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4 2024-03-01   1277

[편집인의 글] 22대 총선, 복지정치의 현주소와 과제

이주하 동국대학교 행정학과 교수, 복지동향 편집위원장

4월 총선을 앞두고 또다시 ‘정치의 시간’으로 접어든 요즘, 새벽녘 및 황혼을 뜻하는 프랑스 관용어이자 2007년 인기 드라마 제목인 ‘개와 늑대의 시간’(일명 ‘개늑시’)이 자꾸 머릿속을 맴돌았다. 나를 위한 충성스러운 개인지, 나를 죽이러 오는 늑대인지를 구분할 수 없는 시간이란 뜻에서 파생하여 애매모호한 경계의 시간 혹은 최대한 신중을 기하는 시간을 의미하는데, 갈수록 ‘점입가경’인 이번 총선에 여러모로 어울리는 표현이란 생각이 든 것이다. 그간 복지동향에서 다룬 지난 지방선거(2022년 5월호), 대통령선거(2021년 10월호) 및 총선(2020년 6월호)에 관한 기획 주제들을 살펴보면 주로 복지 공약, 복지 의제 및 복지정책에 초점을 두어왔다. 이와 조금 다른 차원에서 이번 3월호는 우리나라 복지정치의 현주소와 과제를 4가지 영역으로 구분하여 다루어보고자 한다. 

첫째, 복지정치와 선거제도이다. 우리나라 (복지)정치의 고질적인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선거구제 개혁 노력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도입을 이끌었으나, 총선용 위성정당 출현 내지는 ‘떴다방’ 식 신당 창당으로 그 역기능이 부각됐으며, 이번 총선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에 복지정치적 관점에서 우리나라 선거제도의 특징, 현행 선거제도의 장단점 및 개선 방향을 고찰해 볼 필요가 있다. 기획1(김윤태 고려대 공공정책대학 교수)은 선거제도의 역사와 ‘자본주의 다양성’(VOC: varieties of capitalism)을 소개한 후, 유럽식 ‘합의제 민주주의’와 영미식 ‘다수제 민주주의’가 어떻게 다른 복지국가의 경로를 가져왔는지 설명하고, 비례대표제에 바탕을 둔 전자는 재분배 정치에, 후자는 사회적 약자를 배제하는 승자독식 정치에 더 친화적임을 강조하였다. 결국 다수제 민주주의에 기반을 둔 한국의 경우 여전히 선거제도의 개혁이 절실한 것이다. 둘째, 복지정치와 정당체계이다. 앞서 지적한 선거제도뿐 아니라, 권위주의 정치의 유산, 지역주의 정당체계, 정당정치의 보수편향 등으로 인해 복지정치는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웠다. 따라서 서구 복지선진국 사례와 차별화된 우리나라 정당의 복지정치가 가진 특징, 그리고 총선을 앞두고 복지와 관련된 주요 정당 전략에 대해 논의할 필요가 있다. 기획2(강병익 민주연구원 연구위원)는 VOC 논의와 한국 주요 정당의 복지 담론을 개괄한 후, ‘정책역량’과 ‘동원 전략’을 중심으로 복지정치 유형과 사례를 보여주었다. 최근 들어 증가하는 비우호적인 복지 태도는 지금까지 이어온 복지정치의 결과라 할 수 있으며, 정당정치의 관점에서 선거란 정당이 복지와 분배에 대한 대안을 가지고 유권자를 설득하는 정치과정이어야 하는 것이다.

셋째, 복지정치와 시민사회이다. 역사적으로 (정당정치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복지정치에서 주요 행위자였던 시민사회는 이번 총선에서 어떠한 역할을 담당해야 하는가? 윤석열 정부와 거대양당이 제대로 다루지 못한 주요 복지 이슈는 무엇이며, 시민들을 대변해서 시민단체는 어떤 전략으로 이번 총선에 임해야 하는지 알아볼 필요가 있다. 기획3(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은 선별주의적·잔여주의적 복지에 치중한 현 정부, 득표 전략에만 천착하는 국회를 대신하여 시민사회가 시민들이 어떤 복지국가를 택해야 할지에 대한 길잡이 역할을 해야 한다고 지적하였다. 비록 재정난, 세대교체 문제, 청년 활동가들이 처한 어려움 등 시민단체의 현주소가 녹록지 않은 상황이지만 시민사회는 다양한 연대기구를 작동하여 정책 제안, 정책 및 후보 모니터링 등의 역할을 수행해야 하며 ‘약자복지’ 프레임으로 표출되는 선별주의·잔여주의의 한계를 강하게 비판해야 하는 것이다.

넷째, 복지정치와 이익집단/직능단체이다. 복지정치의 주요 이익집단이자, 일선에서 복지정책의 집행을 담당하는 주요 행위자인 사회복지사가 복지정치에서 어떤 역할을 담당해왔는지, 그리고 이번 총선에서 이들의 주요 주장은 무엇인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기획4(박진제 한국사회복지사협회 기획정책본부장)에 따르면 사회복지사를 대표하는 법정단체인 사회복지사협회의 정치참여는 정책 제안, 특정 후보 지지 선언, 출마 회원 지원활동, 정치세력화를 위한 캠페인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번 총선의 경우 출마할 사회복지사 비례대표를 (최초로) 민주적인 절차와 방법으로 선발하여 거대양당에 추천하였으며, 협회 추천자 외에도 출마한 회원들을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협회는 정당 가입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으며, 협회의 조직력을 바탕으로 정치적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주지하듯이 서구 복지선진국의 발전경로는 비례대표제를 근간으로 하는 합의제 민주주의와 궤를 같이해왔다. 결국 (기획 글에서도 강조되었듯이) 복지는 정치의 문제이며, 한 사회의 복지수준 역시 복지정치에 의해 결정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근래 들어 이번 총선처럼 복지 이슈를 포함한 정책의제가 부각되지 않는 선거는 드물었던 것 같다. 흔히 고전주의적 자유 개념에 대한 비판의 요체는 소극적 자유(negative freedom)인 권리(right)에만 머무르면 안 되고, 적극적 자유(positive freedom)를 위한 자원(resources)이 필수적임을 강조하는 것이다. 이에 더해 자유의 충분조건으로 선택할 수 있는 영역(arena)도 존재해야 하는데, 일례로 정치적 자유의 실현을 위해서는 사회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대변하고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싶은 정당들이 있어야 하는 것이다. 아무쪼록 개가 늑대로 둔갑하는 과정을 목도하는 총선과 22대 국회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월간<복지동향> 2024년 03월호(제30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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