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0 2000-05-10   1247

소득분배 개선을 위한 조세정책 평가

4월 4일 발표된 정부의 소득분배 개선책

소득분배상황이 악화되면서 정부는 잇따라 소득분배 개선을 위한 대책들을 내놓고 있다. 특히 지난 4월 4일 경제정책조정회의에서는 일자리 창출 및 고용안정, 사회보험제도 내실화, 중산ㆍ서민층 생활향상, 과세기반 확충 등을 내용으로 하는 '소득분배현황과 향후 개선방향'을 내놓은 바있다. 그중 조세정책과 관련된 내용은 크게 *중산ㆍ서민층의 재산형성지원과 *조세의 소득재분배기능 강화의 두가지로 되어 있다.

우선 중산ㆍ서민층의 재산형성을 지원하기 위한 대책으로는, 우리사주나 스톡옵션에 대한 세제혜택을 강화하고, 근로자우대저축과 농어가목돈마련 저축에 대한 비과세 시한을 2002년말까지 2년 연장하며, 노인ㆍ장애인ㆍ생활보호자ㆍ소년소녀가장을 대상으로 하는 비과세 저축상품 신설한다는 것을 주내용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조세의 소득재분배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으로 제시된 것은 다음과 같다.

① 과세기반 확충 : 금융소득종합과세 시행, 부가급여 및 파생상품에 대해 과세, 소득세제를 열거주의에서 포괄주의로 전환

② 민간기부금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 확대 : 고아원, 양로원, 재활원, 소년소녀 가장등에 대한 개인기부금에 대해 전액 소득공제 인정하고, 공익단체에 대한 기부금 소득공제한도를 5%에서 10%로 인상

③ 상속ㆍ증여세의 실효성 확보

④ 자동차면허세 폐지 및 중고자동차에 대한 자동차세 경감

언듯 보기에도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 중에 그다지 새로운 것은 없다. 거의가 이미 발표했었거나 그동안 수없이 언급되었던 내용들이다. 그러나 "왜 그렇게 새로운 대책을 내놓지 못하는가"라고 섣부른 비판을 할 수는 없다. 올바른 평가와 비판을 위해서는 "과연 소득분배 개선을 위해 조세정책이 어떠한 역할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 먼저 검토를 해 보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전제하에서 이번에 발표된 정책들이 과연 소득분배 개선에 어느정도 도움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해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소득분배 개선에 있어서 조세정책의 역할

소득분배 개선을 위한 조세정책의 역할의 역할로는 크게 두가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

첫번째로 생각해볼 수있는 것은 조세정책 자체를 통한 재분배기능을 강화하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조세의 수직적 공평성을 강화하는 것을 의미한다. 두번째로 생각해 볼 수있는 것은, 조세정책은 노동시장정책이나 복지정책의 추진을 위한 재원조달기능에 주력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소득분배상황의 개선에 기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세수기반을 확충해야 하고, 그것은 결국 조세의 수평적 공평성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게 될 것이다. 물론 이 두가지가 완벽하게 구분될 수있는 것은 아니고 상호연관되어 있는 것이지만, 복지, 노동을 포괄하는 전체적인 정책틀내에서 조세정책이 수행해야 하는 역할이 무엇인가에 대한 현재의 혼란을 극복하는 데에는 의미있는 구분이 될 수있다.

먼저 수직적 공평성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소득세 최고세율을 상향조정하거나 소득세 과세구간을 좁힘으로써 고소득자들로부터 보다 많은 소득세를 징수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문제들은 단순히 소득분배개선이라는 시각에서만 바라볼 수있는 문제들이 아니다. 이러한 조치들을 취하려면, '소득분배 개선을 위해 고소득자들이 보다 많은 세금을 부담해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있어야 하고, 경기에 미치는 영향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지금과 같이 개방된 경제시스템하에서는 타 국가와의 균형문제도 생각해 보아야 한다. 또한 실제로 이를 통해 달성할 수있는 소득재분배 효과가 얼마인지도 검토해 보아야 한다. 실제로 소득세 최고세율을 현재의 40%에서 5%나 10%로 올린다고 할 때에 증가하는 세수규모는 그렇게 많지 않을 것이다. 참고로 1998년도 「근로소득 과세표준 계급별 현황」을 보면 전체 근로자중 최고세율 적용구간인 '8,000만원 초과' 구간에 해당하는 근로자들의 비중은 인원수로는 0.1%, 결정세액으로는 9.0%이다. 그리고 종합소득세 신고자중에서 '8천만원 초과' 구간에 해당하는 사람들의 비중은 인원수로는 1.9%, 산출세액으로는 31.8%이다(『1999년 국세통계연보』 참조).

