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훈ㅣ사회공공연구원 연구실장
지난 2024년 3월, 21대 국회 마지막 회기에서 「의료·요양 등 지역 돌봄의 통합지원에 관한 법률(이하 돌봄통합지원법)」이 제정됐다. 거슬러 올라가면, 문재인 정부 초기 ‘커뮤니티 케어’라는 이름으로 시작한 ‘지역사회 통합돌봄 기본계획’(2018년)을 뿌리로 두고 있다. 뒤늦게나마 제정된 게 다행이지만 많이 지체됐다. 하지만 얼마나 내실 있게 준비되고 있는지가 더 걱정이다. 법 시행은 2026년 3월 27일이라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돌봄이 필요한 누구나 살던 곳에서 건강하고 존엄한 삶 보내기’라는 소박하지만 절실한 요구는 제대로 실현될 수 있을까.
1. 윤석열 정부 : 전달체계 방향 없는 통합돌봄
문재인 정부에서 ‘사회서비스원’ 설립이 사회서비스 공급구조를 개편하는 전략적 거점이었다면,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전달체계 개편이 핵심이다. 의료, 요양, 주거와 일상생활 지원 등의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려면 분절적이고 개별화된 전달체계를 개편하는 게 필수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구상은 윤석열 정부에서 온전히 계승되지 않았다. 대선공약에는 ‘의료·요양·돌봄 연계를 통한 지역사회 계속 거주 환경 조성’(과제 45)이 포함됐다. 하지만 장기 요양에서 의료와 돌봄 통합 제공을 위한 재택의료센터, 계약의사제, 통합재가 등 재가 서비스 강화, 그리고 지역사회 돌봄에서 노인맞춤돌봄서비스 확대와 노인돌봄 및 치매돌봄체계에서 맞춤형 사례 관리 강화 등 서비스 확대에만 초점을 맞췄다.
2023년 12월에 발표한 ‘제1차 사회서비스 기본계획’(24~28)에서도 9대 중점 과제의 ‘② 전 국민 서비스 확대’ 중 노인 분야 서비스 내실화에서 ‘의료·요양·돌봄 통합모델 확산’이 시범 사업 형태로만 제시되고 있을 뿐이다. 2024년 보건복지부 업무 계획에서도 4대 주요 정책 중 ‘가족의 부담을 줄이는 간병·돌봄 확충’에서 ‘국민 돌봄 통합지원’을 제시하며 노인 분야의 의료 돌봄에 대한 포괄 서비스를 확대하겠다는 계획으로만 담겼다. 통합재가서비스 확충, 재가노인통원센터, 재택의료서비스모형 마련 및 재택간호통합센터 설치, 식사 청소 목욕 등 요양 서비스가 제공되는 서비스 연계 주택 도입, 생애 말기 케어 서비스 개발 등 다양한 서비스 확대만 나열하고 있을 뿐이다. 즉, 윤석열 정부의 의료·요양 통합돌봄은 전달체계 개편이라는 전략적 방향은 없으며, 노인 분야의 사업 영역 수준으로 위상이 하락했다.
그러다 보니, 윤석열 정부의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 사업(2023년 7월~2025년 12월) 역시 요양병원(시설) 입원 경계선상에 있는 7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만 시행되고 있다(9개 도시 12개 시군구). 영국의 커뮤니티 케어가 그랬듯, 통합돌봄 자체보다 소위 사회적 입원을 방지하는 데만 관심이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지난 ‘지역사회 통합돌봄 추진 로드맵’(2018년 11월)은 2026년 지역사회 통합돌봄 보편적 실행을 목표로, 2025년까지 지역사회 통합돌봄 제공 기반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갖고 있었다. 장기 요양 등 재가 서비스의 대대적 확충, 인력 양성, 케어 메니지먼트 시스템 및 품질 관리 체계 구축, 재정 전략 등을 마련하겠다는 것이다. 2019년 시작된 지역사회 통합돌봄 선도 사업 역시 통합돌봄의 중추 역할을 수행할 지자체의 주도성과 자율성을 중심으로 전달체계 개편에 초점을 뒀다. 선도 사업 대상 역시 노인뿐 아니라 장애인, 정신질환자까지 포괄하고 있었던 것과 비교하면 대폭 축소된 것이다.
