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0 2000-11-10   2015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안에 대한 평가와 요구

사회복지사업법의 최근 경과 : 아직도 요원한 시설의 민주화

지난 1996년 11월에 발생하여 아직도 해결되고 있지 않은 에바다농아원 사건은 1997년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의 촉발제였다. 허술한 법체계 속에서 사회복지시설의 비리와 인권침해가 발생한다고 보고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가 중심이 되어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을 시도하였다. 많은 사회복지시설장들의 반발 속에서 이루어진 개정작업은 사회복지시설, 특히 수용시설의 투명성, 개방성, 민주성, 전문성에 초점을 두었다. 궁극적으로는 시설 이용자인 입소자들의 인권과 복지를 향상시키려는 것이 주된 규범적 목적이었다.

그러나 사회복지법인에 대한 실질적 조치들은 취해지지 못했고 시설 설치의 신고제, 운영위원회 도입, 시설장의 상근, 시설평가제, 시설설치방해금지 등이 도입되었을 뿐이다. 처음 의도된 법률안에 비해서는 사회복지시설장들의 저항에 따라 많이 후퇴한 법률이었으나 시설평가제 같은 규정들은 사회복지 현장에 상당한 변화를 가져오는 효과를 발휘하고 있다.

그 밖에 사회복지사업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사회복지사 자격증 취득에 국가고시제 도입, 사회복지사협회의 법정기구화 등이 이루어졌다. 그 후로 1999년과 2000년에 사회복지시설의 보험가입의무, 사회복지의 날 제정과 규제완화 차원의 일부 조항이 개정되어 오늘에 이르고 있다.

그런데 지난 9월 15일 보건복지부는 사회복지사업법의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였다. 아직 사회복지시설의 인권문제와 민주적 운영문제가 차별적인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는데 또 다른 방향의 법개정이 추진되고 있어, 이번 개정의 의도와 내용성을 주시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지역사회복지 강화를 위한 개정

이번 사회복지사업법 개정 방향은 한마디로 "지역사회복지 강화"로 요약할 수 있겠다. 이것은 기존의 법이 요보호대상자에 대한 시설중심의 사회복지사업 경향에 치우쳐 있어서, 일반 국민들의 복지요구에 적절히 대처할 수 없다는 판단아래 지역사회복지를 강화하기 위한 입법을 추진하는 것이다.

이미 1990년 영국은 커뮤니티 케어법(Community Care Act)을 제정하였고, 일본 역시 같은 해에 사회복지사업법이 지역복지를 강조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었다. 이에 우리나라도 선별적이고 보완적인 사회복지서비스정책의 방향을 보편주의적 사회복지서비스로 전환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기존 공급자 중심의 사회복지사업법을 서비스 수요자 중심의 법체계로 승화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이에 따른 개정안의 내용을 요약해보면 다음과 같다.

지방자치단체의 사회복지책임 강화(안 제17조∼제20조)

지역사회복지를 추진하는 주체로서 지방자치단체의 책임성을 강화하기 위하여 시장·군수·구청장으로 하여금 지역복지계획을 수립하도록 의무화하였다. 시장·군수·구청장은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쳐 시·도지사에게 이를 제출하고 시·도지사는 이를 반영하는 지역복지계획을 수립하여 사회복지위원회의 심의와 지방의회의 의결을 거쳐 보건복지부장관에게 제출하여야 한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장관은 조정을 권고할 수 있다.

지역사회복지협의체 구성(안 제7조)

현행 시·군·구에 설치하고 있는 사회복지위원회를 폐지하고 그 대신에 지역복지협의회를 구성한다. 개정안의 취지문에는 협의체로 명기되어 있으나 개정안에는 협의회로 규정되어 있어 혼선을 주고 있는데, 확인 결과 협의체로 개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것은 일종의 민·관 네트워크의 개념인데, 지역사회복지에 민간의 참여를 추동해내고 지역복지계획 심의, 지역복지발전을 위한 건의와 의견수렴을 위한 조직형태를 예정한 것으로 볼 수 있겠다.

따라서 기존 사회복지위원회를 확대하여 민간 사회복지계와 일반 시민대표들이 지방자치단체와 함께 지역사회복지의 방안을 논의하고 정보를 공유하는 장치이다.

사회복지서비스 수급절차 도입(안 제21조∼제25조)

사회복지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사람은 읍·면·동에 신청하여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하였다. 이러한 신청이 있으면 복지전담공무원은 신청인의 요구를 조사하여 개인별 보호계획을 수립하여 서비스를 결정하고 제공해준다는 것이다.

