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시민단체가 복지 예산을 분석하면서 겪는 어려움과 사회단체보조금의 사례를 통해 재정분권의 시사점을 살펴보고 복지재정분권이 어떻게 진행되어야 되는가에 대해 예산감시운동의 경험에 기초하여 이야기하겠다.
1. 예산감시운동의 전개방향; 투명성ㆍ효율성에서 가치지향으로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밑빠진 독상이나 지역 시민단체들의 예산감시운동은 투명성(재정 정보공개 등)과 효율성(예산낭비감시 등) 등에 기초하여 진행되었다. 최근에는 이러한 수단적 가치에 기초한 예산감시운동은 재정을 통해서 달성하고자하는 ‘목적’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러한 변화는 환경, 여성, 사회복지 등의 부분단체들이 예산감시운동에 참여하면서부터 가능하게됐다. 환경운동연합이 ‘지속가능성’이라는 지표로 지방자치단체의 예산분석 활동을 했고, 민우회가 ‘성주류화’의 관점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예산을 분석하고 있다. 또한 지역의 풀뿌리 시민단체가 활성화되면서 교육, 문화, 복지 등 지역주민의 욕구에 밀착하는 운동으로 사회복지 예산에 대한 분석활동이 이루어지고 있다. 천안의 복지세상이나 안산 예산감시네트워크, 광주 참여자치21, 경기 복지연대 등에서 이러한 시도가 있었다.
2. 사회복지 예산을 분석할 틀이 필요하다.
이렇게 복지예산 분석활동을 하고 있는 지역 시민단체는 몇 가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나는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예산의 ‘저열성’이다. 지방자치단체의 복지재정은 대부분 국가보조사업이어서 자체 사업비중이 현저하게 적다. 절대적 규모에서도 열악한 수준이다. 때문에 대부분의 지역 시민단체들은 분석할 예산자체가 없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다른 하나의 어려움은 지방자치단체의 복지 예산을 분석할 틀이 없다는 점이다. 지금까지 지역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복지예산의 분석은 “지역주민들의 복지수요는 많은데 이를 충족할 복지 예산이 규모가 너무 적어 복지예산의 확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분석은 복지예산의 저열성이 극복되지 않는 동안은 계속될 것이고 그럴 필요도 있다.
그러나 예산은 정책이고 예산을 통해서 달성하고자하는 ‘정책목표’가 있다. 즉 현재 수준의 복지예산에 대해서도 그 정책 목표가 달성되었는지에 대한 평가가 필요하다. 그러나 지역의 시민단체들은 이러한 정책분석의 틀이 없다. 환경단체들은 지속가능한 ‘지표’로 여성단체들은 여성발전 ‘기본계획’을 준거 틀로 예산분석을 하고 있는 반면에 복지예산을 분석할 틀이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지방자치단체 복지예산분석틀을 만드는 일에 복지전문가들을 비롯한 시민사회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3. 사회복지 서비스의 주체가 아니라 질이 중요하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복지재정분권화는 현재의 국가보조 방법을 ‘개별보조’에서 ‘포괄보조’로 변화하겠다는 것인데 이는 재정지출의 주체를 국가에서 지방정부로 변화하겠다는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복지 수혜자의 입장에서 보면 복지 서비스를 중앙정부에서 제공하는 것이나 지방정부에서 제공하는 것은 중요한 관심사가 아니다. 즉 서비스의 ‘주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질’이 중요한 것이다. 중앙정부이든 지방정부이든 같은 재정으로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 복지재정분권의 문제도 ‘어떻게 하면 복지 수혜자들에 더 좋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인가’의 관점에서 논의가 진행되어야 한다.
최근에 논란이 되고 있는 ‘사회단체 보조금’의 사례는 이러한 점에서 시사점을 준다. 사회단체보조금은 그 동안의 정액보조단체와 임의보조단체의 보조금을 2004년부터 ‘사회단체보조금’으로 통합하고 지역의 심의위원회를 통하여 배분하도록 하였다. 사회단체보조의 방법이 ‘개별보조’에서 지방자치단체 별로 재정규모의 상한선만을 설정하고 심의위원회를 구성하여 자율적으로 배분토록 한 것이다. 그러나 배분의 결과는 더 나빠졌다. 새마을, 자유총연맹, 바르게살기 등 기존의 정액 보조단체에게 더 많은 돈이 배분되는 결과가 대부분의 지역에서 나타났다. 이는 재정배분의 주체가 바뀌는 것으로 내용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라는 점을 시사한다. 재정배분에 대한 기준이 필요한 이유이다. 그렇다면 사회복지 예산은 어떠한 기준에 따라 배분되어야 하는가? 올바른 예산배분을 위해서도 현재의 사회복지예산의 수준과 사업에 대한 질적 평가가 필요한 것이다.
사회단체 보조금이 250개 지방자치단체에서 배분이 왜곡된 원인에는 주무부처인 행정자치부의 잘못된 역할이 있었다. 행자부는 사회단체 보조금의 보조 방식을 변화하면서 ‘표준준칙(사회단체보조금에 관한 표준 조례)’를 만들었다. 차라리 표준준칙이 없었다면 진통이 있더라도 단체장, 의회, 시민사회 등 지방정부의 이해관계자의 토론과 조정을 통해 다양한 변화가 있을 수 있었을 것이다. 표준준칙은 학습과 훈련을 통한 개선의 가능성을 원초적으로 제거한 것이다. 복지재정분권에서 주무부처인 복지부의 역할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생각하게 하는 대목이다.
4. 복지재정분권에 대한 모델링이 필요하다.
그러나 복지재정 분권에 대해 복지부는 철저한 준비와 충분한 공론화의 과정을 거치고 있지 않는 것 같다. 복지부의 이런 태도와 무관하게 복지재정분권, 즉 사회복지보조금의 배분 방식은 바뀔 것 같다. 복지재정분권에 대해 시민사회의 준비가 필요한 이유이다. 시민사회의 준비는 분권의 역량이 있는 지방자치단체에서 복지사업의 모범을 만들고 이를 확산하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지방자치단체별로 복지수요가 다르고 지방정부의 분권 능력도 같지 않다. 모든 지방자치단체가 잘할 수는 없다. 잘 할 수 있는 지방자치단체에 복지부나 시민단체의 역량을 집중투입 하여 한 두 가지 모범사례를 만드는 것이 복지재정분권의 현실적인 방법이다.
월간 <복지동향> 2004년 06월호(제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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