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5 2025-01-01   12448

[기획4] 세계의 사회적 실험실 뉴질랜드, 이번에는 웰빙 예산

민기채ㅣ한국교통대학교 사회복지학과 부교수

정부 예산 명칭에 ‘웰빙’의 등장

경제성장을 통해 웰빙이 가능할까? 경제성장이 웰빙으로 직결하지 않는다는 의구심과 문제 제기는 계속되어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대국가들은 예산을 수립함에 있어 그 지향을 경제성장으로 정하여 왔다. 반면 뉴질랜드는 예산을 수립함에 있어 그 지향을 웰빙으로 수정하였다. 바로 ‘뉴질랜드 웰빙 예산’의 탄생이었다.

2018년 12월 13일 뉴질랜드 재무부는 차기 연도 예산안의 목표와 방향을 담은 역사적인 예산정책성명서를 발표하였다. 이 성명서에서 “정부는 웰빙이 정책 결정의 핵심이라고 믿는다. 경제성장은 웰빙에 중요한 기여자이지만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며, 삶에서 가치 있게 여기는 것들을 측정하는 적절한 척도가 아니다”라고 명시한다(New Zealand Government, 2018, p.3). 예산 수립의 절대적 목표가 ‘GDP가 아니라 웰빙’이라는 선언은 현대국가의 공식 예산안에서 최초의 명시였다. 뉴질랜드 정부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국가 예산안을 ‘웰빙 예산’으로 칭하고, 지난 5년간 발표 및 실행해 왔다. 

〈표1〉 뉴질랜드 웰빙 예산안 제목 : 2019년 ~ 2023년

자료: The Treasury of New Zealand(2024). 연도별 주요 예산계획서(New Zealand Government, 2019b, 2020b, 2021b, 2022b, 2023b)를 종합하여 재구성.

좌파 정당의 웰빙 예산은 우파 정당 집권으로 폐기

2023년 1월 집권한 좌파 정당인 노동당 출신의 저신다 아던(Jacinda Ardern) 총리는 급작스럽게 사임을 발표하였다. 새롭게 선출된 크리스 힙킨스(Chris Hipkins) 노동당 대표는 저신다 아던 총리 시절 지속되었던 예산 정책을 계승하여 2023년 5월에도 웰빙 예산을 발표하였다. 

그러나 그해 10월 총선에서 집권한 좌파 정당인 노동당은 우파 정당인 국민당에 졌다. 국민당 당수 출신인 크리스토퍼 럭슨(Christopher Mark Luxon) 총리 주도의 새 정부는 다음 해인 2024년 5월 발표된 예산 명칭에서 ‘웰빙’을 삭제하였다. 2019년 이전으로 회귀한 것이다. 아쉽게도 현재 웰빙 예산은 폐기된 상황이다.

정부 공식 예산안에서 GDP를 정면 비판

뉴질랜드 웰빙 예산 5년, 우리에게 무엇을 남겼을까? 무엇보다도 공식적인 정부 예산안과 예산보고서에 ‘GDP가 아닌 웰빙’을 제시한 것이라 할 수 있다. 뉴질랜드 정부는 예산 실현의 목표가 경제성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고 단호하게 말한다. 뉴질랜드 재무부 장관이자 뉴질랜드 웰빙 예산의 주무 부처 장관이었던 그랜트 로버트손(Hon-Grant Robertson)은 “경제활동의 양은 GDP로 측정되지만, 경제활동의 질은 GDP로 측정되지 않는다”고 하였다(Walters, 2024. 3. 22.). 여기서 경제활동의 질이란 GDP에 가려져 있는 부정적 측면인 불평등과 환경오염 등을 의미한다. 같은 맥락에서 뉴질랜드 정부도 “경제성장은 기회를 창출하는 데 중요하지만, 최근의 역사는 경제성장에만 집중하면 역효과가 있고 불평등과 환경오염과 같은 부정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고 진단하고 있다(New Zealand Government, 2018, p. 3). 나아가 뉴질랜드 정부는 GDP가 당면한 사회적 위험을 해결하기 어렵다고 평가한다. 뉴질랜드는 현재 기후변화, 아동 빈곤, 불평등과 같은 새롭고도 복잡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데, GDP는 그 대안이 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부 공식 예산안에서 GDP가 아닌 웰빙 관점 강조

