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5 2015-01-10   3359

[기획주제2] 복지국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재정운용 체계를 중심으로

복지국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재정운용 체계를 중심으로

김진석 l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1987년 민주화 운동의 성과로 1995년 지방자치제도가 우리나라 역사에 “재소개”된 지 올해 로 딱 20년이다. 또한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이후로도 10여년이 지난 후인 2005년 보건복지부 사업 중 67개 사회복지사업을 지방자치단체로 이관과 함께 시작된 사회복지분야 지방분권화도 올해로 정확히 10주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동안 무상보육 관련 재정부담의 문제를 두고 지방자치단체 및 지방 교육청이 중앙정부와 갈등을 빚은 사례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이 사회복지 영역에서 지방화와 분권화, 그리고 이에 따른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적, 행정적 역할과 책임한계에 대한 논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이와 같은 논쟁과 갈등 상황은 우리 사회가 보편적 복지국가로 나아가는데 있어서 필수적인 성장통과 같은 과정으로 보인다.

 

지방자치제도 도입 20년과 사회복지사업의 지역분권화 10년을 맞는 지금 우리 사회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사이의 역할 구분은 다양한 방식으로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한편으로는 복지제도 및 서비스의 지역분권화가 불가피한 흐름이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다른 한 편에서는 사회복지제도의 지역화 및 분권화를 신자유주의적, 신공공관리적(New Public Management: NPM) 흐름과 맥이 닿아 있음을 지적하며 비판적인 입장을 취하기도 한다. 이러한 논쟁이 이어지는 가운데에도, 지난 지방자치시대 20년 동안 우리 사회는 다양한 사회적 실험을 경험해왔다고 할 수 있다. 한 편으로 크게는 광역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작게는 시·군·구 등 기초자치단체를 둘러싸고 다양한 정책적, 경제적, 사회적 실험이 벌어지는가 하면, 다른 한 편에서는 지방자치에 따른 고비용과 비효율, 그리고 중앙정부 정책과의 부조화를 들어 무용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 및 복지분권화가 진행되고 있는 현황을 살펴보면 몇 가지 일관된 문제점을 발견할 수 있다. 먼저 복지정책 도입주체와 시행 책임주체가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최근 우리나라 복지정책의 도입 및 확대시행과정을 살펴보면, 다수의 제도들이 정치(공학)적 논리에 따라 도입 및 시행이 결정되고, 그 시행의 책임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넘겨받는 모양새를 취하는 경우를 자주 목격할 수 있다. 그 예를 찾기 위해 멀리 갈 것도 없이 진보와 자유주의, 보수를 막론하고 그야말로 각종 복지 정책의 경연장이 되었던 지난 2012년 대통령 선거를 떠올릴 수 있다. 그 당시 각 후보 진영은 우리나라 복지국가의 미래를 위한 다양한 그림을 내놓았지만, 정작 그 그림을 우리나라의 미래에 실현하기 위한 필수적인 요건에 해당하는 복지재원의 문제, 그리고 복지재원의 형성 및 배분과 관련한 지방정부와의 역할분담 문제 등에 대해서는 마땅한 대안을 내놓지 않았다. 결국 집권 1년차였던 2013년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주요 공약으로 내세웠던 복지정책의 재정책임을 놓고 힘겨루기를 벌이는 상황으로 이어졌다. 이와 같은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은 정책도입의 주체와 도입된 정책을 수행하는 당사자가 일치하지 않는 상황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뿐만 아니라 그와 같은 문제가 선거라는 정치공간에서 충분히 숙의되지 않은 채 지나가는 우리나라 정치지형의 문제와도 연관된 문제이다. 대통령 선거와 같은 정치 공간에서 다양한 복지정책 도입 및 시행에 대한 정치권과 유권자 사이의 약속은 주로 전국적 수준에서 중앙정부가 시행할 법한 정책과 공약을 중심으로 이루어지지만, 실제 그와 같은 과정을 통해 도입된 정책이 시행되는 과정에서는 지방자치단체가 그 재원의 마련과 정책 수행과 관련한 다양한 인적, 물적 자원 동원에 대한 책임의 상당부분을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다음으로 지방이양사업, 국고보조사업, 지방자치단체자체사업 등으로 구성되어 있는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사업 구조와 그에 따른 예산 배분의 문제이다. 우리나라 예산에서 보건·복지·고용을 아우르는 사회복지분야의 예산의 증가율이 타분야에 비해서 빠르게 증가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러한 경향은 중앙정부의 예산에서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에서도 동일하게 드러나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 전체 예산에서 사회복지예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증가하는 추세는 중앙정부의 예산과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에서 동일하게 발견되고 있다. 그러나 중앙정부예산의 경우 2006년 25.0%이던 사회복지 예산이 2014년 예산에서 29.6%로 약 4.6% 그 비중이 증가한 반면,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에서는 동일기간 동안 2005년 13.6%에서 2014년 24.5%까지 약 8.9%정도 증가한 것을 알 수 있다. 실제로 2005년 이후 지난 9년 동안 정부예산의 연평균 증가율이 6.0%일 때 사회복지예산의 증가율이 8.3%로 전체 예산증가율의 1.4배에 이르는 수치를 기록했다. 반면, 지방자치단체 예산의 경우 전체예산은 동일기간 동안 평균 6.2% 증가로 중앙정부와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지만 사회복지예산의 증가율을 14.5% 증가로 지방자치단체 전체 예산 증가율의 2.3배에 이르는 값을 보여, 지방자치단체의 예산구조에서 사회복지 예산의 비중이 급속한 속도로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와 같이 갈수록 지방정부 예산에서 그 규모가 증가하고 있는 사회복지예산의 비중은 자치단체유형별로도 상당한 편차가 있으며 광역시 자치구들의 경우 평균 전체예산의 40% 이상을 사회복지 관련하여 지출하는 것으로 나타나 상황이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지방자치단체의 사회복지사업은 크게 지방이양사업, 국고보조사업, 그리고 지방자치단체 자체사업이라는 세 가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 세 개의 사업방식들 중에서 지방이양사업과 국고보조사업은 국가가 최종적인 정책적 책임을 지고 있는 사업이 지방자치단체의 손을 거쳐 시행되고 있는 사업이라는 측면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자체사업과 그 맥락을 달리한다. 특히 이들 복지분야 지방이양사업과 국고보조사업을 시행하기 위한 재정운용에 있어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사이의 역할분담 방식이 2005년 복지분야 지방분권화 이후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재정운용과 나아가 재정운용 일반에 심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측면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분담과 관련한 문제이다. 2012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사회복지 예산에서 국비와 광역자치단체비, 그리고 기초자치단체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대략 51.5%, 28.9%, 19.6% 정도로 분포되어 있다. 이와 같은 사회복지재정에 대한 중앙과 지방의 재원분담 수준은 OECD국가들의 그것과 상당한 차이가 있음을 발견할 수 있다. 서정섭(2011)은 OECD국가들의 복지재정지출에 있어서 중앙과 지방간 분담실태를 분석하여 보고하였는데, 그 연구에 의하면 1980년대 후반 대부분의 국가에서 중앙정부가 사회복지비의 70-80%를 지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상대적으로 최근 자료인 2008년의 IMF 자료에 의하면 1980년대에 비해 평균적으로 지방정부의 재정부담이 다소 증가했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국가에서 사회복지지출의 70-80%를 중앙정부가 담당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상대적으로 주정부/지방정부의 분담 비율이 높은 국가에 해당하는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도 사회서비스 분야의 지출에 대해서는 전체의 30-35%정도를 주정부/지방정부가 분담하고 있다고 보고하여 광역과 기초자치단체가 전체의 50% 가량을 분담하는 우리나라와는 상당한 편차를 보였다.

