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지영
공익변호사그룹 공감 변호사
이주노동자의 노동자성을 부분으로 인정한 산업연수생 제도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증가하는 이주노동자의 체계적인 도입•관리를 위하여 2003년 8월 16일 ‘외국인근로자의 고용 등에 관한 법률’(이하
‘고용허가제법’)이 제정되었다. 그리고 고용허가제법이 시행된 지 이제 만 6년이 지났다. 제도를 만든 측에서는 고용허가제법의 시행으로 인해 불법체류 노동자의 수가 줄었다고 자평한다. 반면 이주노동운동 진영에서는 기존의 산업연수제도와 별반 다를 바 없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고용허가제의 성패를 판단하기에는 드러나는 결과물이나 사례, 통계 등의 자료가 부족하다. 다만 결과와 상관 없이 고용허가제 자체가 가지는 의미나 한계는 지적할 수 있다. 또한 이 시점에서 그러한 평가는 유의미하다. 왜냐하면 제도 자체의 속성에 기인하는 결과가 조금씩 증가하고 있고 그러한 증가는 단지 몇 개의 법조문을 바꾸거나 감시•단속을 철저히 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하에서는 현행 고용허가제의 특징과 의미를 간단히 살펴 보고 이에 따른 문제점을 보다 큰 관점에서 검토하겠다.
고용허가제법의 가장 큰 특징은 국가가 나서서 이주노동자의 도입 규모 및 대상 국가 선정, 해당국가 정부와 양해각서 체결, 출입국, 일자리 알선 등의 전과정을 총체적으로 관리한다는 데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국가의 개입을 통해 송출 및 알선 과정에서 나타나는 비리를 없앤다는 게 그 하나이고 다른 하나는 내국인 일자리와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 보호라는 경제 정책적 측면이다. 특히 후자의 의미가 더욱 강한데 고용허가제법 제1조는 “이 법은 외국인근로자를 체계적으로 도입•관리함으로써 원활한 인력수급 및 국민경제의 균형 있는 발전을 도모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외국인 인력에 대하여 두 가지 상반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전문기술인력을 ‘국익’과 경제의 관점에서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가운데, ‘단순노무인력’과 ‘불법체류자’를 적극적인 통제․관리의 대상으로 배제해 나가는 것이다. 고용허가제는 ‘단순노무인력’과 ‘불법체류자(이하
‘미등록 이주노동자’라 한다)’를 적극적으로 통제•관리하기 위한 직접적, 구체적인 제도라 하겠다. 고용허가제법 제2조는 “이 법에서 외국인근로자란 대한민국의 국적을 가지지 아니한 사람으로서 국내에 소재하고 있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근로를 제공하고 있거나 제공하려는 사람을 말한다. 다만, 「출입국관리법」 제18조제1항에 따라 취업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받은 외국인 중 취업분야 또는 체류기간 등을 고려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람은 제외한다.”라고 하여 비전문인력(E-9비자를 가지고 국내에 입국한 노동자)에게만 고용허가제법을 적용토록 하고 있다.
입법당국의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배제는 철저하다. “취업자격 없는 외국인이 위 출입국관리법상의 고용제한규정을 위반하여 근로계약을 체결하였다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그 근로계약이 당연히 무효라고는 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례(대법원 1995. 9. 15. 선고 94누12067 판결)에도 불구하고 ‘내외국인간 차별금지를 선언한 고용허가제법은 등록 이주노동자에게만 적용되는 것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한 단속의 강화는 고용허가제법 자체의 결과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고용허가제법의 적용 배제와 맞물려 있는 것이다.
입법당국의 ‘단순노무인력’에 대한 배제 역시 철저하다. 입법당국은 단순노무인력을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을 위해 제공하는 상품 정도로 보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순노무인력인 이주노동자의 정주화를 방지하기 위해 고용허가제법은 이주노동자의 한국에서의 체류 기간을 3년으로 한정하고, 3년이 지난 후에는 무조건 본국으로 돌아가도록 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해서는 이주노동자뿐만 아니라 숙련된 이주노동자와의 안정적인 고용 관계를 원하는 중소기업에서도 반발이 심했다. 그래서 2009년 10월 9일에 개정된 고용허가제법에서는 체류 기간을 3년으로 하되 2년 한도에서 연장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정주화를 방지하기 위한 이러한 배타적 제도는 지나친 국가주의•민족주의가 부른 폐단이며, 세계 평화와 인류 공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하는 대한민국헌법 정신과 세계적 추세에도 어긋난다. 정주화를 방지하기 보다는 문화국가로서 다양성을 보장하고 내외국인을 불문하고 함께 동화•통합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한 정책을 펼쳐나갈 필요가 있다는 점에서 체류기간에 관한 고용허가제법상 규정들은 문제가 많다.
