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4 2004-06-10   2017

[동향 3] 사회보상관련 법률의 체계적 이해

사회복지제도로서 사회보상

사회보상제도는 사회복지제도 또는 사회복지관련제도로서 그 의미가 충분하지만, 실제 학문적으로는 잘 다루어지지 않은 영역이다. 대개 사회복지제도에 대한 연구와 논의는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수당과 같은 사회보장제도, 각종 사회복지서비스, 보건의료ㆍ주택ㆍ교육 등의 사회정책을 포함하여 이루어졌다.

사회보상제도는 국가 또는 사회공동체에 대하여 육체적, 정신적으로 희생하여 헌신하였거나 희생을 당한 사람, 국가 또는 사회로부터 그러한 손실을 입은 사람들에 대하여 국가가 보상하는 제도이다. 이것은 처음부터 자격기준을 설정해 놓고 대상자범주를 확정하는 제도가 아니다. 누구라도 그러한 행위에 해당하여 법이 인정하는 기여, 희생, 손실이 발생하면 국가가 본인 또는 그 유가족에 대하여 생존을 배려하는 합목적성에 근거하여 보상을 해주는 제도이다.

사회보험이 보험관계의 성립을 전제로 하여 가입자의 보험료 납부를 근거로 급여를 제공하는 것과 달리 사회보상은 사전에 어떤 법률관계도 전제하지 않으며, 보험료 납부와 같이 수급자의 전제적 요건행위를 요구하지 않는다. 공공부조가 자산조사를 통하여 수급자를 선정하는 것과 달리 사회보상은 주로 인적(人的) 피해에 대하여 자산조사 없이 급여를 제공한다. 또한 특정한 인구사회학적 범주에 포함되는 사람들의 욕구를 의제하여 급여를 제공하는 사회수당과 달리 사회보상은 아주 구체적이고 인과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개인의 희생이나 피해에 대하여 국가가 급여를 제공한다.

그러므로 사회보상은 다른 사회보장제도와 마찬가지로 주로 물질적 급여를 제공하지만, 급여의 근거가 추상적인 사회적 위험이나 의제된 욕구가 아니라 국가와 개인, 사회와 개인 사이에 구체적이고 명확한 인과관계가 있는 사실이다.

가장 오래된 사회보장으로서 사회보상

인류의 역사는 전쟁을 통해 이루어져 왔다. 전쟁으로 많은 국가와 문명이 소멸하고 새로운 국가와 문명이 탄생하였으며, 전쟁에 필요한 각종 무기를 개발하기 위하여 과학기술이 발달하였다. 이러한 전쟁은 직접적으로는 군대조직과 병사의 동원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따라서 전쟁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전사상자(戰死傷者)와 그 유가족을 돌보는 것은 시대를 막론하고 국가의 책임이었다. 이것은 현대국가에 와서도 본질적으로 달라지지 않았다.

20세기에 두 차례의 세계대전의 패전으로 많은 전사상자와 유가족이 발생한 독일은 연방부양법(Bundesversorgungsgesetz)을 통하여 그들에 대한 보상을 규율하였다. 또한 동구권에 억류되어 있던 독일 국민들에 대하여 억류자보호법(Häftlingshilfegesetz)을 통하여 보상하였다.

따라서 사회보상제도는 매우 역사적이고 정치적인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국가 및 민족의 역사가 복잡하고 전쟁이 많을수록 복잡하게 발달하는 것이 사회보상제도의 특징이다. 이 제도는 주로 전쟁을 계기로 하여 생성되었지만, 평화시기에는 접종피해자, 범죄피해자, 의사상자(義死傷者), 피재자(被災者) 등에 대하여 국가가 보상하는 제도로 발달해왔다. 사회보상제도는 공공부조와 더불어 국가의 통치를 정당화하는 기능이 현저한 사회보장제도이다. 그러나 이 제도는 비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국가 및 사회공동체에 기여, 희생함으로써 자신의 노동력을 상실하거나 사망하고, 유가족의 생존을 매우 어렵게 하는 경우 당연히 국가의 책임이 따라야 한다. 정치적 이념이나 판단을 떠나서 개인의 생존권을 보장한다는 취지에서 이 제도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특히, 평화시에 발달한 각종 사회보상제도는 현대사회의 위험에 대한 국가의 책임과 개인의 수급권을 보장하는 중요한 사회복지제도인 것이다.