 

다른 한 편, 북구 복지국가들 중에서도 복지분권화의 정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는 스웨덴의 경우 전체 공공지출에서 기초자치단체와 광역자치단체가 부담하는 비율이 각각 31%와 15%로 전체의 46%를 부담하고 있다. 이는 여타 OECD국가들의 지방자치단체가 20% 안팎의 비용을 부담하는 것에 비해 지방자치단체가 상대적으로 높은 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것인데 이는 여기에는 스웨덴 지방정부의 독특한 역할과 권한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스웨덴의 복지는 크게 중앙정부에서 담당하는 사회보험 업무, 광역지자체에서 담당하는 보건의료관련 업무, 그리고 기초지자체에서 담당하는 교육 및 사회서비스 업무로 나뉘어진다. 또한 재원의 측면에서도 독특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총임금대비 평균 31%에 이르는 소득세를 지방세로 징수할 수 있도록 하여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재량권을 보장하고 있다. 이와 같이 지자체가 징수하는 세금은 지자체 전체 수입의 약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여타의 국가들과 달리 복지제도의 수행뿐만 아니라 복지재정의 측면에서도 적극적으로 분권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결국 스웨덴의 경우 지방정부에 책임과 권한을 동시에 부여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복지국가 발달단계에서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와의 역할분담, 특히 재정분권화에 대해 고찰하였다. 지금까지의 고찰로부터 우리는 다음과 같은 시사점을 도출할 수 있다.

 

첫째, 재정분담의 측면에서 우리나라는 복지분권화를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시행하고 있는 여타 선진국가들에 비해 지방정부의 재정분담 비율이 과도하다는 점이다. 특히 이러한 과도한 재정분담의 이유가 사업의 성격상 중앙정부가 책임지고 시행하는 것이 적절할 뿐만 아니라 지방정부에서 사업의 시행과 관련하여 특별히 재량권을 발휘하기 어려운 사업들조차 국고지원사업이나 지방이양사업의 형태로 지방자치단체로 위임하면서 재정적 책임을 함께 떠넘긴 데에 있다는 점에서 더욱 심각한 문제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사회복지분야 국고지원사업과 지방이양사업의 선정기준 및 선정 방식, 그리고 선정된 사업들의 운영방식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시급하다.

 

둘째, 분권화의 필요성, 그리고 그 형식과 내용에 대한 근본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 국민의 기본권에 대한 보장적 성격을 갖는 복지정책과 서비스의 경우 중앙정부가 재정 및 행정적 책임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이를 국가적 차원에서 관철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복지서비스 제공을 둘러싸고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책임과 권한을 정하는 데 있어서 정책의 실행가능성(policy feasibility)을 총체적으로(holistically) 고려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복지 정책의 긍정적 도입 효과뿐만 아니라 정책의 실행을 가능하게 하는 조건까지도 포함한 공론의 과정을 통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과 책임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월간 <복지동향> 2015년 01월호(제19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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