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4 2014-08-10   1482

[기획주제1] 이주노동자의 주거권 보장이 인권보호 첫 걸음

이주노동자의 주거권 보장이 인권보호 첫 걸음

이재산 l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소장

 

우리나라 이주민의 현황

우리나라에 들어오는 외국인은 86년 아시안게임과 88년 올림픽을 계기로 우리나라의 존재가 세계에 부각되면서 늘어나기 시작했다. 그 후 2004년 외국인력 도입제도인 고용허가제가 실시되면서 외국인이 급격히 늘어났으며 그 후 빠른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6월 법무부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에서 체류하는 외국인의 수는 1,698,983명으로 이는 75만여 명이었던 10년 전보다 100만 명 가까이 늘어난 수치다. 이 중에서 90일 이하 단기체류 외국인 393,906명을 빼면 장기체류 외국인도 130만 명이 넘게 우리나라에서 거주하고 있다. 이렇게 장기체류하는 외국인을 통상 이주민이라 부르고 있다.

 

장기체류하는 이주민들은 대부분 단순 비전문취업자인 이주노동자(238,271명)와 방문취업제로 들어온 중국동포를 포함한 재외동포(449,383), 그리고 결혼이주민(102,524)을 합하여 전체의 50%정도를 차지한다. 특히 이주노동자들은 고용허가제에 따라 최대 4년 10개월을 우리나라에서 체류하며, 대부분은 사업장에서 제공하는 기숙사에서 거주하지만 자취나 고시원에서 생활하는 경우도 많이 있다.

 

그런데 사업장에서 제공하는 기숙사는 컨테이너 형식으로 되어 있고, 주방이나 샤워시설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제대로 된 주거시설로 보기 힘든 열악한 기숙사는 이주노동자의 잦은 사업장 이동의 원인이 되기도 하며, 이 때문에 소위 ‘불법체류자’가 되기도 한다. 사실 ‘불법체류자’라는 말은 범죄자의 이미지를 갖고 있기 때문에 이주민 관련 단체와 국제사회에서는 ‘미등록체류자’로 호칭하도록 권유하고 있다.

 

미등록으로 전락한 이주노동자 이야기

엥크씨(가명, 25세)는 2013년 6월 몽골에서 이주노동자로 한국에 왔다. 그는 건설현장에서 힘든 일을 하다 본국에서 교통사고로 다쳤던 허리에 무리가 와서 퇴사를 하게 되었다. 퇴사 후 다른 직장을 구하는 동안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에서 운영하는 쉼터에 머물고 있었다. 그는 쉼터에서 고용노동부 산하 고용센터에서 알선해주는 사업장의 연락처가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메시지가 오면 안산, 김포, 의정부, 포천 등으로 일자리를 구하기 위해 면접을 보러 다녔다. 그런 그가 입국한지 1년 만에 소위 불법체류자인 미등록 이주민 신세가 된 것이다. 그 이유는 구직기간 3개월이 다되도록 직장을 구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이주노동자가 고용허가제로 들어오면 3년의 계약을 하고 재고용이 되면 1년 10개월을 더 일할 수 있다. 그리고 그 4년 10개월 동안 총 다섯 번까지 사업장을 변경할 수 있다. 그리고 사업장을 변경할 때는 3개월 내에 구직을 해서 고용센터에 등록을 해야 한다. 만약 3개월 내에 사업장변경을 하지 못하면 불법체류자가 되어 강제퇴거 대상이 되는 것이다. 엥크 씨가 직장을 구하지 못한 것은 힘든 노동환경, 터무니없는 저임금, 그리고 열악한 기숙사 때문이었다. 이주노동자는 사업장에서 기숙사는 주거시설을 제공해 주지 않으면 비싼 월세나 전세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대부분 기숙사를 제공해 주는 사업장을 선호한다. 엥크 씨는 3개월 동안 고용센터로부터 20여개 업체의 소개를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일은 힘든데 겨우 최저임금만 준다든지, 기숙사비를 따로 내야하는 경우가 많았다.

 

반대로 맘에 드는 사업장인데 기숙사가 없다든지, 기숙사가 있어도 비좁고 불결한 컨테이너에서 4명~8명이 함께 생활해야 한다든지, 기숙사에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딸려있지 않아 사업장을 쉽게 정하지 못하였다. 그러다 구직 기간을 하루 남겨놓고 마지막으로 알선된 의정부 소재 섬유공장에 가게 되었다. 다행히 임금도 괜찮았고 기숙사도 제공된다고 해서 면접을 보러 가게 되었다. 만약 이번에도 사업장을 등록하지 않으면 미등록이 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행운을 빌며 쉼터를 떠나보냈다.