그 해결을 위한 대안이 바로 웰빙이다. 즉 웰빙 관점이 예산에 반영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달리 말해 정부 예산 목표는 웰빙이 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뉴질랜드 정부는 ‘웰빙’이란 “사람들이 목적, 균형, 의미를 갖고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규정하였으며(New Zealand Government, 2019a, p. 5), ‘웰빙 관점(wellbeing approach)’은 “사람들이 목적, 균형, 의미를 갖는 삶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실현 능력(capabilities)을 갖추도록 하는 것”으로 설명될 수 있다고 하였다(New Zealand Government, 2018, p. 5). 또한 웰빙은 뉴질랜드인의 생활 수준을 개선하기 위한 세대 간 접근법이며, 특히 기후변화, 아동 빈곤, 불평등과 같은 복잡한 문제에 직면하고 있는 현 상황에서, 경제성장을 넘어 사회적, 환경적, 경제적 영향을 함께 고려하지 않는다면 현재와 미래 세대를 위한 최상의 선택을 할 수 없다고 진단하고 있다(New Zealand Government, 2018, p. 3).

웰빙 달성을 위한 생활 수준 프레임워크의 개발 및 개선

그렇다면 웰빙은 어떻게 측정되어야 할까? 웰빙은 단일 차원이 아니며, 웰빙은 현재에만 천착해서는 안 되고, 웰빙은 특정 집단만의 소유물이 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에 다차원적, 현재와 미래 세대 동시 고려, 모든 뉴질랜드인의 통합과 다양성 존중을 위한 프레임워크를 개발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뉴질랜드는 2018년 12월 예산정책성명서 발표 당시부터 ‘생활 수준 프레임워크(Living Standards Framework: LSF)’와 ‘생활 수준 프레임워크 대시보드(Living Standards Framework Dashboard: LSFD)’의 개발 및 개선을 강조해 왔다. 이에 몇 차례 프레임워크와 프레임워크 대시보드를 개선해 왔다. 

[그림 1]은 가장 최근 버전인 2021년 생활 수준 프레임워크이다. 생활 수준 프레임워크는 대분류로서, ‘우리의 개인적 및 집단적 웰빙’, ‘우리의 기관과 거버넌스’, ‘뉴질랜드 아오테아로아의 부’로 2021년에 재구성되었다. 생활 수준 프레임워크의 작동 원리로서 ‘분배, 회복탄력성, 생산성, 지속가능성’을 제시하였고, 3가지 대분류를 관통하는 ‘문화’를 강조하였다. 기존의 인적 자본은 인적 실현 능력(human capability)으로, 자연 자본은 자연환경(natural environment)으로, 사회 자본은 사회통합(social cohesion)으로 변경되었다.

[그림1] 뉴질랜드 재무부의 생활 수준 프레임워크 : 2021년

자료: New Zealand Government(2021b)

생활 수준 프레임워크 대시보드의 웰빙 지표 개발 및 개선

뉴질랜드 정부는 최신 버전(2021년)의 생활 수준 프레임워크와 일치하도록 기존 버전을 업그레이드한 생활 수준 프레임워크 대시보드를 다음의 <표2>와 같이 새롭게 제시하였다. 기존의 웰빙 영역을 재정의하면서, 기존에는 부재했던 지표를 신규로 추가하거나, 기존 지표를 새롭게 정의하고 재명명하거나, 재구성된 프레임워크에 기초하여 기존 영역에서 새로운 영역으로 이동시켰다.