이 경우 복지서비스는 민간기관과 연계할 수 있으며 또한 보건서비스와의 연계도 가능하도록 되어 있다.

사회복지시설에 대한 보완(안 제42조∼제46조, 제49조)

기존 법에서 사회복지시설로 단일화되어 있던 시설을 거주자 보호시설, 사회복지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시설, 기타시설로 구분하였다. 이용시설은 가정봉사원 파견시설, 주간·단기보호시설, 이용시설 등으로 구분하였다.

또한 시설의 민주적 운영과 사회화를 위해 운영위원회의 기능을 구체화하여 보완하였으며, 특히 거주자 보호시설장의 의무사항을 신설하여 시설거주자의 인권예방과 프로그램의 질 향상을 도모하였다.

그리고 사회복지시설 종사자의 정년을 규정한 인사규정을 비치하도록 의무화하여 종신적인 시설장 관행에 제동을 걸게 했다.

재가복지서비스 방안 구체화(안 제54조∼제58조)

지역사회복지 프로그램으로서 재가복지의 유형을 정하고 시설복지에 우선하여 재가복지에 대한 국가의 우선적 지원 방침을 규정하였다. 이 때 서비스는 현물제공을 원칙으로 하며 이용권 활용도 가능하도록 하였다. 또한 이를 위해 가정봉사원 양성에 대해 규정을 두었다.

기타

1) 제2조 정의에서 하위법률 14개를 삭제하였다. 이는 사회복지사업의 예시적 정의를 확인하려는 것이며, 개별 법률들의 제정과 폐지 때마다 사회복지사업법을 개정해야 하는 불편을 해소하려는 것이다.

2) 외국대학 졸업자의 경우 외국에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한 경우만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부여하기로 하였다(안 제12조 제3항).

3) 민간의 사회복지에 대한 참여를 유도하기 위하여 기업, 단체, 개인 등에 포상제를 도입한다(안 제49조 제1항)

평가

총론적 평가

1) 생산적 복지를 실현하기 위하여 국민건강보험 도입, 국민연금 확대, 4대 사회보험 통합의 추구,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도입 등과 더불어 사회복지서비스를 강화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보인다. 그 동안 사회복지서비스가 공공부조 대상자를 중심으로 한 한정적인 차원에 머물러 온 경향에 비추어볼 때, 진일보한 국가의 사회복지 전략 및 정책으로 평가된다.

2) 지방자치단체의 사회복지 책임이 강화된 것이 가장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수준을 고려해 볼 때, 소수의 자치단체를 제외한다면, 이것은 사회복지서비스에 대한 국가책임을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하려는 것이 아닌가 우려된다. 또한 지역보건계획과 지역복지계획을 연계하도록 하고 있어 복지계와 보건계의 합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3) 거주자 보호시설장의 책무 강화, 종사자의 정년제 도입, 시설 운영위원회의 강화 등은 여전히 미진한 수용시설의 민주화가 지역사회복지 강화에 필요하다는 정부의 판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4) 법률 용어가 정비되지 않아 약간의 혼란을 줄 수 있는 점도 보인다. 예를들어, 기관 및 단체가 시설과 어떻게 다른지 규정이 없으며, 지역복지협의체와 지역복지협의회, 사회복지 요구, 수요, 욕구 등의 표현이 혼재되어 있는 점, 재가복지를 규정하고 있으나 지역사회보호와 어떻게 다른지 하는 점들이 잔손질을 필요로 하는 점들이다.

보완이 필요한 점

1) 무엇보다도 지방자치단체의 지역복지계획 수립을 사회보장기본법상 사회보장장기발전계획과 연계시켜야 한다는 점, 중앙정부가 일정한 예산지원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점이 규정되어야 할 것이다.

2) 지역복지협의체를 광범위하게 정의하여 개별법의 각종 지방위원회를 포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서비스 전달의 일선 책임기관이 시·군·구이며, 지역의 민·관 인력 규모와 질을 고려할 때 지역복지협의체가 통합적이고 중심적인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 사회복지서비스 신청과 수급에 따라 지방자치단체의 사회복지전담공무원 확보의 의무를 명시해야 한다.

4) 거주자 보호시설장의 책무도 중요하지만 거주자의 통신권, 접견권, 외출권 등 기본적 자유권 보장과 시설장의 책임을 연계하여 규정해야 한다.

윤찬영 / 전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월간 <복지동향> 2000년 11월호(제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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