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25 2025-07-01   16552

[복지톡] 청년기를 살아가는 시민들과 함께 합니다

변금선 | 서울연구원 연구위원, 청년정책연구단장

인터뷰 및 정리 | 이민아, 전은경 참여연대 사회복지위원회 활동가

우리나라의 청년기본법상 청년은 19세 이상 34세 이하인 사람을 말한다. 법이나 정책마다 청년의 기준이 다르긴 하지만 청년의 시기는 가정과 사회로부터 보호를 받다가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고, 수많은 도전의 꿈을 꾸고, 무엇인가 해낼 수 있다는 희망에 부풀어 있을 때이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다르다. 청년들이 마주하는 문제는 다양하고 복잡해지고 있지만 프로그램 성격이 강한 청년정책은 생애 과정을 종합적이고 안정적으로 다루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청년들이 겪는 취업의 어려움, 경제적 곤란, 심리적 고립과 불안, 불평등의 문제를 고민하고, 청년세대를 위한 사회안전망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활동가들과 연구자들이 소중하다. 그들 중 청년세대의 불안과 행복에 진심으로 공감하고, 더 나은 복지 환경을 만들기 위해 누구보다 애쓰고 있는 서울연구원 변금선 연구위원을 만나 보았다.

변금선 서울연구원 연구위원, 청년정책연구단장

안녕하세요.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사회복지를 전공했고, 서울연구원의 포용도시연구실에서 복지연구, 청년연구를 하고 있는 변금선입니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게 된 이유가 궁금합니다.

제가 대학 수시 모집 1기예요. 처음 실시하는 대학 수시 모집에 자기소개서를 써야 하는데 1기라 주변에 누구도 자기소개서를 써본 적이 없는 거예요. 진로에 대한 고민도 많았고, 자기소개서를 쓰면서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살 것인가, 앞으로 무슨 일을 해야 할 것인가’ 등에 관해 생각을 많이 했던 거 같아요. 이런저런 고민을 품고 동네 서점에 자주 갔어요. 어느 날 서점에서 다양한 전공 관련 개론서를 보다가 사회복지개론서가 눈에 들어오더라고요. 그 책 서문에 ‘사회복지학이란 인간의 기본적인 권리를 옹호하고 인간다운 삶을 살기 위해서 인간을 고민하고 인간을 사랑하는 영역이다’라는 의미의 글이 있었고, 이 구절을 읽고 사회복지학은 공부를 해볼 만한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등학교에서 청소년적십자봉사단(RCY) 활동을 하고 있었고, 그런 봉사활동 경험이랑 맞물려 자연스럽게 사회복지학과를 가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거 같아요.

그 전에 신문방송학과에 들어가서 기자가 되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그래서 이 두 가지 마음을 담아 수시모집 자기소개서에 원래 꿈은 기자가 되고 싶었다, 사회복지학과를 가서 사회복지 공부를 하고 기자가 돼서 목소리 내기 어려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기사로 쓰고 싶다, 이런 스토리로 자기소개서를 썼던 거 같아요. 대학 입학 후 사회복지, 정치학, 행정학, 사회학 등 여러 개론 수업을 들었는데 결국 사회복지학이 제 생각이나 삶의 방향과 잘 맞는 거 같아 선택했어요.


과거 참여연대 활동가로 일한 경험이 있으신 데 참여연대와는 언제, 어떤 계기로 함께 하게 되셨나요?

제가 1999학년도에 대학을 입학했어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하 기초법)이 제정된 해이죠. IMF 이후라 사회보장 제도를 완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고, 복지국가의 틀을 형성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높았어요. 그러다 보니 임상중심인 사회복지학과에서도 사회복지정책에 대한 관심이 커졌죠. 빈곤론,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관련 복지정책 수업을 들으면서 빈곤이나 불평등에 관한 공부를 더 해보고 싶었고, 가능하면 복지국가 연구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대학원에 진학했어요.

