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석ㅣ서울여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들어가며: 변화하는 스웨덴
사회복지와 복지국가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스웨덴이라는 국가는 친숙하다. 언론뿐만 아니라 영화나 소설 등 다양한 매체들은 스웨덴을 현대의 대표적인 복지국가로 그리는 데에 크게 이견이 없어 보인다. 그런 이유로 필자와 같이 사회복지와 관련 있는 영역뿐만 아니라 노동, 교육, 불평등, 가족, 이민 등 사회정책이나 사회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이상적인 복지국가’ 스웨덴에 대해 실제로 알고 있는 것보다 더 높은 수준의 ‘내적 친밀감’을 가지는 것으로 보인다.
흔히 ‘복지국가의 교과서’라든지, ‘사민주의 북유럽 복지국가의 맏이’라는 찬사를 받는 스웨덴이라지만 이 나라 역시 복지국가의 황금기를 넘어서 현재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변화와 적응의 과정을 겪어왔다. 당연한 얘기지만 현재 스웨덴 복지국가는 우리가 교과서에서 보던 ‘사민주의 복지국가’의 전형과는 사뭇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지금도 끊임없이 변화 및 조정 중이라고 보는 게 현실적이다.
실제로 최근 스웨덴은 다양한 변화를 경험 중에 있다. 사민주의가 강세를 보여온 스웨덴 정치의 전통을 이어받아 사회민주당이 여전히 의회 내 제1당의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2022년 선거의 결과로 사회민주당은 여전히 제1당임에도 불구하고 사민당 중심의 중도좌파 정부 구성에 실패하기에 이른다. 결국 중도우파연합(보수당-기독민주당-자유당)이 원내 제2당의 지위에 오른 극우성향 스웨덴민주당의 암묵적 지원 아래 전통적인 사민당 중심의 중도좌파 연합정부의 자리를 대체하는 중도우파연합 정부와 내각을 구성하는 데 성공한 바 있다. 사민주의 복지국가의 전형이라 불리는 국가에서 중도우파 연합이 극우성향의 정당과 연합하여 정부를 구성하는 아이러니를 목격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언급한 정치적인 변화 외에도 스웨덴은 다양한 영역에서 변화와 전환을 경험하고 있다. 우선 스웨덴 내에 거주하는 국외 출생자의 규모가 소위 ‘관리’ 가능한 수준까지 내려갔고, 이와 더불어 난민의 숫자도 많이 줄어들었다. 또한 스웨덴의 주요 지역에서 총기 사용 집단 범죄 조직의 세력이 점차 확대되고, 다양한 조직범죄가 이들 범죄 조직에 의해 발생하면서 최근 유럽에서 가장 안전하지 않은 나라라는 오명을 쓰기에 이르렀다.
스웨덴 언론과 일부 우익 정치인들은 이와 같은 범죄 조직과 범죄율의 증가를 전체 인구의 25% 수준에 이르는 외국 출생자, 즉 이민자의 문제로 치환하는 경향을 보여 스웨덴 사회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포용성에 위기가 생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바 있다. 또한 이들 외국 출생자에게 스웨덴 정부 사회복지 지출의 65%가 사용된다는 분석이 나오는 등 외국 출생자들이 스웨덴 사회에 커다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면서 스웨덴 사회에서 이민자의 문제는 더 이상 사민당의 ‘세계의 양심’ 접근만으로는 포용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2022년 총선에서 반이민과 반난민 공약을 전면에 내세운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으로 구분되는 스웨덴민주당이 원내 제2당으로 부상한 것도 이와 같은 사회적 분위기에 힘입은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스웨덴의 변화는 정치적인 영역에 머무르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사실상 중립국적인 지위를 유지해 오던 스웨덴이 최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에 가입하면서 군사 외교 및 안보의 측면에서 새로운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이와 같은 변화의 결과인지 원인인지는 불분명하지만, 스웨덴의 각종 사회지표의 변화 양상은 우호적인 시각으로 스웨덴을 바라보는 사람들에게 의구심을 자아낸다. 지난 2023년 Lancet은 스웨덴의 경제적 불평등이 점차 심화되고 있으며 걱정할 만한 수준에 이르렀다는 기사를 발표한 바 있다. 이 기사를 통해 지난 수 세기 동안 스웨덴의 소득 불평등과 상대적 소득 빈곤율이 OECD의 다른 노르딕 국가들에 비해 더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또한 가난을 줄이기 위한 노력에 대한 헌신도, 경제적 불평등을 줄이려는 노력 등의 측면에서 노르딕 국가들 가운데 가장 나쁜 지위를 차지할 뿐만 아니라 절대적 성적의 측면에서도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고 보고하였다. 실제로 2021년 스웨덴의 지니계수는 0.333으로 1975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그림1).
