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구|인하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2008년 경제위기 이후 복지제도의 확충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으며, 총선과 대선이 동시에 치러지는 정치환경으로 인해 복지확대의 요구는 더욱 탄력을 받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복지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이다. 이에 본 글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복지제도의 확충이 필요한 이유를 간략히 살펴본 후 재정지출과 조세수입의 두 측면에서 복지재원마련을 위한 합리적 방안을 모색한다.
1. 왜 복지확대가 필요한가?
우리나라는 해방 이후 한국전쟁과 분단의 역경을 극복하고 비약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하였다. 1971년부터 2010년의 기간에 경제성장률은 연평균 7.4%를 기록하여 OECD 회원국의 평균성장률 2.8%를 크게 상회하였다. 그 결과 미국 달러화로 표시한 1인당 국민총소득(GNI)은 1970년 255달러에서 2008년 19,231달러로 증가하였으며, 경제규모 또한 동기간에 세계 38위에서 15위로 상승하였다.
그러나 이러한 고도 경제성장은 대기업과 수출기업, 그리고 자본 중심의 불균형성장전략과 선성장후분배정책을 그 배경으로 하고 있다. 1960년대 이후 개발연대를 거치면서 재벌기업은 각종 금융 및 세제상의 특혜를 받아 성장하였지만, 성장의 결실은 중소기업과 근로자에게 공정하게 배분되지 못하였다. 특히 1990년대 중반 이후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우리 사회의 분배구조는 악화되고 있으며, 소득 및 부의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더욱이 ‘고용없는 성장’의 시대로 접어들면서 우리 사회의 일자리 창출 동력은 약화되고 일자리의 질 또한 열악해지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의 안전망은 전반적으로 취약한 상태에 있다. 최저임금수준은 기초생활을 유지하기에 부족할 뿐만 아니라 다수의 임금근로자가 최저임금의 혜택으로부터도 배제되어 있다. 비정규직 근로자는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으며,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격차는 확대되고 있다. 또한 저수준의 복지지출로 인해 영세 자영업자를 비롯하여 다수의 서민층이 사회보험 및 사회부조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을 뿐만 아니라 세계화, 양극화, 저출산 및 고령화시대의 새로운 사회적 위험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경제는 경제주체의 자유로운 선택을 근간으로 하고 있으며, 개인의 선택이 자유롭기 위해서는 자유의지를 실현시킬 수 있는 기본적인 물적 조건이 충족되고 기회의 공평이 보장되어야 한다. 더욱이 불평등한 분배는 내수기반을 취약하게 할 뿐만 아니라 정치·사회적 갈등을 초래하여 궁극적으로 경제성장을 저해한다. 따라서 지속가능한 경제성장을 위해서도 부와 소득 그리고 경제적 기회의 공평한 분배를 실현할 수 있는 민주적 시장경제의 구축이 요구되며, 이는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통해서 가능하다.
보편주의 복지국가는 모든 시민이 적절한 수준의 삶을 누릴 수 있는 보편적 사회보장제도를 핵심내용으로 하고 있으며, 이를 뒷받침할 수 있는 재원의 조달을 당위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따라서 보편주의 복지국가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에서의 제도개편과 인식의 전환이 요구되지만, 무엇보다도 기존의 조세 및 재정체계를 개편하여 복지재정을 확충해야 한다.
2. 재정지출구조, 이대로 좋은가?
우리나라 재정지출구조의 특징은 부문간 자원배분의 불균형과 저급한 복지지출로 요약된다. 국방 및 경제사업, 그리고 주택 및 지역개발 관련 사업에 재정지출이 편중된 반면 사회보장관련 지출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2009년 현재 우리나라의 국방, 경제사업, 주택 관련 지출이 일반정부의 재정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OECD 회원국 평균의 2배가 넘지만, 사회보장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3분의 1에 불과하다. 그 결과 도로, 철도, 항만, 공항, 지역개발사업 등으로 구성되는 사회간접자본은 과도할 뿐만 아니라 이 분야에 대한 재정지출의 효율성도 OECD 회원국 중 최하위권인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4대강 사업을 비롯하여 공공 토건사업을 중심으로 막대한 세금이 낭비되고 있다.