대학원 석사 과정 수업 중 빈곤 관련 전공을 하신 교수님이 연구만 하지 말고, 빈곤 현장에 한 달에 한 번이라도 직접 나가 보고 그 내용을 보고서로 써서 제출하라는 과제를 내주셨어요. 그런 기회로 자활센터를 가서 자활 근로자들을 만나고, 자활이나 기초법 정책이 현장에 어떻게 적용되는지 직접 확인할 수 있었어요. 그때 보고 듣고 경험한 내용을 보고서로 썼어요. 그 과정에서 느낀 것은 이론으로 배우는 복지정책과, 현장에서 그 정책이 실행되는 과정에 괴리감이 크다는 거였어요. 실제 당사자들이 너무 대상화되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고, 직접 현장에 나가서 보니 제도의 빈틈이나 수급자들에 대한 오해가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1999년도에 제정되고, 2000년에 시행된 기초법의 가장 큰 변화는 근로 능력이 있는 사람도 복지에 대한 권리가 있다는 거잖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건부 수급이나 자활 사업이라는 걸 만들었고, 소득 보장을 해주는 것 자체가 근로 능력을 떨어뜨린다는 반론들이 많았어요. 물론 그런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실제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노동 능력이 있는 저소득층 사람들의 근로 능력을 떨어뜨리고 수혜만 받고 있는지, 노동 효과를 정말 줄어들게 했는지 궁금하더라고요. 이 부분을 확인해 보고 싶어서 현장 경험과 고민을 담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가 노동 공급에 미치는 효과에 대해 석사학위 논문을 쓰게 되었어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관한 연구를 하다 보니 기초법 제정 과정을 살펴보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참여연대를 알게 된 거죠. 참여연대에서 최저생계비의 문제를 알리기 위해 한 ‘최저생계비로 한달나기, 희망up 캠페인’이 언론에 보도된 걸 보고 자연스럽게 참여연대 회원 가입을 하고, 소식지를 받아보다가 정책 간사 모집을 보고 지원하게 되었어요.

사회복지는 임상과 정책 영역이 구분되어 있거든요. 임상 사회복지사로 클라이언트를 대면하고 실천하는 것처럼, 정책 현장에서 실천하고, 직접 클라이언트의 목소리를 듣고 정책에 반영하는 활동을 하고 싶었어요. 그러기 위해선 현장을 알아야 하는데 사실 정책의 현장이라는 게 결국에 시민사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정책 현장을 알 수 있는 새로운 도전이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참여연대 활동을 시작했어요.


참여연대에서 주로 맡았던 일이나 가장 기억에 남는 활동은 무엇이었나요?

참여자치지역운동연대 활동이 기억에 남아요. 주된 활동은 전국을 다니면서 수도권 중심이 아닌 지역 활동가들을 만나는 거였어요. 각 지역에서 사안별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관심 없이 지내다가 수도권과 지역의 현안이 다르고, 지역마다도 주된 정책 사안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저는 유년기를 서울과 경기도권에서 지냈는데, 수도권 중심의 생활에서 벗어나 지역에서 다양한 지역 문제를 해결하고자 활동하는 분들을 만나서 고민을 함께 나누는 일이 의미가 있더라고요. 지역에 있는 회원분들도 만나고, 지역마다 참여연대와 비슷한 시민사회 단체에 계신 분들도 만나 친분을 쌓고 토론하고, 연대 활동을 통해 사람들을 만났던 순간들이 제일 기억에 남는 것 같아요.

반면에 제가 한계에 부딪혔던 부분은 오히려 복지 관련 운동을 할 때였어요. 실생활의 어려움이 있지만 대다수는 잘 모르는 사회 문제들을 발굴해서 정책 이슈로 만드는 것이 복지운동 분야에서 어려웠던 거 같아요. 한 번은 경제적 어려움으로 단전·단수된 가구가 생기고, 이런 문제로 비극적인 사건이 되는 경우가 발생해서 단전·단수 문제를 복지운동 이슈로 만들어 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단전·단수 문제를 법이나 시행령 개정으로 법적 보호 방안을 마련해 보자고 제안했었는데 별로 공감이 이루어지지 않더라고요. 제 나름대로 무엇인가 해보려고 했는데 전문가 의견 과정에서 좌절이 되고 나니 흐지부지됐어요. 각자 문제의식을 복지운동으로 전환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던 점이 아쉬웠어요.


현재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이자 청년정책연구단장으로 일하고 계시는데요. 언제부터 어떤 계기로 일하게 되셨나요?