그렇다면 재분배효과는 사회복지, 노동시장 측면에서의 정책에 맡기고 조세는 그러한 정책실현의 재원을 확보하는 역할에 주력함으로써 간접적으로 소득분배개선에 기여하는 길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지금처럼 소득분배구조가 악화되고 있는 상황에서는 사회복지, 노동, 조세 등을 포괄하는 종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이와 같은 종합적인 정책조합을 생각할 때에 그 정책조합내에서 조세정책이 수행해야 하는 중요한 역할은 재정확보기능(세수확보)이다. 특히 올해 10월 이후에 실시되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시행에는 많은 재원이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소요예상 재원에 대한 대책은 뚜렷하지 않은 것같다.

복지정책이나 노동시장 정책에 필요한 재원마련을 위해서는 결국 세입기반을 확대할 수밖에 없다. 세입기반을 확충한다는 것은 현재 제도적으로나 행정적으로 과세에서 누락되고 있는 부분들을 찾아서 과세를 해 나가는 것을 의미한다. 구체적인 정책으로는, * 여전히 남아 있는 자영사업자의 탈세를 막는 것 * 상장주식 양도차익을 포함한 자본이득에 대해 과세를 해 나가는 것 * 열거주의 과세방식으로 되어 있는 소득세제를 포괄주의로 전환하는 것 * 연금 및 부가급여에 대해 과세를 해 나가는 것 * 비과세ㆍ감면을 축소해 나가는 것 등의 조치를 취해 나가야 할 것이다. 아울러 이러한 조치들은 "소득있는 곳에 세금있다"라는 조세의 기본원칙을 실현함으로써 수평적 공평성을 강화하게 될 것이다.

또 한편으로는 재정을 효율화함으로써 소득분배 개선정책에 사용할 수있는 가용재원들을 늘려나가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재정의 경직화를 초래하고 예산지출의 효율성을 저하시키는 목적세의 정비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처럼 '세수기반의 확대'와 '재정의 효율화'를 통해 재원들을 확보해 나가지 못한다면 '생산적 복지'는 선언으로만 그치게 될 가능성이 높다.

4월 4일 발표된 정부의 조세정책에 대한 평가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4월 4일 발표된 정부의 정책은 매우 불명확한 입장에 서있다. 물론 과세기반 확층을 위한 몇가지 조치들에 대해 언급을 하고 있지만,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한 과세문제 *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는 비과세ㆍ감면의 축소문제 * 목적세 정비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언급이 없다. 그리고 고아원, 양로원, 재활원 및 소년소녀가장에 대한 개인기부금에 대해 전액 소득공제를 인정하겠다는데, 과연 그러한 기부금의 투명성과 신뢰성이 보장될 수있는 것인지 의문이다. 또한 공익단체에 대한 기부금 소득공제 한도를 상향조정하는 것은 좋지만, 그러한 단체들의 투명성은 여전히 문제로 남을 것이다. 한편 자동차 관련 세제 개편은 소득분배 개선책이라고 보기는 어렵고, 현재 불합리하게 되어 있는 자동차 관련 세제를 정비하기 위한 조치로 보아야 할 것이다.

효과도 불명확한 비과세, 감면을 신설하는 것도 문제이다. 노인ㆍ장애인ㆍ생활보호자ㆍ소년소녀가장의 얼마되지 않는 이자소득에 대해 비과세 저축상품을 신설한다고 해서 이들의 재산이 형성되지는 않는다. 또한 세수기반의 확대를 위해 비과세.감면의 축소가 요청되는 상황에서 정부가 새로운 비과세.감면을 약속하거나 기존의 비과세,감면을 연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결국 4월 4일 발표된 내용중 조세정책 부분은 불명확한 문제의식에 휩싸여 있다. 거기에서는 소득분배 개선을 위한 재원을 어떻게 확보할 수있을 것인지, 특히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복지재원을 확보할 수있을 지에 대한 진지한 고려는 찾아보기 어렵다.

글을 맺으며

소득분배개선을 위한 정부의 정책들은 보다 원칙적이고 장기적인 비전에 입각해 있어야 한다. 인기만을 의식하여 임시방편적인 정책을 사용할 경우에는 상황은 더 악화될 수밖에 없다. 아직까지는 우리의 재정구조가 소득분배 개선을 위한 복지정책이나 노동시장정책을 사용할 수있을 정도의 기반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정부가 정책에 실패하면서 몇년을 흘려보낼 경우에는 재정구조만 악화되는 결과를 초래하여, 결국에는 더이상 사용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없어질 수가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하승수 / 변호사

월간 <복지동향> 2000년 05월호(제2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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