반면에 우리나라의 각종 복지지표는 잔여적 복지제도를 특징으로 하는 앵글로색슨형 복지국가에 비해서도 크게 낮은 수준이다. <표 1>에서 보듯이 GDP 대비 사회지출(정부의 복지지출+사회보험급여) 비중과 복지국가급부율은 각각 7.5%와 0.65에 불과하고, 국민연금제도의 사각지대로 인해 AGE비율 또한 0.14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저복지 상태를 반영하여 2007년 한국의 1인당 실질사회지출은 OECD 회원국 평균의 1/3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표 2>에서 사회지출의 구성을 보면 대륙형 복지국가와 남유럽형 복지국가의 경우 소득대체형 복지지출의 비중이 크고, 앵글로색슨형과 스칸디나비아형 복지국가에서는 사고대응적 복지지출의 비중이 크다. 다만, 스칸디나비아형 복지국가에서는 정부서비스의 비중이 크다는 점에서 앵글로색슨형 복지국가와 차이를 보이고 있다. 또한 노동시장관련 사회지출을 보면 대륙형과 스칸디나비아형 복지국가에서 그 비중이 비교적 높지만, 앵글로색슨형 복지국가에서는 낮은 비중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는 소득대체형 사회지출과 노동시장관련 사회지출의 비중이 낮은 반면, 사고대응적 사회지출의 비중이 매우 높다는 점에서 앵글로색슨형 복지국가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표 1> 복지수준의 국제비교(2007년)
(단위: %, 2000년 기준 PPP US달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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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지출의 GDP 비중 |
복지국가급부율 |
AGE 비율 |
1인당 실질사회지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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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로색슨형 |
17.7 |
1.14 |
0.31 |
5,657 |
|
스칸디나비아형 |
24.9 |
1.35 |
0.38 |
8,441 |
|
대륙형 |
25.3 |
1.28 |
0.48 |
7,624 |
|
남유럽형 |
22.8 |
1.06 |
0.51 |
5,311 |
|
OECD 평균 |
19.9 |
1.14 |
0.41 |
5,799 |
|
한국 |
7.5 |
0.65 |
0.14 |
1,728 |
주1: 복지급부율=GDP 대비 사회지출비중/(65세 이상 인구비중+실업인구비중). 1인당 실질사회지출=(GDP 대비 사회지출비중*1인당 실질GDP)/100. AGE비율=GDP 대비 노령현금급여비중/65세 이상 인구비중.
2: 앵글로색슨형(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아일랜드, 뉴질랜드); 스칸디나비아형(스웨덴, 덴마크, 노르웨이. 핀란드); 대륙형(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벨기에); 남유럽형(그리스, 이탈리아, 포르투갈, 스페인).
출처: 강병구, “사회지출의 자동안정화기능에 대한 연구”, 『경제발전연구』17(1), 2011.
<표 2> 복지지출구조의 국제비교(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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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득대체형 사회지출 |
사고대응적 사회지출 |
노동시장관련 사회비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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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완화 및 보건 |
정부서비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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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글로색슨형 |
37.0 |
54.5 |
3.8 |
4.6 |
|
스칸디나비아형 |
40.1 |
36.5 |
15.3 |
8.1 |
|
대륙형 |
46.1 |
37.9 |
6.0 |
10.0 |
|
남유럽형 |
57.3 |
33.4 |
2.8 |
6.6 |
|
OECD 평균 |
44.6 |
42.6 |
6.6 |
6.3 |
|
한국 |
28.4 |
58.8 |
7.7 |
5.0 |
주: 소득대체형 사회지출=노령+유족+무능력급여; 사고대응적 사회지출=보건+가족+주거+기타급여; 노동시장관련 사회지출=적극적 노동시장 프로그램+실업급여.
