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용ㅣ동국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외국인에게 적용되는 사회보장 혜택이 무임승차나 역차별인가? 자극적인 키워드를 사용하여 외국인이 한국인의 권리를 침해한다는 식의 프레임을 형성해 온 편향된 미디어가 자주 목격된다. 특히 건강보험과 국민연금에서 이러한 제목들이 두드러진다. ‘내 보험료 빠져나간다?…건보 먹튀 41%가 중국인’(매일경제), ‘외국인 천국 된 한국… 내국인 역차별 고개’(뉴데일리), ‘외국인 노동자가 받아 간 국민연금 반환일시금 2조 원’(헤럴드경제) 등이다. 이러한 기사들은 대체로 가짜뉴스에 해당되는데, 오래전부터 복지 부정수급 관련 기사들은 일부 사례를 전체 집단의 도덕적 해이로 낙인찍으려는 의도에서 기획되어 왔던 것으로 별로 새롭지도 않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인식의 확산으로 인한 사회권적 기본권의 심각한 침해다. 사회보장 정책이 집단의 피해의식을 자극하여 정치적 혐오를 이끌어내는 도구가 되고, 외국인 제노포비아의 불쏘시개가 되고, 국제법적으로도 금지하는 국적에 의한 차별을 정당화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국내에서도 사회적 약자들 간의 자원 배분 갈등을 부추기고, 역차별 프레임을 통해 불필요한 사회적 갈등을 부추긴다. 도대체 외국인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외국인 사회보장에 대한 논의는 단지 개별 법령의 적용범위를 어떻게 할 것이냐의 문제가 아니다. 이는 오늘날 사회보장이 갖는 인권에 대한 철학이자 이념, 그리고 이를 시민들과 어떻게 소통할 것인가의 문제다. 현행 사회보장기본법 제8조는 외국인에 대한 적용과 관련하여,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에게 사회보장제도를 적용할 때에는 상호주의의 원칙에 따르되 동시에 관계 법령에서 정하는 바에 따른다고 되어 있다. 상호주의는 국가 간의 공정함을 담보하는 원칙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는 매우 불편한 원칙이다. 이른바 배고픔에는 국적이 없고, 아픔에도 여권이 없다. 사회보장은 돈이 있는 사람이 지불하는 서비스 계약이 아닌 누군가 생존의 문제다. 따라서 상호주의를 국가 간 거래 논리로만 환원시킬 수는 없다. 사회보장은 인권의 보편적 성격에서 벗어날 수 없다. 더 나아가 필요에 의해 노동력을 활용하고 있는 이주노동자에게 그들이 겪는 빈곤과 질병에 대해서 공동의 책임으로서 사회보장을 외면하기도 어렵다. 과거 우리의 부모 세대가 독일로 파견되어 광부와 간호사로 일할 때, 그곳에서 더 적은 임금을 받거나 사회보험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차별로 쫓겨났었는가? 노동과 자본의 경계가 없어진 지금, 사회보장은 인간으로서 누려야 할 최소한의 존엄을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낡은 국가적 상호주의의 장벽을 허물지 않는 한, 그 누구의 사회권도 유지할 수 없을 것이다.
본 호의 기획주제는 외국인 사회보장 적용과 관련한 쟁점들을 다루고 있다. 먼저 장주영 이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주민의 사회권이 위협받는 이유를 노동 중심 정책의 한계로 지적하고 있다. 이주민 사회권 보장은 특혜가 아니라 인권의 기초적 요건이기도 하지만 한국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사회통합의 조건이다. 이에 이주민 정책은 노동 정책이 아닌 사회권 기반 인구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주장이 매우 설득력 있다. 김유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국제사회가 합법적으로 정주하는 외국인을 중심으로 사회서비스를 보장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주민의 정주 환경을 도모하는 것은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세금을 납부하는 이주민에 대한 정당성의 문제이면서, 또한 인구구조 변화와 지방소멸 등의 배경 속에서 이주민의 유인과 사회통합에 기여하는 조건이라는 것이다. 강다영 나눔의집 활동가는 미등록 및 무국적 아동들이 경험하는 교육으로부터의 배제를 지적하고 있다. 이주배경 아동은 취학통지서조차 받지 못하거나, 입학 후에도 주민등록번호 기반의 행정 시스템으로 인해 일상적인 학교생활이 어렵고, 대학에 합격하더라도 체류자격 문제로 등록이 불가능한, 즉 모든 경로가 차단되는 구조적 단절을 생생하게 폭로하고 있다. 최정규 민변 이주노동팀장은 이주노동자들의 주거권에 주목하였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이주노동자들에게 숙소는 단순한 선택지가 아니라 체류 자격 및 고용 유지와 직결된 생존의 문제인데, 열악한 숙소 환경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은 곧 추방의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며, 이로 인해 주거권이 고용 관계에 완전히 종속되는 역설적인 상황이 반복되고 있음을 강조하였다. 마지막으로 권영실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는 건강보험에 있어 외국인 사각지대와 내국인보다 높은 보험료를 지적하고 있다. 기타 체류자격자나 난민 신청자 그리고 국내 출생 외국인 아동의 보험 적용 제외도 해결해야 할 당면과제이며, 외국인 지역가입자가 전체 가입자의 평균 보험료 이상을 납부해야 하는 보험료 하한 조항과 같은 차별적 보험료 산정도 시급히 개선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주민은 나와 내 가족을 위해 수입해 온 임시 노동력이 아니라 향후 우리 사회를 역동적으로 재편하고 생성하는 핵심적인 행위자가 될 것임이 자명하다. 따라서 현재와 같은 외국인 배제와 차별은 그들이 경험하는 고통에서만 문제가 아니라, 미래 사회를 구성하는 연결망 전체의 균열을 의미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오늘날 사회보장이 고려해야 할 이념이자 방향은 타자의 고통에 공감하는 감수성과 함께 인간 사회가 발휘해야 할 공동체적 역량에 주목하는 것이 되어야 할 것이다. 사회보장은 체류 자격이라는 행정적 분류가 아니라, 사람의 실질적 자유를 복원하는 일이라는 원칙에서 국가라는 경계를 넘어 인권의 보편성을 기준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월간<복지동향>2026년 3월호(제329호)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