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사업법의 개정과 노숙인 복지 제도화
2003년도에 이루어진 사회복지사업법의 개정은 지역복지협의체 관련 내용을 비롯하여 많은 변화를 예고하는 것이었다. 개정의 내용 중에서 많은 사람들의 눈에서는 얼핏 지나친 것이겠지만 2조의 사회복지사업의 정의에 과거에는 “…부랑인 보호…”라고 되어 있던 부분에 “…부랑인 및 노숙인 보호…”라고 표현이 바뀐 부분이 있다. 이는 우리사회의 노숙인 보호사업(?)이 임시적ㆍ임의적인 구호사업이 아니라 정규적인 사회복지사업의 하나로 제도화되는 중요한 단초가 되는 것이다. 그간 소위 ‘노숙인 보호사업’은 외환위기에 따른 경제침체 속에 서 사회적 관심사가 된 노숙인 문제에 대해 민관협력의 구도 하에서 다양하게 이루어져 왔다. 노숙인의 임시보호시설인 쉼터 제공, 무료급식, 거리진료, 재활 및 자활프로그램의 활용 등이 시급하게 편성되어 진행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사업들은 임시사업으로 진행되고 있어 관련자들로부터 정규적인 사회복지사업으로 제도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고 이에 대한 반향으로 사회복지사업법 개정에 ‘노숙인’ 자구가 포함된 것이다. 이에 대한 후속조치의 일환으로 현재 ‘부랑인복지시설설치운영규칙’에 노숙인 복지체계 관련의 내용을 포함시키는 과정1)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와 같은 노숙인 복지의 제도화는 단지 시설의 제도화 이상으로 시스템의 체계화와 연계성을 도모한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지만 역시 현실적으로 가장 중요하게 취급되고 있는 점은 ‘노숙인 쉼터’로 불리워 온 노숙인 복지시설과 관련되는 것이다. 특히 노숙인 복지시설에의 입퇴소 조건과 절차에 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제도화라는 것은 아무리 ‘시설’이 아니라 ‘시스템’을 지향하기 위해 노력하더라도 특정한 절차적 규정과 규칙이 중요하게 부각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회복지시설의 입퇴소 절차에 대해서는 그간 인권침해에 대한 지적이 많이 이루어졌다. 특히 과거 정신요양시설이나 부랑인복지시설이 인권침해와 관련된 사회적 관심 혹은 여론의 지적을 많이 받았던 경험이 있기에 이와 직접 관련되는 복지 영역인 노숙인 복지시설의 입퇴소 절차는 서비스 대상자의 인권문제의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는 영역이다.
부랑인복지시설에서의 입퇴소 절차와 인권
최종적인 시행규칙의 모습이 어떻게 나타날지 그 구체적인 결과를 미리 예측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기존의 관련된 조항들을 통해 내용과 의미를 유추해 볼 수는 있다. 사회복지사업법의 하위규정으로서 보건복지부령인 ‘부랑인복지시설설치운영규칙’이 현재로서는 노숙인 복지와 가장 인접해 있는 영역의 사회복지시설에 대해 규정하고 있고 이 부분에 대한 확장이나 보완을 통해 노숙인 복지시설 입퇴소 규칙이 만들어질 것으로 볼 수 있다.
현재 부랑인 복지시설 설치운영규칙에서는 제2장의 3조부터 10조까지 8개 조항을 통해 이 절차에 대해 규정하고 있다. 3조 입소대상, 4조 보호기관의 입소요청, 5조 관계기관의 입소요청, 6조 위탁보호, 7조 입퇴소심사위원회, 8조 입소심사, 9조 퇴소심사, 10조 당연퇴소가 그것이다.
여기서의 내용으로 일단 부랑인 복지시설에서는 본인이 시설에 입소하겠다고 하는 경우나 지자체 등 행정기관(보호기관과 관계기관)이 시설에 입소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경우가 시설 입소 대상이 된다. 입소대상이 된 사람에 대해서는 일단 시설이 20일 이내의 ‘위탁보호’를 하게 된다. 이 기간 내에 ‘입퇴소심사위원회’를 개최하여 해당 사람의 시설 입소 여부를 심사하여 결정한다(입소심사). 입퇴소심사위원회는 시설의 장, 관계 공무원, 사회복지전문가, 의사, 종교인, 교육자 등에 대해 행정기관(보호기관)이 위촉하여 구성한다. 입소하여 시설에서 생활하게 된 사람들에 대해서 월 1회 이상의 상담을 하도록 되어 있다. 이 과정에서 사회복귀가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사람에 대해서는 역시 입퇴소심사위원회가 퇴소 여부를 심사한다(퇴소심사). 물론 입소해서 생활하던 본인이 퇴소를 요청하거나 연고자가 파악되어 입소자를 데려가겠다고 하면 ‘당연퇴소’가 된다.
이러한 절차에 대해 ‘보호기관이 시설에서의 보호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부랑인’이 본인의 뜻에 반하여 입소가 가능하다는 점에 대해 위헌성과 인권의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임성택, 2001). 또 한편에서는 입퇴소심사위원회의 형식성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기도 하고, 이 위원회가 입소대상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시설을 위한 면죄부 부여의 역할을 한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현재의 이와 같은 절차 규정도 과거 부랑인복지시설의 인권침해에 대한 지적에 맞추어 일부 시설의 임의적 조치로 강제적 구금과 같은 수용이나 노역과 같은 일이 나타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치이다.