특히, 정책 의지는 예산으로 드러나는 법인데, 노인·의료 통합지원과 관련된 2025년 예산(지역사회 보건복지 연계 재가 서비스 체계 구축) 역시 71억 3,000만 원에 불과하다(김보영, 2024). 문재인 정부시기도 2020년 177억 원, 2021년 181억 원, 2022년 158억 원으로 낮긴 했지만, 그마저도 반토막으로 축소된 것이다. 특히 이미 돌봄통합지원법이 제정된 이후이자, 시행을 1년 앞두고 편성된 예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정책 의지는 고사하고 사업 준비조차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2. 돌봄통합지원법 : 기반은 마련됐지만 개선 필요
그래도 다행인 것은 돌봄통합지원법이 제정되어 의료·요양 등 돌봄통합지원 추진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법안 내용에 대한 꼼꼼한 점검이 필요하다. 7건의 법률안이 발의돼 이미 국회 심사와 의결로 통합 조정해 제정됐지만, 시범 사업 과정에서 나타난 개선 사항이나 제대로 된 사업 추진을 위해 필요한 사항이 있다면 시행 이전에 개정하는 게 필요하다.
1) 전담 조직 설치 의무화1
먼저, 전담 조직은 “둘 수 있다”는 임의 규정으로 되어 있는데, 강행(의무) 규정으로 바꿔야 한다. 통합지원의 핵심 단위는 지자체이며, 시군구에 설치한 전담 조직이 수행하게 된다. 전담 조직은 개인별 지원 계획의 시행관리(법 13조), 대상자의 통합지원 연계·조정, 모니터링 등 체계 운영, 서비스 발굴 및 제공, 관련기관 및 부서와 업무 협의 및 교류, 예산확보·조정 등(법 21조 2항) 통합지원에 필요한 핵심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표1] 돌봄통합지원법의 ‘전담 조직’ 관련 법 규정(제21조)

체계적이고 안정적인 사업 수행을 위해서는 전담 조직이 필수적이다. ‘사회서비스원’의 경우도 국정과제로 추진했지만, 임의 설치 규정으로 인해 사회서비스원을 폐원하거나(서울특별시), 아예 설치하지 않는(경상북도) 문제를 막지 못했다.
사실 법 규정 자체도 문제지만, 더욱 우려되는 것은 임의 규정으로 변경된 것이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의 반대 때문이라는 점이다. 애초, 남인순, 신현영, 최재형 의원 등의 대표발의안뿐 아니라 상임위 논의에도 “~전담 조직을 둔다”로 모아졌는데, 행안부가 “자치조직권 침해 우려”를 이유로 반대했다.2 가뜩이나 사회복지직 공무원의 인력 부족과 업무 과중이 심각한 상황에서, 기존 부서나 팀의 형식적인 통합이나 재편 방식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다. 게다가 사례 발굴과 개인별 사례 관리, 유관 기관과의 협업 구축 등 적극적이고 주도적인 행정이 요구되는 업무 특성을 고려하면, 전문적인 인력 확충이 반드시 선행돼야 한다.
현재 지방자치단체의 기구와 정원 등은 행안부에서 제시한 기준 인건비에서 한도를 정하는데, 추가적인 자율범위는 1~3%만 허용된다. 게다가 2025년부터는 기준 인건비를 초과해 집행한 지자체는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지원하는 보통 교부세에 불이익이 주어질 예정이다. 기존 인력마저 축소되거나 업무 외주화 등이 거론되는 상황에서, 설치마저 임의 규정인 ‘전담 조직’이 과연 제대로 구성될 수 있을지 의문이다.
2) 전문 기관의 지정 및 역할 명확화
지역돌봄통합지원의 중추적 역할은 지자체가 수행해야 한다. 하지만 법에서는 업무 일부를 전문 기관을 지정해 수행하거나, 전문 기관 또는 통합지원 관련기관3에 권한을 위임하거나 업무를 위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제29조 등).
