달성 시점은 윤석열 정부가 목표했던 2026년보다 4년이나 미뤄졌다. 정부는 올해 중 수립될 「제4차 기초생활보장 종합계획」을 통해 근본적인 제도 개선 방향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지만, ‘검토’만으로는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의 삶을 바꿀 수 없다. 이미 수년째 반복된 제도 개선 약속을 언제까지 검토에만 그칠 것인가. 이재명 정부는 복지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전 폐지하고, 생계급여 선정기준을 조속히 상향해야 한다.

기준중위소득은 정부의 재정 상황에 따라 임의로 결정되는 변수가 아니라 국민의 최저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사회적 기준이어야 한다. 정부는 매년 ‘역대 최대 인상’이라는 수식어만 반복할 것이 아니라, 저소득층의 삶을 지키는 제대로 된 기준선을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 산정방식을 전면 개선해 기준중위소득의 격차를 해소하고, 현실화하기 위한 방안을 조속히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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