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5 2025-07-01   16035

[복지칼럼] 우리 사회의 ‘진짜 성장’

김윤민 | 국립창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조기 대선이 끝났다. 그리고 정권 교체가 이루어졌다. 민주주의 위기와 정치적 혼란을 종식하고 광장의 시민들이 열망한 변화를 위한 사회적 노력과 결단이 더욱 중요한 시간이 왔다. 이에 시민사회단체와 학계에서는 새 정부에 바라는 정책 방향을 제안하며 사회구성원의 안전한 삶을 보장할 수 있는 사회로의 진입을 기대하고 있다. 기대를 실현하기 위해서 산재한 과업들 중 무엇부터 해야 할까? 아마도 긴 시간 우리 사회를 지배해 온 ‘성장’ 중심적 사고의 전환을 강조할 수 있을 것이다.

‘성장’은 전 세계 자본주의 사회 발전의 척도가 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다수의 사회이론도 성장 도그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경제학자 프레드 룩스는 이론적 측면에서 ‘경제의 물질적 생산이라는 양적 성장’, ‘GDP로 측정되는 경제 성장’, ‘복지와 삶의 질 성장’의 세 가지로 성장을 구분하였다(Luks, 2011). 이 중, 한 국가의 경제규모를 가늠하는 척도인 GDP는 1970년대 초 G7과 1990년대 G20이 결성되며 정치적 성공을 판단하는 지표가 되었다. 하나의 수치가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정책 지표로 확장되며 그 영향력이 더욱 공고해진 것이다. 다만 GDP는 사회 불평등과 무급 노동의 기여도, 공적 토론의 지성 등 우리 삶에서 중요한 많은 측면은 포착하지 못한다(Jackson, 2021). 로버트 케네디 또한 1968년 캔자스 주립대학 연설에서 GDP 한 가지 수치로는 우리가 지닌 기지, 용기, 지혜, 배움, 자비심, 조국에 쏟는 헌신을 측정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지적하며 GDP는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것들만 빼고 모든 것을 손쉽게 측정한다고 결론지었다(Newfield, 1969). 노벨상을 수상한 경제학자 스티글리츠는 우리가 잘못된 것을 측정한다면 행동도 잘못되고 말 것이라고 주장하며, 만사가 순탄치 않은데도 우리가 사용하는 측정방식으로 순탄한 듯 나타난다면 우리는 자만에 빠지고 말 것이라고 문제 제기하였다(Stiglitz, 2019). 성장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중요한 가치를 간과하는 어리석음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여전히 ‘성장’이라는 언어에 얽매여 있다. 더욱 정확하게 표현하면 양적 성장과 경제 성장에 집중하고, 복지와 삶의 질 성장에는 피상적으로 접근하고 있다.

물론, 경제 성장이 우리에게 풍요를 선사하고 다채로운 과실을 안겨주는 것은 사실이다. 다만 경제활동의 대규모 확장에 따른 금융 취약성, 불평등 확장, 생태 파괴 비롯한 다양한 위기는 경제 영역을 넘어 생산과 삶의 방식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근본적인 위기로 진화하고 있다. 이에 더해 지속적인 저성장과 기후위기의 심화는 성장사회에 대한 문제 제기를 구체화하였고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는 포스트 성장사회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사회적 합의를 추동하였다.

실제로 양적 성장과 경제 성장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복지와 삶의 질을 간과한 결과가 사회구성원의 삶을 위협하는 비극은 우리 사회 곳곳에서 목도되고 있다. 송파 세 모녀 이후 ‘빈곤으로 인한 사회적 타살’을 막기 위한 복지 3법이 제·개정되었으나, 최근 익산 모녀 사망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이 빈곤으로 인한 사망은 현재 진행형이다. 2018년 12월 태안화력발전소에서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목숨을 잃은 故 김용균 씨, SPC 계열사 제빵공장에서 기계에 끼임 사고로 사망한 노동자들, 화학물질 제조업체에서 하청업체 소속으로 일한 A(52세) 씨의 질식사, B(69세) 씨의 추락사 등 경제 성장에 집중하는 과정에서 빈곤한 이들의 지난한 삶과 노동자들의 위험한 노동환경 개선 노력을 소홀히 한 결과는 ‘비극의 반복’으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이 모든 비극은 위기 상황이 개인의 노력으로 극복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로 고착화되는 현실을 보여준다. 이와 동시에 긴 시간 피상적으로 접근해왔던 ‘복지와 삶의 질 성장’으로의 접근이 필요함을 방증한다.

그렇다면 이를 새 정부에 기대해도 될까? 이재명 정부는 ‘대한민국 진짜 성장’을 제안했다. 여전히 성장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지 못한 듯 보여 우려되는 부분이 분명히 있다. 다만 현 정부가 언급한 ‘진짜 성장’이 무엇인지에 따라서 변화에 대한 희망을 품어본다. 이는 성장 기반으로 제안한 ‘기본이 튼튼한 사회안전망’의 조속한 추진 여부에 달려있을 것이다. 최후의 사회안전망인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부양의무자 기준 완전 폐지, 기준중위소득의 현실화, 급여의 보장성 강화, 의료급여 정률제 개악 폐지로 ‘진짜 성장’을 위한 새 정부의 의지를 명확하게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복지와 사회구성원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은 궁극적으로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성 제고와 직결되므로 그동안 분절적이고 파편적으로 접근해왔던 방식의 한계를 넘어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숫자로 보이는 지표 이면에 존재하는 사회구성원의 삶을 ‘제대로’ 포착하기 위한 새 정부의 적극적인 시도와 구체적인 노력이 중요하다. 경제 성장이라는 동화 탓에 사회의 진보관은 왜곡되었고 인간의 조건을 보다 깊이 있게 사유하지 못하게 된 현실(Jackson, 2021)을 극복하고 우리 사회의 ‘진짜 성장’이 실현되기를 기대한다.

월간<복지동향> 2025년 07월호(제3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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