서울연구원에서 2020년부터 일을 하기 시작했어요. 연구 기관에 지원하려고 여러 기관에 그동안 쌓아온 연구 활동을 찾아봤는데 서울연구원은 국책연구기관과 달리 시민들의 삶에 밀접한 주제들을 계속 발굴하고 있었어요. 연구 주제도 국책연구기관에서 하는 기존의 제도 연구보다는 시민의 눈높이에서 빠르게 문제를 탐지하고, 대안을 선제적으로 제시하는 기관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제 나름대로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는 연구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있었는데 그에 적합하더라고요. 국책연구기관에서 하는 연구는 제도 중심적으로 해야 하는 연구들이 있고, 매년 아니면 주기적으로 비슷한 주제에 관한 연구 결과를 낼 수밖에 없거든요. 그에 비해 서울연구원은 시민의 삶 가까이에서 시민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정책을 연구하는 데 집중하고 있어요. 그래서 기존의 정책 틀을 벗어나는 혁신적인 주제를 발굴하고 연구하는 장점이 있어요.


선생님의 연구성과를 보면 청년에 대한 진심이 느껴집니다. 청년을 위한 연구 활동에 집중하게 된 문제의식이나 계기가 있었나요?

석사학위 연구 주제가 빈곤 정책이 취업, 노동시간에 미치는 효과에 관한 것이었는데, 돌이켜보니 사회복지를 ‘사람 연구’라 생각하고 시작했는데 정책에 치우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박사학위를 하면서 사람 중심의 연구를 고민하게 됐어요. 빈곤 정책 연구를 하면서 아동 빈곤 분야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제도적인 것보다는 아동기의 빈곤을 경험한 사람들이 어떻게 성인이 되는가에 관해 연구하게 되었어요.

그리고 노동패널, 복지패널 등 패널조사가 발전하면서 빈곤 가구에서 자란 자녀들의 성인기를 추적할 수 있는 데이터가 생산되기 시작하기도 했고요. 그래서 아동에서 성인으로 이행하는 과정에서의 불평등 문제에 초점을 맞춰서 논문을 쓸 수 있었어요. 박사학위 논문이 1960년대생부터 1980년대생 코호트의 노동 궤적을 비교하는 연구였는데, 부모의 가족 배경에 의해서 20대 삶의 안정성이 결정되는 경향이 크게 나타난다는 내용이에요.

빈곤과 불평등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 청년 문제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어요. 2019년 청년정책 제도화에 힘쓰던 지역의 청년 활동가들의 목소리와 지역의 청년정책이 중앙정부의 정책으로 확산되기 시작했고, 2020년에 청년기본법이 제정, 시행되었어요. 사회적으로 청년정책 연구도 본격화되었고, 저도 국책연구기관이자 국내에서 청년 연구를 가장 먼저 시작한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 들어가서 청년정책 제도화에 필요한 다양한 연구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청년의 나이가 청년기본법은 34세, 청년정책에서 대상자는 39세 등 다 다른데 통일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청년정책이 포괄적이라 통일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아동·청소년의 경우 보호해야 하고 지원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해서 정책 지원을 많이 하거든요. 그러다가 나이가 만 18세가 되면 모든 지원이 끊겨요. 그렇게 제도의 보호 대상에서 사라졌다가, 이들이 가난해지거나 실업 또는 폐업의 곤란함을 겪어야지만 다시 제도 안으로 들어와 보호받거나 지원받게 되거든요. 하지만 그때는 이미 너무 늦는 경우들이 많아요.

이 가운데가 비어 있는 부분을 청년정책이 채워준다고 저는 생각하고 있어요. 만 17세 아동을 벗어나는 18세부터 이들을 청년정책으로 지원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고, 상한 연령 같은 경우는 정책의 목표에 따라서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다고 봐요.

