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4 2014-10-10   993

[칼럼] 국민으로부터 신뢰 받는 국가

국민으로부터 신뢰 받는 국가

 

최영 교수 ㅣ 중앙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영국의 공리주의 철학자 벤담(Bentham, J)은 소수의 감독자가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모든 수용자를 감시할 수 있는 감옥을 제안하였고 이를 ‘판옵티콘’이라고 불렀다. 판옵티콘은 건물 중앙에 조명이 밝지 않은 감시탑을 두고 감시탑 바깥의 둘레를 따라 조명을 받는 죄수들의 방을 배치한 구조로 설계되어졌는데, 감옥에 수용된 죄수는 감독자의 부재를 인식하기 어려워 감독자가 없는 경우에도 감시받고 있다고 느끼며 스스로를 감시하게 됨으로써 ‘최소한의 비용 및 감시로 최대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프랑스 철학자 푸코(Foucault, M)는 그의 저작 <감시와 처벌>에서 이러한 감시체계가 꼭 감옥에서 뿐만 아니라, 현대사회에서 정보지식기술의 발달로 인해 권력기관이 개인을 보다 쉽게 감시하고 통제하는 전체주의적 권력의 도구로 사용될 수 있음을 지적하였다.

 

최근 정부의 통치방식은 푸코가 예상한 현대사회의 판옵티콘의 등장을 떠 올리게 만든다. 지난 대선을 거치면서 국가기관의 인터넷 댓글 조작을 통한 정치 개입과 정치인 뿐 아니라 일반 시민에 대한 사찰 의혹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고, 특히 최근에는 정부의 온라인 검열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면서 국내 감시체계가 미치지 않은 해외에 기반을 둔 메일 또는 메신저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사이버 망명’족 까지 생기고 있다.

 

국민에 대한 감시와 처벌을 통한 권력의 행사는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와 믿음을 떨어뜨린다. 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발표한 ‘2014 더 나은 삶 지수’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23%만이 정부를 신뢰한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수치는 조사대상국 전체 평균 39%에 미치지 못하는 수치이며, 남미의 브라질의 45%에 비해서도 매우 낮은 수준이다.

 

특히, 지난 4월의 세월호 참사를 겪으면서 정부의 역할에 대한 국민의 불신이 더욱 고조되고 있다. 국민의 안전을 보장하고 국민의 복리증진을 위해 노력하는 믿고 신뢰할 수 있는 정부로서의 모습보다는, 진실을 호도하고 진실규명의 요구에 대해 감시와 처벌만을 고집하는 정부의 태도에 많은 국민이 분노와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현 정부가 조지오웰의 소설 <1984>에서 묘사한 ‘빅브라더’가 지배하는 감시국가나 지난 군사정권시대의 독재국가로 회귀하길 원치 않는다면, 국민을 감시하고 통제하는 정부가 아니라, 국민의 요구와 비판을 겸허히 수용하고 국민으로부터 받는 감시를 당연시하는 정부로 거듭날 필요성이 있다.

 

국제연합(UN)에서 매년 발표하는 ‘세계행복보고서’에서 국민들의 행복지수가 매우 높은 국가들 중 하나인 스웨덴의 경쟁력은 세계 최초의 정보공개법, 옴부즈맨 제도 도입 등을 통해 국민의 감시를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투명한 정부시스템을 구축하고, 이를 통해 형성한 ‘국민 대리인으로서의 국가’에 대한 국민의 신뢰에 기반하고 있음을 현 정부는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월간 <복지동향> 2014년 10월호(제19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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