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급여 개편방안의 한계와 과제
유원섭 l 충남대학교병원 예방관리센터 교수
1. 들어가며
정부가 2014년 10월 시행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현행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맞춤형 개별급여’로의 전환을 둘러싸고 관심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제시하고 있는 이번 제도개편은 개별 급여화, 상대적 소득기준 도입 및 급여별 기준선 차등화,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등의 제도변화를 통해 “빈곤정책 대상 확대 및 예방체계 구축”, “소득수준별 욕구에 대응한 폭넓은 보호”, “기초생활보장제도 사각지대 완화”라는 정책목표를 달성하고자 하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의료급여 또한 이러한 제도개선의 큰 틀 속에서 구체적인 제도개선 내용에 관한 논의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이 글에서는 현재 논의되고 있는 의료급여 개편방안 내용과 한계를 살펴보고, 향후 의료급여 제도개선을 위해 필요한 과제를 제시하였다.
2. 의료급여 개편방안의 내용
‘맞춤형 개별급여’ 제도변화의 주요 내용은 기존의 대상자 선정기준인 최저생계비를 대신하여 중위소득을 활용한 상대적 기준선으로 변경하는 것이다. 또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각 급여마다 대상자 선정기준의 수준을 달리하고, 부양의무자 기준을 완화하여 기존 최저생계비 이하 비수급 빈곤층 및 기준선을 초과하는 빈곤층에 대한 급여를 확대하는 것이다.
현재까지 공개된 자료 중 2013년 6월에 발표된 자료 한국보건사회연구원, 국토연구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맞춤형 급여체계 개편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 중간보고. 20134년 6월 공청회 자료에 의하면, 다음의 의료급여 개편방안의 주요 내용 또한 전체 제도변화의 기본방향을 반영하고 있다.
첫째, 대상자 선정기준 중 소득기준의 경우 상대기준선(중위소득)을 적용하되 의료급여의 경우 기존 최저생계비 수준인 중위소득의 40%로 설정한다.
둘째, 대상자 선정기준의 완화(부양의무자 기준 완화)를 통해 의료급여 수급자 16만 명(1종 11만 명, 2종 5만 명) 확대하여 비수급 빈곤층을 감소시킨다.
셋째, 대상자 선정기준(소득·재산 및 부양의무자 기준)의 기준선을 초과하더라도 의료필요가 높은 이들을 수급자로 선정할 필요가 있다.
위의 내용 중 소득기준 초과 등으로 대상자 선정기준을 충족하지 못하지만 의료필요가 높은 이들을 대상자로 선정하는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는 아직 그 내용이 공개되지는 않았다.
이상의 의료급여 개선방안 내용을 종합해보면, 다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 변화와 달리, 의료급여는 현재의 제도와 수급자를 그대로 유지하되, 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또는 의료 필요가 높은 이들에 대한 대상자 선정기준 완화 등의 제도개선을 통해 수급자를 확대하는 것에 정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고 요약할 수 있다.
3. 제도개선의 한계와 과제
1) 빈곤예방의 효과
제도개선으로 인해 의료급여 수급자 수는 16만 명이 추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빈곤악화의 주요원인인 질병과 의료비 부담이고, 적어도 전체 인구의 10%를 초과하는 인구가 빈곤층인 점을 고려할 때 의료급여 수급자 수 16만 명 증가로 인한 빈곤예방 효과는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추정된다.
의료로 인한 빈곤화를 보다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현재 150만 명 수준인 의료급여 수급자 규모를 빈곤층의 대부분을 포괄할 정도로 획기적으로 증가시키거나 국민건강보험의 보장성 수준을 높이는 것이 필요하다.