예를 들어 처음 주택을 구입하는 것도 이제는 청년기의 중요한 과업인데 주택을 구입하고 보금자리 마련하는 지원 정책의 대상을 몇 세까지로 할 거냐 하는 물음이 생겨요. 청년기본법의 대상이 34세이니 34세까지만 지원해야 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그래서 청년정책은 유연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봐요. 특히 지역의 경우는 청년 인구가 너무 적어서 청년정책은 인구정책이랑 거의 동일시되고 있어요. 정주 인구를 최대한 많이 받아야 하고, 젊은 친구들을 지역으로 들어오게 하기 위한 정책을 하기 위해선 인구 정책이 청년정책이랑 거의 동일시되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대상 연령이 점점 올라가요. 이런 의미에서도 청년의 연령은 상황에 맞게 적용하면 되고 통일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청년정책에 관한 많은 연구를 해오셨는데, 연구 결과가 정책에 반영되기도 하지만 반영되지 않아 아쉬운 경우도 있을 것 같아요.

서울시의 경우 어떤 사안이 생기면 연구 과제로 제안해요. 그러면 연구원에서 그 주제로 연구하고, 연구 결과가 나오면 자연스럽게 서울시 정책에 반영되는 편이에요. 연구 결과 자체가 100% 반영되어 바로 실시되는 것은 아니지만, 협업이 잘 이루어지고 있는 편이에요. 서울시에서 고민하는 문제에 대해 연구원에서는 실태조사도 하고 정책연구를 해서 보고서를 내면 여러 연구 결과들 중에 실현가능한 정책들은 시에서 반영하고 있고요. 무엇보다 서울시의 경우 청년정책을 선도적으로 하고 있어요. 전국 최초로 청년 조례를 만들었고, 청년 수당도 거의 최초로 실시했어요. 청년을 공공의 영역에서 함께 해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고 있고요.

조금 아쉬운 점은 지자체에서 먼저 하기 어려운 청년을 위한 기본적인 복지정책이 여전히 많이 있다는 점이에요. 청년정책 연구에 있어서 제가 강조하고 싶은 것도 이 맥락과 맞닿아 있어요. 청년정책을 별도의 정책이 아니라 기존의 사회보장제도 속에 청년정책이 녹아 들어가게 만들어야 한다는 거예요. 기존 사회보장 정책에서 자꾸 청년이 배제되고 제도 속에 들어가지 못하니까 지자체든 중앙이든 별도의 지원책을 만들거든요. 이런 방식의 지원은 미봉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기초법이 제정될 때 복지는 수혜가 아니라 권리라고 표방하면서 근로 능력이 있어도 수급자가 될 수 있다고 했지만, 전통적인 사회보장제도에서 노동력이 있는 청년이 기초법 수급자가 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어요. 2020년 인권위에서 청년 개인에 대해 수급권을 보장하라는 권고가 있었지만, 아직 반영이 안 되었어요. 부양의무제를 폐지했지만, 성인 자녀에 대한 부모의 부양의무는 여전하고요. 29세 전까지는 부모와 함께 살지 않아도 부모와 생계를 함께하는 같은 가구에 포함되어서, 부모의 수급권에 따라 성인 자녀의 수급 지위가 달라지거든요. 자녀가 성인 연령이 되면 개별 수급권을 보장하는 방법을 고민해야 합니다.

노동 이력이 없거나 불안정한 노동 상태인 청년들이 기존의 사회보장제도 안에서 사회안전망을 안정적으로 사용하기에는 부담이 많은 거 같아요. 그리고 청년이 가지고 있는 특성 중에 부모랑 동거하니까 부모가 알아서 해줘야 한다는 인식도 있거든요.

단편적인 대응책이 아니라 정말 그 정책이 필요한 사람들한테 닿을 수 있는 정책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물음표부터 가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지금은 덜 하지만 여전히 청년정책에 반감이 있으신 분들이 있어요. 리어카에 폐지를 싣고 하루 벌어 사는 어르신들이 이렇게 많은 나라에서 무슨 청년이냐는 이야기를 하시는 분도 계셨거든요. 그러다 보니 청년은 가장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고 이들을 위한 보편적인 정책을 펼치자고 하는 순간 굉장히 포퓰리즘적인 정책인 것처럼 사람들이 생각해요. 무엇보다 우리 사회가 가지고 있는 사회보장제도의 가장 기본적인 밑바탕에 청년들을 포용할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고 생각해요.

