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4 2024-04-01   4556

[동향2] 역행하는 시대를 돌파하며: 2024년 3.8 여성파업 후기

밍갱 한국여성노동자회 미디어기획국장

2024년 3.8 여성파업

지난 3월 8일, 보신각에서는 여성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정오부터 열린 2024년 3.8 여성파업의 목소리였다. 성별 임금격차 해소, 돌봄 공공성 강화, 일하는 모두의 노동권 보장, 임신 중지에 건강보험 적용/유산유도제 도입, 최저임금 인상 등 5개의 요구안을 걸고 파업에 나선 올해 3.8 여성파업에서는 투쟁하는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가 두드러졌다. 200여 명의 전국여성노동조합 조합원들과 더불어, 성차별적 승진승급 문제로 투쟁해 온 금속노조 KEC지회, 해고 없는 소속기관 전원 전환을 위해 투쟁해 온 공공운수노조 건강보험 고객센터지부 등에서 쟁의권을 갖고 함께한 것이다. 그뿐만 아니라, 무급 가사노동을 하는 여성도 가사노동을 멈추고 함께하였으며, 성별 이분법에 갇히지 않고 여성 파업의 취지와 요구에 동의하는 퀴어 노동자들 또한 함께했다.

2024년 3.8 여성파업은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윤석열 정부의 퇴행적이고 여성혐오적인 정책에 저항하는 정신을 “역행하는 시대, 돌파하는 우리의 투쟁”이라는 구호에 녹여내었다. 3.8 여성파업은 현 윤석열 정부의 반여성·반노동 정책의 위험성을 알리며, 이에 강력히 저항하는 여성노동자들의 목소리를 파업을 통해 모아낸 자리였다. 그렇다면 이 많은 여성 노동자를 거리로 모이게 한 원인은 무엇이었을까?

세계경제포럼이 매년 발표하는 ‘세계 성 격차 보고서’라는 것이 있다. 각국의 사회적인 성별 격차를 부문별, 총합으로 드러내는 보고서다. 2023년에 발표된 이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성 격차 지수는 조사 대상 146개국 중 105위였다. 특히나 그중에서도 경제 참여·기회 부문은 114위로 가장 낮은 순위를 기록하고 있었다. OECD가 발표한 성별임금격차 보고서에서도 심각한 성별 격차는 여지없이 드러난다. 

2022년 대한민국의 성별임금격차는 31.2%로 OECD 국가 중 최고이다. 이는 남성이 100만 원을 받을 때 여성이 68만 8,000원을 받으며 일한다는 것으로, OECD 평균인 11.9%를 크게 웃도는 심각한 수치이다. 대한민국은 OECD에 가입한 원년인 1996년부터 2023년 현재까지 무려 27년째 단 한 번도 성별임금격차 1위를 놓친 적이 없다.

노동 안정성 측면에서는 어떨까? 대한민국 남성 노동자 중 정규직 노동자는 69.4%, 비정규직은 30.6%이다. 반면, 여성 노동자 중 정규직 노동자는 54%, 비정규직은 46%으로, 여성 노동자들은 무려 두 명 중 한 명이 비정규직이다. 시간제 노동으로 보면 성별 격차는 더욱 두드러진다. 2022년 8월 기준, 남성노동자 중 시간제 노동자는 9.4%, 여성노동자 중 시간제 노동자는 26.2%에 육박한다. 여성노동자 4명 중 1명이 시간제 노동자인 것이다.

시간제 일자리에서 일할 수밖에 없는 여성은 낮은 임금과 열악한 노동환경, 압축 노동, 불안정한 고용에 미래를 빼앗기고 있다. 그 결과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월 평균임금은 2016년부터 최저임금을 밑돌고 있다. 2023년 주 40시간 기준 월 최저임금은 201만 원이지만, 비정규직 여성노동자의 월 평균임금은 163만 원에 불과하다. 시간제 노동자들의 노동환경은 곧바로 여성노동자들의 삶에 직결된다. 그러나 정부는 시간제 노동자들의 열악한 노동 현실을 나아지게 하려는 노력은커녕, 오히려 주 15시간 미만 근무하는 시간제 노동자의 실업급여를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며 여성노동자들의 현실을 더욱 열악하게 만드는 데 일조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의 성평등 정책: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윤석열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지금까지 줄곧 여성노동자에 대한 차별 해소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대선에서부터 ‘젠더 갈등’을 정권 획득의 기회로 활용했던 정부는,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 차별은 개인적 문제’라고 선언하며 성평등 관점 부재를 낱낱이 드러내었다. 차별을 해소하고 평등을 지향하는 당연한 국가의 책무가 정부 차원에서 도외시되고, 시민들의 기본권과 인권을 침해하는 데에 국가가 앞장서는 웃지 못할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라는 선언은 현존하는 문제를 없는 것으로 만들고, 성차별을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윤석열 정부의 기조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문구가 되었다. 그러나 잠깐 살펴본 통계들만 보아도, 대한민국 여성노동자들에게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라는 말은 어불성설에 불과하다. 그럼에도 정부는 현재 이 기조를 유지하며 여성노동자들을 더욱 사지로 모는 정책들을 펼치고 있다.

