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5 2025-06-01   10523

[기획4] 기술 발전에 따른 건강보험 대응 전략

배은영 | 경상국립대 약학대학 교수

의료기술의 발전과 초고가 약의 딜레마

최근 10년 사이 의료기술은 급속도로 발전하였다. 디지털 기술의 활용은 단순한 건강 상태 모니터링을 넘어 치료 영역까지 확장되었다. 의약품 분야에서는 코로나19 팬데믹을 통해 주목받은 mRNA 백신을 비롯하여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등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혁신적 바이오 의약품이 시장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의료분야의 혁신은 환자에게는 희망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마땅한 치료제가 없어 고통받았던 환자들은 새로운 치료제의 등장에 다시금 희망을 걸어본다. 그러나 이 희망에는 값비싼 청구서가 함께 따라왔다. 급성림프구성 백혈병에 사용하는 CART-T 치료제 ‘킴리아’가 외신을 통해 처음 소개되었을 때,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약의 효과뿐 아니라 천문학적 수준의 가격이었다. 이전까지는 천만 원을 넘는 약이면 고가 약이라고 생각했는데, ‘킴리아’의 가격은 무려 5억 원이었다.1 물론 ‘킴리아’는 원샷 치료제, 즉 한 번 투여로 치료가 완결된다는 점에서, 매년 반복 투여해야 하는 다른 치료법과 다르긴 하지만, 5억 원은 개인이 감당하기에 너무 비싼 가격이었다.

‘킴리아’만이 아니다. 척수성 근위축증에 사용하는 유전자치료제인 ‘졸겐스마’는 가격이 무려 20억 원에 달했다. 이에 이들 초고가 약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로 대두되었다. 참고로 이들 초고가 약은 현재 우리나라 건강보험 급여 목록에 등재되어 있다. ‘킴리아’와 ‘졸겐스마’는 2022년에 등재되었으며 다른 초고가 약도 연달아 등재되고 있다. 그리고 앞으로 더 비싼 초고가 약의 등장도 예고되어 있다.2

초고가 약들의 잇따른 등장은 한편에서는 완치의 희망을 안겨주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건강보험의 재정 안정성을 위협하는 위험으로 여겨진다. 이에 효과 있는 치료법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하면서도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 가능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응체계 마련이 건강보험의 중요한 과제로 부각되었다. 다음에서는 의료분야 기술, 그중에서도 의약품에 국한하여 건강보험이 기술 발전에 적절히 대응하는 방안을 논하고자 한다.

급여결정 절차와 기준

건강보험에서는 의료기술의 유형(행위, 치료 재료, 약제)에 따라 이를 평가할 기구를 따로 두고 급여 결정을 한다. 의약품의 경우, 2007년부터 선별등재제도를 도입하여 운영하고 있다. 이 제도는 보험자의 구매력 강화와 약가 거품 제거의 필요성에 따라 도입되었으며, 약의 치료적 가치와 경제적 가치를 평가하여, 가치가 인정되는 약만을 건강보험에서 급여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신약을 건강보험 약제급여목록에 등재하려면 먼저 해당 제약사가 약의 효과와 비용-효과성을 뒷받침하는 자료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해야 한다([그림 1] 참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는 제출한 자료를 검토한 후 해당 제품의 상대적 효과와 비용-효과성을 평가하고, 이를 토대로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급여 적정성을 심의한다.

중증도가 높은 질환에 사용되면서 대체 치료제가 많지 않은 약의 경우, 비용-효과성 판단 기준을 완화하여 적용한다. 예를 들어 일반적인 치료법은 생존 기간을 1년 연장하는데 들어가는 비용이 2천5백만 원을 넘으면 비용-효과적이지 않다고 판단하나, 남은 생존 기간이 2년 미만일 정도로 중증도가 높은 질환에 사용하고 대체 치료법이 많지 않은 약의 경우, 이 기준을 초과해도 급여 적정성을 인정할 수 있다.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은 약은 제약사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직접 가격 협상을 진행한 후 급여 목록에 등재된다.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지 못한 약이나 가격 협상에 실패한 약은 비급여로 사용할 수 있다.

