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기ㅣ목원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들어가며
2026년 대한민국은 초고령사회 진입과 함께 ‘돌봄의 패러다임’이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전환점에 서 있다. 특히 장애인 돌봄 분야는 단순한 보호를 넘어, ‘살던 곳에서 누리는 자립생활’을 목표로 하는 지역사회 통합돌봄(Community Care) 체계로의 본격적인 전환을 앞두고 있다. 하지만, 올해 3월 본 사업을 앞둔 통합돌봄에서 장애인 통합돌봄의 면면을 살펴보면, ‘과연 현 정권은 장애인 통합돌봄에 대한 실행 의지가 있는가?’라는 의구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형식적, 표면적으로만 법령상에서 노인과 장애인을 통합돌봄의 주요 대상으로 삼고 있을 뿐, 현재 돌아가고 있는 판세는 다분히 ‘노인 중심’의 통합돌봄임을 부정할 수 없으며, 현재 장애인 통합돌봄은 거의 준비되어 있지 못하다고 말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따라서, 본 고에서는 현재 장애인 통합돌봄의 몇 가지 중요한 쟁점 및 대안을 살펴봄으로써, 향후 장애인 통합돌봄 재설계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고자 한다.
장애인 통합돌봄, 무엇을 지향하는가?
통합돌봄 지원제도의 목적은 돌봄통합지웝법 제1조(목적)에 명확하게 제시되어 있다. 즉, 노쇠, 장애, 질병, 사고 등으로 일상생활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이 살던 곳에서 계속하여 건강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도록 의료·요양 등 돌봄 지원을 통합·연계하여 제공하는 것이다. 즉, 병원, 요양원,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본인이 살던 집에서 건강한 삶을 영위하는 것을 지원하는 것이다. 따라서, 노인 통합돌봄의 경우, 의료비 감소, 입원 일수 감소 등과 같은 의료 및 보건 관련 지표가 핵심성과지표로 작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장애인의 통합돌봄도 이와 같은 지표들을 지향해야 하는가? 절대로 그렇지 않다. 일정 부분 노인의 통합돌봄과 지향점이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장애인의 ‘고유성’을 고려했을 때, 장애인의 통합돌봄의 지향점은 명확히 달라야 한다. 즉, 대표적으로 장애인의 통합돌봄은 자기결정(의사결정 지원), 지역사회 참여, 고립·학대 예방, 가족 부담 경감, 서비스 공백 감소 등을 지향해야 한다. 만약에 장애인의 통합돌봄의 지향점을 노인과 동일하게 설정한다면, 장애인 통합돌봄 정책은 매우 엉뚱한 방향으로 왜곡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일차적으로 장애인 통합돌봄에 대한 핵심성과지표 설정을 정비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연장선상에서 고령 장애인에 대한 접근을 분리할 필요가 있다. 2024년 장애인 등록 현황을 살펴보면, 65세 이상 고령 장애인은 전체 등록장애인 약 263만 명 중 약 145만 명(55.3%)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장애인의 경우 고령화 비율이 비장애인보다 상대적으로 매우 높음을 알 수 있다. 한편, 통합돌봄제도 보건복지부 사업안내 지침에 의하면, 65세 고령 장애인은 노인 통합돌봄에서 지원하게 되어 있는데, 65세 고령 장애인의 경우, 65세 이전부터 장애인으로 살다가 고령에 직면한 고령화된 장애인(Aging with Disability)과 65세 이후에 노쇠, 질병 등으로 인해 장애인이 된 노인성 장애인(Disability with Aging)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장애인의 특성이, 후자는 노인의 특성이 상대적으로 강하다. 따라서, 65세 고령 장애인을 무조건 노인 통합돌봄에서 전담하는 것에 대해서도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위에서도 언급하였듯이 무엇을 지향하는지에 따라 서비스와 사업이 구성되기 때문에, 고령화된 장애인과 노인성 장애인의 서비스 욕구가 다를 수 있다.
장애인, 핵심 대상인가? 아니면 주변 대상인가?
