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지원의 사각지대
– 주거급여를 중심으로
김선미 l 성북주거복지지원센터 센터장
누가 주거지원의 사각지대가 있나?
“도움을 좀 받고 싶은데요, 구청에 가서 물어보니 안된다네요. 저는 신용불량자에요. 집도 정리하고 아내하고도 이혼상태입니다. 빚 때문에 당장 거처할 집이 없어서 여인숙을 잡았는데 딸아이가 어려서 숙박업소에는 데리고 있을 수가 없어요. 택배회사에서 일용직으로 일을 해서 110만원 정도 벌고 있습니다. 그 중 60만원은 아내이름으로 빌린 돈과 제가 장사하면서 빌린 돈을 갚고 있어요. 그것 빼고 아이를 맡아준 고모에게도 돈을 보내야 하다 보니 30만원하는 집세가 밀리게 되었어요. 동사무소랑 구청에 찾아가서 사정을 말했더니 이곳을 알려주시더라구요…”
구청에 가서 사정을 말했더니 돌아오는 응답. 긴급복지지원은 딱히 해당사항이 없다고 했단다. 기초생활보장수급 신청은 더더욱 안 되었고, 혹 증빙되는 채무만이라도 챙겨 차상위라도 인증되면 도움이 될까싶었지만 그것도 서울형 주택바우처 4만원 정도가 전부이다. 국가에서는 위기상황에 129번으로 전화를 하라고 홍보하지만, 정작 이런 저런 기준을 대고나면 실제로 지원받을 수 있는 게 없다. 답답하기만 하다.
이런 사례 외에도 경매로 집이 넘어가는 과정에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도 없게 되었고 당장 새로운 주인은 집을 비워달라는데 갈 곳은 없으니 어쩌면 좋으냐는 사례, 어제 교도소에서 출소했는데 어느 누구도 어디로 가면 되는지 알려주지 않았고 당장 월세도 없어 뭔가 신청하고 싶어도 주소지를 마련해 오라는 데 어쩌면 좋으냐는 사례, 지붕과 벽체가 허술해 당장에라도 무너질 것 같은데, 감히 이사할 형편이 되지못해 위험상황을 감수하고라도 살아야하는데 공사가 가능하겠느냐는 사례, 아이가 아파서 월세가 체납되었고 전기와 도시가스가 끊길 위기여도 수급가구라고 아무 도움을 받을 곳이 없는데 어쩌면 좋으냐는 사례 등을 만나게 된다. 이런 위급상황에서도 공공부조의 손사래는 다반사다. 그래서 주거복지지원센터로 주거지원에 대한 공공기관의 의뢰가 몰리기 일쑤다. 주된 업무는 공공임대주택을 안내하거나 주거문제에 대한 대응 등 전반적인 상담을 수행한다. 특히 월세가 체납되어 퇴거위기에 놓인 가구의 주거상실 위기를 극복하도록 돕거나, 광열수도비의 체납으로 불안정한 주거생활을 이어가는 가구를 지원하고, 거처가 열악해 주거이동이 필요한 경우 소액보증금을 지원해 주거상향을 도모하거나, 열악하고 위험한 거처내의 설비를 개선해 안전거주환경을 확보하는 일이다. 이들 센터의 지원 실적을 살펴보면, 우리사회의 주거보장제도, 특히 주거비지원제도의 사각지대가 여실히 드러남을 알 수 있다. 주거복지센터가 지원한 가구는 수급가구와 차상위가구 등 소득1,2분위에 해당하는 가구가 대부분이다. 특히 이들 가구 중 수급가구는 기초생활보장제도상 주거급여를 받도록 되어있다. 그런데 왜, 월세가 몇 개월씩 체납되고 연료비가 체납되어 혹한기에도 전기장판에 의지해 살 수밖에 없는 걸까? 우리는 안다. 바로 주거급여의 보장수준이 미흡해서 라는 것을 말이다.
주거급여의 변천
주거급여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도입되면서 이전 생활보호법에 없던 급여가 신설된 것으로서 종전 제도와는 달리 급여종류의 다양화를 도모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주거급여의 변천을 정리하면 다음의 표와 같다.
