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2 2012-05-15   2028

[동서남북] 착한부동산 골목바람 이야기

조희재 골목바람 대표

요즘은 여기저기 ‘착한’이라는 수식 어구를 참 많이 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원래의 ‘착한’ 의미보단 사람들로 하여금 좀 더 유용하거나 저렴한 가격을 표현하는 대체의 용어로 쓰이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그런데 여기 또 ‘착한’이라는 수식어를 맨 앞에 내세운 곳이 있다. ‘착한 부동산 골목바람’ 과연 우리는 누구일까? 웬 부동산에서 무엇이 착하다고 말하고 있는 걸까? 라는 질문이 생긴다면 이제부터 우리의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들어 봐 줬으면 좋겠다.

우선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의 머릿속에 부동산이라는 이미지가 어떻게 각인되어 있는지부터 묻고 싶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겐 사실 부정적인 느낌이 좀 더 강한 부동산투기, 기획부동산, 복부인, 사기성 있는 중개업자등의 이미지가 그려지며 얼굴을 찌푸리게 될 가능성이 클 듯 싶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아이러니하게도 부동산이란 위에 언급했던 부정적인 의미만 가지고 있거나 특정계층의 전유물이 아닌 살아가며 누구나 한번쯤 접하게 되는 우리 삶의 필수재인 집을 다루게 되는 현장을 의미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살아가는데 꼭 필요한 집에 대한 우리의 모순적인 인식, 그리고 그 속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 골목바람의 시작점은 바로 그 집에 대한 고민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집은 인권이다!

골목바람의 가치철학은 바로 주거권 즉, 인간의 권리로써 집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활동하는 것이다. 외형적으로 봤을 때 골목바람은 단지 개설 등록된 공인중개사사무소 일뿐이다. 여느 복지기관, 시민단체와 같은 비영리단체가 아닌 수익을 직접 창출해야만 생존이 가능한 구조를 가진 영리업체로써의 속성을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수익을 창출하는 방식은 기존 공인중개사사무소의 그것과 어쩌면 조금은 다를 수 있다. 주거권의 관점에서 접근하는 부동산, 아직은 우리나라에서 생소할 수 있는 이 모델은 바로 사회적기업의 운영목적과 비슷한 지향점을 가진다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골목바람의 구성원은 모두 사회복지사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부동산을 운영하기 위해선 공인중개사 자격증이 필요하므로 대표인 본인은 공인중개사이기도 하나 다른 구성원은 행정상 중개보조원으로서 업무를 진행하고 있다. 기본적인 업무로는 온라인 등을 활용한 홍보, 마케팅을 실시하고 괜찮은 방을 찾아 매물조사를 하고 고객이 오게 되면 중개를 하고 계약을 진행하는 것인데 사실 여기까진 일반 공인중개사사무소와 별반 다르지 않은 업무부분이다. 그런데 골목바람은 착한부동산으로써 중개영역의 세 가지 사업을 더 가지고 있다. 그 중 첫 번째는 중개수수료 나눔운동, 두 번째는 소외계층 무료중개서비스, 세 번째는 장애인, 비혼모가정, 다문화 가정등의 맞춤중개서비스이다. 이중 현실적으로 운용되고 있는 것은 아쉽게도 첫 번째 중개수수료 나눔운동 뿐이다. 두 번째와 세 번째는 골목바람이 아직 인지도가 높지 않은 상황에 의뢰 들어온 케이스도 미약하고 계약으로 이루어진 것 또한 LH전세임대주택계약을 진행한 몇 건 정도를 제외하고는 전무한 상태이다. 또한 이 부분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가 이뤄지지 않은 내부의 원인도 있을 것이다.

