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2 2012-05-15   2278

[동향4] 서울지하철 9호선을 시민기업으로 전환하자

오건호 | 글로벌정치경제연구소 연구실장

지하철 9호선이‘ 자랑거리?

2009년 7월 서울지하철 9호선(공식 명칭은 서울시메트로구호선주식회사)이 개통됐다. 막 개통된 노선이라 어느 지하철보다 시설이 현대적이고 급행노선이 있어 시간만 미리 맞추면 시내를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 요금도 다른 지하철과 동일하다. 참 괜찮은 철도이지 않은가? 

2010년 초 <연합뉴스>가 서울시 강서구 의장의 신년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지난해 성과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의장님’은 이렇게 말했다. “지하철 9호선 기본 요금을 900원으로 책정되도록 한 것이 가장 자랑스러운 성과”라고. 라고. 자신의 지역을 지나는 9호선의 요금이 다른 지하철과 동일하게 정해진 것을 대단하게 여긴 것이다. 

애초 지하철 9호선 민간투자 사업자는 개통을 앞두고 요금을 실시협약에 있는 1,582원을 요구했다. 실시협약서에 민간투자자에게 보장된 실질수익률(8.9%)을 달성하기 위한 요금 수준이란다. 하지만 지하철 9호선의 구간 요금은 다른 지하철과 동일하게 900원으로 정해졌다. 요금이 인상되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이 사업은 예상운임수입의 90%를 서울시가 보장해주어야 하므로, 그 차액만큼이 서울시 보조금 몫이다. 자치구 의장의 인터뷰에선 민간투자사업이 지닌 ‘세금 먹는 하마’에 대한 문제의식은 찾아보기 어렵다.

국토해양부 역시 수서발 케이티엑스(KTX) 민영화를 추진하면서 민간 운영의 성공 사례로 ‘지하철 9호선’을 제시한다. 김한영 국토해양부 교통정책실장은 올해 1월 기자 간담회에서 수서발 KTX는 “민간이 운영하는 서울지하철 9호선처럼 철도 역시 운임은 내려가고 서비스는 더 새로워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에게는 서울지하철 9호선에 소요되는 막대한 서울시 보조금은 보이지 않는 모양이다. 그는 국토해양부에서 교통분야를 총괄 책임지고 있는 대한민국 관료이다.


김대중-노무현-이명박 정부로 이어진 민간투자사업

지하철 9호선은 민간투자사업으로 운영되고 있다. 민간투자사업은 시장만능주의가 개발한 또 하나의 수익창출 기법이다. 이전에 공공서비스 민영화는 정부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이 주를 이루었다. 하지만 모두를 매각할 수는 없었다. 이에 매각하지 않으면서도 동일한 효과를 발휘하도록 개발한 방안이 바로 민간투자사업이다. 

민간투자사업은 민간자본이 건설하고(Build), 정부에게 소유권을 넘기되(Transfer), 일정기간 운영해(Operate) 투자 원리금을 회수하는 구조를 지닌다. 새로 건설되는 공공서비스의 건설을 민간에게 맡기되, 이후 운영과정에서 수익을 보장하는 방식이다. 정부 입장에서는 초기 공공서비스 건설비용 규모를 줄일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고, 민간자본은 정부로부터 상당한 수익을 보장받는 특혜를 얻는 ‘Win-Win’ 전략일 수 있다. 

하지만 국민경제 전체로 보면 손익계산이 달라진다. 임기가 정해진 정권의 입장에서야 초기 재정지출 규모를 줄이겠지만, 정권의 임기가 무관하게 계속 공공서비스를 이용해야 하는 국민들은 민간자본에게 부여된 특혜만큼 요금이나 세금(정부 보조금)을 납부해야 한다. 