접근성 강화를 위한 조치

선별등재제도 도입 이후 비용-효과성을 이유로 비급여 판정을 받은 신약들이 등장하면서 신약에 대한 접근성 악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효과에 대한 기대가 큰 약일수록 등재 불발에 대한 실망도 컸다. 이에 신약 접근성 강화와 선별등재의 원칙 사이에서 절충안으로 위험분담제와 경제성평가자료제출생략가능(이하 경평생략) 트랙 등이 도입되었다.

위험분담안은 제약사가 제안할 수 있으며, 가장 자주 제안되는 유형은 표시 가격(급여목록표에서 확인할 수 있는 상한 가격)과 실제 가격을 분리하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특정 약에 대해 제약사가 원하는 가격은 1만 원인데 비용-효과성을 인정받기 위해 가격이 7천 원 이하가 되어야 한다면, 목록표에 등재되는 가격(표시 가격)을 1만 원으로 하는 대신 표시 가격과 비용-효과적인 가격의 차이인 3천 원을 제약사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환급하는 방식이다. 또 다른 유형은 총액관리형으로, 해당 약에 대한 연간 지출 총액을 정하고 총액보다 더 많이 사용하면 제약사가 초과분의 전부 또는 일부를 건강보험공단에 환급하도록 하는 계약 방식이다. 제약사가 표시 가격을 높은 수준에서 고수하는 주요 이유 중 하나는 다른 국가로 낮은 가격이 전파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표시 가격만 보장해 준다면 실제 가격은 더 낮출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타협의 결과이다. 이는 가격 결정의 투명성은 낮아지지만, 신약에 대한 접근성 향상과 비용-효과성의 동시 확보라는 실질적인 이점을 추구한 것이다.

경평생략 트랙은 환자 수가 매우 적으면서도 중증도가 높은 질환 중, 임상시험의 한계로 효과나 안전성에 관한 근거의 불확실성이 큰 약에 대해 참조 국가(8개국)의 가격보다 낮기만 하면 경제성평가자료 제출을 생략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이다. 처음에는 예외적인 경로로 도입되었으나, 최근에는 비용-효과성을 입증하여야 하는 항암제 대부분이 경평생략 트랙으로 진입하고 있어 고가 약의 주요 진입 통로가 되고 있다. 경평생략 트랙으로 진입한 약의 경우, 효과에 관한 근거의 불확실성이 큼에도 불구하고 이에 대한 대책이 없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외국 가격과 비교한다고 하지만, 신약의 경우 외국에서도 이면 계약으로 진입하는 경우가 많아 해당 약의 실제 외국 가격을 알 수 없다는 문제점도 존재한다.

고가 신약의 등재를 둘러싼 이슈

  • 효과를 둘러싼 불확실성

값비싼 신약에 대해 우리가 갖는 기대는 기존 약보다 효과가 월등히 개선되었을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신약이라고 해서 모두 더 나은 치료 효과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Brinkhuis et al. 2024a). 1990년에서 2015년 사이 유럽에서 허가된 항암 신약의 효과 개선 정도를 평가한 결과, 41%가 효과가 없거나 효과 확인이 어려웠으며, 23%는 효과 개선 정도가 미미했다(Brinkhuis et al. 2024b). 특히 접근성 보장 차원에서 신속심사를 거쳐 조건부로 허가받은 약들이 일반 트랙으로 허가받은 약들보다 효과 개선이 없거나 효과 개선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약의 비율이 더 높았다.

또 다른 연구(DiStefano et al. 2021)에서는 미국에서 판매되는 초고가 약3을 대상으로 기존 약과 비교 평가4했는데, 평가 가능한 약 중 약 75%가 추가적인 치료적 이익이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서는 경평생략 트랙으로 진입한 신약에 대해 다른 나라 의료기술평가기구의 평가를 분석한 바 있는데, 이들 의약품의 62%, 73%, 45%가 각각 프랑스, 독일, 캐나다에서 기존 치료법보다 효과가 개선되지 않았거나 개선 정도가 미미하다고 평가되었다(배은영 등, 2024).