장시간 노동 : 여성노동자에 대한 심각한 위협

[그림 2-3]은 실제 양육 중인 여성노동자가 주 69시간을 기준으로 돌봄과 노동을 병행할 때의 시간표를 작성한 것이다. 

평일 단 2시간의 취침 시간으로 돌봄과 노동을 병행하는 삶이란 여성노동자들에게 지옥을 의미한다. 장시간 노동과 긴 출퇴근 시간 아래 돌봄노동은 이미 늘 여성의 몫이 되고 있다. 여기에 OECD 최고의 성별임금격차는 여성이 돌봄노동을 전담하는 것을 합리화함으로써 성차별을 고착화하고 있다. 이뿐만 아니다. 기준 노동시간이 길어지면 여성들은 더 짧은 노동시간을 찾아 시간제 일자리로 이동할 수밖에 없다. 이는 낮은 임금과 불안정한 일자리를 의미한다. 장시간 노동 체제는 채용 과정에 있는 여성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사용자는 모든 여성이 미래의 돌봄 전담자가 될 것이라는 가정 아래 초장시간 노동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 결국 초장시간 노동의 보편화는 여성의 일자리 질 저하를 가져오며, 돌봄노동의 과중으로 여성의 삶을 나락으로 몰아넣고, 여성의 미래를 앗아간다. 이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안은 노동시간 단축이지만, 정부는 끊임없이 장시간 노동을 획책하고 있다.

올 초, 주 69시간 노동을 외치던 정부는 극심한 반대에 부딪힌 후 한발 물러서는 듯 보였다. 그러나 최근 정부는 다시금 제조업·생산직 등 일부 직군에서 최대 근무 시간 주 60시간 확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노동부는 장시간 노동을 두고 ‘글로벌 스탠다드’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최근 미국·호주·아일랜드·스페인 등 여러 나라에서는 오히려 주 4일제가 점진적으로 추진되고 있다. 임금 하락 없이 주당 노동시간을 주 32시간으로 줄이자, 오히려 생산성이 좋아졌다는 결과가 나오고 있다. 현 정부가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진행하고 있는 정책들은 사실상 사용자의 입장에서 유리한 정책들로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과 착취가 예정된 것들이다. 그 정책들이 어떤 파장과 문제점을 가져올 것인지에 대한 검토는 존재하지 않는다. 

성평등 실현을 위한 인프라마저 없애는 국가

정부는 단지 반여성, 반노동적 정책으로만 여성노동자의 삶을 위협하고 있지 않다. 정부는 부자 감세, 기업 감세로 인해 부족해진 예산을 해결할 방법으로, 취약한 이들에 대한 인프라 삭제를 가장 먼저 검토하고 있다. 2024년 정부 예산안에서 여성폭력 방지 및 폭력피해자 지원예산은 무려 120억 원이 삭감되었다. 일터 내 성차별, 성희롱 상담을 24년간 이어 온 민간 운영 고용평등상담실 예산은 전액 삭감되었다. 이주여성 노동자들의 주거와 안전을 상담, 지원하는 외국인노동자지원센터 역시 사라질 위기에 처해있다.

정부가 성평등 노동 실현을 위해 여성노동자에게 제공하는 전국단위의 인프라는 고용평등상담실이 유일하다. 전국 19개가 있는 고용평등상담실은 지난해에만 1만 3천 198건의 상담을 진행했다. 직장 내 성희롱 상담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상담 난이도가 높다. 민간 위탁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담실은 각 지역 여성노동자들의 최후의 보루 역할을 하고 있다. 2000년 시작하여 지난 24년간 운영되어온 상담실이지만, 정부가 국회로 넘긴 2024년 예산안에서 민간위탁상담실 예산 12억 원은 전액 삭감되었다. 대신, 고용노동부는 5억 5천 백만 원으로 전국 8개 청, 지청에서 직접 운영을 계획하고 있다. 