돌봄통합지원법 제2조(정의)에 의하면, 통합지원 대상자란 “노쇠, 장애, 질병, 사고 등으로 일상생활 유지에 어려움이 있어 복합적인 지원을 필요로 하는 노인, 장애인 등”으로 명시되어 있을 만큼, 노인과 장애인이 통합돌봄의 핵심 대상임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돌봄통합지원 법령의 내용을 살펴보면, 노인과 비교하면 장애인은 주변 대상에 불과하다. 단적인 예로, 통합돌봄제도 보건복지부 사업안내 지침에 의하면, 15개 장애 유형 중 지체 및 뇌병변 중증장애인 중 통합돌봄이 필요한 자를 주요 대상으로 하고 있다. 또한, 노인은 65세 이상인 사람으로 시행령에 명시되어 있지만, 장애인은 장애인복지법상 장애 정도가 심한 등록장애인으로 명시되어 있다. 2024년 장애인등록현황을 살펴보면, 전체 등록장애인 약 263만 명 중 중증장애인은 약 97만 명(36.8%)인 반면 경증 장애인은 약 166만 명(63.2%)에 달한다. 그런데, 2023년 장애인실태조사에 의하면, 경증 장애인의 경우, 일상생활 지원 필요 정도에 있어서 ‘일부 지원 필요’ 17.4%, ‘대부분 지원 필요’ 3.7%, ‘거의 지원 필요’ 0.9%로 나타나, 전체 경증 장애인의 약 22.0%가 일상생활에 있어서 타인의 지원을 어느 정도 필요로 함을 알 수 있다. 그런데도 돌봄통합지원 법령의 경우, 노인은 전체 노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데, 장애인은 15개 장애 유형 중 지체 및 뇌병변 장애만, 그리고 그중에서도 중증장애인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책적 결정의 합당한 근거와 논리는 무엇인가? 심지어 관련 법령에서 ‘중증장애인’으로 명시한 내용을 법 체계상 하위 법규인 지침에서 ‘지체 및 뇌병변 중증장애인’으로 어떻게 대상자를 축소할 수 있는가? 더 나아가 이와 같은 접근은 지난 2019년 7월부로 장애등급제가 장애 정도로 개편되면서 추진했던 ‘소비자 중심의 맞춤형 지원’이란 장애 정책 방향과도 역행하는 모양새이다. 또한, 통합돌봄제도 보건복지부 사업안내 지침에 의하면, 발달장애인은 지역사회 통합돌봄에서 원칙적으로 배제되어 있다. 즉, 발달장애인이 신청할 경우, 해당 지역의 발달장애인지원센터로 안내하여 개인별 지원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024년 기준, 전체 등록장애인 중 발달장애인은 약 28만 명(약 10.7%)이며, 장애인복지법상 발달장애인은 전부 중증장애인이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타 장애 유형에 비해 장애 특성으로 말미암아 좀 더 집중적인 돌봄이 필요한 대상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돌봄통합지원법은 이들에 대한 통합돌봄에 대한 책임을 시군구가 아닌 지역 발달장애인지원센터에 전가하고 있다. 현재 지역발달장애인지원센터의 경우 열악한 근무 여건 및 권한의 부재 등으로 인해, 발달장애인지원법 상 명시된 권한인 발달장애인지원센터의 ‘개인별 지원계획 수립’ 무용론이 제기될 정도로 쉽지 않은 여건에 처해 있는데, 이와 같은 전달체계에 상대적 돌봄 필요도가 높은 발달장애인의 통합지원 책임을 전적으로 전가하고 있는 형국이다.
따라서, 노인과 동일하게 장애인의 경우 일차적으로 모든 등록장애인에게 장애 유형 및 장애 정도와 상관없이 통합돌봄 지원에 대한 신청 자격을 허용해야 할 것이다. 다만, 통합돌봄 지원제도 운용상의 효율성 및 효과성을 고려하여, 장애인도 노인처럼 우선 관리 대상자 군을 별도로 지정하면 된다. 그리고, 발달장애인의 경우, 발달장애인법상 명시된 개인별 지원계획수립을 고려하여, 통합돌봄 지원에 대한 선택권을 발달장애인 또는 가족에게 부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발달장애인에 대한 통합돌봄 지원을 법령이 아닌 지침 수준에서 명시해 놓은 것이어서, 발달장애인지원법과의 다툼의 여지는 있지만, 실효성 있는 발달장애인에 대한 돌봄통합지원을 위해선 그 선택을 열어두는 것이 필요하다.
시군구만으로 장애인 통합돌봄 지원이 가능한가?
노인 통합돌봄의 경우,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담당 공무원이 사전 조사를 시행하여 노인을 통합판정조사군, 지자체 자체 조사군 및 통합돌봄 비해당 군으로 구분함과 동시에, 일차적으로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서 개인별 지원계획 초안을 작성하고, 시군구 통합지원 회의에서 최종적으로 결정된 개인별 지원계획에 대한 일차적 자원 연계 및 모니터링을 담당하는 등 읍면동 행정복지센터가 통합돌봄지원 과정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반면, 장애인 통합돌봄 지원에서 읍면동 행정복지센터는 대상자 신청 및 접수, 시군구 대상자 의뢰와 같은 매우 소극적인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
그런데, 전국 229개 시군구 중 서울특별시 산하 25개 자치구를 제외하고 서울특별시 면적(약 605㎢)보다 넓은 시군구가 총 86개소로, 전국 시군구 10곳 중 4곳이 서울특별시보다 면적이 더 크다. 그리고 대부분 매우 적은 소수의 장애인이 흩어져 살고 있다. 이처럼 서울특별시보다 면적이 넓은 시군구가 전체의 40% 정도나 되는데, 이와 같은 물리적 여건 속에서 과연 시군구에 배치된 소수의 통합돌봄 전담 공무원이 장애인에 대한 통합판정 지원 또는 자체 조사, 개인별 지원계획 수립, 모니터링 등과 같은 중추적인 역할을 실효성 있게 담당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해서는 매우 회의적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왜 장애인의 통합돌봄에서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의 적극적인 역할을 배제한 합당한 논리적 근거는 무엇인가? 아무리 생각해 봐도 합당한 논리적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 항간에 들려오는 소식은 단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장애인을 감당하기 어렵다’, 즉, 전문성 부재라는 것이다.