청년정책에 당사자인 청년들의 목소리가 반영되거나 청년들이 정책 과정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서울시는 청년정책네트워크라는 청년참여기구를 운영하고 있어요. 정책 모니터링, 정책 제안을 할 수 있죠. 제안한 정책이 채택되면 참여 예산 안건으로 올라가서 실제로 정책화하는 것까지 할 수 있는 창구예요. 그리고 서울시는 많은 청년이 문턱 없이 정책에 참여할 기회를 만들고 있어요. 서울연구원은 서울시 의뢰를 받아서 지자체 최초로 ‘서울청년패널’ 데이터를 구축해서 생산하고 있어요. 패널조사는 청년실태를 파악하는 데이터를 생산하는 연구이면서, 동시에 서울에서 살아가는 많은 청년의 삶에 대한 목소리를 담아낼 수 있는 청년참여형 연구이기도 합니다. 서울에서 청년기를 보내는 18~34세 청년 5천 명을 매년 추적해서 조사하고 있어요. 2021년 조사를 시작해서 올해 다섯 번째 조사를 하고, 내년에는 새롭게 청년기에 진입하는 서울 청년의 삶을 조사할 예정이에요.

청년정책은 많은데 여전히 정책을 모르는 청년이 많다고 하는데요. 사실 청년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도 자신에게 필요한 정책이 무엇인지 알고, 필요한 경우 어디를 통하면 지원받을 수 있는지 잘 모르잖아요. 최근 정부나 지자체에서도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플랫폼을 만들었어요. 플랫폼에 들어오면 누구나 종합적인 청년정책에 대한 정보를 받을 수 있게끔 하려고 애쓰고 있는 거죠. 서울시의 경우 ‘청년몽땅정보통’이라는 사이트에 들어가면 자기 특성에 맞게 AI 맞춤형 정보를 알려주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어요. 그런데 청년정책의 경우 단기적인 프로그램 단위로 운영되는 경우들이 많아요. 청년의 삶의 불안, 위험에 대응하는 안전망 역할을 하기에는 여전히 미흡한 부분이 있는 거 같아요.

여러 가지 청년 이슈만큼 20, 30대의 경우 젠더갈등도 심각한 거 같습니다. 지금의 20, 30대는 50대 이상 세대보다 성평등 교육 및 차별금지에 대한 교육을 많이 받았지만, 세대갈등 및 젠더갈등이 심각하게 나타나는 세대인 것 같습니다. 정책연구에서 이러한 점을 어떻게 풀어 나가고 계신가요?

사실 우리 사회가 진짜 청년들에게 평등한 사회인가에 대해 질문해 봐야 한다고 보거든요. 청년세대가 과거 우리 어른 세대보다 부유한 사회에서 사는 건 맞는데, 청년 개개인이 상대적으로 부유하고 좋은 삶을 살고 있느냐는 또 다른 문제인 거예요. 개인이 경험하는 불평등 수준이나 격차는 훨씬 커졌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다보니 경쟁 상황에서 실패했을 때, 실패한 삶으로 인한 불행의 무게는 과거 우리 어른들 세대보다 더 클 수도 있는 거 같아요. 그래서 자기 삶에 대한 불안도가 굉장히 심하니까 사회 자체가 평등하지 않다고 보고 있어요.

청년세대의 경우 성평등 교육이나 차별금지에 대한 교육을 꾸준히 받았고, 그런 행동은 안된다는 걸 도덕적으로는 모두 알고 있지만 실제 사회는 여전히 평등하지 않거든요. 이상적인 평등한 사회와 청년들이 마주하는 현실 간의 괴리감이 크고, 남성 청년들이 보는 사회의 모습과 여성들이 보는 사회의 모습 사이에 시각 차이가 있어요. 한 예로 이번 대선 이후 선거 결과를 분석한 기사 중 가산디지털 단지 지역에서 정의당을 뽑은 여성들의 비율이 꽤 높았다는 점에 주목한 칼럼이 있더라고요. 우리 사회는 평등한 사회이고 열심히 노력한 만큼 결과를 얻는 사회라고 이야기는 하지만, 실제 학교를 졸업하고 처음 직장에 나가 마주하는 근로 환경은 학교에서 배운 평등한 사회와 너무 갭이 큰 거예요.

