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4 2024-04-01   3074

[동향1] 상시적 팬데믹의 시대, 끝나지 않을 인권운동의 이야기 –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 활동 내용을 중심으로 –

이서영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기획국장

이 글은 지난해 8월 발표된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 활동 평가 보고서를 재구성하고, 2024년 2월 열린 세 번째 ‘애도와 기억의 장’의 이야기를 추가해 작성하였습니다. 더 구체적인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의 활동이 궁금하신 분은 평가보고서1)를 참고해 주세요.

코로나19라는 신종 바이러스는 각국의 사회경제적 체계를 재구성하도록 만들었다. 한국의 경우 2020년 1월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래, 2월 전국적 확산이 시작되면서 한국 정부는 유증상자에 대한 대규모 선별검사와 격리를 우선하여 확진자 수를 통제하는, 이른바 ‘제로 코로나’ 전략을 택했다. 그 과정에서 한국 정부는 바이러스의 차단만을 우선했을 뿐, 인권과 평등의 원칙에 대한 고려는 부차적인 것으로 치부했다. 확산 차단이라는 명분으로 과도한 개인정보 수집과 공개 정책을 펼쳤고, 감염병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개인화하는 처벌이라는 수단을 택했다. 이는 방역과 위생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조건들에 대한 논의가 사라지게 만들고, 개인의 실천 여부에 대한 도덕적 비난, 인종과 문화에 대한 혐오가 만연하게 했다. 감염된 개인에게는 돌봄과 회복에 대한 권리가 부여되는 것이 아니라 죄책감이 지워졌다. 

방역과 사회보장 전반에서 국가정책은 위기에 대한 대응을 사회적 연대가 아니라 각자도생의 방식으로 개인이 견뎌내야 하는 것으로 만들었다. 이는 당연하게도 취약한 이들에게 비례하지 않게 가중되는 위험으로 드러났다. 기존의 사회경제적 불평등은 팬데믹을 계기로 심화하였고, 또한 더 취약한 곳에 더 심각한 타격을 가했다. 차별과 혐오 또한 위기라는 이름으로 정당화되었다. 요컨대 위기라는 이름은 인권의 원칙을 무시하는 국가정책과 사회구조를 정당화하는 구실의 역할을 했다. 이처럼 코로나19 위기 속에 더 극심하게 드러난 인권 부재의 구조적 문제와 후퇴하는 인권의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인권 활동가들은 2020년 3월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를 결성하였다.

<코로나19와 인권, 인간존엄과 평등을 위한 사회적 가이드라인> 발표와 인권 거버넌스의 교훈

2020년 초, 코로나19 비상 체제에 돌입한 국가와 사회가 사회경제적 환경을 급격하게 재편하는 과정에서 일상의 불평등과 인권침해, 차별과 낙인의 문제 또한 급격한 속도로 광범위한 영역에서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취약한 공공성에 기반한 한국 의료체계가 유발한 집단감염과 의료공백, 일자리를 잃어 생활수단을 잃어버린 노동자, 이주민과 성소수자에 대한 낙인과 혐오, 기본적인 돌봄의 조건을 박탈당한 장애인, 여성에게 과중된 돌봄노동, 교육권의 박탈과 가정폭력의 위기 등 일일이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복잡다단한 인권의 위기가 발생했다. 

이에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는 수개월간의 준비과정을 거쳐 2020년 6월 <코로나19와 인권, 인간의 존엄과 평등을 위한 사회적 가이드라인>(이하 코로나19 사회적 가이드라인)을 발표하였다. 감염병 위기일수록 보장되어야 할 시민적 권리들과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원칙을 짚고 국가와 기업, 언론의 책무를 제시하는 내용이었다. 이는 위기 속 훼손된 존엄성을 인권의 언어로 문제화한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고, 과도한 확진자 동선 공개 등의 인권침해적 국가정책 중 일부를 철회하거나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는 데 기여했다. 하지만 국가는 감염병 정책 전반에 있어 인권을 원칙으로 한 대응을 적용하는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를 주축으로 한 인권 시민사회는 인권의 원칙을 반영한 방역 정책을 실현하기 위해 국가인권위원회, 질병관리청, 중앙사고수습본부 등 정부기관들과 회의체를 결성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정부는 인권에 소극적인 정책 방향을 바꾸지 않았다. 결국 이후에도 방역과 인권을 대립항으로 여기는 국가정책이 지속해서 등장했고 불평등과 인권침해는 계속해서 발생했다. 이에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는 사회적 가이드라인의 내용을 바탕으로 코로나19로 촉발된 일련의 인권침해 사태마다 발생한 문제들을 가시화하고 사회적 해결을 촉구하는 활동들을 이어 나갔다.