애초 가구원수별 정액급여로 시작된 주거급여는 최저주거비가 보장되지 않는 수준인 정률급여로 급여지급에 변화가 있었지만, 여전히 현재까지도 실질적인 주거비가 보장되지 않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주거급여의 문제는 비현실적으로 낮은 급여수준이었다. 수급가구 중 약 30%에 해당 하는 가구가 보증부월세 혹은 무보증월세의 임차가구인데, 1인가구만 하더라도 2014년 기준 10만원정도의 주거급여는 실제 가난한 사람들이 지불하는 월임대료수준을 반영하지 못할뿐더러 주거안정의 목적을 달성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다음으로 주거급여가 ‘필요한 사람에게 적정한 급여를 행하였는가’의 문제로 대상효율성의 한계가 지적되어왔다. 즉 급여자격기준으로 소득인정액과 부양의무자기준을 모든 급여에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과연 주거안정이라는 정책목표에 적합한가의 문제였다. 이에 소득대비 주거비지출비율 등의 기준이 도입되어야 하는 등 목표중심의 대상자 선정방식이 도입되어야 한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었다.
마지막으로 개별욕구 실현에 있어서도 주거급여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는 점이다. 즉 최저생계비를 계측하면서 주거급여 기준선이 되는 최저주거비는 중소도시에 위치한 아파트에 전세로 거주하는 4인가구를 표준가구로 설정해 도출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도출된 최저주거비는 지역특성을 반영하지 않고 동일한 주거비를 적용해 일괄하여 발표를 하고 있다. 기초법은 급여수준을 정할 때 수급자의 연령, 가구규모, 거주 지역 기타 생활여건을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다(기초법 제4조 2항). 개별성 원칙에 충실하려면 가구특성에 따라 다양한 수준으로 급여의 형태가 구현되어야 한다. 그러나 현재 주거급여는 가구원수만 고려할 뿐 지역(급지)은 고려되지 않고 있었다. 개별가구의 욕구수준은 거주지역, 가구원특성, 소득수준 등에 따라 상이할 수밖에 없으며, 이러한 상이한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개별화의 원칙을 고수하고 각각에 적합한 급여수준과 지급방식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계속되어왔다.
개편되는 주거급여를 훑어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주거보장의 사각지대, 특히 주거비부문에서의 사각지대의 발생원인은 단언컨대, 현실과 너무나 동떨어진 낮은 급여수준에 있었다. 또한 주거안정을 목적으로 함에도 불구하고 급여자격기준에 있어서 부양의무자기준과 소득인정액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하는데에서도 발생했으며, 소득대비 주거비지출 비율이나 지역별 편차를 감안하지 않고 ‘표준가구’를 일괄 설정하여 전국적으로 동일한 급여를 적용하는 데에서도 비롯되었다. 이는 목표효율성의 문제를 야기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극복하려면 장기적으로 개별급여, 즉 기존 통합급여체계에서 독립체계를 지닌 개별급여로 변경되어야 할 것이라고 학계와 시민사회단체가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는 ‘맞춤형’복지의 일환으로 기초생활보장제도의 7개 급여를 분리하고 급여별 기준을 설정해 시행한다고 하였다. 그리하여 지난 해 말 <주거급여법>을 통과시켜 주거급여는 보건복지부로부터 국토교통부로 이관되어 별도의 제도로 독립되었다. 2014년 7월 시범사업을 거쳐 2014년10월 본격적으로 시행하는 것으로 계획되었다. 그리고 2014년 5월 현재 수급가구를 중심으로 실태조사에 착수한 상황이다.
그러면 앞으로 시행될 주거급여는 어떠할까? 다음에서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급여지급내용과 시행의 근거가 되는 <주거급여법>을 통해 검토해보고자 한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점은 동법5조 수급권자의 범위에 부양의무자기준과 소득인정액기준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내용인 즉 ‘수급권자의 1촌의 직계혈족 및 그 배우자’를 부양의무자로 정하고, 부양의무자가 없거나 있어도 부양능력이 없거나 부양받을 수 없는 사람으로 소득인정액이 국토교통부장관이 정하는 기준 이하인 사람으로 그 자격기준을 정하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예고한 바와 같이 가구평균 11만원 주거급여액이 향상될지는 몰라도, 부양의무자기준과 소득인정액기준을 행정의 재량으로 두는 한, 얼마나 수급자들에게 실제로 급여가 지급될지 사실 의문이 든다.