또 하나 고려해야 할 점은 새로운 기술들은 대체로 불확실성이 크다는 사실이다. 특히 최근 등장한 의료기술 중에는 작용 원리 자체가 기존 기술과 다르지만, 장기 관찰 결과가 없어 장기적 효과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경우가 있다. 또한, 환자 수가 적어 임상시험을 통해 수집된 효과와 안전성 정보의 불확실성이 큰 경우도 있다.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해당 치료법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익이 더 크다고 판단하여서 급여하기로 결정했더라도, 등재 당시 기대했던 효과가 실제로 나타나는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 재정 영향

고가 약이 전체 약품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고 있어 장기적으로 건강보험 재정 안정성에 대한 우려를 낳고 있다. <표 1>은 환자 1인당 연간 약제비가 1천만 원이 넘는 약을 고가 약으로 정의했을 때, 고가 약의 비중이 매년 증가함을 보여준다.

고가 약은 재정 영향이 크지만, 대부분 의료적 필요가 높은 질환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비용-효과성만을 근거로 급여 여부를 결정하기 어렵다. 최근 진입한 고가 약은 면역항암제를 제외하면 대부분 중증질환을 대상으로 하고 있고, 환자 수도 적은 편이다. 암 자체는 희귀질환이 아니지만, 약을 사용할 수 있는 유전적 특성 등을 제한함으로써 희귀의약품으로 인정받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이들 약의 급여에는 효과나 재정 영향뿐 아니라 치료 기회의 문제까지 고려된다.

고가 약이 건강보험 재정에 미치는 영향은 고가 C형 간염 치료제의 도입으로 공론화되었다. 많은 나라가 이전에는 신약 급여 결정 시 효과나 비용-효과에 대한 평가를 주로 했다면, 최근에는 고가 약 도입에 따른 재정 영향도 추가로 고려하고 있으며, 비밀 가격 협상이나 지출액 증가에 따른 가격 조정 등으로 재정 영향에 대응하고 있다.

  • 우선순위 설정

건강보험에서 신약의 급여 여부를 결정할 때는 치료 효과와 비용-효과성뿐 아니라 질병의 중증도, 희귀성, 대체 치료법의 존재 여부를 고려한다. 고가 약들은 대부분 중증도가 높은 질환에 사용하고, 대체할 만한 치료법이 많지 않으며, 환자 수가 적다는 이유로, 완화된 비용-효과성 판단 기준을 적용받았다.

그러나 중증도를 무엇으로 평가할 것인지는 여러 국가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남은 생존 기간이 짧은 질환을 의료적 필요가 큰 질환으로 보나, 남은 생존 기간이 아니라 해당 질병으로 인한 수명 단축 정도가 얼마나 큰지를 기준으로 의료적 필요를 판단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환자 수와 관련해서도 중증도가 같고 대체 가능한 치료법의 수도 비슷한데, 단지 환자 수가 적은 질환이라는 이유만으로 다른 기준을 적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 급여 결정에서 고려되는 가치 판단 요소들의 적절성과 사회 구성원들의 가치가 제대로 반영되었는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두 마리 토끼 잡기: 의료 접근성과 재정 안정성의 균형