의료공백 해결과 공공의료 강화를 촉구하는 활동

대량의 PCR검사와 격리 조치를 앞세운 ‘K 방역 성공 신화’의 민낯은 치료에 필요한 공공의료 자원을 충분히 가지고 있지 못하다는 것이었다. 민간 공급이 절대적인 한국의 의료자원과 취약한 의료전달체계의 문제로 발생한 의료공백의 문제가 곳곳에서 발생하면서 의료체계의 구조적 문제는 사태의 초기부터 드러나기 시작했다. 반인권적인 코호트 격리, 故정유엽 사망과 같은 의료공백 사태의 비극들은 기존에도 건강이라는 궁극적인 가치와 권리를 보장하는 데 실패해왔던 한국의 의료체계를 극단적으로 드러냈다. 감염병 대응에 소극적인 민간병원들의 태도는 상당 기간 이어지며 의료공백을 유발했다. 자본 앞에 무력한 정부는 공공의료기관들을 감염병 대응자원으로 총동원하는 정책을 펼쳤는데, 이는 민간 중심 의료체계에서 소외된 이들의 마지막 보루였던 공공의료기관의 기능을 마비시켜 의료공백 사태를 일으키는 원인이 되었다.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는 의료공백팀을 구성하고, 실태조사를 위한 <코로나19 의료공백 인권실태조사단>을 발족하여 HIV감염인, 이주민, 장애인, 홈리스를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통해 사회 전체가 경험한 의료공백의 문제를 입체적으로 조명하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또한 2021년에는 ‘정유엽 사망대책위원회’에서 추진한 사망 1주기 유가족 도보 행진에 결합하여 의료공공성 강화라는 과제를 함께 이야기했다. 

이후에도 민간 중심 의료체계의 문제는 코로나19 확산의 양상이 변화함에 따라 변주되며 재등장했고, 이는 코로나19 총동원체제에서 벗어난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오히려 의료 산업화에 골몰하는 정권의 태도가 노골화되면서 의료공백은 코로나19의 특수 상황이 아니라 일상이 되고 있다. 의료공백 실태조사 보고서에서 제시한 국가의 책무(①의료공공성 강화 ②감염병 상황에서 민간병원 관리 방안 ③의료공백 전수조사 및 모니터링 체계 구축 ④의료에서 소외된 이들에 대한 보호 조치)는 여전히 달성되지 않았고, 상시적 팬데믹 위기의 시대에 계속해서 이어가야 할 인권운동의 과제로 남아있다. 

백신 불평등 대응 활동

2020년 12월, 영국에서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고, 한국 정부 역시 2021년 2월부터 우선 접종 대상을 시작으로 백신을 접종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당시 백신 생산량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고, 의료계 전문가와 공무원으로 구성된 ‘예방접종전문위원회’가 예방접종 우선순위를 결정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장애인, 홈리스, 이주노동자, 간병노동자 등에 대한 고려는 후 순위로 밀려나는 일들이 발생했다. 즉 백신 도입과 배분 과정은 재난불평등의 반복이었다. 이에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는 각 현장의 이야기를 듣기 위한 회의와 연속 집담회를 개최하여, 그 내용을 보고서로 정리하고 백신 접종 유관 기관(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코로나19 예방접종 대응 추진단)에 전달하였다. 정부의 백신 정책은 이러한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인권의 원칙보다는 백신 수급이나 확진자 수 추이 등의 외부적 요인에 의해서만 변화하는 양상을 보였다. 그럼에도 코로나19 백신 배분 국면에서 제기한 인권의 원칙은 일반적인 의약품 접근권 운동으로의 확산 가능성과 시사점을 가지고 있다.

정보인권 옹호 활동

확진자, 접촉자를 추적하고 검사하여 확산을 차단한다는 정부의 정책 모델은 정보인권(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하는 결과를 초래하였다. 결제 내역, CCTV 정보, 위치정보 등 민감한 개인정보를 수집할 뿐만 아니라 개인정보가 과도하게 공개되는 일들이 발생했다. 감염에 대한 개인 비판 여론이 큰 상황에서 확진자들은 인터넷에서 혐오 발언에 시달리는 사례가 다수 발생하였다. 시민사회는 과도한 정보 노출을 비판하며 환자 개인을 특정하는 정보나 지나치게 자세한 동선 공개가 아니라 장소와 시간의 목록이면 충분하다는 정책 대안을 초기부터 제기했고 이는 결국 질병관리청 지침에 반영되어 개인정보와 개인별 동선을 가능한 한 공개하지 않는 방향으로 지침이 개선되었다. 또한 성북구 얼굴인식 체온인식기에 대해 개인정보위의 실태조사 및 결정을 이끌어 내면서 얼굴인식 체온인식기의 남용을 막을 수 있었다.