 

그런데 엥크씨는 쉼터를 나간 다음날 다시 쉼터에 들어왔다. 자초지종을 물으니 약속과 달리 12시간 노동에 월급도 약속보다 적고, 게다가 밥값과 기숙사비를 공제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기숙사도 겨우 두 사람이 잘 수 있을 만한 크기에 같은 나라인 몽골사람이 아니라 문화와 종교가 다른 인도네시아 사람과 같이 사용하도록 해서 불편함이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엥크씨는 사업주가 자신이 구직기간 마지막 날이어서 더 버티면 미등록체류자가 된다는 사실을 알고 그랬을 것이라고 분개하였다. 사실 상담을 통해 사업장 변경 횟수가 마지막 이거나, 구직 기간이 마지막 날인 것을 악용하여 월급을 깎는 사업주가 종종 있었기 때문에 엥크씨의 짐작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그리고 기숙사비를 따로 공제하고 나면 남는 것이 거의 없다는 생각에 엥크씨는 결국 눈물을 머금고 미등록체류자가 되는 것을 선택하고 말았다.

 

이렇듯 이주노동자의 주거실태는 사업장 변경에 따라 바뀌기 때문에 불안정할 수밖에 없고, 그나마 제공되는 기숙사의 환경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어쩔 수 없이 기숙사가 제공되지 않는 사업장에서 일을 하게 되면 주변에 따로 방을 얻어야 하는데, 이 경우에 보통 회사에서는 20만 원 정도의 월세를 보조해 준다고 한다. 그러나 20만원 가지고는 고시원 수준에도 못미치는 방값이기 때문에 무리해서 본인이 더 부담을 해야 겨우 값싼 월세방이라도 마련할 수 있는 정도다. 결국 엥크씨가 미등록체류자가 된 이유는 저임금과 약속을 지키지 않고 벼랑 끝에 몰린 이주노동자의 체류상황을 빌미로 약속을 지키지 않은 사업주에게도 원인이 있지만, 잠을 자고 음식을 만들어 먹을 수 있는 최소한의 생활공간인 주거시설이 제대로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

 

농축산 이주노동자의 열악한 주거 환경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의 주거실태는 더욱 비참하다. 지난 해 10월 ‘이주인권연대’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이 공동으로 조사하여 발표한 ‘농축산업 이주노동자 실태조사 보고서’가 이 사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아래 표 <숙소형태>에서 보는바와 같이 농축산업 이주노동자들의 숙소형태는 대부분 컨테이너나 패널로 지은 가건물이 67.7%로 가장 많았고, 별도의 집이나 건물을 숙소로 사용하는 경우는 겨우 22.4%에 머물렀다고 한다. 심지어 비닐하우스를 숙소로 사용한 농장도 있어 농축산 이주노동자들의 주거형태가 얼마나 열악한지 잘 보여주고 있다.

 

<표 1>에 따르면 설문조사 응답자 중 23.0%는 실내에 욕실이나 씻을 수 있는 시설이 없다고 응답했으며, 39.8%는 화장실이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다고 대답하였다. 응답자들에 의하면 화장실이 숙소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 있거나, 분뇨 수거를 하지 않아 넘쳐흐르고 있는 상태라 사용할 수 없고, 노동자는 여러 명인데 화장실이 1개 밖에 없어 불편하다고 응답하였다. 조리를 할 수 있는 시설이 없고, 난방시설이 없는 곳도 각각 14.9%와 11.8%로 집계되었으며, 26.7%는 숙소에 창문도 없었다고 대답하였다.

 

특히 44.7%는 욕실과 침실에 안전한 잠금장치가 없다고 응답하였으며, 숙소에 고용주나 다른 사람들이 마음대로 드나들고 있다는 대답은 52.8%로 반절이 넘는 숙소가 안전과 사생활에 취약한 상태를 보이고 있었다. 이에 대해 여성 노동자들이 불안과 불만을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이는 도난의 위험 뿐 아니라 성폭력의 위험에도 무방비로 노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설문조사에 응답한 여성 노동자의 30.8%는 본인이 직접 성희롱이나 성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었고, 50%는 같은 농장이나 지인의 성폭력 피해를 직접 목격했거나 그런 경험을 들은 적이 있었다고 증언해 주었다. 뿐만 아니라 고용주나 관리자가 본인의 허락 없이 숙소에 들어온다고 응답한 이주노동자 56.5%나 되었다.

 

작년 3월 김성태 국회의원실과 법무법인 태평양, 재단법인 동천, 이주민방송 MNTV가 공동으로 주최한 ‘이주노동자 주거환경 실태조사 보고대회’에서는 심지어 비닐하우스를 숙소로 사용하고 있는 사업장도 있다는 충격적인 영상보고가 있었다. 그 마저도 낮에는 직원들 휴게소로 사용하고 있었으며, 문도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사생활 보호가 전혀 되고 있지 않은 모습이 그대로 전달됐다.

 

아래 사진은 비닐하우스를 숙소로 사용하고 있는 현장과 서울외국인노동자센터 쉼터를 비교한 것이다.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고 노동력을 제공받는 사업장의 숙소가 이주노동자에게 무료로 숙식이 제공되는 쉼터보다도 못한 모습에서 이주노동자를 대하는 한국사회의 불편한 단면을 보는 것 같아 씁쓸하기만 하다.