우리나라에서 민간투자사업은 1994년 ‘사회간접자본시설에 대한 민간 자본유치촉진법’이 제정되면서 시작되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5년에는 법명이 ‘사회기반 시설에 대한 민간투자법’으로 변경되면서 대상 범위가 초·중등학교, 하수관, 의료, 군 숙소, 기숙사, 문화 시설 등 사회서비스 시설로 확대되었고, 방식도 민간사업자가 이용자에게 직접 요금을 받는 수익형 민간투자사업(BTO)이외에 정부나 지자체로부터 임대료를 받아 수익을 확보하는 임대형 민간투자사업(BTL)이 추가되었다. 

지난 10여년 동안 정권의 성격을 가리지 않고 민간투자사업이 확장일로를 걸었다. 민간투자사업의 문제점을 따진다면, 김대중, 노무현 정부 역시 이명박 정부와 별단 다르지 않다.이 과정에서 무수한 특혜 조치들이 이루어졌고, 그 방식은 사례별로 다양하게 진행됐다. 
서울지하철 9호선은 수익형 민간투자방식(BTO) 방식으로 추진되었다. 민간 사업자 컨소시엄이 9호선을 건설하고, 완공 직후 9호선의 소유권을 서울시에 이전하면서 동시에 30년 기간 운영권을 얻어 건설비와 기본 수익을 회수하는 구조이다. 
이 사업에서 보장된 수익률은 ‘세후 실질사업수익률 8.9%’이다. 협약에는 이 수익률이 협약 종료시점까지 변경되지 아니한다고 못박아 있다. 또한 수익 확보를 위한 수단으로 최소운영수입보장제(MRG)가 적용되어, 개통 후 5년간은 예상운임수입의 90%, 6~10년은 80%, 10~15년은 70%의 수입은 서울시가 보장한다.


서울지하철 9호선의 경영 부실 원인: 고금리 내부거래 부채

최근 서울지하철 9호선이 문제로 등장한 이유는 9호선측이 기습적으로 요금 500원 인상안을 발표하면서부터이다. 2009년 7월 개통된 이래 낮은 요금으로 손실이 계속돼 2011년까지 적자누적액이 1,820억에 이르러 자본까지 잠식된 상태라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그런데 의문이 생긴다. 서울지하철 9호선 민간투자사업은 수익률이 8.9%로 명시돼 있고, 이에 해당하는 수입에 미치지 못할 경우 예상수입의 90%를 서울시가 보전해주고 있다. 실제 2009년 142억, 2010년 323억, 2011년 250억 원 등 이미 총 715억 원이 서울지하철 9호선에 보조금으로 지급되었다. 그런데도 자본잠식까지 발생하도록 경영이 부실해졌다. 좀처럼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

이 의문을 풀기 위해서는 서울지하철 9호선의 독특한 자산구조를 살펴보아야 한다. 서울지하철 9호선의 총공사비는 3조 4600억 원이다. 이 중 민간투자사업자들이 맡은 몫은 5,458억에 불과하다. 전체 공사비의 1/6만을 투자하고 현재 서울지하철 9호선 주인행세를 하고 있는 것이다. 민간자본 투자금 중에서도 자기자본 형식으로 지분투자된 돈은 1,671원이고, 나머지 3,787억 원은 차입금이다. 

이번 사태의 실체를 파악하는 열쇠는 차입금 3,787억 원에 있다. 도대체 이 돈 주인이 누구일까? 바로 1,671원을 투자한 대주주들이다. 채권자와 채무자가 동일하다. 자신이 자신에게 돈을 빌리는 방식이다. 

작년에 서울지하철 9호선은 467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그런데 이자 지출이 무려 461조원이다. 애초 자기자본 대비 230%의 부채, 그것도 무려 7~15%의 고금리 빚으로 사업을 벌인 탓이다. 서울시가 이자 비용을 4~5%로 낮추기 위해 채무 보증을 서겠다고 제안해도 9호선측은 이를 거부했다. 경영진 스스로 경영 부실을 추구한 셈인데, 알고 보니 돈을 빌려준 당사자가 바로 자신이었다. 자신이 자신에게 고금리 이자를 지급하는 ‘내부 거래’를 통해 수익을 챙긴 뒤 재무 장부는 적자로 만들어 놓고 이를 근거로 요금을 올리겠다고 한다. 기가 막힌 선진금융기법이다. 