확진자에 대한 정보의 과도한 노출 외에도 정보인권의 문제는 다발적으로 발생했다. 위기라는 이름 아래, 정보를 이용한 수익모델을 갖춘 기업들의 이해관계 아래 급격한 정보인권의 침해 정책 도입이 정부에 의해 용인되었다. 감염병예방법상의 ‘감염병 의심자’의 법적 개념은 매우 모호하여 광범위한 개인정보 수집을 용인하도록 만들었고, 방역 당국은 특정 지역에 있었던 사람들에게 검사를 권하기 위해 아무런 법적 절차 없이 기지국 정보를 통해 인근 지역의 모든 사람의 정보를 수집했다. 정부는 전자적 위치 추적 장치(전자팔찌, 손목밴드)를 자가 격리 위반자에게 착용하도록 하는 반인권 정책을 도입했다. 또한 다중이용시설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방문 기록을 남기도록 하는 출입명부 정책은 전 국민에 대한 일상적 감시 체제가 되었다. 접종 시작 이후에는 방역패스 정책을 시행하여 다양한 이유로 접종을 할 수 없었던 사회적 소수자들을 차별해 문제가 되었다.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는 국면마다 성명을 내고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의 활동을 통해, 위기 대응이라는 미명 아래 과도한 정보인권 침해를 정당화해서는 안 됨을 지적했다. 코로나19 이후 빅테크 기업들의 지배력이 꾸준히 강화됨과 동시에 개인정보 규제 완화도 계속되고 있어 인권운동과 시민사회에는 장기적 과제가 될 것이다.

집회·시위의 자유를 위한 활동

앞서 짚었듯이 코로나19는 사회불평등의 문제를 심화하였다. 그러나 이에 대한 문제 제기와 대안을 촉구하는 집회·시위의 자유는 위기를 맞았다. 정부는 평화적 집회의 자유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면서도 감염병 위기를 고려하는 것이 아니라 집회와 시위를 과도하게 금지하는 행정조치를 시행했다. 

2020년 1월 코로나19 첫 환자가 확인된 후 약 한 달 뒤부터 서울 도심 광장과 도로를 중심으로 집회가 금지되었다. 집회는 타인과 사회를 위험에 빠트리는 행위로 비난받았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집회를 금지하고 제한하는 정부의 일방적인 행정조치는 어떤 거부감도 없이 수용되었다. 한편 이러한 정부의 ‘거리두기’ 명목의 행정조치는 불비례하게도 집회·시위에만 집중되었고 대형 상점 등 이윤을 창출하는 사업장에는 소극적으로 이루어진 모순적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정부의 핵심 방역 조치인 ‘사회적 거리두기’는 지방자치단체가 상당한 재량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권한을 열어두었고, 대부분의 지자체는 집회 금지 장소, 인원 제한 고시 등의 행정명령을 통해 집회·시위를 금지하거나 제한했다. 서울시의 경우 집회 금지 고시로 노동자, 철거민 투쟁 농성장을 강제 철거하도록 했다. ‘지자체장 재량’이라는 자의적인 기준은 집회에는 언제나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보다 높은 기준을 적용하는 경향을 보였다.

집회와 시위는 팬데믹을 더 평등하고 안전하게 이겨낼 수 있는 조건을 쟁취하기 위한 것이었다. 게다가 실제로 집회·시위로 인해 팬데믹이 대규모로 확산되었다는 과학적 증거는 부재했다. 그럼에도 정부와 정치권, 언론의 공세로 인해 팬데믹으로 더욱 파편화되고 개인화된 사회에서 집회·시위의 자유는 지지를 얻기 어려웠다. 집회·시위를 주최하려는 당사자들도, 인권활동가들도 감염병 위기 상황에서 집회의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 수 있는지는 한 번도 생각하지 않았던 질문이었기 때문에 쉽게 답을 찾을 수 없었다.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는 <코로나19 사회적 가이드라인>을 만드는 과정에서 집회를 둘러싼 문제에 대한 인권적 접근과 논의를 심화시켰고, 감염병 시기에도 집회의 권리가 보장되어야 할 필요와 집회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제안을 내놨다. 이후 집회·시위에 대한 과도한 금지를 비판하는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시 총무과, 인권담당관과의 면담, 서울시 인권침해 구제신청 등을 통해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했다. 