[그림1] 스웨덴의 지니계수 지표

스웨덴은 총기 사고의 측면에서 가장 안전한 국가에서 근 10년 사이에 가장 위험한 국가로 바뀌었으며, 2000년 이후 총기 사망사고의 위험이 유의미하게 증가한 유럽에서 유일한 국가가 되었다. 또한 2011년부터 노르딕 국가 중에서 빈곤 위험률이 가장 높은 국가가 되었다. 실제로 2020년 현재 노르딕 국가의 빈곤 위험률이 대략 8.8~12.7%인데 반해 스웨덴의 경우 16%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세금으로 운영되는 보편적 공공의료 체계를 갖추고 있는 스웨덴이지만 사회경제적 지위의 열악함과 부정적 건강지표 사이의 연관성이 관측되고 있다. 최근 들어 스웨덴에 영리 의료서비스 제공자의 비중이 늘어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의료 공급자 구조의 변화가 건강 불평등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또한, 이와 같은 건강 지표상의 문제들은 평균 이하의 고용 상태와 연관 있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데, 국내 출생과 국외 출생 여부에 따른 실업률 격차(국내 6.8%; 국외 19.4%)가 OECD 평균(국내 6.5%; 국외 9.1%)보다 심각한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스웨덴의 이민자 유입 규모나 속도가 다른 국가들과 비교했을 때 상당한 편차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실업률에 있어 이와 같은 격차는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보인다.
변화에 대한 스웨덴의 대응, “더 풍요롭고 안전한 스웨덴”
이와 같은 변화와 위기 상황을 스웨덴 정부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보수 연정의 총리인 울프 크리스테르손(Ulf Kristersson)이 지난 9월 스웨덴 의회에서의 국정연설에서 스웨덴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위기의 내용과 심각성과 그에 대한 국정 대응 방안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더 풍요롭고 안전한 스웨덴(A more prosperous and safer Sweden)”이라는 제목의 이 국정연설은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과 총격 및 폭발 사고, 에너지 위기와 안보 정책의 위기 등을 넘어서기 위한 정책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이 연설에서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더 안전한 스웨덴을 위한 정책들이다. 스웨덴에서 발생하고 있는 조직범죄에 아동들이 어렸을 때부터 유인되고 있음에 주목하여 범죄에 연루된 아동과 청소년에 대한 조기 대응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같은 조기 대응에는 15~17세 범죄 아동에 대한 특별 수용시설의 설치 등 처벌을 강화하는 조치도 있지만, 학교, 스포츠와 클럽 활동 등이 아동의 삶에 미치는 중요한 영향력에도 주목하고 있다다. 특히 이 모든 것이 가족과 부모의 책임 아래 이루어져야 함을 강조하며, 양육, 가족 센터와 가정 방문 프로그램 등을 통해 더욱 안전한 아동기를 보낼 수 있도록 보장할 책무가 최종적으로 사회에 있음을 확인하고 있다.
조직범죄뿐만 아니라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력 범죄에 대한 대응도 강조하고 있다. 스웨덴 정부는 여성 대상 남성의 폭력과 파트너 대상 폭력, 그리고 ‘명예 폭력(honour-based violence)’을 일소하기 위한 정책으로 132개에 이르는 정책 프로그램을 제안하였다.
둘째, 이민과 관련한 정책들이다. 스웨덴 정부는 지금까지의 이민정책이 허술했으며 지속가능하지 않았고, 충분히 포용적이지 않았다고 규정하며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난민을 포함한 이민을 적절하게 규제하고 관리하기 위한 노력은 이미 진행되고 있으며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평가하고 있다(그림2). 실제로 2023년 스웨덴의 이민 입국자는 94,514명으로 코로나 팬데믹 시기였던 2020년과 2021년을 제외하고 2005년 이래 가장 작은 규모였다. 이와 같이 이민자 규모가 줄어들면서 스웨덴은 이민 정책의 초점을 성공적인 포용에 두고 있다. 특히 이민자 가정의 아동이 유치원에서부터 스웨덴 언어를 배울 수 있는 프로그램에 의무적으로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이들이 부족한 언어 능력으로 인해 사회적으로 배제되는 것을 예방하도록 하고 있다.