 

문제점과 해결방안

 

위와 같은 사례에서 볼 수 있듯이 이주노동자의 주거 환경은 정도에 따라 이주노동자가 사업장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가 되기도 하며, 열악한 기숙사는 엥크씨의 경우처럼 미등록으로 전락되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특히 남녀 시설을 따로 분리하지 않은 거주시설이나 안전장치가 미흡한 거주시설은 여성 이주노동자의 성희롱 및 성폭력 범죄에 노출되어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안고 있다.

 

이에 대해 몇 가지 해결방안을 제시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이주노동자의 안정적인 주거환경이 보장되는 관련 법률이 마련되어야 한다. 결혼 이주민이나 재외동포처럼 장기간 안정적인 체류자격을 가지고 있는 것과는 달리 비동포 이주노동자들은 불안정한 고용상태와 5년 내에 귀국해야만 하는 출입국관리 시스템에 의해 주거환경도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우리나라에 머물며 효과적인 노동이 이루어지고 사생활과 인권이 침해당하지 않도록 관련 법률 또는 시행령을 통해 안정적인 주거환경이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이주노동자를 위한 최소 주거기준 등을 법적으로 뒷받침하고, 이주노동자에게 공공임대주택의 입주자격을 주는 방안도 고려되어야 할 것이다.

 

두 번째, 성 범죄 예방교육과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 성희롱이나 성폭력 피해 예방을 위한 예방교육이 사업주와 이주노동자 모두에게 필요하며, 현재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실시되고 있는 취업교육에 성희롱·성폭력 예방 및 대처방법에 대한 내용을 의무적으로 포함시켜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에 대해서도 내국인과 동일하게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이주노동자 숙소에 대한 안전장치나 복지시설 등에 대한 최소 시설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준수하는 사업장에 대해서 인센티브를 준다면 좀 더 효과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셋째, 기숙사 제공을 의무화해야 한다. 과거 산업연수생을 받았던 기업체는 모든 이주노동자에게 기숙사를 무료로 제공하였다. 그 후 산업연수제가 폐지되고 고용허가제가 실시되면서 영세사업장에서도 이주노동자를 고용하게 되었는데, 기숙사를 운영하기에 재정적인 부담이 많았던 영세 사업주들의 요구로 이주노동자에게 기숙사를 제공해야 한다는 사항이 사라지게 되었다. 그 후 2009년 기업체가 이주노동자에게 기숙사를 제공하면 기숙사비를 받을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가 규칙을 개정하였다. 그러나 고용노동부는 이주노동자의 주거 환경에 대한 기준은 마련하지 않고 기숙사비 공제에 대한 기준만 제시하였을 뿐이었다. 경제변화에 민감한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는 노동환경의 특성상 언제 사업장을 이동할지 모르는 처지에 있기 때문에 주거공간을 개인적으로 마련하기 힘든 사정이 있다. 따라서 이주노동자를 고용하는 사업장은 이주노동자가 안정적으로 일하고 생활할 수 있는 기숙사를 제공하도록 관련 규칙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넷째, 외국인 노숙자 전용 쉼터를 마련해야 한다. 이주민이 늘어나고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외국인 노숙자도 늘어나고 있다. 간혹 결혼이주민이 이혼을 당해 갑자기 오갈 곳이 없어 노숙자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는 외국인 노숙자를 받아주는 노숙시설이 단 한 곳도 없다. 그렇다고 기존에 있는 이주노동자 쉼터에 외국인 노숙자를 함께 받아 주기도 어렵다. 왜냐하면 노숙인은 숙식이 필요한 주거시설 뿐만 아니라 치료와 돌봄이 동시에 필요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거주할 곳이 없어 노숙자로 전락한 이들을 위해 전문가의 치료와 숙식을 함께할 수 있는 외국인 노숙자 전용쉼터가 마련되어 할 것이다.

 

이주노동자는 우리나라의 부족한 일손을 채우고 경제가 잘 돌아갈 수 있도록 필요에 의해서 도입한 것이다. 이주노동자가 취업할 수 있는 분야도 내국인들이 기피해서 항상 인력이 부족한 제조업, 건설업, 농축산어업, 냉동냉장 창고 등 소위 3D 업종이라 불리는 사업장에서만 일할 수 있다. 그렇게 때문에 내국인의 노동시장을 빼앗지도 않는다. 이주노동자는 한국사회가 필요에 의해서 부른 노동인력이기도 하지만 장기간 거주하며 생활하는 인권을 가진 ‘사람’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주노동자들의 사생활이 보호되고 인권이 지켜질 수 있도록 인간의 기본권의 하나인 주거권이 이주노동자에게도 보장되어야 할 것이다.

월간 <복지동향> 2014년 8월호(제19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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