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에 들어서 정부의 위원회 조직은 급격하게 증가하여 그 수가 11,000여개(지방자치단체 포함), 위원의 수는 16만 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히 위원회의 천국이라 할 수 있으며, 이는 공공행정에 있어서 위원회 조직의 비중과 역할이 매우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건복지관련 분야의 위원회 조직을 점검하고, 이를 바탕으로 위원회 조직의 문제점과 개선책을 점검하는 작업은 매우 긴요한 일이라 하겠다.
위원회 조직이란 단독제(單獨制)에 대응되는 개념으로 다수의 위원으로 구성되는 집단적 의사결정체를 지칭한다. 즉, 정책 혹은 의사결정을 결정권자 단독으로 하는 것이 아니고 다수의 위원이 참여하여 집단적으로 결정하는 조직형태를 의미한다.
이러한 위원회 조직은 수직적 계층제를 수정·보완하는 제도이다. 위원회는 업무 수행상 책임을 분산시키는 것이 필요한 경우, 조직의 중요한 의사결정에 전문성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필요한 경우, 의사결정 결과에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반영시키고자 하는 경우, 그리고 어느 한 개인이 조직을 이끌어 나기기 곤란한 경우에 효과적이다.
위원회 조직은 행정체계에 있어서 중요한 구성요소로 등장하였으며, 실제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위원회 조직이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가고 있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급격한 행정수요의 증가와 이로 인한 행정기관의 확대이다. 행정에 대한 국민들의 요구가 늘어나고, 이에 따른 행정기능의 확대를 단독제 행정기관만으로 이를 대처하기 곤란하기 때문이다. 둘째, 행정기능의 질적 변화이다. 행정부는 전통적인 행정기능인 집행업무 뿐 아니라 준사법적, 준입법적 기능을 담당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기 때문이다. 셋째, 행정 환경의 급격한 변화와 경제·사회 발전으로 인하여 전통적인 입법, 사법, 행정의 테두리안에서 행정문제의 원만한 해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넷째, 합의제가 단독제보다는 합리적인 결정이 가능하고, 정치적인 측면에서 유리하다는 신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는 영미 중심의 앵글로 색슨(Anglo-Saxon)의 행정전통에 기인한다.
위원회 조직은 그 역할과 권한에 따라 여러 유형이 있겠으나, 일반적으로 자문위원회, 행정위원회, 독립규제위원회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행정기관에 구성되어 있는 대부분의 위원회는 자문위원회에 속한다. 이는 행정조직 전체 혹은 업무에 대한 각종의 자문에 응하기 위한 목적으로 설치된 합의제 조직으로, 법적 구속력이 없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행정위원회는 관청의 성격을 갖는 합의제 행정기관이며, 위원회의 결정은 법적 구속력을 가지며 하부에 보좌기관을 갖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중앙인사위원회, 소청심사위원회, 교육위원회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독립규제위원회는 수직적 행정계층에서 독립하여 준입법적, 준사법적 규제 기능을 수행하는 위원회를 말한다. 이 제도는 19세기말 행정부의 독주현상을 견제하기 위하여 미국에서 발달되었으며, 우리나라의 선거관리위원회, 금융통화위원회, 국가인권위원회 등이 여기에 속한다.
보건복지부 산하 위원회는 총 28개로 이를 소관부서별로 살펴보면 사회복지정책실에 11개로 가장 많고, 보건정책국 7개, 연금보험국 6개 그리고 건강증진국 4개의 순이다. 이를 분야별로 구분하면 보건의료분야 위원회는 11개, 복지정책 및 공공부조, 사회보험분야에 각 6개, 그리고 사회복지서비스분야에 5개의 위원회가 설치되어 있다.
<표 1> 보건복지부 위원회 현황
위원회 조직을 역할과 성격별로 구분하면, 전체 28개 위원회 모두가 앞에서 제시한 3가지 유형 중 자문위원회에 속한다. 그런데 자문위원회도 그 역할이 조금씩 차이가 있으며, 순수한 의미의 자문위원회는 4개이며, 심의를 담당하는 위원회가 17개로 가장 많으며, 일부 위원회는 심의의결을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
위원회의 구성을 살펴보면, 우선 각 위원회 위원 수는 평균 21명 이다. 위원수가 가장 많은 위원회는 중앙약사심의위원회(100명)이며, 가장 적은 위원회는 국민연금재심사위원회(7명)이다. 또한 전체 위원 585명 중에서 공무원의 수는 137명(위원당 5명)으로 전체의 23.4%를 차지하고 있다.