경영 행태도 안하무인이다. 요금 인상을 기습적으로 발표하고, 서울시의 시정 조치도 따르지 않았다. 이 정도면 지하철이라는 공공서비스를 운영할 자격을 이미 상실한 것으로 보인다. 법정으로 간다해도 시민의 힘을 믿고 서울시가 마음을 굳게 먹어야 한다. 현재 전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민간투자사업의 총투자비 규모가 무려 49.2조원에 달한다. 9호선은 과거 정권들이 무분별하게 벌인 민간투자사업을 혁신하는 첫 신호탄이다. 서울시민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주목해야 할 사안이다.


지하철 9호선을 시민기업으로 전환하자

서울지하철을 직접 이용하고 세금을 내는 시민의 입장에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이번 서울지하철 9호선 사태는 시민들에게 민간투자사업의 심각성을 경고하고 공공서비스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교훈을 주고 있다. 

필자는 서울지하철 9호선을 서울시가 인수해 시민이 참여하는 ‘시민기업’으로 전환할 것을 제안한다. 시민기업은 시민이 공공서비스 생산, 운영, 이용에서 주인이 되는 기업을 말한다. 서울지하철 9호선이 단순히 서울시 산하 또 하나의 공기업이 아니라 이번 사태를 계기로 새로운 공공서비스 모델로 재탄생해야 한다. 지금 박원순 시장이 시민과 소통하는 새로운 시정을 펼치고 있다. 이번 서울지하철 9호선 사례는 무상급식, 반값등록금 등에 이어 공공서비스 혁신 모델을 만드는 귀중한 출발이 될 수 있다. 

‘서울지하철 9호선 시민기업 만들기’를 위해 다음 세 가지를 제안한다.
첫째, 시민이 직접 서울지하철 9호선 인수 재정 마련에 참여하자. 향후 인수협상 결과에 따라 금액이 달라지겠지만, 서울시가 추정하는 인수금액은 약 6천억 원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이 금액은 서울시의 지방채 발행만으로도 조달할 수 있는 규모이다. 올해 서울시의 지방채 발행한도가 약 2조원이고, 특별히 지방채 발행 계획이 세워있지 않기 때문에 지방채 발행 여유가 있다. 하지만 ‘시민기업 만들기’ 취지를 살려 절반은 서울시가 일반 지방채로 조달하고, 나머지 3천억 원은 서울시민이 참여하는 ‘시민채권’ 방식으로 조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현행 4%대 금리로 조달할 경우 서울지하철 9호선 경영 상태는 상당히 호전될 것이다). 
둘째, 서울 지하철 9호선을 시민 참여형 공공서비스 모델로 전환하기 위해  ‘서울지하철 9호선 시민기업 설립 및 운영에 관한 조례’를 제정하자. 핵심은 시민참여형 ‘공공이사회’를 확보되고 일이다. 시민참여형 공공이사회는 정부 대표자뿐만 아니라 공공서비스 이용자, 생산자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구조를 의미한다. 이래야만 공공기관에 대한 사회적 정당성이 구축되고 공공기관 운영과 서비스 관리도 원활히 이루어질 수 있다. 이용자대표로서 시민, 생산자대표로서 노동자, 정부대표로서 서울시가 함께 참여해 서울 지하철을 시민의 발로 만들어가야 한다. 
셋째, 서울시의 다른 민간투자사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역할을 지닌 ‘민간투자사업 시민혁신위원회’를 설립하자. 이 위원회는 현재 서울지하철 9호선과 유사한 문제를 안고 있는 서울외곽순환도로, 우면산 터널 등의 민간투자사업을 시민기업으로 전환하는 과제를 맡는다. 또한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강남순환도시고속도로, 용마터널 사업, 우이~신설 경전철 사업 등과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인 신림선 경전철, 동북선 경전철, 은평샛길도로, 평창터널 사업, 서부간선도로 지하도로 연결사업 등의 민간투자사업을 중단하고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것이다.

월간 <복지동향> 2012년 05월호(제1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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