기업 환경이 좋은 대기업에 모두 갈 수 없잖아요. 다 공무원이 될 수도 없고, 전부 전문직이 될 수도 없는 사회에서 여전히 많은 기업은 육아휴직을 쓸 수 없고, 현장에서 성희롱 같은 문제가 만연하게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잖아요. 학교에서 배웠던 올바름이라는 걸 부정당하는 경험을 사회에 진출하며 알게 되는 시기가 딱 청년기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 대한 괴리감으로 인한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거 아닌가요. 이런 상황을 보면 결론적으로 노동시장이 너무 불평등하다고 생각해요.

청년세대는 가장 열악한 상황에서 노동시장에 들어가잖아요. 경력도 없고, 나이는 어리고요. 우리 사회는 여전히 나이가 어리면 무시하는 일이 많아요. 처음으로 사회에 진출하는 청년들이 경험하는 사회의 불합리와 불평등의 모습들이 그런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최근 주목하는 의제는 무엇인지 궁금하고, 향후 계획하고 있는 연구를 소개해 주세요.

최근 몇 년간 청년연구를 하면서 특정 대상을 중심으로 정책이 발전하는 것이 맞는지 깊이 고민하게 되었어요. 새로운 정책 대상을 발굴해서 지원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요. 고립은둔청년, 가족돌봄청년, 자립준비청년, 경계성지능 청년이 청년정책을 통해 발굴되고, 정책 지원 대상이 되었어요. 하지만 OOO청년이라는 이름으로 청년 모두의 삶을 보장하기 어려워요. 사회보장제도, 복지국가는 국민의 전 생애에 걸친 위험에 대응하는 보편적 안전망이어야 하는데, 여전히 우리나라의 사회보장제도는 생애주기라는 이름으로, 생애차별적이고 선별적인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요. 한 사람이 경험하는 복지국가가 아동, 청소년, 청년, 중장년, 노년기에 따라 계속 변화하는 겁니다. 과거에 청년은 일할 능력이 있는 경제활동을 해야 하는 대상일 뿐, 복지의 대상이 아니었어요. 하지만 이제 청년기는 전 생애에서 매우 결정적인 순간이고 이 시기에 사회적 위험이 점차 커지고 있어요. 소득보장제도와 복지서비스 전반에 걸쳐서 연령에 따른 차별적 지원으로 배제되는 사람이 없는지 살피고, 전 생애 보편적인 사회보장제도 틀을 만들기 위한 연구를 계속 진행하려고 합니다.

최근엔 디지털복지도 연구하고 있어요. 디지털 전환이라는 사회의 거시적 변화, 그리고 복지정책의 난제를 해결하는 중요한 도구로써 AI 등 디지털 기술에 대해 고민하고, 시민의 삶의 질을 높이기 위한 디지털복지가 무엇인지, 정책적으로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또한, 청년연구를 함께하는 분들과 청년복지론을 준비하고 있어요. 이 책은 서울대학교 사회복지총서 시리즈에 포함된 것인데요. 청년이 복지의 대상, 주체로 인식될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어요. 이 책에서는 취약계층, 요보호계층을 위한 시혜적, 협의의 복지가 아니라, 청년의 성인이행기 사회적 위험에 대응하는 사회보장의 관점에서 청년복지를 정의하고 있어요. 청년과 청년의 문제, 그리고 사회권을 고민하는 복지정책 현장에서 좋은 참고서가 되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복지동향 구독자분들께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주세요.

저는 복지의 현장, 사람을 위한 연구를 하면서 현장이 어딘지, 누구를 대상으로 해야 하는지 고민하며 지냈는데요. 모든 사람이 살아가는 곳, 순간이 복지의 현장이고, 모든 분이 복지의 주체라는 걸 깨닫게 되었습니다. 자극적인 일들이 넘쳐나는 세상이지만, 잠시라도 복지동향을 읽으며 사람, 세상을 고민하면서 복지를 꿈꾸고 실천하는 분들과 늘 소통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도 복지동향을 통해 많은 사람들과 생각을 나누고, 그 생각이 더 나은 복지세상으로 나아가는 발걸음이 되기를 바랍니다.

월간<복지동향> 2025년 07월호(제32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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