〈표2〉 뉴질랜드 생활 수준 프레임워크 대시보드의 웰빙 지표 : 2021년

자료: New Zealand Government(2021b)

웰빙 예산의 최우선 순위로 환경(정의로운 전환)을 선택

뉴질랜드 정부는 매해 웰빙 예산 목표 수립 시 5가지 우선순위를 제시하여 왔다(2019년에만 6가지). 2019년에는 뉴질랜드인의 웰빙을 위한 예산 목표 1순위로서 ‘정신건강을 심각하게 고려하기’를 채택하였다. 이때 환경은 5순위였다. 이후 2020년부터 2023년까지는 ‘환경(정의로운 전환)’이 예산 목표 1순위가 되었다. 웰빙 예산 목표 1순위로서 2020년부터 2023년까지는 동일한데, 그것은 ‘기후 탄력적, 지속 가능한, 공해 제한적 경제로의 전환 지원’이다. 

〈표3〉 뉴질랜드 웰빙 예산 목표 변화 : 2019년~2022년

자료: New Zealand Government(2018, 2019a, 2020a, 2021a, 2022a, 2023a)를 종합하여 재구성함

뉴질랜드 정부는 예산 배정의 최우선 순위로서 환경에 대한 예산 투입이야말로 웰빙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본 것이다. 정의로운 전환 달성을 위한 주요 지표는 ‘쾌적한 환경’과 ‘자연환경’ 항목에서 찾을 수 있다.

〈표4〉 정의로운 전환 달성을 위한 주요 지표

세계의 사회적 실험실로서 뉴질랜드의 명성

뉴질랜드는 자유주의 복지국가의 유형에 속해있지만, 뉴질랜드만의 독특한 제도 시행과 선구자적 제도 도입으로 19세기에 ‘세계의 사회적 실험실’이라는 평가를 받았다(Nolan, 2007, p. 113). 8시간 노동제 추진(1840년), 원주민 몫의 의석 할당(1857년), 세계 최초 여성 투표권(1893년), 노령 연금(1898년) 도입 등의 진보적 정책을 추진한 바 있다.

21세기 뉴질랜드는 새로운 사회적 실험실이라는 명성을 ‘웰빙 예산’을 통해 이어가고자 하였다. 뉴질랜드 정부의 웰빙 예산 보고서에서 제시된 “GDP는 더 이상 국가의 성공 척도가 될 수 없으며, 웰빙이 그 자리를 대신해야 한다”(New Zealand Government, 2018, p. 3)는 선언만으로도 진보적 사회실험이라고 평가받을 수 있다. 차기 선거에서 노동당이 재집권하여, 보다 진일보된 ‘뉴질랜드 웰빙 예산 플러스(New Zealand Wellbeing Budget +)’의 발표를 기대해 본다.

| 참고 문헌 |

New Zealand Government. (2018). Budget 2019: Budget Policy Statement. New Zealand Government. 

New Zealand Government. (2019a). Budget 2020: Budget Policy Statement. New Zealand Government. 

New Zealand Government. (2019b). Wellbeing Budget 2019: A Secure Future. New Zealand Government. 

New Zealand Government. (2020a). Budget 2021: Budget Policy Statement. New Zealand Government. 

New Zealand Government. (2020b). Wellbeing Budget 2020: Rebuilding Together. New Zealand Government. 

New Zealand Government. (2021a). Budget 2022: Budget Policy Statement. New Zealand Government. 

New Zealand Government. (2021b). Wellbeing Budget 2021: Securing Our Recovery. New Zealand Government. 

New Zealand Government. (2022a). Budget 2023: Budget Policy Statement. New Zealand Government. 

New Zealand Government. (2022b). New Zealand Government. (2022d). Wellbeing Budget 2022: A Secure Future. New Zealand Government. 

New Zealand Government. (2023a). Budget 2024: Budget Policy Statement. New Zealand Government. 

New Zealand Government. (2023b). Wellbeing Budget 2023: Support for Today Building for Tomorrow. New Zealand Government. 

Nolan, M. (2007). The Reality and Myth of New Zealand Egalitarianism: Explaining the Pattern of a Labour Historiography at the Edge Of Empires. Labour History Review, 72(2), 113-134.

The Treasury of New Zealand. (2024). Living Standards Framework Dashboard. New Zealand Government. 

Walters, L. (2024. 3. 22.). The Wellbeing Budget is dead. New Zealand Government.

월간<복지동향> 2025년 01월호(제3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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