보편적 건강보장의 가치는 무엇인가? 김창엽(2018)에 의하면 건강보장제도는 “최소한의 경제적 부담으로 보건의료에 대한 접근성을 보장하려는 사회적 제도로, 일차적 기능은 건강위험과 이에 따르는 경제적 위험으로부터 구성원을 보호하는 것”이다. 건강보험이 가격할인이 아닌 위험으로부터 건강을 보장하는 제도라면, 생명과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사람은 소득수준이나 사회적 조건과 관계없이 이를 받을 기회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건강보험 재정이 어떤 식으로든 제약되어 있다는 점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은 신기술의 진입으로 의료비가 크게 증가한다면 이를 해결할 방법은 두 가지 중 하나일 것이다. 건강보험료를 올리거나 정부 재정 부담분을 늘려서 건강보험 수입을 대폭 증가시키는 방법이 그중 하나일 것이고, 다른 하나는 기존에 제공하던 의료서비스 중 일부를 중단 혹은 축소하는 것이다. 두 번째 방법을 선택한다면, 어느 서비스를 축소할지에 대한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건강보험 수입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면 모를까(이 역시 증액 규모에 한계가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급여의 우선순위 설정은 불가피하다.

다음은 혁신 기술의 조기 진입과 적정 가격 산정이라는 상반된 요구 사이에서 건강보험이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몇 가지 제언이다.

첫째, 제한된 정보에 근거하여 급여 결정을 했다면, 등재 당시 기대했던 효과가 실제로 나타나는지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 그리고 모니터링 결과를 바탕으로 가격을 포함한 급여 조건을 조정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이 원활하게 진행되려면 등재 당시의 평가가 중요하다. 현 단계에서 불확실한 정보는 무엇이며, 이 정보가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정보인지, 정보의 불확실성은 해소될 수 있는지 등을 판단해야 한다. 추가 정보 수집을 결정했다면, 어떤 정보의 수집이 필요한지, 정보를 수집하고 평가하는 계획은 타당한지, 평가 결과에 따라 초기 결정은 어떻게 조정될 것인지를 사전에 명확히 합의해야 한다. 그렇게 되었을 때 모니터링 결과에 따라 가격 등 급여 조건의 조정이 가능할 것이다. 모니터링은 효과나 안전성뿐 아니라 대체 치료제의 진입 양상이나 외국 가격 등도 포함할 수 있다. 이러한 평가-모니터링-환류 시스템은 고가 신기술뿐 아니라 현재 급여되고 있는 모든 의료기술의 적정 사용 차원에서도 필요하다.

둘째, 고가 약 진입으로 인한 재정 영향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형태의 협상 전략이 필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고가 약의 재정 부담 이슈를 제기했던 C형 간염 치료제의 경우, 많은 국가가 다양한 혁신적 협상 전략을 구사한 바 있다. 일단 급여가 된 후에는 대체 가능한 후속 약의 진입이나 사용량의 증가 양상을 고려하여 가격을 지속적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사용량-약가 연동 협상을 통해 사용량이 늘어나면 가격을 인하하고 있으나, 최대 인하율을 15%로5 제한하고 있어, 제도 효과가 제한적이다. 외국의 사례를 보면 재정 영향이 일정 규모 이상일 때 특별 관리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재정 영향이 큰 약에 대해 재정지출 추이와 관리계획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하는 등 적극적 관리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고가이지만 환자 치료에 필수적인 약제에 대해서는 접근성을 강화하기 위한 노력도 필요하다. 우리나라의 경우 최종 급여율(급여인정/급여결정신청) 자체는 낮지 않지만, 많은 환자와 의료인들이 신약 등재 속도가 느리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일부 약에 적용하고 있지만, 허가와 평가, 협상의 과정을 연계하여 등재 소요 시간을 단축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등재 기간을 단축하기 위해 ‘일단 등재 후 나중에 평가’하자는 주장은 동의하기 어렵다. 초기 평가 없이는 사후 평가에 근거한 가격이나 다른 급여 조건의 조정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일각에서 말하는 별도 기금을 도입한다고 하더라도 마찬가지로 적용되는 내용이다. 제약사들은 ‘코리아 패싱’문제를 제기한다. 한국의 가격이 낮아, 이 가격이 중국 등 큰 시장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다국적 제약기업들이 한국 시장을 무시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영국의 경우 약가가 높지 않음에도 영국 시장이 패싱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영국의 평가 결과가 전 세계적으로 활용되고 있어, 원하는 가격을 받지 못한다고 영국 시장을 무시하기는 어렵다. 그렇다면 한국에서 평가받지 않았거나 부정적 평가를 받은 약은 다른 시장에 진출할 때 불리할 수 있도록 평가 결과를 적극적으로 공개하여 협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지는 않을까 생각해 본다.

