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4차 의료급여 기본계획에 사각지대 해소, 건강권 보장 방안 담겨야
지난 10월 8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서 진행된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의료급여 수급권자인 임산부의 임신·출산 진료비 지원금 지급방식에 따른 차별 문제가 지적되었다. 건강보험 가입자는 국민행복카드 하나로 지원금 사용이 가능한 데 반해,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병원이나 약국에서 매번 자신이 수급권자임을 밝혀야만 지원금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의료급여 수급권자가 건강보험 가입자와 동등한 조건에서 의료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의료급여는 빈곤층의 건강권을 보장하기 위한 제도이지만 정작 수급권자라는 이유로 의료서비스 이용 과정에서 차별받고, 필요한 의료보장에서도 배제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의료급여 수급권자에 대한 차별과 사각지대 해소, 보장성 강화를 제4차 의료급여 기본계획의 핵심과제로 담을 것을 촉구한다.
의료급여 수급권자에 대한 차별의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국가건강검진에서 66세 이상 의료급여 수급권자는 일반건강검진이 아닌 ‘의료급여 생활전환검진’을 받는데, 여기에는 일반건강검진 항목인 흉부방사선 촬영, 요검사, 혈액검사(당뇨·콜레스테롤), B형간염 검사, 구강검사 등이 포함되지 않는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2024년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건강검진 검사 항목에서 나이를 이유로 일부 항목을 제외한 것은 평등권 침해의 차별행위”라고 판단하고, 의료급여 수급권자가 일반건강검진 대상자와 같은 수준의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예산을 편성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당시 기획재정부는 이를 수용하지 않았다. 지난 국정감사에서도 이 문제가 지적되었지만, 내년도 예산안에는 ‘의료급여 수급권자와 건강보험가입자 간 검진 항목 편차 해소를 위해 예산 당국과 지속 협의’하겠다는 내용만 담겼다. 차별을 해소하기 위한 실질적인 예산과 구체적 이행계획이 여전히 제시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급여일수(외래·입원·투약 일수 합산)가 연간 상한을 넘을 경우, 시군구의 사전 승인을 받아야 급여를 계속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의료급여 연장승인제도’ 역시 문제다. 이번 국정감사를 통해 드러났듯이 2018년부터 2026년 6월까지 연장승인 심의건수 총 557만 8,005건 가운데 불승인 건수는 단 140건(0.0024%)에 불과하다. 건강보험 가입자에게는 이와 같은 사전 승인 절차가 없는데도 보건복지부는 실효성이 낮은 연장승인제도를 유지하며 의료급여 수급권자에게 치료를 계속 받아야 할 필요성을 사전에 입증하도록 요구하고 있다. 99.99%라는 승인율은 수급권자 대부분이 실제로 치료가 필요한 환자라는 점을 확인해주고 있다. 의료급여 수급권자에 대한 명백한 차별이자, 치료를 지속하기 위해 정부의 사전 승인을 강요하는 이 같은 제도는 마땅히 폐지되어야 한다.
2027년은 의료급여 시행 50주년을 맞는 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9월 8일 2026년 제3차 중앙의료급여심의위원회를 열고, 중증장애인 가구 부양의무자 기준 폐지, 간병비 지원 등을 포함한 제4차 의료급여 기본계획(‘27~’29)의 제도 개선 과제와 향후 수립 계획을 검토했다. 의료급여의 목적은 재정 절감이 아니라, 빈곤층의 건강권 보장에 있다. 지난 정부에서 추진된 본인부담 정률제 도입 등 재정 논리에 무게를 둔 기조가 반복되어서도, 의료급여 수급권자에 대한 차별을 계속해서 방치하는 일도 더 이상 지속되어서는 안 된다. 재정 절감을 지나치게 강조하면 필요한 의료서비스의 이용마저 위축될 수 있으며, 이는 수급권자의 건강 악화로 이어져 장기적으로 더 큰 사회적 비용을 초래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이번 제4차 기본계획에는 의료급여 사각지대 발생의 핵심 요인으로 지적되어 온 부양의무자기준 완전 폐지를 비롯해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건강권을 실질적으로 보장하는 구체적 방안이 담겨야 한다.
‘생계가 어려워도 건강을 포기하지 않는 사회’, ‘아파도 가난을 걱정하지 않고, 가난해도 건강을 포기하지 않는 사회’는 구호만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의료급여 수급권자가 차별 없이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바꾸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 보건복지부는 의료급여 수급권자의 권리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차별 해소와 보장성 강화를 위한 구체적인 제도 개선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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