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4 2024-08-01   4679

[동향1] 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좌담회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 시대의 일자리 전환과 고용정책의 전망’ 후기

송은희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 간사

이 글은 지난 2024. 5. 31.에 진행된 참여연대 부설 참여사회연구소가 진행한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 시대의 일자리 전환과 고용정책의 전망” 좌담회의 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 좌담회는 참여연대 유튜브 채널에서 다시 보실 수 있습니다. 

참여사회연구소는 2023년 초, 기후위기 문제를 향후 몇 년간 집중할 연구 주제로 정하였다. 참여연대가 환경 이슈를 주요하게 다루는 단체는 아니지만 기후위기가 점점 더 빠른 속도로 시민들의 삶을 여러 측면에서 위협하는 상황에서 기후위기 문제를 주제로 학술 행사를 진행하고 이를 통해 기후위기로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 시민들과 함께 고민하는 것은 의미 있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참여사회연구소는 기후위기를 주제로 세 차례 포럼을 진행하였다. 포럼은 2023년 10월부터 2024년 1월까지 진행되었는데 1차 포럼은 한국의 경제사회 상황에 기반해 체제 전환을 모색하는 “기후위기 시대, 경제·산업 전환과 정의로운 전환의 쟁점과 과제”(2023.10.26.)였고 2차 포럼은 기후위기 시대에 복지국가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지, 체제 전환의 경로와 양식이 정당정치에서 어떻게 논의되어야 할 것인지를 모색하는 “복지국가와정당정치는 체제 전환과 어떻게 만날 수 있을까”(2023.11.13.)였으며, 마지막으로 진행된 3차 포럼은 자동차 산업과 에너지 산업 전환의 구체적 쟁점에 기반해 정의로운 전환의 길을 논의하는 “자동차산업과 에너지산업 전환에 있어 정의로운 전환의 모색”(2024.01.17.)이었다.1)

세 차례의 포럼을 마친 이후 참여사회연구소에서는 포럼에서 다룬 여러 주제 -기후위기 시기의 경제체제와 복지국가 체제의 모색, 기후정치의 방법, 자동차 산업과 에너지 산업 전환의 경로, 일자리 전환 과정에서 정의로운 전환의 모색- 중 무엇을 좀 더 구체적으로 살펴볼 것인지 고민하다, 참여연대가 오랫동안 노동과 복지 분야의 사회정책에 대해 고민해 온 만큼 산업전환으로 인해 발생하는 일자리 문제에 대응하는 고용정책, 건강권과 주거권 등에 위협이 되는 기후위기에 대응한 복지정책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좀 더 논의해 보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리고 두 주제 중 일자리 문제와 고용정책에 대해 먼저 다루기로 하고 “기후위기와 에너지 전환 시대의 일자리 전환과 고용정책의 전망”이라는 주제로 좌담회를 열었다. 

이해관계자 참여가 배제된 채 논의되고 있는 산업전환 논의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법」에 따르면 정의로운 전환이란 “탄소중립 사회로 이행하는 과정에서 직·간접적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지역이나 산업의 노동자, 농민, 중소상공인 등을 보호하여 이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담을 사회적으로 분담하고 취약계층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정책 방향”을 말한다(법 제2조 제13호). 사회의 필요에 따라 불가피하게 진행되는 산업전환의 과정이 정의로운 전환이 되기 위해서는 이해당사자가 전환의 과정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 패널들은 좌담회를 시작하면서 공통으로 우리나라의 정의로운 전환과 관련한 거버넌스에 대해 문제가 있다는 지점을 지적하였다.