따라서,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 더 적극적인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 노인처럼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에서 신청 장애인에 대한 사전 조사를 시행하여 대상자 군을 분류하고, 일차적으로 개인별 지원계획 수립 및 자원 연계, 대상자 모니터링 등과 같은 역할을 담당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의 전문성 부재 또는 약화를 보완하기 위해 전국 260여 개 장애인복지관, 250여 개 장애인자립생활센터 등과 같은 민간 장애인복지 전달체계와의 협력관계를 보다 견고히 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민간 장애인복지전달체계에 대한 인력 확충을 기반으로, 민간 사회복지사가 읍면동 행정복지센터와 사전 조사, 개인별 지원계획 수립 및 모니터링을 공동으로 분담 및 협업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면 된다.
장애인 통합돌봄 서비스, 무엇을 지원할 수 있는가?
통합돌봄서비스는 보건의료, 건강관리 및 예방, 장기 요양, 일상생활 돌봄, 주거 및 가족지원 등을 주요 핵심 서비스로 하고 있다. 그리고 지자체별 지역적 특성을 고려하여 별도의 사업비를 배분하여, 특화 사업을 적극적으로 개발 및 지원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그런데, 통합돌봄에서 여전히 보건의료 및 건강관리는 매우 핵심 서비스로서, 노인 통합돌봄의 경우, 이를 위해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 시범사업을 2026년 1월 기준 전국 195개 시군구, 344개소로 확대하였다. 장기요양 재택의료센터는 장기요양보험 수급자 등 거동이 불편한 사람이 살던 집에서 의료·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방문의료 인프라로서, 전국 시군구의 약 85% 이상에 재택의료센터가 설치되었다. 그런데, 본 서비스는 노인 장기요양 등급이 있는 노인만 신청할 수 있다.
반면, 65세 미만 장애인의 경우, 보건의료 및 건강관리와 관련된 서비스로 지원받을 수 있는 것이 장애인 건강주치의 시범사업, 장애인 치과 주치의 시범사업, 그리고 일차 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 정도에 불과하다. 건강주치의 및 치과주치의 시범사업의 경우 현재 이용률이 매우 저조할 정도로 장애인의 건강관리 측면에서 성과가 매우 미비한 사업이며, 일차 의료 방문진료 수가 시범사업의 경우, 참여하는 병의원의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접근성이 매우 떨어지고 있다. 특히, 농산어촌의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 이처럼 통합돌봄의 핵심 서비스인 보건의료 및 건강관리 서비스만 보더라도 장애인의 경우에는 지원할 수 있는 서비스가 거의 없다고 봐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따라서, 무엇보다도 장애인의 보건의료 및 건강관리에 대한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건강주치의 제도 개선이 먼저 요구된다. 그뿐만 아니라, 현재 시군구 보건소 CBR(지역사회중심재활) 사업에 대한 대대적인 개편이 필요하다. 보건소 CBR 사업이 통합돌봄 사업과 더욱 유기적으로 연계될 수 있는 모델 개발, 보건소 평가지표 개선이 수반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보건소뿐만 아니라 보건지소, 보건진료소와의 통합돌봄 연계 방안을 더욱 적극적으로 마련할 필요가 있다. 또한, 더 나아가 시군구에 교부되는 통합돌봄 사업비에 대해 반드시 장애인 몫이 할당되어야 할 것이다. 현재는 노인과 장애인 구분 없이 총액보조금 방식으로 지원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장애인에게 필요한 서비스 개발에 대한 예산지원이 우선순위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따라서, 총액보조금 방식을 변경하여, 해당 시군구 장애 인구 비율, 중증 장애 비율, 고령화된 장애 인구 비율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장애인 통합돌봄 사업비를 노인과 구분하여 지정 할당할 필요가 있다.
나가며
지면의 한계로 인해 더 많은 장애인 통합돌봄 쟁점을 다루지 못하였다. 국민연금공단 종합판정의 이슈, 국민연금공단 서비스 종합조사와의 연계성 이슈, 시군구 및 읍면동 행정복지센터 전담 인력 전문성 강화 이슈, 장애인 맞춤형 서비스 개발 이슈 등. 어차피 노인에 밀려 현 정권이 별로 관심이 없는 장애인 통합돌봄이라면, 이제라도 천천히 제대로 하나씩 하나씩 정비하는 것이 오히려 더 낫다. 그래서 올 한 해 장애인 통합돌봄 관련 쟁점 및 이슈를 진단하고 대안을 마련하여, 현 정권이 마무리되는 해까지 전체 229개 시군구에서 본사업을 시행하는 방향으로 로드맵을 그리는 것이 현시점에서는 오히려 전략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월간<복지동향>2026년 2월호(제328호)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