[그림2] 스웨덴 이민 추이: 1970년~2022년 실태와 2023년~2070년 추정치

셋째, 복지와 관련한 내용이다. 스웨덴 총리는 보수 연정의 대표라는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고려하여 재정적으로 어려운 시기에도 현 연정에 참여하는 정당들은 모두 스웨덴의 복지제도를 지지하고 있다는 것과 스웨덴 복지제도가 믿을만 해야 함을 우선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또한, 원칙적으로 이와 같은 복지제도의 유지와 운영에는 국가자원을 넘어서는 참여와 기여가 요구됨을 동시에 강조한다. 즉, 일할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경제활동에 참여할 것을 강조하고, 특히 복지제도에 대한 어떤 형태의 남용과 오용에 대해서도 무관용(zero tolerance)의 원칙을 적용해야 함을 강조한다.
또한 병원 이용과 관련해서도 고질적인 긴 대기 줄(waiting line)의 문제를 완화하기 위해 국가 차원의 의료 연계 센터를 운영하기로 했다. 이와 같이 기존 광역 정부가 책임져오던 의료 분야에서 중앙정부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을 고려하고 있다. 이외에도 아동의 경부암을 퇴치하기 위한 국가 차원의 캠페인을 시작하였으며 노인의 치과 진료 관련 고비용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도 마련하였다. 나이 들기에 안전하고 보호받는 스웨덴을 만들기 위해 노인 요양 및 장애인 일상생활 지원 관련 인력 양성에 수십억 크로나 규모의 투자를 할 것을 약속하고 있다.
이외에도 사람들이 비자발적으로 외로움을 겪는 현상을 예방하기 위한 국가 전략을 2025년까지 수립할 것을 약속하고 있다. 또한 13~16세 아동들이 하루 6.5시간 동안 스크린 타임을 보내고 있는 현상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한 편에서는 전화기 없는(phone-free) 학교를 위한 제안을 정부가 준비하고 있으며, 다른 한 편으로는 레져타임 카드(Fritidskortet)를 내년에 도입하여 아동들이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장려할 계획임을 밝히고 있다.
개정 사회서비스법 2025, 스웨덴의 새로운 변화
앞서 언급한 스웨덴의 변화와 이에 대한 스웨덴 정부의 정책적 대응 이외에 스웨덴 사회복지와 관련하여 다양한 변화의 노력도 감지된다. 특히 스웨덴 돌봄 등 사회서비스 제도를 규정하는 기본법적인 성격을 갖는 사회서비스법(Socialtjänstlag)이 전면 개정되어 2025년 7월에 시행될 예정이다. 이번 개정안은 사회서비스의 예방적 접근의 중요성과 접근성을 강화하며, 특히 지식 기반(knowledge-based) 성격을 강화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스웨덴 사회복지청(Socialstyrelsen)에 따르면 2025년 사회서비스법 개정안은 스웨덴의 사회서비스가 전보다 더 선제적으로 작동함으로써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혹은 심각해지기 전에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예방적 접근을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사회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주민의 입장에서 최선의 방안을 제시하기 위해 알려진 최선의 과학적 근거를 활용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사회서비스법은 기본법적인 성격을 가지고 전반적인 규칙과 기본 원칙들에 관해서만 규정하고 있으며, 지역의 조건과 환경에 따라 이와 같은 규칙과 기본 원칙을 구현하는 것은 전적으로 기초 정부(kommun)의 책임 아래 수행되는 점은 이전과 동일하다.
맺으며
지금까지 사민주의 복지국가의 교과서로 불리는 스웨덴의 최근 변화와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에 대해 개략적으로 살펴보았다. 스웨덴 변화의 배경과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을 이해하기에는 조사와 분석이 충분하지 않은 관계로 이 글은 개략적인 소개의 수준에 머물고 있음을 강조하며, 이 점을 독자들이 감안할 것을 당부한다. 특히 스웨덴 총리의 국정연설은 다양한 제안을 담고 있으나 구체적인 실행 계획들이 포함되지 않아 분석과 이해에 한계가 존재한다. 이런 관계로, 스웨덴 보수 연정의 정책 제안들이 어떻게 구현될 것인지, 여기에 소개된 정책 제안들이 스웨덴의 변화에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이 글에서 소개하고 있는 스웨덴의 개정 사회서비스법 2025의 경우 사회서비스 정책 운영 전반에 걸쳐 새로운 방향성과 접근법을 제시하고 있어 사회 정책적 측면에서 주목할 만한 사안으로 보인다. 스웨덴 정부는 올해 말과 내년에 걸쳐 법안을 만들어 의회에 제안하는 과정을 거칠 것으로 예고하고 있어 이 또한 눈여겨볼 만한 사안이다. 특히 개정 사회서비스법과 복지 정책 운용 계획에서 강조하고 있는 주요 개념들, 즉 지식기반, 복지 제도 남용과 오용에 대한 무관용 원칙과 같은 개념과 용어들이 신자유주의와 긴축의 시대에 활용되던 개념과 연결된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월간<복지동향> 2025년 01월호(제315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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