‘단순노무인력’에 대한 배제의 방식은 그 이름에서도 알 수 있다. 입법당국이 ‘단순노무인력’의 배제를 위하여 ‘노동’ 허가가 아니라 ‘고용’ 허가라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즉, 이주노동자에게 대한민국에 일하는 것을 허가하는 것이 아니라 이주노동자를 필요로 하는 국내 사용자에게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다는 것이다. 이는 노동허가제를 도입하고 있는 독일이나 노동허가제와 고용허가제를 병행하고 있는 대만과도 다른 방식이다. 이와 관련하여 고용허가제법은 일정 기간 내국인 고용노력의무를 한 사업장에 한하여 이주노동자를 고용할 수 있는 허가를 내주고 있다. 그리하여 이주노동자는 특정 사업장과 근로계약을 맺는 것을 전제로 대한민국에 입국할 수 있고 특정 사업장에서만 일을 할 수 있으며 사업장 변경은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그러다 보니 사용자가 근로계약을 위반하거나 폭행, 학대, 강제근로, 인종차별 등을 저지르는 경우에도 계속해서 근로를 제공해야 하는 문제가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용허가제법은 예외적인 경우에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제25조 제1항). 그러나 여전히 사업장 변경을 함에 있어 사용자의 동의가 필요하고, 사업장 변경 횟수는 원칙적으로 3회를 넘지 못하며(제25조 제4항),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의 변경을 신청한 날부터 3개월 이내에 근무처 변경허가를 받지 못하거나 사용자와 근로계약이 종료된 날부터 1개월 이내에 다른 사업 또는 사업장으로의 변경을 신청하지 아니한 이주노동자는 출국하여야 한다(제25조 제3항). 사용자 위주로 운영되는 고용허가제의 문제점은 각종 신고나 신청에서도 드러난다. 예컨대 체류기간이 연장되는 당사자는 이주노동자임에도 불구하고 그 연장 신청은 사용자가 한다. 그러다 보니 사용자의 잘못으로 신청 과정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그 피해는 이주노동자의 몫으로 남는다. 이와 같이 지나치게 제한적인 사업장 변경 사유와 사용자 위주로 구성된 절차들로 인하여 등록 이주노동자가 미등록 이주노동자로 전환되는 사례가 계속 등장하고 있다. 미등록 이주노동자의 양산을 방지하려는 정부의 정책은 일정 부분 실패로 돌아갔다고 볼 수도 있겠다.
물론 고용허가제법으로 인하여 인력난에 허덕이는 중소기업에 어느 정도 활력을 불어넣은 것은 사실이다. 이러한 점은 이주노동자 도입 규모 확대를 주장하는 중소기업의 목소리에서도 알 수 있다. 반면 저임금 이주노동자들이 내국인의 일자리를 잠식하고 있다는 우려도 크다. 실제 건설현장이나 식당 등 영세 서비스업 현장에서 나타나는 이주노동자와 내국인의 갈등은 심각하다. 그러나 이러한 반목의 책임을 이주노동자에게 묻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몇몇 업종을 제외하고는 이주노동자의 유입과 상관없이 처음부터 내국인근로자가 일하지 않는 사업장이 대다수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이주노동자를 상품화하고 저임금의 열악한 노동현장에서 일하도록 강제하는 고용허가제에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 중소기업의 노동력 확보는 고용허가제로서만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중소기업이 내국인 노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매력 있는 근로 여건을 형성하는 것이 우선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2006년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외국인노동자가 자국의 노동시장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단기적으로는 이주노동자의 유입이 실업률에 영향을 미치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영향력이 소멸한다고 한다. 이러한 실증적인 분석 결과에도 불구하고 이주노동자가 자국의 노동시장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는 것은 일반적으로 이주노동자에 대한 인종적인 편견, 범죄 등 사회적 비용 증가 우려, 일자리 잠식 우려 등 부정적인 인식이 팽배하고 이에 따른 정치적인 논리가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더 나아가 이주노동자를 상품으로 취급하고 이들에게 내국인과는 차별화된 근로조건을 강요하는 정책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 이주노동자에 대한 배타적 정책에서 동화, 통합, 공존 정책으로 선회한 독일의 사례를 곱씹어 볼 일이다.
월간 <복지동향> 2010년 09월호(제1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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