우선 중개수수료 나눔운동은 기존에 어느 정도 관계가 있는 지역 내 풀뿌리 지역복지운동단체들로 정부의 재원에 의존하지 않는 봉천동 나눔의 집, 관악사회복지, 관악주민연대의 홍보 리플렛자료를 부동산 사무실에 비치해 계약이 성사된 세입자의 중개수수료의 3%를 본인이 지정한 단체에 본인의 명의로 기부하게끔 하는 것으로 2012년 2월까지 진행해 왔으나 중개계약진행상에 나눔운동 사업을 설명해야하는 절차상의 여러 제약과 3개 기관의 복지사업 진정성이 크게 다르지 않음에도 기관명에서 느껴지는 복지스러운?(이를 테면 ‘나눔의 집) 단체에 기부의 쏠림현상이 발생해 현재는 예전처럼 동일하게 매달 매출의 3%를 산출하되 3개 기관에 일괄적으로 CMS정액후원을 하고 나머지 금액은 세입자 모임의 운영, 긴급한 세입자 지원 등을 위한 비용으로 적립, 활용하고 있다.

아직 성과가 없는 소외계층 무료중개서비스는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무료중개는 아니다. 65세 이상의 어르신, 소년소녀가장, 의료급여를 받는 수급자나 장애인은 무료로 중개를 해주지만 그에 발생하는 수수료는 공인중개사협회와 지자체에 청구해 받을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금액이 적고 절차가 번거롭다보니 타 공인중개사사무소들은 진행하지 않은 것 뿐이며 반면, 골목바람은 우리의 특성을 살려 이 제도를 적극 활용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맞춤중개서비스는 지역적 특성을 새로운 세입자보다 아무래도 잘 파악하고 있는 조직입장에서 사회복지적인 관점을 담아 장애인이나 비혼모 가정등 특수한 입장의 환경을 고려한 상황에 좀 더 신경 써서 주거권으로 접근할 수 있겠다는 발상이다.

골목바람의 핵심은 세입자와의 관계이다.

골목바람이 위치한 관악구 신림동은 서울에서도 1인가구 비율이 가장 높고 그중에서도 20-30대 비율이 가장 높은 독특한 지역적 특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골목바람의 세입자 역시 대부분 20대 초반에서 30대 초반이다. 골목바람은 이들과 계약하는 순간 관계가 끝나는 것이 아닌 그때부터 본격적인 세입자들과의 친밀도 있는 관계가 시작된다. 우선 여러 가지 이유로 지방에서 홀로 올라오거나, 집에서 독립한 세입자는 신림동지역에 아는 이가 없고 낯설기만 하다. 그들에게 정착초기 다양한 정보창구 역할을 하며 새로 들어간 집과 전반적 지역에 대한 폭넓은 생활정보를 제공한다. 언제든 찾아와 무엇이든 물어볼 수 있는 동네의 오픈하우스인 것이다. 택배를 맡기고 식사를 같이 할 수도 있고 소소한 것들을 빌려 갈수 있고 맡길 수 있는 공간으로의 역할. 그것은 단순한 편의제공의 역할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언제부터인가 상실해버린 지역 공동체로써의 정서적 지지망 역할을 회복하고자 하는 것이다. 어떤 거창한 조직을 만드는 것도 아니고 정치조직을 꿈꾸는 것도 아닌 홀로 사는 사람의 불행함을 느끼는 근원인 외롭고 힘들 때 곁에 있어주는 그런 공간이자 관계의 역할을 하고자 하는 것이다.

