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0 2010-09-10   1364

[동향3]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출범에서 지역모임까지

오건호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공동운영위원장




 지난 7월 17일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가 출범했다.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는 민간의료보험의 공세에 구석에 내몰리고 있는 국민건강보험(이하 건강보험)을 제대로 키워 시민들의 병원비 불안을 해결하겠다는 큰 뜻으로 만들어진 시민운동네트워크이다.

 2008년 기준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62.2%이다. 과거에 비해선 보장성 수준은 조금씩 높아져 왔지만 여전히 낮다. 큰 병이 걸리면 가계가 무너지는 일이 주변에서 벌어지고, 이 때문에 서민 가구들도 무리해서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하고 있는 현실이다.

 우리나라에서 건강보험의 보장성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는 오래전부터 제기되어 왔다. 특히 2004년 민주노동당이 ‘무상의료’를 공약으로 내세우며 원내에 진입한 후 무상의료는 우리사회 주요한 의제로 자리 잡았으며, ‘암부터 무상의료’, ‘취약계층 무상의료’ 실시 등 보장성 확대 운동이 펼쳐졌다.

 하지만 무상의료를 어떻게 구현할 것인가에 대해선 구체적 방안이 제시되지 못했다. 어떻게 재원을 마련할지, 이를 위해선 어떠한 활동이 필요한지를 논의하지 못한 것이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가 버렸다. 이제 시민들 가슴에 무상의료는 ‘가까이 하기엔 너무 먼 꿈’으로 멀어져 가고, 그 자리를 민간의료보험이 차지해 가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2008년부터 보건의료부문 일부에서 건강보험료 인상을 지렛대로 건강보험 재정을 확보하자는 방안이 제기되었고, 2009년에는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를 위한 구체적인 정책 보고서 발간과 함께 보건의료 노동조합들이 이를 대중화하는 사업도 벌였다.


 2010년은 직장과 지역으로 나누졌던 의료보험이 하나로 통합된 지 10년이 되는 상징적인 해이다. 이에 2009년 연말에 학계, 사회운동가, 보건의료부문 노조간부 등이 건강보험 통합 10주년이 되는 2010년에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획기적으로 늘리는 시민운동을 체계적으로 벌이자는 취지에서 초동모임을 구성했다. 특히 초동모임은 활동 주체 측면에서 기존 사회단체 중심의 연대기구와 달리 풀뿌리 시민회원을 중심이 되는, 즉, 기존 보건의료부문을 넘어 다양한 사회구성원들이 폭넓게 참가하는 새로운 방식의 운동을 추진하자고 다짐했다.


 초동모임은 올해 상반기 10회에 걸친 내부회의를 통해 활동계획을 마련하고 시민사회 진영에 건강보험 하나로 사업을 제안했다. 마침내 학자, 언론인, 시민단체, 복지단체, 환자모임, 여성단체, 학부모단체, 노동조합 등 여러 사회 영역의 준비위원들이 모여 지난 6월 9일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 준비위원회를 결성했다. 이어 준비위원회는 건강보험 하나로 사업을 알리는 공론화활동과 더불어 1,300여명의 발기인을 모아 7월 17일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를 공식 출범하기에 이르렀다.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에 대한 사회의 관심이 상당히 형성되었고, 진보진영 일부에서는 ‘왜 가입자들의 건강보험료를 올려야하냐’며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그만큼 운동 주체, 활용 내용의 면에서 기존 활동방식과 패러다임을 달리하는 운동이다. 이후에는 건강보험 보장성을 위한 재정 일부를 담당해야할 기업, 정부, 그리고 진료행위 규제를 우려하는 의료계와 더 치열히 논란이 벌어질 것이다.


 2010년 현재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는 이 운동을 담당할 지역조직을 만드는 데 전력을 다하고 있다. 시민회의는 출범 이후 광역단위별로 지역 시민회의 결성을 위한 예비간담회, 초동주체 모임 등을 진행하고 있다.


 첫 광역지역 시민회의 조직화 성과는 제주에서 이루어졌다. 지난 9월 7일 약 60명의 제주 시민들이 <모든 병원비를 국민건강보험 하나로> 제주 시민회의를 발족했다. 제주 시민회의는 가장 기본 활동으로 길거리 홍보서명활동, ‘건강보험 하나로’ 홍보단 운영, 시민강연회 및 토론회 등을 벌일 예정이다.


 9월 15일에는 강원 시민회의가 발족하고, 9월 말에는 경남 시민회의가 선보일 예정이다. 기초단위 지역모임으로는 서울 강남 3구(강남, 서초, 송파) 시민회의가 10월 1일 발족한다. 누구보다 건강보험료 금액이 많은 한국의 부촌인 기초지역 지역모임 첫 테이프를 끊는 셈이다. 이 지역에 거주하는 주부, 시민단체 회원, 진보정당 당원, 보건의료 전문가 등 초동주체들이 열정이 놀라울 정도이다.


 지금과 같은 진행 속도라면 오는 10월까지 광역단위 지역조직화가 거의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된다. 기초단위 지역모임은 서울 강남 3구에 이어 경기도 화성, 안산, 경남 진주 등에서 추진 중인데, 이후 광역단위 시민회의가 자리를 잡으면 보다 체계적으로 조직될 것이다.


 이러한 지역 조직화 성과를 토대로 서울에서도 여러 활동이 순서를 기다리고 있다. 9월 16일에는 서울에서 ‘건강보험 하나로’ 활동보고, 출판기념 및 후원의 밤 행사가 개최된다. 지난 출범식, 지역조직화 과정을 보고하고,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운동의 기본 내용과 전문가 기고 글을 모은 단행본 출판을 축하할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일이 후원금 모금이다.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는 개인들의 참여로 이루어지는 풀뿔리 시민운동네트워크이어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금으로 사업이 이루어진다. 정성껏 사용하고 투명하게 보고될 것이다.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회의가 거리에서 시민들과 직접 만나는 일은 10월부터 시작될 것이다. 이제 곧 시민들은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운동을 홍보하고 회원 가입을 독려하며 티셔츠, 모자, 단행본 등 기념품도 판매하는 사람들을 지역에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지역 시민들을 상대로 한 강연회, 문화행사들도 기획 중이다.


 오는 10월 30/31일에는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대회도 예정되어 있다. 전국 각 지역모임 회원, 지지자 등이 한자리에 모여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운동의 취지를 공유하고 향후 사업계획 논의하며 서로의 의지를 모으는 자리이다. 일종의 지지자들의 단합대회인 셈인데,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운동을 위한 전국 풀뿌리활동체계가 구축되었음을 확인하는 중요한 자리이다.


 다시 강조하면,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운동의 성공 여부는 풀뿌리 시민들을 얼마나 운동의 주체로 나서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 의제가 부상하면서 보편 복지의 꿈을 시민들에게 선사했다. 어떤 개혁 언론은 ‘건강보험 하나로’ 시민운동에 대해 ‘무상급식 보다 센 놈’으로서, ‘성공하기만 하면, 한국사회 판이 뒤집히는, 묵직한 운동이 첫 발을 뗐다’고 평가했다. 지금 그 역사적 일이 대한민국에서 진행 중이다.

월간 <복지동향> 2010년 09월호(제14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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