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하 동국대 행정학과 교수, 복지동향 편집위원장
이번 복지동향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30주년’을 맞아 성찰적 회고와 전망을 하고자 한다. 결혼이 필수가 아닌 시대이지만 결혼 30주년을 ‘진주혼식’이라 하는데, 바다보석 진주가 모래알이 조갯살에 박힌 후 숱한 시간이 지나고 상처가 나고 아물기를 거듭한 결과물이라는 사실과 관계가 있다. ‘서른 즈음에’란 명곡도 초고령화 및 인생 N모작 시대를 맞아 ‘마흔 즈음에’가 어울릴 수 있다. 하지만, 서른은 공자가 <논어>에서 언급한 스스로 뜻을 세우고 삶을 살아갈 수 있는 나이인 이립(而立)에 해당한다. 참여연대 사회복지운동의 지난 30년도 바로 이러한 인내와 자립의 시간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로 복지동향 10주년 기념호(2004년 10월)는 “사회복지위원회 10년의 성과와 과제”(김연명), “참여연대 공공부조 개혁운동 10년의 기록”(허선), “복지재정 확충 운동”(이태수), “사회복지에 있어서의 공익소송운동의 성과와 과제”(이찬진)에 대해, 20주년 기념호(2014년 12월)는 “참여연대의 사회복지운동 평가”(조흥식), “한국복지국가운동의 평가와 과제”(이태수 & 윤홍식), “복지국가운동단체들의 경험과 과제”(김남희), “한국 복지국가운동단체의 현황”(김잔디)을 다루었다. 이에 30주년 기념호에서는 총론 차원에서 지난 30년간 참여연대 사회복지운동에 대해 살펴본 후, 3가지 정책영역별(기초보장, 연금개혁, 보건의료) 사회복지운동의 성과 및 한계점에 대해 고찰하고, 향후 사회복지운동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전망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 총론(이태수)은 1994년 국민생활최저선(National Minimum) 확보 운동에서 출발하여 참여연대 활동의 핵심 영역으로 자리매김한 사회복지위원회의 30년을 정책활동, 공익소송, 입법청원, 대(對)시민활동 등을 중심으로 4시기로 구분하여 일목요연하게 개괄하였다. 복지제도의 도입과 실행 차원부터 복지국가 담론 논쟁의 장까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노동시민단체들과 연대의 틀을 구축하여 사회적 목소리를 키워 정부를 압박 또는 견인하였다. 그러나 한국 복지국가의 한계 역시 참여연대 복지국가운동의 역량 부족이 일정 정도 투영된 결과이기도 한데, 이를 극복하기 위해 복지정치의 지형에서 참여연대의 역할을 재정립하고 전체 복지국가운동을 강화해야 한다.
두 번째 글(남기철)은 지난 30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의 활동에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며, 우리나라 기초생활보장제도의 발전에서 사회복지위원회의 역할 역시 빼놓을 수 없다고 지적하였다. 국민생활최저선 확보운동에서 시작하여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정, 그리고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희망UP 캠페인 등의 유의미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모든 국민이 기본적 생활수준을 보장받는 기본권 확립을 위해서는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즉 부양의무자 기준은 아직 완전히 폐지되지 않았으며,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선정기준인 기준중위소득도 상향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세 번째 글(남찬섭)에 따르면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는 공적연금으로서 국민연금의 노후소득보장 강화와 기금운용의 민주화를 목표로 내건 운동을 지속적으로 전개하였는데, 크게 위원회가 자체적으로 운동을 전개해 나간 시기와 위원회 외부의 자원과 결합하여 연대활동으로 운동을 전개해 나간 시기로 구분할 수 있다. 연금개혁에 있어서 재정안정론과 기금수익을 강조하는 흐름이 더욱 강화되고 있는 상황 속에서 최근 시민대표단 공론화의 결과가 보장성 강화론 우세로 나온 것은 참여연대를 비롯한 시민사회계와 노동계의 그간 노력이 어느 정도 의미가 있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다.
네 번째 글(정형준)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지난 30년간 건강보험통합운동, 의약분업, 보장성강화, 건강보험재정의 국고확충, 암부터 무상의료, 건강보험흑자를 국민에게, 혼합진료금지 등의 보건의료 운동에서 주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강조하였다. 하지만 의료산업화에 대한 쏠림과 민간병원과 의료영리화론자들의 저항 속에서 제한된 보건의료개혁으로는 이제 더 이상 민간중심의 의료공급과 낮은 건강보험 보장성은 지속가능성이 없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공공의료 확충 및 보장성 강화 뿐 아니라, 돌봄과 의료가 통합되어야 하고, 탈시설화와 지역사회의료도 연계되어야 한다.
마지막 글(김보영)은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기존 제도의 A/S 운동을 넘어 또다시 새로운 복지의 방향을 제시할 수 있는 운동이 되기 위해서 돌봄은 어떠한 함의를 제공할 수 있는가 묻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돌봄 정책은 단순히 사회보장의 일부로서 확충되는 것을 넘어서 기존 제도의 한계를 극복하고 사회복지 전반의 혁신을 불러올 수 있는 것이다. 다시 말해 돌봄은 단순히 하나의 정책 영역을 넘어 복지운동의 새로운 이정표가 될 수 있는데, 돌봄을 중심으로 분절성과 파편성을 극복하고, ‘개발 시민권’(developmental citizenship)을 넘어 보편적 사회권을 확립하기 위한 복지운동의 방향을 모색해야 하는 것이다.
영국 노동당과 진보세력의 정신적 지주이자 복지국가 수립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던 페이비언(Fabian) 협회는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에게 맞서 지연 전술로 로마를 지킨 파비우스(Fabius) 장군의 이름에서 유래하였으며, 점진적·민주적으로 다양한 활동과 설득을 통해 사회를 개혁하자는 의지를 담고 있다(로고 역시 거북이이다!). 창립 30주년을 맞아 참여연대의 미래를 논하기 위해 회원 100인의 숙의 토론을 진행하였는데, 가장 높은 동의율로 채택된 문장은 “30년 역사가 주는 신뢰를 유지하면서 도전하고 변화하는 이미지는 어떻게 만들 수 있을까?”와 “시대 변화를 반영한 의제를 발굴하는 것이 필요하다”로 나타났다. 향후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가 이러한 난제를 고단하겠지만 지치지 않고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길 희망한다.
월간<복지동향> 2024년 09월호(제31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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