출처: 강병구, “사회지출의 자동안정화기능에 대한 연구”, 『경제발전연구』17(1), 2011.
이러한 재정지출과 복지지출의 구조적 특성을 고려할 때 향후 우리나라의 재정운용은 정부부문간 자원배분의 조정과 효율적인 재정운용을 통해 복지재정을 확충하는 방향으로 개편되어야 한다. 또한 사회보험과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근로장려세제의 확충 및 실업부조제도의 도입을 통해 재정지출의 재분배기능을 강화해야 한다. 나아가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이룩하기 위해서는 재정지출의 사회투자기능을 확대해야 한다. 사회투자의 목적과 정책내용은 기본적으로 ‘일을 통한 복지’를 강조하는 가운데 인적자본에 대한 투자, 여성 및 아동에 대한 투자, 적극적인 노동시장정책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3. 조세체계는 공정한가?
우리나라 조세체계의 특징은 낮은 조세부담률, 불공평한 조세부담, 취약한 재분배기능으로 요약된다. 먼저 우리나라는 국민소득 수준에 비하여 국민부담률(조세수입과 사회보장기여금이 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낮은 수준에 있다. 2009년 현재 우리나라의 국민부담률은 25.5%로 칠레, 멕시코, 터키, 미국에 이어 OECD 회원국 중 다섯 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이와 같이 우리나라의 국민부담률이 낮은 이유는 주요 세목의 세율이 낮고, 다양한 조세감면제도와 탈루소득으로 인해 과세기반이 취약하기 때문이다.
<표 3> 최고세율의 국제비교
(단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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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소득세 |
법인세 |
부가가치세 |
|
한국 |
38.5 |
24.2 |
10.0 |
|
일본 |
50.0 |
39.5 |
5.0 |
|
미국 |
41.9 |
39.2 |
– |
|
영국 |
50.0 |
26.0 |
20.0 |
|
독일 |
47.5 |
30.2 |
19.0 |
|
프랑스 |
45.8 |
34.4 |
19.6 |
|
스웨덴 |
56.5 |
26.3 |
25.0 |
|
덴마크 |
59.6 |
25.0 |
25.0 |
|
OECD평균 |
41.7 |
25.5 |
18.5 |
주: 개인소득세 최고세율(2010년)을 제외한 법인세, 배당소득세, 소비세의 최고세율은 2011년 수치임. 개인소득세율과 법인세율은 모두 부가세와 지방세를 포함한 수치임.
자료: OECD Tax Database.
먼저 우리나라 주요 세목의 최고세율은 OECD 주요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표 3>에서 보듯이 우리나라 개인소득세의 최고세율은 2010년에 38.5%로 OECD 회원국 평균 41.7%보다 낮은 수준이고, 일본(50.0%), 독일(47.5%), 스웨덴(56.5%), 덴마크(59.6%)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낮다. 2011년 법인세 최고세율(24.2%)은 OECD 회원국 평균(25.5%)보다 약간 낮은 수준이지만, 일본(39.5%), 미국(39.2%), 독일(30.2%), 프랑스(34.4%)보다 크게 낮다. 더욱이 부가가치세율(10%)은 OECD 회원국의 평균(18.5%)보다 크게 낮다.
다음으로 우리나라의 조세체계는 다양한 비과세감면제도와 탈루소득으로 인해 과세기반이 취약하다. 미국, 영국, 일본, 캐나다의 경우 근로소득자의 과세자 비율은 80%를 넘지만 2010년 우리나라 근로소득자의 39.1%는 과세미달자이다. 근로소득자의 과세자 비율이 낮은 이유는 사업소득자와의 과세형평성 차원에서 근로소득공제를 비롯하여 다양한 근로소득세 감면조치가 도입되었기 때문이다. 기업들 또한 각종 비과세감면제도를 통해 조세부담을 낮추고 있다. 그 결과 국세감면액은 2010년 현재 총 29조 9,997억 원에 달하고 있다.