이정희 선임연구위원(한국노동연구원)은 중앙 정부 차원에서 2050 탄소중립위원회,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안정 지원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설치되어 고용노동부에서 운영하는 정책심의회(산업전환고용안정전문위원회) 등 중앙 정부 차원의 논의 테이블이 있고, 17개 광역시·도에도 ‘정의로운 전환 위원회’나 ‘탄소중립위원회’ 등의 이름으로 전환 논의를 하는 위원회가 마련되어 있지만, 주로 전문가나 사용자 측 인사로 구성되어 있어 전환의 과정이 정의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평가하였다. 남재욱 교수(한국교원대학교) 또한 2050 탄소중립위원회에 노동계 인사가 배제된 모습이나 탄소중립기본계획을 수립했던 과정들에 대해 언급하면서 대화와 협력의 과정을 가능한 한 거치지 않으려는 현 정부의 정책 추진 과정을 비판적으로 평가하였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25년가량 근무한 이태성 간사(공공운수노조 발전 비정규직 전체 대표자회의)는 노동자들은 자신이 일하는 발전소가 폐쇄되는 시기조차 모르는 경우가 있다면서 일자리 전환에서 노동자의 참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진단에 동의하였다.

한편 이태성 간사는 산업전환이 발생하는 지역은 경제나 교육 등 다양한 측면에서 영향을 받는데, 지역 주민에게 제대로 관련한 정보가 제대로 전달되고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남재욱 교수는 기후위기에 따른 산업전환의 문제는 이태성 간사가 지적한 것과 같이 노동자만이 아니라 지역사회에도 큰 영향을 끼치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가 실질적으로 반영되기 위해서는 기존의 일반적인 노사정 논의 체제에 포함되지 않는 시민사회나 지역의 목소리가 반영되는 논의 구조가 국가와 지역 차원 모두에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이상호 학장(한국폴리텍Ⅱ대학)은 우리나라는 노사정 간에 서로 신뢰하며 논의해 본 경험이 부족하고, 또 에너지 전환 문제는 국민의 생활과 밀착된 문제라는 점에서 국민연금 논의 때 활용되었던 공론화위원회와 같은 방식으로 논의를 해보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직업훈련과 생계 보장 정책의 필요성

거버넌스 논의에 이어 현재의 실업보험이나 실업부조 제도 등 기존의 고용·복지 제도로 일자리 전환에 대응할 것인지, 아니면 이를 넘어서는 새로운 제도가 필요한지에 대한 논의가 이루어졌다. 남재욱 교수는 정부가 노동보다는 산업, 노동수요 측보다는 노동공급 측, 소득보장보다는 직업훈련과 같은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에 포커스를 두고 있는 것 같다고 평가하면서 정부의 이런 정책의 이면에는 기업이 활성화되도록 시장을 만들기만 하면 일자리 문제는 저절로 해결될 것이라는 시각이 깔려있다고 평가하였다. 정부의 직업훈련이나 이직 지원 정책과 관련하여 이태성 간사는 현장에서 느끼는 정부의 직업훈련 정책의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였다. 석탄화력발전소에서 근무한 노동자들은 이미 전기나 기계와 관련한 수많은 자격증이 있는데 정부가 이들에게 자동차 정비 관련 교육과 같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직업훈련을 한다든가, 이직 후 6개월간 고용이 유지되면 300만 원을 지원하는 것과 같은 정책은 노동자들에게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 정책이라는 것이다. 남재욱 교수는 전환되어야 하는 산업에서 일하는 노동자는 기후위기를 대응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회 구성원들보다 추가적인 부담을 지게 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들에 대해서는 기존의 고용정책에서 더 나아가 추가적인 지원을 하는 정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면서 미국의 무역조정지원(Trade Adjustment Assistance, TAA) 제도를 소개하였다. 남재욱 교수는 현재 많이 축소되긴 하였지만 지원폭이 컸던 시기에 TAA는 정부의 통상정책으로 일자리를 잃은 노동자에게 4~5년간의 교육비와 생계비를 지원해 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 적이 있다면서, 산업 자체가 없어져 근본적인 생애 전환을 해야 하는 경우 좀 더 큰 폭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정책이라고 평가하였다. 이상호 학장 또한 기후위기로 인한 일자리 전환은 개인의 잘못이 아닌 탄소중립 사회로 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이기 때문에 현재의 고용정책과는 다른 프로그램이 제시되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는 한편, 현 상황에서 필요한 직업훈련이 무엇인지에 대해 정부에 적극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는 역할을 노동조합이 해주어야 한다는 점도 짚었다.