위원장은 주로 보건복지부 차관을 비롯한 관련 공무원이 담당하는 경우가 절대 다수를 차지한다. 관련 공무원이 위원장을 담당하는 경우는 보건복지부차관이 15개, 보건복지부장관이 3개이며, 이외에도 국무총리와 실국장이 담당하는 경우도 있다. 반면에 민간 전문가가 위원장을 하는 경우는 전체 28개 위원회 중 6개에 불과하다. 또한 각 위원회의 실무간사는 관련 부서의 과장이 담당하는 등 모든 위원회의 간사는 관련 공무원이 맡고 있다.
위원회의 운영 현황을 보면 2000~2001년 동안 연평균 2.7번 회의를 하였다. 동 기간에 회의를 한번도 하지 않은 위원회도 7개이며, 가장 많은 회의를 개최한 위원회는 국민연금재심사위원회로 연평균 13회에 달한다. 이러한 결과는 각 위원회의 운영에 상당한 편차가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일부 위원회는 사실상 유명무실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보건복지부 관련 위원회 조직은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위원회 조직의 문제점은 크게 조직구성과 위원회 운영의 두 가지 측면에서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우선 조직구성에 있어서 가장 큰 문제점은 위원회의 독립성이 미약하다는 점이다. 조직구성과 위원의 선정은 사실상 행정부처가 주도하고 있으며, 情實에 의해서 좌우된는 것이 일반적이다. 또한 위원장의 대부분과 전체 위원회의 실무를 관련 공무원이 담당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각 위원회는 행정부처의 의사와 상이한 의사결정을 한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물론 몇몇 위원회는 예외가 있다. 예컨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나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경우 보건복지부의 의사와는 상반되는 결정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이들 위원회의 구성이 관련 이해관계집단의 추천에 의해서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다른 위원회의 구성방식과 차이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위원회의 운영방식에 있어서도 문제점이 있다. 위원회 회의는 소관부서의 형편에 따라 임의로 정해지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회의 개최시 시간과 장소, 안건을 통보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관련 회의 자료는 당일 회의장소에서 배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그나마도 관련 정보가 제한적이거나 특정한 결론을 유도하도록 작성되어 제공된다. 그 결과 사전검토는 고사하고, 피상적인 혹은 주변적인 논의로 일관하거나 소관부서의 의도에 따라 결정이 이루어지는 것이 다반사이다. 더구나 중요사항에 대해서 사전에 의사결정을 하고, 이를 통보하거나 언론에 공개함으로써 위원회가 다른 결정을 내리거나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게 하는 경우도 있다.
위원회 조직은 결정의 신속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는 약점에도 불구하고 민주성과 공정성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유용성을 갖는다. 또한 참여하는 위원들의 전문성을 활용할 수 있으며, 이해관계 조정과 참여 확대를 통한 공정한 결정과 결정에 대한 지지 획득에 유리한 측면이 있다. 따라서, 위원회 조직의 구성원칙을 개선하고, 운영의 내실화를 기한다면 행정의 민주화와 전문성 제고에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위원회의 조직구성과 운영에 개선해야 할 사항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1. 위원회의 역할과 위상에 대한 명확하고도 구체적으로 명문화해야 한다. 또한 각 위원회는 요구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직구조를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
2. 전문가의 자문과 심의를 위한 자문위원회의 경우에는 해당분야 전문가가 선정될 수 있도록 해야 하며, 관련 부서는 위원회의 논의사항을 제도적으로 존중해야 한다.
3. 관련 전문가의 인력 풀을 확대하는 노력이 필수적이며, 특정인이 2개 이상의 위원회에 참여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금해야 한다.
4. 자문위원회의 위원장은 공무원이 아닌 민간전문가가 담당하도록 하며, 공무원은 실무간사를 제외하고 위원회에 참여하지 않도록 한다.
5. 중요한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위원회의 경우에는 구성과 운영에 있어서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며, 동시에 의사결정을 위한 보좌기구 역시 필수적으로 고려한다. 예컨대, 사회보장심의위원회, 중앙생활보장위원회,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등이 여기에 해당할 것이다.
6. 모든 위원회의 운영규칙을 명문화한다. 명문화된 규칙에는 회의개최 시기와 횟수, 논의절차와 방법, 회의록의 작성과 공개, 그리고 의사결정 규칙을 포함해야 한다.
7. 위원회의 안건과 관련 자료에 대해서 일정기간 이전에 사전통보를 의무화하고, 위원들이 요구하는 자료는 빠짐없이 제공될 수 있도록 한다.
8. 위원회의 모든 위원은 임기제로 임명하며, 임기 동안에 신분보장은 필수적이다. 또한 위원회의 계속성을 위해서 위원의 부분적 교체가 이루어지도록 각 위원의 임기를 조정한다.
9. 위원회의 위원들의 준수해야 할 복무규칙과 윤리규정을 정하고, 모든 위원들은 이를 준수하도록 한다.
<표 2> 보건복지부 위원회 목록
월간 <복지동향> 2002년 10월호(제4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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