이러한 보장성 확대를 전제로 가장 중요하게 고려해야할 사항은 보장성 확대를 위한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이다. 즉, 의료급여 수급자를 확대하려면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재원만으로 이루어진 의료급여기금을 크게 확충해야 한다. 반면, 국민건강보험 보장성 수준을 높이는 것은 국민건강보험 수입의 약 80%를 차지하는 보험료 인상 또는 국고지원금의 분담율의 증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결국 국민건강보험 및 의료급여를 포함한 건강보장제도의 중장기적인 재원조달 방안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빈곤예방은 물론 제도운영의 효과와 관련하여 고려해야할 사항은 수급자의 질병관리 및 의료이용에 대한 지원이다. 의료급여 수급자들의 1인당 진료비가 국민건강보험가입자 보다 3배 가까이 많은 이유는 중증질환자 비율 및 동시에 여러 만성질환에 이환된 이들의 비율이 높고, 1인당 평균적으로 이환된 만성질환수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분절화, 전문화된 의료서비스 전달체계는 수급자들의 건강문제에 효과적,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따라서 수급자들의 자가관리(self-care)를 지원하고, 특히 의료서비스 이용량이 많은 이들의 분절화된 의료이용을 조정하고 통합하는 기능을 통해 수급자들이 이용하는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질 보장 노력을 통해 예방가능한 입원 또는 응급실 방문으로 인한 재정적 부담을 감소시키고, 무엇보다 합병증 예방 등 수급자의 건강수준을 유지·향상시킴으로써 의료급여의 빈곤예방 효과를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2) 소득수준별 욕구에 대응하는 보호 효과
의료급여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일 뿐만 아니라 국민건강보험과 함께 건강보장제도를 구성하는 주축이다. 이번 제도개선이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내에서는 각 급여별로 소득수준 기준을 달리 적용함으로써 소득수준별 욕구에 대응하는 보호 효과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욕구에 대응하는 보호 효과와 관련하여 먼저 살펴볼 부분은 의료급여 내에서의 보장성 차이이다. 한국 건강보장제도의 큰 특징 중 하나는 본인부담금 중 비급여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고 비급여 진료비는 진료비 발생 규모에 비례하여 발생한다. 따라서 의료급여 1종 수급자라 하더라도 진료비 규모가 많이 발생할수록, 법정본일일부담으로 인한 부담은 거의 발생하지 않지만 더 과중한 비급여 진료비 부담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즉 의료급여 수급자라 하다라도 의료급여의 보호효과는 동일하지 않다는 점이다.
소득수준별 보호효과와 관련해서는 국민건강보험과 의료급여의 보장성 수준에 여전히 큰 격차가 존재하며 아직 공식적으로 구체적인 내용이 제시되지 않았으나 수급자 선정 시 대상자 선정기준을 초과하더라도 의료욕구를 반영하여 수급권을 부여하는 안은 이러한 격차를 줄이는데 일부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급여와 마찬가지로 국민건강보험에서도 비급여 진료비로 인한 부담 때문에 보호효과가 동일하지 않다. 반면 공적 또는 민간부문의 의료비 지원은 질병에 따른 선별적 지원방식을 택하고 있어서 소득수준이 낮아도 지원대상 질병에 해당하지 않으면 보호를 받을 수 없다. 결국, 국민건강보험과 의료급여 모두 진료에 필수적인 ‘비급여 항목의 급여화’또는 비급여 진료비에 대한 상당규모의 지원이 전제되지 않는 한 소득수준별 욕구에 대응하는 보호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3) 기초생활보장제도 사각지대 완화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수는 교육급여, 주거급여 수급자 수의 큰 증가로 통계 수치상 크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의료급여의 경우 증가가 예상되는 수급자 인원은 16만 명으로 부양의무자 기준으로 인해 수급을 받지 못하는 비수급빈곤층 103만 명에 비해 크게 적은 규모이다. 따라서 사각지대를 해소하기에는 여전히 크게 미흡한 수준이다.
4. 맺음말
최근 논의되고 있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내용은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규모를 양적으로 크게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이는 주로 교육 및 주거급여 수급자 증가로 인한 것이며, 제도변화로 인해 예상되는 의료급여 수급자 증가 규모는 비수급빈곤층 규모에 비하면 여전히 크게 미흡한 수준이다.
건강보장제도를 구성하는 의료급여와 국민건강보험제도의 보다 근본적인 변화가 전제되지 않는 한 이번 제도개선이 목표로 하는 빈곤예방, 소득수준별 욕구에 대응하는 보호효과 또한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최저생계비라는 절대적 기준에서 중위소득을 활용한 상대적 기준으로의 대상자 선정기준 변화, 부양의무자기준 완화 모두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변화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는 측면이 있다. 이러한 변화가 제도개선에 보다 기여하기 위해서는, 한정된 예산에 맞추어 현실보다 낮은 급여기준선을 설정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사회적 합의와 적절한 통제장치가 필요할 것이다.
끝으로 이번 제도개편과 관련된 논의와 의료급여 제도개선을 위한 노력이 보다 진전되어 정부가 목표로 한 정책효과가 극대화되기를 기대해본다.
월간 <복지동향> 2013년 8월호(제17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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