2021년에는 집회·시위에 대한 불비례한 제한과 민주주의적 권리에 대해 알리기 위해 다수의 언론 기고 활동을 하였고, ‘코로나19와 집회 시위의 권리’ 이슈페이퍼를 발간하였다. 2022년에는 <집회 인원을 제한하는 거리두기 조치 폐지 의견서>를 제출했다. 이 일련의 활동들은 실제 방역 정책을 바로 변화시키지는 못했으나, 사회운동이 공중보건 위기 상황에서 집회의 권리에 대한 원칙을 확립하는 데 역할을 하였다. 집회·시위의 권리 옹호 활동은 방역 정책이 권력에 의한 통제가 아니라 참여와 민주주의를 통해 이루어져야 함을 재확인하는 상징적인 투쟁의 장이 되었고, 무엇보다도 위기 속에 고립된 사회적 연대를 회복하려는 움직임으로서 의미가 있었다. 

행정조치와 처벌에 대한 인권적 대응

강력한 확산 억제 정책은 방역 지침을 어긴 개인에 대한 형사처벌을 통한 억압과 통제에 초점을 두었다. 2020년 2월 국회가 의결한 감염병예방법, 검역법, 의료법 개정안의 소위 ‘코로나3법’의 세부 내용은 개인에 대한 벌칙과 엄벌주의를 분명히 하는 것이었다. 감염과 팬데믹으로 인해 개인이 처한 사회경제적 위기에 대한 사회적 안전망 확충이 아닌 엄벌주의적 대응은 이는 코로나19에 걸린 사람을 치료와 돌봄에 대한 권리의 주체가 아니라 ‘방역 수칙을 위반한 불법행위자’로 여기게 했다. 2021년 6월까지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처벌된 형사 확정판결 566건을 전수 조사한 연구에 따르면, 이 중 126건의 징역형이, 439건의 벌금형이 선고되었고, 징역 최고형은 2년, 벌금 최고 액수는 1,500만 원이었다. 

한국의 분위기와 상반되게도, 국제 인권 기구들은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방역 조치 위반에 대한 형사 처분의 문제점을 지적해 왔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는 2020년 4월, <비상대책과 코로나19 지침>에서 ‘자의적 또는 차별적인 방법으로 처벌이 없어야 한다’라고 강조했고, 유엔에이즈 역시 2020년 3월 HIV감염에서의 교훈에 비추어 ‘바이러스 전파를 늦추기 위해 형법을 사용하지 말라’고 이야기하였다. 이들 국제 인권 기구들이 지적하듯 범죄화하는 것은 공중보건에 도움이 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회적 연대를 약화하여 광범위한 인권침해를 초래한다.

이에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는 <코로나19 사회적 가이드라인>에서 엄벌주의가 아닌 ‘존엄을 기반으로 한 인권 존중의 원칙, 차별금지와 특별한 보호의 원칙, 사회적 소통과 참여 보장, 민주적 의사결정의 원칙’을 제시하고, 이후 논평, 기자회견, 언론 기고 등으로 이를 지속적으로 알렸다. 2020년 7월에는 <코로나19와 인권, 지켜져야 할 인권 원칙과 입법과제 토론회>, 2021년 3월에는 <긴급 점검! 코로나19와 인종차별 토론회>, 2021년 10월에는 <코로나19와 범죄화: 사법처리 현황과 문제점 토론회>등을 공동 주최하였다. 2021년 3월 서울시가 모든 외국인 노동자에게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는 행정명령을 내렸으나,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를 비롯한 각계의 비판으로 이틀만에 이를 철회하는 등 소기의 성과가 있었다. 2022년에는 이러한 활동들로 축적된 다양한 현장의 이야기를 토대로 <인권 관점의 방역체계 구축을 위한 법제도 개선 방안 연구>에 참여하여, 방역 조치의 인권 현주소를 짚으며 인권 원칙에 의거한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을 제시했다. 

