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재원 웅상 공공의료원 설립 추진운동본부 공동대표
지난 3월 웅상중앙병원 폐원 소식이 전해진 이후 웅상 및 인근(서양산, 부산 정관, 울산 웅촌면) 주민들의 동참으로 웅상공공의료원 설립 추진본부에서 당초 목표했던 1만인 서명을 초과한 13,586명의 서명이 모였다. 3월부터 5월까지 짧은 기간 동안 많은 주민이 서명에 동참한 것은 안정적으로 운영되는 응급의료기관이 있는 공공의료기관이 웅상에 꼭 필요하다는 크나큰 열망이 반영된 결과이다.
월경지, 웅상
웅상은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행정구역이다. 2007년 웅상읍은 덕계동, 평산동, 서창동, 소주동 등 4개 행정동으로 분동하였다. 그러나 아직도 웅상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관습적으로 스로를 ‘웅상 사람’, 천성산 너머에 살고 있는 양산시민들을 ‘양산 사람’으로 지칭하고 있다.
웅상은 전형적인 월경지다. 양산시청은 양산을 사통팔달 교통요지라고 홍보하고 있다. 웅상도 예외는 아니다. 동으로는 기장을, 북으로는 울산을, 남으로는 부산을 편리하게 오갈 수 있는 동네이다. 그러나 오직 서부양산만이 천성산 때문에 교통이 불편하다. 이 글을 읽는 많은 분들은 천성산을 지율스님때문에 들어보셨을 것이다. 천성산은 관악산, 북한산보다 더 높은 산이다. 이제는 법기터널이 뚫려서 예전보다 동서 왕래가 다소 편해지기는 하였지만 이마저도 기장을 잠깐 지나야하고, 자연 조건에 따라 오랫동안 왕래를 하지 않은 관습은 크게 변화하지 않고 있다.
양산 전체를 보면 상급병원 1개소, 종합병원 1개소, 병원급 병원 10개소, 권역응급의료센터 1개소, 응급의료시설 1개소 등이 있다. 지표로 보면 35만 인구가 지내기에 부족하지 않은 의료환경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를 행정구역이 아닌, 생활권역을 기반으로 다시 검토해보면 다른 결과를 볼 수 있다. 국토교통부 및 한국교통연구원이 구축한 교통빅데이터플랫폼인 View-T를 통해 2022년 한 해 동안 웅상과 그 인근지역(서양산, 기장, 울주군, 금정구, 해운대구)의 이동을 확인해보았다. 웅상지역과 웅촌 또는 정관신도시와의 왕래는 대체로 1년에 30만 회 이상 이루어지는 반면, 서양산과의 이동은 10만 회를 넘지 않는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웅상지역은 서양산과 동일한 행정구역을 이루고 있으나, 천성산을 중심으로 동·서로 구분되어 오히려 부산의 정관읍(정관신도시)과 울산의 웅촌면이 동일한 생활권으로 형성되어 있다. 이러한 생활권을 중심으로 다시 의료환경을 검토하면 18만 인구의 생활권역 내에 종합병원 이상의 병원과 응급의료시설은 갖추지 못하고 있으며, 병원급 병원 5개소만 존재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정부의 헌법적 책무, 웅상공공의료원 설립
최근 폐업한 웅상중앙병원은 2006년 ‘조은현대병원’으로 개원했으나 개원 9년여 만에 경영난을 겪으면서 2015년 김해중앙병원이 인수하여 ‘웅상중앙병원’으로 재개원하였다. 그러나 2019년 12월 다시 경영난을 겪으면서 고 위요섭 병원장이 인수하였다가 2024년 위요섭 병원장의 별세 후 인수자를 찾지 못하여 폐업하게 되었다. 이처럼 잦은 폐업과 재개원의 반복은 웅상지역 의료시장은 수익성이 좋지 못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웅상지역 주민들은 단기적으로는 생활권 내에 24시간 응급실이 운영되는 병원이 생기기를 바라고, 장기적으로는 공공이 안정적으로 웅상생활권의 의료환경을 책임지기를 요구하고 있다. 공공의료원이 생기기 위해서는 예비타당성 조사(이하 예타)라는 장벽을 넘어야 한다. 예타에서 경제성이 입증되어야만 공공의료원이 설립되는 구조에 대해 지적하지 아니할 수 없다. 일단 경제성이 있는 지역이라면 민간이 의료시장을 먼저 장악할 것이다. 또한, 최근 지방소멸은 대한민국의 핵심 위기 중 하나다. 지역 인구가 줄어들고, 이로 인해 각종 인프라는 축소되고 삶의 환경은 악화되어 다시 인구가 유출되는 악순환의 고리를 누군가는 끊어야 한다.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것을 시장원리에 맡긴다면 이는 지방을 버리겠다는 선언일 뿐이다.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키는 시설은 많다. 군대, 경찰, 소방서 등 다양한 기관이 그에 해당하지만, 이들 기관에 경제성을 요구하는 사례를 들어본 적이 없다. 이러한 기관에서 구조한 국민은 대다수 병원으로 이송된다. 그렇다면 왜 공공병원은 다른 기관과 다르게 반드시 경제성을 확보해야 하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할 수밖에 없다.
최근 정부에서 “지역의료 정상화는 헌법적 책무”라고 하였다. 이와 더불어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가 모든 국민이 필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 지역 어디에서나 공정한 의료서비스 기회를 누릴 수 있게 할 책무가 있다”고 강조하였다. 정부와 국회가 헌법적 책무를 다하고 있다는 것을 웅상을 비롯한 전국에서 증명해주길 바란다.
| 미주 |
1) 인구 자료 출처
– 웅상 인구 : 양산시청 홈페이지 2024년 5월 기준 https://www.yangsan.go.kr/portal/statistics/population/data.do?
– 정관 인구 : 기장군청 홈페이지 https://www.gijang.go.kr/synap/skin/doc.html?fn=171996671412603.xlsx&rs=/upload_data/Synap/BBS_0000001/&cpath=
– 웅촌 인구 : 울산광역시,「주민등록인구통계」, 2024.05, 2024.07.18, 울주군 읍·면별 주민등록인구 및 세대수, https://kosis.kr/statHtml/statHtml.do?orgId=207&tblId=DT_20703_006&conn_path=I2
월간 <복지동향> 2024년 8월호(제3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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