세입자중에는 같은 지역의 비슷한 또래와의 만남에 적극적인 성향을 띄는 이들도 있다. 그런 이들을 위해 처음에는 골목바람 실무자들과 세입자의 개별적인 관계였다면 세입자 모임을 통해 다 같이 만나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게 된다. 2011년도의 경우에는 세입자들끼리 친목도모를 위한 초복삼계탕모임, 옥탑방 삼겹살파티 등등 먹고 마시는 시간들이 주를 이루다 보니 일회적이고 단편적인 관계이상으로 발전이 되지 않아 세입자 모임 자체의 방향성에 대한 고민의 시간이 이어졌다. 그렇다고 골목바람의 욕심처럼 청년주거권의 주제로 모임을 만들거나 하기엔 아직 주제 자체에 부담감을 느끼고 호응도가 떨어지니 당사자들의 욕구를 최대한 반영한 정기적 모임을 구성 해야겠다는 생각에 이르렀고 이렇게 진행하기 위해선 아지트 공간의 필요성을 느껴 골목바람 사무실 바로옆 반지하방을 올해 초 새로 구해 꾸몄다. 아직은 모임에 적극 참여하는 구성원의 윤곽이 잡히지는 않았으나 3월부터 본격적인 세입자 모임이 다시 시작되었고 현재는 영화감상모임, 고민추첨모임, 반찬만들기모임이 정기적으로 열리고 있다. 골목바람에게 세입자모임이란 수익창출사업은 아닐지라도 관계를 형성하고 지역사회에 공동체회복의 미션을 나름 해결해 나가기 위한 주력 사업으로 골목바람 아지트인 ‘바람골’을 거점으로 더욱 많은 세입자들이 함께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궁극적으론 지역내 자조집단의 모습으로 확장되어 나가게끔 환경을 조성하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골목바람은 올해 4월로 만1년이 되었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인연을 맺으며 숨 가쁘게 달려 온 거 같다. 짧은 글속에서는 전부 표현하지 못할 정도의 많은 시행착오와 시련들로 인해 좌절도 했었고 특히 국내에 벤치마킹하고 싶은 대상이 부재한 것에 대한 갈증과 외로움도 사실 생각보다 컸다. 하지만 좀 더 명확해지고 견고해진 부분도 있다. 복지사업과 수익사업을 동시에 진행함에 있어 필수적인 현실적 균형감각, 거점으로 있는 지역의 중요성 인지, 그리고 주거복지의 영역에서도 우리가 더 선택하고 집중해야하는 대상, 영역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우리의 방식에 대한 구체적 확인이다.

골목바람의 화두는 청년주거권이다.

업무를 진행하며 만나게 되는 청년들의 삶, 그리고 그 배경인 주거환경. 현실의 삶속에 청년들의 주거 환경 중 눈에 보이는 심각성과 눈에 보이지 않는 심각성에 대해 모두 큰 문제의식과 책임감을 느끼게 된다. 예전 아버지세대의 젊은 시절처럼 옥탑방, 반지하방에서 라면 끓여 먹으며 살았던 시절 아름답게 포장된 추억의 일시적 시간들이 아닌 현재의 청춘들에겐 더 이상 벗어날 수 없는 늪 같은 주거의 현실임이 암울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비록 청년들의 인구는 줄어든다 할지라도 독립하는 1인가구 청년세대들은 꾸준히 늘어날 것이다. 아직은 국가차원의 관심을 받지 못하는 청년주거권에 대해 골목바람의 방식으로 해결하는 방법을 찾아 사업을 해나가는 것이 우리의 목표이며 좀 더 체계적이고 규모 있는 사업을 하기 위해 사회적 기업으로의 전환도 구체적으로 모색하고 있다.

골목바람은 실험이다.

골목바람은 뿌리 깊은 내공을 가진 조직체도 아니며 체계가 잡힌 조직체도 아니다. 그렇다고 단순 부동산이라고 치부하기엔 듣는 우리가 너무 섭섭하다. 어쩌면 이 글을 읽는 이들에게 끝가지 혼란스러움을 주는 애매모호한 조직체일 수 있다. 그리고 그게 당연할 수도 있다. 골목바람을 처음 구상할 때부터 여기저기서 모티브는 많이 가져와 응용할 수 있었지만 벤치마킹을 할 대상은 없었기 때문이다.

골목바람은 새롭다. 지금도 새로운 하루 속에 새로운 경험을 통해 새로운 계획을 만들어 가고 있다. 그리고 부동산이라는 현장에 주거복지, 주거권이라는 키워드를 가지고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 소통하고 그 속에서 공동체성을 회복하고자하는 나름의 굳건한 소신도 있다.

골목바람은 경계의 어느 지점에서 실험을 하고 있다. 수익창출형 복지모델로써 부동산에서도 이렇게 주거복지를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고 싶고 그 속에서 부동산 약자의 목소리를 만들어 힘을 실어주는 통로가 되고 싶다. 그것이 골목바람을 통해 진정 실현하고 싶은 가치이며 또 누군가에겐 희망의 길이 되어 주고 싶은 진심의 마음이다.

월간 <복지동향> 2012년 05월호(제16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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