애도와 기억을 위해, 애도와 기억을 통해, 앞으로 나아가기

여기까지 각 영역의 활동은 한국 사회에서 내몰리고 배제된, 이른바 ‘취약’ 집단이라 불리는 이들의 팬데믹 현장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하였다.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는 ‘거리두기’로 인한 고립이 현장의 이야기를 주변화하도록 내버려 두지 않기 위해서 이주민, 장애인, 홈리스, 코로나19 위중증 피해자를 만나며 연대의 장을 만들고자 노력했다. 안타깝게도 정부의 반인권 방역방침은 쉽게 바뀌지 않았다. 정부는 허술한 사회안전망과 혐오·차별을 방치하여 대규모 감염과 사망 피해를 키웠다. 

결국 수많은 이들이 코로나19로 스러져갔다. 통계청에 따르면2022년 사망자는 37만 2천여 명으로 통계 작성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는데, 이는 노년을 중심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크게 늘었기 때문이었다. 인권 부재의 감염병 대응 체계가 초래한 극단적인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정작 코로나19 위기로 인해 목숨을 잃은 이들에 대한 애도와 기억을 위한 공간은 공포와 낙인 속에 설 자리를 잃고 있었다. 정부의 방역 정책은 심지어 임종, 장례, 추모와 기억 전반에 걸쳐서까지도 애도의 권리를 유보하고 있었다.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는 의료공백, 백신인권, 위중증피해자와의 연대활동 등에서 코로나19로 인해 목숨을 잃은 이들의 가족과 공동체 구성원을 만났고, 떠나간 이들의 존엄과 애도의 권리에 대해 제대로 이야기하며 갖출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하게 되었다. 

이에 2021년 3월,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는 ‘추모와 애도의 장’팀을 구성하고, ‘코로나19 사망자 추모 관련 지침 개정에 대한 의견’, ‘코로나19 사망자 추모 공간 국내외 사례’를 정리했다. 유가족들과 함께 애도의 권리에 대한 입장을 밝혔고, 온라인 추모 공간을 마련했다.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와 더 많은 인권 단위들에게 <애도와 기억의 장>을 제안하고, 추모문화제를 공동주최했다. 추모문화제는 2022년 4월과 6월에 열렸다. 그리고 최근 2024년 2월 세 번째 추모문화제를 열었다. ‘팬데믹 종식’과 ‘일상 회복’은 선언된 지 오래인데 왜 다시 추모제를 했느냐고 묻는다면 그 답은 이렇다. 바이러스로 표상된 코로나19 위기 속에 가려져 있던 존엄한 삶을 위한 질문들을 계속해서 던져온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는 여전히 그 질문들이 유효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우리 ’일상’의 현실에는 여전히 인권의 위치가 불확실하다. 새로운 감염병, 다른 형태의 위기들이 닥친다면 우리는 아마도 다시 권리의 공백과 불평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이야기해야 할 것이다. 세 번째 ‘애도와 기억의 장’은 그간 함께해온 사람들과 다시 한번 서로를 확인하고, 인권을 위한 변화를 촉구하며 애도와 기억이 실천 속에 지속됨을 환기하기 위해서였다. 이 연대는 아마 앞으로도 지속되어야 할 것이다. 죽음에 대해 말하고자 할 때 삶이 언제나 끼어들듯이,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 활동의 과거와 미래를 연결하는 인권운동의 결심을 보여주는 듯한 ‘애도와 기억의 장 제안문’을 인용하며 글을 맺어본다.

“누구든지 어떤 순간에서라도 인간의 존엄을 지킬 수 있어야 한다. (…) 감염으로 인해서만이 아니라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발생한 의료공백과 강도 높은 노동환경으로 목숨을 잃은 이들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이들을 잃고도 우리 사회는 제대로 된 애도의 시간을 가지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숫자를 넘어 한 명 한 명 저마다의 세계를 간직한 인간에게는, 목숨이 다하는 순간을 전후해 스스로를 지키기 힘든 순간에도 자신의 존엄이 지켜질 수 있어야 한다. 또한, 공동체는 이를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만 한다. 그러므로 존엄한 죽음과 함께 고인의 가족 구성원을 비롯한 공동체에게 애도와 기억은 권리이자 의무다. (…)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다시 일어난다 하더라도 바로잡을 수 있도록 기록하고 기억해야 할 때다. 이것이 국가 그리고 사회공동체의 책무임을 잊지 말자.”

– 2022년 1월, <애도와 기억의 장 제안문> 중

| 각주 |

1) 코로나19인권대응네트워크 활동 평가 보고서 다운로드 링크: https://drive.google.com/file/d/1_wOUOr13he8etHovmj7mrJBZNJM1oFWz/view?usp=sharing

월간 <복지동향> 2024년 4월호(제3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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