우리나라의 사회보상관련 법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사회보상 관련 법률로는 국가유공자등예우및지원에관한법률, 5ㆍ18민주유공자예우에관한법률, 독립유공자등예우및지원에관한법률, 참전유공자예우에관한법률, 제대군인지원법, 의사상자예우에관한법률, 범죄피해자구조법, 재해구호법 등이 있다.

각종 유공자(제대군인 포함)들에 대한 국가적 보상제도는 국가 또는 정권의 희생자, 기여자와 그 가족에 대한 예우이기 때문에 대개는 전쟁과 투쟁에 관련된 제도이다. 반면에 의사상자예우제도, 범죄피해자구조제도, 재해구호제도는 평화시에 사회를 위해 특별한 희생이나 기여를 하거나 자연재해로 인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국가가 보상함으로써 사회적 연대를 실현하는 사회보장제도인 것이다.

특히 범죄피해구조제도는 헌법 제30조가 국민의 기본권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재해구호 역시 헌법 제34조 제6항이 국가의 책임으로 규정하고 있다. 즉, 타인의 범죄피해로 인해 생명ㆍ신체에 대한 피해를 받은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로부터 구조를 받을 수 있다.(헌법 제30조), 그리하여 범죄피해자구조법은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를 해하는 범죄행위로 인하여 사망한 자의 유족이나 중장해를 당한 자를 구조함을 목적으로 한다(법 제1조). 개인들 사이에서 발생한 범죄행위의 결과에 대하여, 그것도 생명과 신체상의 피해에 대하여 국가가 이를 구조하는 것은 생존을 보장하기 위함이라고 할 수 있겠으며, 사회보장제도로서 인정할 수 있겠다.

또한 의사상자예우에관한법률은 타인의 위해를 구제하다가 신체의 부상을 입은 자와 그 가족 및 사망한 자의 유족에 대하여 필요한 보상등 국가적 예우를 함으로써 사회정의의 구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법 제1조). 이것은 이타적이고 정의로운 사회를 조성하려는 규범적 목적을 가지고 있다. 위험에 처한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고 안전을 도모하여 오히려 자기 자신이 부상 또는 사망을 당하였다면, 이는 생명을 구한 사람이 가해자는 아니기 때문에 손해배상의 법리를 적용할 수 없고, 공동체의 가치를 권장하기 위해서 국가가 그 피해에 대한 책임을 지는 제도이다.

문제점

이러한 사회보상제도를 본격적인 연구의 소재로 다루는 학문영역이 거의 없다. 이것은 사회복지제도의 일환으로 사회복지학자들의 몫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렇게 학문적 연구의 뒷받침이 부족한 결과 현실적으로도 급여를 받기 위한 대상자적격성, 급여의 요건 등이 매우 모호하게 규정되고 있는 현실이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규정의 해석에 따라 어떤 사람들은 매우 쉽게 국가유공자가 되는 반면, 또 다른 사람들은 국가유공자가 되기 어려운 형평성의 문제를 낳고 있다.

급여수준 또한 수급자의 욕구를 사정하여 정확하게 산출되는 것이 아니라 매우 편의적으로 산정되며, 여러 가지 정치ㆍ경제적 여건과 예산의 실정에 따라 임의적으로 조정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사회보상제도가 다른 사회보장제도와 체계적으로 연계되어 있지 못한 사정과도 무관한 것이 아니다.

맺는 말

사회보상제도는 이제 더 이상 독재권력에 충성한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특전이나 상급이 아니다. 국가의 독립과 민주화를 위해 희생한 사람, 위험에 처한 타인을 위해 자기를 희생한 사람, 타인으로부터 생명과 신체를 희생당한 사람, 자연재해로 인하여 생존의 근거를 상실한 사람들에 대해 사회가 연대하여 그들의 인간다운 생존을 도보하고 보장하는 제도인 것이다. 사회보험제도가 사람들의 이기심에 의해 왜곡되고, 공공부조제도가 공짜로 혜택을 주는 것인 양 비판을 받고 있는 현실에서 그나마 사회적으로 희생을 당한 사람들에 대하여 국가적으로 연대하여 보상을 제공하는 것은 어떤 명분으로도 거스를 수 없을 것이다.

이를 위해 사회보상제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촉진되어야한다. 학문적인 연구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리고 더 나아 가 사회보상제도는 사회보험, 공공부조 및 사회복지서비스와 연계되어 종합적인 체계 속에서 다루어져야 할 것이다.

윤찬영 / 전주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교수

월간 <복지동향> 2004년 06월호(제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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