사회복지시설에서 인권의 옹호라는 원칙은 불변의 절대적인 것이지만 구체적으로 어떠한 부분에 대한 조치가 강조되어야 하는가하는 점은 시기와 상황에 따라 유동적이다. 따라서 특정한 조항이나 규칙의 모습이 입소자의 인권옹호를 위해 모든 상황에서 최선의 것일 수는 없다. 부랑인복지시설의 입퇴소 절차에서 시설 외부의 인력 중심으로 입퇴소 심사위원회를 규정하고 그 이전까지는 잠정적으로 20일 이내의 위탁보호만이 가능한 것으로 규정한 것은 본인의 뜻에 반하여 시설 임의로 인신을 구속하거나 착취할 수 있는 양상에 대한 대처로 볼 수 있다. 방식의 측면에서 얼마나 적절한가를 논외로 하더라도 당시 상황에서는 ‘인권옹호’를 위한 시도임에는 분명하다고 하겠다.
노숙인 쉼터 입퇴소 절차와 인권
이러한 내용의 부랑인 복지시설 입퇴소 절차가 노숙인 복지 제도화에 따라 노숙인 쉼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가정해보자. 여러 가지 논의가 가능하다. 쉼터에서 활용하기에는 실용성 없게 복잡하다는 주장, 심사위원회가 형식적으로만 운영될 것이라는 주장, 심사위원회가 공무원(지자체)에 의해 구성되므로 이에 따라 지자체의 행정편의 입장에서 노숙인을 지역사회에서 격리하는 등의 인권침해적 성격으로 시설입소가 악용될 수 있다는 주장, 단기보호를 속성으로 하는 쉼터에서 수시로 입퇴소가 발생할텐데 심사위원회의 개최가 이러한 기동성을 갖지 못할 것이라는 주장 등 많은 비판이 가능하고 이미 나타나고 있다. 또 이러한 비판은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할 것인가? 관 주도의 입퇴소 심사위원회 같은 것을 없애버리고 본인의 뜻에 따라서만 입퇴소가 가능하게 하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하지만 본인의 표현된 의사와 본인에게 이득이 되는 ‘규범적 욕구’가 명백히 어긋나는 경우가 사회복지 현장에서 드물지 않다. 또 다른 방편으로 시설이나 실천전문가 혹은 시설의 실무자가 노숙인의 입퇴소에 대한 판단권한을 가지도록 하는 것을 기본 골격으로 삼을 수도 있다. 이 경우 틀림없이 ‘인권침해’의 심각한 논란에 빠질 것이다. 사실상 부랑인 복지시설 설치운영규칙에 입퇴소 절차가 복잡하게 나타나고 심사위원회 등을 명시한 것은 이러한 자의적인 ‘인권침해’ 사건이 나타난 때문이었다. 즉, 소위 자유권적 기본권과 보호를 통한 생존권의 마찰이 여전히 나타난다.
입퇴소 자격이나 절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것은 서비스 대상자인 노숙인의 인권과 사회복지 욕구이다. 그런데 인권옹호의 원칙 자체는 절대적인 것이지만 그 침해가 우려되는 부분, 옹호가 필요한 방식이나 형태는 그때그때 달라지는 역사성이 있다. 과거 부랑인 복지시설 설치운영규칙에서의 입퇴소 규정이 필요했던 시기에는 개별 시설의 자의적인 입소유지와 노동착취, 지역사회로 복귀시키지 않는 격리양태 등에 대한 견제가 인권옹호의 초점이 되었다. 그래서 ‘시설 외부 전문인력에 의한 심사위원회’가 입소자의 인권을 옹호하는데 큰 의미를 가지는 것으로 규정된 것이다.
자! 지금의 노숙인 쉼터 상황에서 필요한 인권의 측면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물론 지역사회와 격리된 시설에의 강제입소와 격리수용, 노역 등은 당연히 없어야 할 일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능한 지역사회와 밀접하게 소통하면서 단기의 보호나 복귀를 도모하는 형태인 노숙인 쉼터, 수시로 매우 많은 수의 노숙인이 입소와 퇴소를 반복하게 될 노숙인 쉼터에서 가장 우려되는 ‘인권침해’의 가능성은 무엇인가? 가장 옹호해야 할 인권의 측면은 어떤 것인가? 그렇다면 서비스 제공자의 편의성에서가 아니라 노숙인의 입장에서 인권이 보장되는 현실성 있는 입퇴소에 대한 규정이 어떤 모습이어야 할 것인가? 이러한 문제제기를 감안한다면, 부랑인 복지시설의 입퇴소심사위원회의 모습과 같은 입퇴소 규정은 너무나 즉응성과 현실성이 떨어진다. 입퇴소에서의 자유권 존중도 중요하지만 이 절차성을 지키느라고 필요한 서비스를 주지 못하는 것도 인권의 침해이기 때문이다. 부랑인복지시설설치운영규칙의 입퇴소 절차가 노숙인 쉼터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은 사문화되거나 서비스의 형식성을(서비스 미제공에 대해 면죄부를 부여하는 것을) 조장하기 쉽다. 인권옹호를 위한 절차적 규정을 좇다가 인권을 침해하는 우를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 참고문헌 >
임성택(2001), “사회복지시설의 인권문제”, 박영란 외, 한국의 사회복지와 인권, 인긴과복지.
남기철(2004), “제도화의 한 모습 : 노숙인 복지시설 입퇴소 조건과 절차”, 전실노협, 노숙자와이웃하기, 19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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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일부에서는 노숙인 복지규칙을 별도로 제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많이 나타나고 있지만 현재까지 보건복지부의 준비과정은 부랑인복지시설설치운영규칙에 노숙인 복지 관련 내용을 첨가하여 개정하는 방향을 취하고 있다.
월간 <복지동향> 2004년 05월호(제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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