[표2] 주요 업무에 대한 역할 구분

[표3] 돌봄통합지원법의 권한위임 및 업무위탁 관련 법 규정(제29조)

여기엔 개인별 지원계획도 포함되는데, 개정이 필요하다. 개인별 지원계획은 통합지원 대상자에 대한 서비스 내용, 방법, 수량, 제공 기간 및 제공 주체에 관한 사항뿐 아니라 서비스 간 연계 방법까지 포함한다(제13조). 법에 명시되진 않았지만, 사실상 사례 관리와 지원 연계에 해당하는 통합지원의 핵심 역할이다. 지자체가 수행해야 할 고유 권한과 역할마저 개인이나 민간업체에 위임하는 것 자체가 문제지만, 제공기관이 서비스 내용까지 맡게 되면 사업 자체가 심각하게 왜곡될 수 있다. 물론, 원활한 통합지원을 위해 관련기관과의 연계·협력을 강화하는 게 중요하다. 하지만 이는 통합지원협의체4나 업무 협의 등을 통해서도 가능하며, 이미 조사자 또는 통합지원 제공기관 등의 관계인에게 자문할 수 있는 규정도 있다(제13조 3항).
전문 기관 역시 중요한 역할을 위탁받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어떤 조직인지 법에서 구체적으로 다루고 있진 않다(보건복지부령으로 규정, 제25조). 다만 지난 복지부의 시범 사업 고시(24.11.29)를 살펴보면, 전문 기관에 대한 구상을 엿볼 수 있다.
먼저 국민건강보험공단(이하 건보공단)은 계획수립, 컨설팅, 홍보, 평가, 그리고 대상 발굴, 종합 판정, 그리고 시범 사업 전산처리 운영(정보 공유, 대상자 관리 및 통계 처리 등), 전산처리 운영 결과를 통합지원정보시스템에 반영 또는 연계하기 위한 업무를 지원하게 된다. 그리고 전문인력 양성 지원은 한국보건복지인재원, 통합지원정보시스템 구축 및 교육은 한국사회보장정보원 등 모두 공공기관이 맡게 된다.
전문 기관 위탁이 지자체 중심의 돌봄을 구성하는데 한계로 작용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다. 조사발굴과 종합 판정 등 서비스 제공과 직결되는 업무일수록 더욱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전담 조직의 인력 확충 문제는 논외로 하더라도, 오히려 건보공단이 수행 지원을 맡는 게 더 적합하다는 생각이 든다. 장기 요양의 인정 조사와 등급판정 이후 자연스럽게 통합지원과 연계할 수 있다. 특히 2차 시범 사업까지 진행한 의료·요양·돌봄 통합판정 체계는 요양-의료 필요도를 평가해 복합 요구를 파악하고, 대상자별로 (요양)병원, 장기 요양, 지역 돌봄 등 적절한 서비스로 연계하는 것이 가능하다. 물론 이러한 과정이 모든 통합지원 대상자를 포괄하는 것도 아니며, 지자체 중심의 통합성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이뤄질 필요가 있다.
지역돌봄통합지원이 제도나 사업, 기관이나 재정 통합이 아닌 조건에서, 지자체를 중심으로 공공 협업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전문 기관의 역할 역시 내년 추진하게 될 시범 사업을 통해 내실 있는 점검과 평가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
3. 공공 인프라 확충과 재원 조달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의료와 요양 등 통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인프라를 확충하는 한편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러한 물적 기반이 없다면 애초의 목표와 취지를 달성하기 어렵다. 돌봄통합지원법에서도 시도지사는 관할 지역에서의 통합지원 체계를 구축하고 확산할 수 있도록 인프라 및 재원을 확보하여 시군구에 필요한 지원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국가 또한 필요한 행정적·재정적 지원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제4조).
그리고 보건복지부는 5년마다 통합지원 기본계획을 수립해야 하는데, 여기엔 통합지원 인프라·서비스 확충 방안, 지방자치단체 지원방안, 전문인력양성, 통합지원 활성화를 위한 재원 조달 및 운용에 관한 사항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를 위한 정부의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까지 논의되지 않고 있다. 김형용(2024)은 지역사회통합돌봄이 다른 사회보장 사업과 비교가 되지 않을뿐더러, 재정 측면에서는 실체가 거의 없는 사업이라고 비판한다5. 지자체(지역사회) 돌봄 체계를 지향하더라도, 국고보조사업이나 지자체 자체 예산으로는 돌봄을 감당할 수 없다. 2024년 지자체의 재정자립도는 평균 48.6%에 불과한데, 도 단위는 36.6%, 시(31.5%), 군(17.2%), 자치구(28.1%)로 매우 낮고 불균형도 심하다. 정부의 재정지원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빈 수레만 요란한 사업이 될 것이다.
