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안 국회 통과 무산
1. 국민기초생활보장법개정안(이하 기초법)이 어제(1/8) 예정되었던 법사위 전체회의가 열리지 않아 본회의에 상정되지 못하고 말았다. 게다가 7일 열린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당초 개정안보다 부양의무자 범위를 축소하는 자구수정이 이루어져 국회가 벼랑 끝에 몰린 저소득층의 상황과 법률개정의 필요성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에 대해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법사위 법안심사2소위에서는 부양의무자 범위를 ‘1촌 이내 직계혈족과 그 배우자’로 축소하고자 하였던 개정안에 생계를 같이 하는 2촌 이내의 혈족을 추가하였고, 그 시행시기도 2004년 7월에서 2005년 7월로 1년을 연기하도록 하였다.
2. 참여연대는 이번 기초법 심의과정을 지켜보면서 타위원회 법률안의 체계·형식과 자구 심사에 관한 사항을 다루는 권한만 있는 법사위가 법안 내용과 시행시기까지 수정하는 작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 참여연대는 법사위의 월권으로 수정된 빈껍데기 기초법을 인정할 수 없으며, 법안심사2소위의 결론이 법사위에서 바로잡아지기를 촉구한다. 보건복지위원회의 기초법개정안이 다소 미흡한 점이 있으나, 이 마저도 법사위에서 난도질 당해서는 안되며 원안대로 다음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어야 한다.
3. 법사위 수정안은 개정이 아니라 개악이다. 제도상의 허점으로 인해 무소득, 무능력자인 노인과 아동도 수급자로 선정되지 못하고 있는 바, 이와 같은 ‘안타까운 탈락자’들을 구제하자는데 법개정의 목적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법사위 법안심사2소위의 수정안은 문제의 축소는 커녕 오히려 가족의 해체를 촉진할 가능성이 높다. 수정안에 따르면 생계를 같이 할 경우에는 부양의무를 부과하고, 생계를 같이 하지 않을 경우에는 부양의무가 없으므로 오히려 조부모와 손자녀, 형제자매 간에 가구분리를 촉진시킬 것이 분명하다. 법안의 자구를 심사하여야 할 법사위가 제도의 실정도 파악하지 못하고 수정을 감행해 오히려 문제를 불러일으킨 것이다. 법사위의 수정안은 문제의 깊이와 시급성을 이해하지 못한 미봉책일뿐더러 ‘남의 다리 긁기’에 불과하다.
4. 예산을 이유로 시행시기를 늦춘 것도 문제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최저생계 이하의 생활을 하나 수급자가 되지 못한 빈곤층이 203만명 가량이고, 이 중 25.7%가 부양의무자 기준만으로 수급자에서 탈락하였다고 한다. 더욱 중요한 점은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탈락한 가구의 60.8%가 실제 부양을 받고 있지 못하며, 이 중 24% 가량이 최저생계비의 50%에도 못 미치는 소득수준에 머물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실정을 외면한 채 시행시기를 1년씩이나 연기하는 것은 빈곤층의 문제를 방치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 아니고 무엇인가?
최근 생계형 자살사건에서 드러나듯이 최저생계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국민들의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을 보장하기 위한 기초법의 개정은 더 이상 미뤄서는 안 되는 급박한 과제이다. 보건복지부도 이미 수차례 기초법 개정의 필요성을 밝힌 바 있고, 2005년부터 부양의무자 범위를 1촌이내 직계혈족으로 축소하겠다고 하였다. 시행시기가 늦춰진 것은 법사위가 기획예산처의 압력에 굴복한 것으로 밖에 볼 수 없으며, 부양의무자 범위 축소 방침을 밝혀놓고도 적극적인 개정노력을 기울이지 않은 복지부도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5. 참여연대는 다음 임시국회에서는 보건복지상임위에서 법사위에 상정된 개정안대로 법사위 및 본회의의 심의가 이루어져야 함을 강력히 촉구한다. 만약 2월 임시국회에서도 같은 이유로 기초법 개정이 무산되거나 껍데기만 남은 개정안이 통과된다면 국회가 빈곤층을 위한 유일한 법률의 개정을 포기하는 것이 될 것이고, 철저히 민생을 외면한 국회로 낙인찍힐 것이며 그 책임은 법사위 위원에게 돌아갈 것임이 분명하다. 아울러 국회의 법령논의구조를 왜곡하는 법사위의 월권 행위가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보완장치를 조속히 마련할 것을 촉구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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