정부가 직접 고용평등상담실을 운영하겠다는 계획이 왜 문제일까? 심각하게 삭감된 예산 문제는 둘째치더라도, 그보다 더 큰 문제가 있다. 정부가 운영하는 상담실이 온전히 여성노동자의 편이 되어주지 않는 점이다. 직장 내 성희롱을 겪은 이들은 고용노동부에 진정을 넣으러 갔다가 2차 피해를 당하고 오는 일이 빈번하다. 한 건의 상담을 해결하기 위해 민간상담실은 수십 차례의 상담과 몇 년간의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제도적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에도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여 해법을 찾아간다. 막혀있는 제도를 바꾸기 위한 노력 또한 더해진다. 그러나 정부에서 직접 운영하는 상담실에는 그런 역할을 기대할 수 없다. 겨우 5억 5천 백만 원의 예산으로 전국 8개 지청에서 운영하겠다는 상담실에서는, 상담하는 이들부터가 최저임금은 받을 수 있을지 미지수이다. 전문성이 결여될 것이 뻔한 방식을 도입하겠다 공언하며, 정부는 지금 여성노동자를 위한 마지막 보루마저 없애려 하고 있다.

노동 탄압의 다른 이름, 노동개혁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직후 국회 시정연설에서 연금·노동·교육개혁을 3대 개혁 과제로 제시하고, 그중에서도 노동개혁이 가장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밝혔다. ‘2023년 경제정책방향’ 발표에서는 노조·공직·기업부패를 우리 사회에서 척결할 ‘3대 부패’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현 정부가 말하는 ‘노동개혁’은 도대체 무엇일까? 그 실체는 지난 1년 10개월을 돌아보면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화물연대 투쟁에 대한 업무개시명령, 대우조선 하청노동자 투쟁, 건설노조 탄압, 노조 회계 부정 시비 등 많은 일이 있었다. 길지 않은 기간 동안 민주노조의 정당한 투쟁을 깎아내리는 용어는 정부 인사들의 입을 통해 필터도 없이 쏟아졌다. 윤석열 대통령은 발언 중 화물연대 파업을 두고 “북한의 핵 위협과 마찬가지”라고 표현했으며,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민주노총을 “민폐노총”이라고 바꾸어 표현했다. 건설노동자들의 투쟁을 일컫는 “건폭”이라는 신조어가 생기기도 했다.

정부는 노동개혁의 근거로 노조의 회계 부정과 비리를 지적하고 나섰지만, 여당 국회부의장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노동조합에 지원한 국고보조금 사용 내역 중 부정한 사용으로 적발한 사례는 1건도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윤석열 대통령이 “노조 부패는 척결해야 할 3대 부패”라고 주장했지만, 적어도 중앙정부 자료를 기준으로 하면 이 발언은 아무 근거 없는 주장이었던 셈이다.

오히려 정부는 노동 탄압을 위해 반헌법적인 수단을 거리낌 없이 사용하고 있다. 제도 도입 이후 꾸준히 반헌법적 제도라 지적되며 단 한 번도 시행된 일이 없었던 ‘업무개시명령’은 화물연대 투쟁을 탄압하기 위해 사용되었다. 노조법 2·3조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거부권 행사 또한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노동권을 함부로 침해했다는 점에서 반헌법적이며, 국회의 권한에 따라 개정된 법안을 일방적으로 거부했다는 점에서 반민주적이다. 불법이라는 낙인과 딱지를 붙여가며 노동 탄압에 전방위적으로 나서고 있지만, 정작 반헌법적 수단을 동원하여 노동자의 권리를 옥죄는 것은 정부인 셈이다.

역행하는 시대를 돌파하며

지금까지 알아본 모든 측면에서, 여성노동자의 삶은 매우 열악하다. 성차별에 대한 처벌이 매우 약한 대한민국에서, 현 정부는 여성노동자가 설 마지막 보루까지 빼앗아 가며 반여성·반 노동 정책을 적극적으로 펼치고 있다. 역행하는 시대를 돌파하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여성노동자들이 저항을 선택한 것은 어찌 보면 필연적이다.

이번 2024년 3.8 여성의 날을 맞이하여 열렸던 여성파업은 그 저항의 시작에 불과하다. 여성노동자들은 현 정부가 추진하는 역행에 맞서, 이를 돌파하기 위한 투쟁을 결코 멈추지 않을 것이다. 

월간 <복지동향> 2024년 4월호(제3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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