공공 인프라의 확충 역시 마찬가지다. 장기요양기관은 99.1%가 민간인데, 이 중 85.3%가 개인사업자다. 국공립 장기요양기관이 아예 없는 시군구가 153개 지역에 달하고 절반 이상이 서울에 집중되어 있다6. 공공의료기관 역시 지역 내 의료서비스 점유율이 10.8%에 불과하다. 공공 인프라 확충 없는 돌봄통합지원은 대상자를 모집해 주는 민간 활성화 플랫폼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공공돌봄 인프라 확충은 사회서비스원을 적극 활용할 필요가 있다. 직영 기관인 종합재가센터를 시군구마다 확대·재편해 설치하고(예, 공공통합돌봄센터), 통합재가서비스뿐 아니라 장애인활동지원, 가사간병방문지원, 노인맞춤돌봄서비스 등 바우처사업을 우선 수탁받아 통합돌봄서비스를 제공하도록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사회서비스원 내 다양한 돌봄 관련 수탁기관이나 사업과의 연계를 강화하면서, 지자체와 상시적 네트워크를 구축해야 한다. 이와 함께 건강한 사회적 협동조합 등에 대한 지원 및 서비스 제공기관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돌봄통합지원은 그동안 수요가 높았던 의료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 강점인데, 그만큼 많은 점검과 준비가 필요하다. 방문의료서비스와 퇴원환자 재가복귀지원서비스, 재택의료센터 등의 서비스 연계뿐 아니라, 일차 의료 강화와 지역의 공공의료 확충, 그리고 더 나아가 주치의 제도로 발전할 수 있는 전략적 방향이 필요하며, 단계적으로라도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나가야 한다.
마치며
‘돌봄이 필요한 누구나 살던 곳에서 건강하고 존엄한 삶 보내기’라는 절실한 요구가 당연한 권리로 보장되기 위해서는 전달체계 개편뿐 아니라 공급구조 개선까지 필요하다. 그리고 이를 위해 국가의 책임과 지자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다행히도 사회서비스 시장화로 역행하던 흐름을 멈추고, 새로운 전망을 만들어갈 수 있는 정치적 공간이 형성되고 있다. 법 시행이 얼마 남지 않았지만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많은 과제가 있겠지만, 공공 인프라 확충과 국가의 재정 책임 강화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핵심적이고 우선적인 과제다.
| 미주 |
- 보건복지부 고시 “의료·돌봄 통합지원 시범 사업에 관한 고시” 제2024-245호(24.11.29)에 따르면, 시군구 본청에 설치하는 전담 조직은 “통합지원센터”로 명명하고 있다. ↩︎
- 제413회 국회(임시회), 법제사법위원회 회의록 제2호, pp 5~6(2024년 2월 29일). ↩︎
- 관련기관은 통합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인·법인·기관·단체 등이다(제2조). ↩︎
- 통합지원협의체는 시·도지사 및 시장·군수·구청장이 관할구역 내 설치하는 것으로, 지역계획 수립 및 평가, 통합지원 시책 추진, 통합지원 관련 기관 등과의 연계·협력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 의결한다. 전담 조직과 달리 “통합지원협의체를 둔다”라는 강행 규정으로 되어 있다(제20조). ↩︎
- 김형용(2024)에 따르면, 2024년 기준 대전광역시가 지역사회통합돌봄사업에 편성한 예산은 13억 원이다(기초자치단체에 각각 2.4억 원 또는 2.8억 원 도비 지원). 기초자치단체를 보면 가장 많은 예산이 편성된 양평군은 총액 4억 원, 유성구 3.5억 원, 천안시 2억 원, 원주시와 고성군이 1.3억 원 수준이다. 예컨대 강원도가 육아기본수당(도비)으로 1,194억을 지출하고, 서울시가 손목닥터(스마트워치 제공) 사업에만 735억을 편성한 것과 비교하면, 지역사회 통합돌봄은 지자체 차원에서도 거의 무의미한 수준이다(5회 노회찬비전포럼 세미나 토론문, 2024. 8. 29). ↩︎
- 남인순 의원실(2024.10.4.) “국공립 장기요양기관 없는 시군구 153곳… 공공 인프라 확충 절실!”. 보도자료. ↩︎
월간<복지동향> 2025년 01월호(제3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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