정부, 산업전환 시기에 좋은 일자리 만드는 정책에도 관심 가져야

한편 산업전환으로 인한 일자리 전환에 대응해 정부가 직업훈련과 생계 지원을 현재보다 폭넓게 하는 것에 더하여 좋은 일자리 개발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남재욱 교수는 신재생에너지 시장에 정부의 연구개발(R&D) 투자가 굉장히 많이 들어가고 있어 이 시장이 활성화되는 것 자체가 정부 정책의 결과인 측면이 많다는 점에서 정부가 새로 만들어지는 일자리의 질에 대해 고민하고 기업에 양질의 일자리에 대한 규범을 제시하는 등 정책을 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실질적 도움이 되는 직업훈련 제공에 대한 고민에 더해 정부가 좋은 일자리를 스스로 만드는 정책도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태성 간사는 남재욱 교수의 문제의식에 동의하면서 재생에너지에 많은 투자를 한 정부가 재생에너지 생산을 민간에 맡기면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문제가 도외시되고 있다고 평가하였다.

일자리 전환 과정을 통해 노동을 다시 생각하기

좌담회를 마무리하면서 이정희 선임연구위원은 산업전환 문제에 더해 경제성장이 전제된 자본주의 체제가 기후위기가 가속화되는 현재 상황에 적합한 체제인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면서, 이를 계기로 노동에 관한 여러 문제 -노동 시간, 임금, 사회보장 등-를 새롭게 논의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랐다. 또한 기후위기 시대에 일자리의 양에 대한 문제만이 아니라 질까지 담보되어야 한다는 것을 한 축에 놓고, 다른 축은 자연을 착취하지 않는 노동, 생태를 파괴하지 않는 노동이 무엇인가를 고민해 나가면서 그것이 가능한 조건들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 정의로운 전환을 구성하는 가장 큰 요소가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런 점에서 지난 5월 전국공공운수노조 발전HPS지부(한국남부발전의 하청업체 소속 비정규직 노동조합)와 환경단체가 함께 ‘정의로운 전환’과 ‘공공 재생에너지’를 핵심적인 주장으로 내걸고 기자회견을 진행한 것을 중요한 사안으로 보았다. 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발전소 폐쇄 반대’가 아니라 환경단체와 함께 정의로운 전환과 공공 재생에너지의 확대를 주장하는 것은, 기존 노동운동과 환경운동 간의 긴장에서 벗어나 연대가 이뤄졌다는 점에서 주목해야 할 지점이라는 것이다.

참여사회연구소는 발전소 노동자가 석탄발전소의 폐쇄계획에 따라 일자리를 잃거나 잃을 것이 예정되어 있고, 내연기관 자동차가 전기차로 전환되면서 자동차 관련 산업 노동자의 일자리도 이미 사라졌거나 위태로운 한편, 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는 중소상공인의 일자리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는 점에서 산업전환 과정에서의 정의로운 전환에 주목하여 좌담회를 개최하였다. 좌담회에서 논의한 거버넌스나 고용정책 문제는 여러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라는 점에서 한 번에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지금이라도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듣고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면 시간이 필요할지언정 해결하기에 그리 어려운 문제는 아닐 것이다. 빠른 시일 안에 정부의 전향적인 정책을 볼 수 있기를 희망한다. 

| 미주 |

1) 각 포럼의 주요 내용과 자료집은 참여연대 페이지(https://www.peoplepower21.org/research)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월간 <복지동향> 2024년 8월호(제31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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