넷째, 급여 우선순위 설정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필요하다. 물론 이는 쉽지 않은 결정이다. 의료적 필요가 있어도 해당 약이나 의료기기가 급여가 되지 않아 이용할 수 없다면, 누구나 이를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다. 따라서 우선순위 설정의 필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우선순위 설정이 필요하다는 것이 인정되면, 다음으로 우선순위 기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물론 기준이 있다고 해서 현실의 개별 사안에 관한 판단이 항상 명료한 것은 아니다. 어떤 기준을 우선할지에 대한 판단이 다를 수 있고, 배경 정보 없이 기계적으로 기준을 적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별 의사결정 과정에서는 투명한 기준과 함께 숙고의 과정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 숙고의 과정은 공개되고, 평범한 사회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가진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사용할지의 결정은 전문가가 아닌 평범한 시민들의 몫일 수 있다.

간혹 신약이나 신의료기술의 건강보험 적용 과정에서 보장성이나 재정 안정성 같은 목표가 아닌 산업 육성 논리가 개입하기도 한다. 기업들이 혁신 노력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받아야 적극적 투자에 나설 것이고, 국내 제약산업의 발전은 장기적으로 건강보험에도 도움이 된다는 논리이다. 그러나 연구개발에 대한 장려책으로 무엇이 효과적인지에 대한 논의는 별개로 하더라도, 건강보험의 목적에 비추어 볼 때 산업 육성을 위해 건강보험의 급여 결정이 달라지는 것이 타당한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가입자들이 보험료를 납부하며 기대하는 것은 건강보장이지 산업 육성이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 미주 |

  1. 현재 우리나라 건강보험에 등재된 가격은 ‘킴리아’의 가격은 3억 6천만 원이다. ↩︎
  2. 2024년에 약값만 47억 원인 혈우병 치료제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시판 허가를 받았다. ↩︎
  3. 이 연구에서는 미국의 1인당 GDP 수준을 넘는 약을 초고가 약으로 정의하였다. ↩︎
  4. 프랑스, 독일, 캐나다의 의료기술평가기구에서 평가한 결과를 토대로 치료적 이익을 확인하였다. ↩︎
  5. 얼마 전까지만 해도 최대 가격 인하율을 10%로 제한하였다. ↩︎

| 참고문헌 |

· Brinkhuis F, Goettsch WG, Mantel-Teeuwisse AK, Bloem LT, “High cost oncologydrugs without proof of added benefit are burdening health systems”, BMJ 2024;384:q511, https://doi.org/10.1136/bmj.q511.

· Brinkhuis F, Goettsch WG, Mantel-Teeuwisse AK, Bloem LT, “Added benefit and revenues of oncology drugs approved by the European Medicines Agency between 1995 and 2020: retrospective cohort study”, BMJ 2024;384:e077391, https://dx.doi.org/10.1136/bmj-2023-077391.

· DiStefano MJ, Kang S-Y, Yehia F, Morales C, Anderson GF, “Assessing the added therapeutic benefit of ultra-expensive drugs”, Value Health 2021;24(3):397-403.

· 배은영, 차소희, 임화령, 이혜재, 홍지형, “경제성평가자료제출생략 트랙으로 진입한 약제에 대한 외국의 치료적 이익 평가 결과 비교”, 약학회지 2024;68(1):62-70.

· 이혜재, 홍지형, 배은영, “고가 의약품 건강보험 급여 현황 분석”, 약학회지 2020;67(6):1-10.

· 김창엽, 『건강보장의 이론(개정판)』, 파주:한울, 2018.

월간 <복지동향> 2025년 6월호(제3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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