동법은 이와 관련해 주거급여의 신청 및 지급결정의 절차 등 일반사항은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따르도록 하고 있다. 그렇다면 종전 수급신청절차를 그대로 유지할 것이다. 통상 읍면동사무소에서는 부양의무자소득조사를 위해 수급권자에게 금융정보제공동의서 등 구비서류를 준비하도록 요구하곤 했다. 더군다나 부양의무자가 있지만 실제로 부양받을 수 없는 경우인 가족관계단절에 대해 수급권자 스스로 증명하도록 해 이는 수급권자들에게 오히려 신청을 포기하도록 종용하는 진입장벽으로 작용해 온 게 사실이다. 이래저래 증빙을 하지 못하면, 실제로 부양비를 받지 못하지만 부양의무자소득을 근간으로 간주부양비를 제외하고 지급할 수 있다. 또‘재산의 소득환산액과 소득평가액으로 이루어지는 소득인정액’은 금융재산, 부동산, 자동차 등 각 재산의 소득환산률에 대한 기준이 현행과 같다면 주거급의 보장수준이 얼마나 확보될는지 의문이다. 근로능력자에 대한 추정소득부과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현재 국토교통부가 설정하고 있는 임차료 산정방식, 즉 소득인정액이 생계급여기준(중위소득 30%) 이상일 경우 자기부담분을 설정한 방식 역시 주거급여 보장 선에 의문을 갖게 한다.
한편 동법7조 4항은 수급자가 ‘국가나 지자체, 한국토지주택공사 또는 지방공기업이 임대하는 주택’을 임차한 경우 수급자와 임대차계약을 체결한 임대인 명의의 계좌로 지급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여기에는 민간임대주택의 임차인과 공공임대주택의 임차인에 대해 각각 다른 방식으로 지급하겠다는 의도가 담겨있는데 공공임대주택과 민간임대주택에 거주하는 임차인간 형평성의 문제가 초래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조항은 특히 제도의 운영 면에서 볼 때 주거급여의 목적을 주거조건을 안정화하려는 의도인지, 소득보조적인 면을 강조하려는 것인지 아직까지도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했다는 반증으로도 파악된다. 결국 주거급여의 근본적인 목표와 내용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우려되는 바는 과연, 권리구제가 제대로 될 것인가 하는 점이다. 동법 14조에는 급여신청의 각하와 급여의 중지에 관해 국토교통부령으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그런데 이에 대한 이의신청절차는 별도로 두지 않고 있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에 따르게 되어있다. 현행 기초법상 행정의 결정에 불복하는 수급권자 혹은 수급자는 두 번의 이의신청을 할 수 있다. 한번은 시도에, 다른 한번은 복건복지부장관에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주거급여에 대한 조사는 국토교통부에서 이루어지는데, 과연 ‘부처 간 업무협조가 얼마나 잘 이루어져서’ 주거비가 체납되어 퇴거위기에 놓인 수급권자의 주거보장을 신속히 집행할 수 있을는지 우려가 된다.
나가며
그간의 주거급여가 실제로 가난한 사람들의 주거비부담을 반영하지 못했을 뿐더러 제도가 목표하는 바 주거안정과 주거상향에도 기여하지 못했다는, 그래서 주거복지의 사각지대를 야기했다는 그간의 비판은 주거급여의 분리 주장이 확대되는데 기여했다. 그리고 담당부처가 보건복지부에서 국토해양부로 이관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주거급여, 즉 주거비지원에 대한 본질적인 정책목표와 제도시행에 대한 설계방식에 대해서는 고민이 길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현장의 목소리, 당사자인 수급권자 및 수급자의 생활이 반영되지 못했다. 주거복지의 핵심은 부처의 이관이나 제도의 독립 등 행정적인 문제가 아니다.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간의 주거급여의 한계를 보완하고 효과적인 운영을 위해 발전적인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개편되는 주거급여는 우려되는 바는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적지 않다.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주거비 지원, 저소득층에 대한 주거비지원은 시장임대료의 충격으로부터 이들을 지원하여 주거불안정을 극복하도록 하는 것이다. 이런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부처 간 협업을 도모하는 총괄적 시각, 민간임대주택시장 환경을 정비하기 위한 제도의 도입 등이 함께 모색되어야 한다. 물론 그 전제는 주거급여 당사자의 생활실태가 제대로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제도시행을 앞두고 이루어지는 시범사업의 과정과 결과가 주거급여의 발전적인 방안을 마련하는 단초가 되길 바란다.
월간 <복지동향> 2014년 05월호(제18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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