『국세통계연보 2011』에 따르면 근로소득자와 종합소득과세자 전체의 실효세율(총소득 대비 실제로 납부한 세금의 비율)은 각각 3.9%와 13.1%에 불과하며, 과세대상 근로소득이 1억 원 이상인 근로소득자의 실효세율(15.6%)과 총수입금액이 5억 원 이상인 종합소득세 납세자의 실효세율(20.8%)은 최고세율에 크게 미치지 못하고 있다. 법인소득 전체에 대한 실효세율은 14.5%이고, 수입금액이 500억 원 이상인 법인의 실효세율은 15.8%에 불과하다. 또한 한국조세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 개인사업자의 탈루소득 규모는 21조 7,854억 원 ~ 29조 2,471억 원에 달하고, 부가가치세 탈루과표 8조 4,225억 원 ~ 11조 3,072억 원으로 인해 8,423억 원 ~ 1조 1,307억 원의 탈세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되었다.
마지막으로 우리나라의 조세체계는 부동산과 자본에 대한 미흡한 과세, 대기업에게 주로 혜택이 돌아가는 다양한 세제상의 우대조치, 탈법적인 상속 및 증여 등으로 인해 과세형평성이 낮은 것으로 평가된다. 부동산 보유과세는 취득과세에 비해 매우 낮은 상태에 있고, 2001년에 개인별 과세로 전환된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경우 종합과세기준금액이 4천만 원으로 유지되고 있으며, 주식과 파생금융상품 등 유가증권의 양도차익에 대해 과세를 하지 않기 때문에 소득간 과세형평성의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또한 투자유발효과가 미약한 것으로 판단된 임시투자세액공제제도가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제도로 변경되어 여전히 대기업을 지원하고 있다. 더욱이 차명거래를 통한 탈세 및 탈법적 상속, 일감몰아주기 등을 통해 재벌총수 일가의 자식과 후손들에게 막대한 부를 이전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처벌과 과세도 미약한 상태에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우리나라 재정체계의 소득재분배 기능은 대단히 취약하다. 2000년대 후반 조세 및 이전지출로 소득불평등도가 감소된 정도는 8.4%이며, 이는 OECD 회원국 평균(31.3%)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또한 조세와 이전지출로 인해 상대적 빈곤률이 감소된 효과는 14.3%로 OECD 회원국 평균(57.7%)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4. 복지재정: 누가, 어떻게 부담해야 하는가?
일자리창출의 동력이 약화되고 분배구조가 악화되는 환경에서 촘촘한 사회안전망의 구축은 분배구조의 개선뿐만 아니라 안정적인 경제성장을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과제이다. 문제는 복지확대를 위해 필요한 조세부담을 누가, 어떻게 분담할 것인가이다.
복지재정을 확충함에 있어서는 조세체계의 효율성도 중요하지만 ‘소득이 있는 곳에 과세한다’는 원칙하에 과세형평성에 대한 고려가 우선되어야 한다. 왜냐하면 과세체계가 공정하지 않을 경우 납세자들은 추가적인 세부담을 수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과세형평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조세체계를 정비한 후 보편적 조세를 통해 복지재정을 확충하는 것이 순서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 금융소득종합과세의 과세표준 인하 및 세율 인상, 부동산에 대한 보유세의 강화 및 개발이득에 대한 환수체계의 구축, 상장주식과 파생금융상품의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 등이 먼저 이루어져야 한다. 또한 불요불급한 조세감면제도를 정비하고, 개인사업자의 탈루소득을 축소시켜 과세기반을 확충해야 한다.
월간 <복지동향> 2012년 2월호(제1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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