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머릿말
한국 사회는 80년대말까지의 권위주의적인 억압된 비민주적인 정치,사회구조 속에서 이에 대한 변화와 개혁을 이끌어내기 위한 ‘민주화운동을 통하여 형식적인 의미에서의 절차적 민주주의의 토대를 구축하게 되었고, 이에 따라 각종 사회변혁운동 역시 합법적인 공간에서 이를 추진할 수 있는 토대가 형성되었으며, 각종 시민사회단체 역시 과거와는 다른 형태의 활동을 요구받게 되었다.
1990년대 들어서 사회변혁운동의 중심은 과거 기본적인 인권보장을 중심으로 한 자유권적 기본권의 확보에서 이와 병행한 ‘생존권의 제도적 보장’ 또는 ‘사회권적 기본권’의 확대를 중심으로 한 제도개선 방향으로 급격하게 이동되고 있다. 이러한 급격한 중심이동은 시민사회운동조직으로 하여금 현안 해결능력과 대안 제시능력을 요구하였고, 이러한 관계로 법률가, 학자, 관계전문가들 등 과거 변혁운동의 1선에 위치하지 않던 전문가 그룹이 전진 배치되는 모습을 보여 오고 있다.
이제 헌법학에서 강학상 논의되어 오던 ‘사회권’의 개념은 교과서나 대학 강단에서 머물러있지 않고 시민사회운동의 중요한 의제로서 실천되고 있다. 아울러 사회복지운동의 과제도 과거 초보적인 수준의 제도개선운동을 벗어나 사회권 내지 복지권(이글에서는 ‘사회권’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로 한다.)의 구체적 권리성을 확보하기 위한 다양한 방면으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사회복지분야의 관점에서 볼 때 사회권의 확보는 국민들의 사회보장수급권의 실정법상의 구체적 권리화 및 이와 관련한 예산확보, 나아가 궁극적으로 의료급여를 포함한 기초생활보장 분야의 공공부조 소요 예산 전액에 대한 예산편성 우선권을 비롯한 기타 사회복지급여에 소요되는 예산 확보권에 대한 헌법적, 제도적 보장이라는 구체적인 목표와 맞닿고 있다. 그 실천적 과제를 실현하기 위한 중요한 수단의 하나가 기획소송으로서의 공익소송이라고 할 수 있으며, 입법과제 실천이라는 측면에서는 공익소송을 포함한 광범위한 입법 운동으로서의 공익법운동을 중요한 수단으로 들 수 있다. 사회복지 분야에 있어서의 공익소송운동 내지 공익법 운동의 전개 과정은 후술하겠지만 이와 같은 사회권의 제도적으로 실천하는 수단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부문 운동으로서의 사회복지 운동에 있어서 공익소송 내지 공익법 운동은 실천의 수단이라는 한계를 갖고 있다는 점을 유념할 필요가 있으며, 아울러 헌법해석론의 범주적인 한계를 갖고 있다는 점도 고려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94년 9월 ‘국민복지기본선확보운동’이라는 기치 아래 중견 소장학자들과 활동가들, 일부 법조인이 과제별로 테스크 포스 팀을 구성하여 시민사회운동 단체의 주도 하의 캠페인- 그리고 집행 단계에서의 소송의 제기 및 결과의 생산- 필요시 입법청원 내지 의원입법을 통한 마무리- 개정 입법 시행 이후의 정책형성 과정에서의 카운터 파트 역할의 수행을 일련의 과정으로 하는 새로운 운동의 흐름을 보여 왔고, 10년이 지난 현 시점에서 이러한 흐름이 사회복지운동의 양적 질적 성장에 상당한 기여를 하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글에서는 이와 같은 경향을 ‘사회복지에 있어서의 공익소송 운동’의 범주로 보고 그 성과와 향후 과제에 대하여 살펴보기로 한다.
2. 우리 나라의 ‘공익소송운동’의 전개 과정
1990년대 들어서 일부 소장 변호사들의 경실련,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 활동 참여가 보다 활성화됨과 아울러 형식적 법치주의가 정착단계에 이르는 등의 사회환경변화가 맞물려 사회문제에 대한 해결 수단을 법을 동원하여 해결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시민단체가 주도하는 공익소송은 과거의 ‘가두 투쟁’형식의 문제제기 형태에서 탈피하여 합법적인 과정에 의한 종합적인 문제해결 방식으로 진전하게 하는 수단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떠한 사회문제가 있을 경우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정리하고, 개선방향에 관한 전문가와 법률가, 활동가 3자간에 각 분야별 시각에 따라 해결방향을 결정하며, 그 해결수단으로서 기획된 소송을 제기하고, 소송과정에서 언론 홍보나 국회 등 정치권에 대한 문제제기, 집회 및 시위 등을 병행하고 반드시 목표하였던 결과를 도출하기 위한 의도적인 법적 노력을 기울이는 방식 – 여기서의 소송은 일회성 사업이 아니라 이미 기획되어 승소시나 패소시를 불문한 소송의 목표와 향후 사업계획을 설정한 상태에서 시범 소송(test case) 형태로 제기되며, 이를 중심으로 하여 해당 사업이 진행된다.
이러한 전형을 처음으로 제시한 것이 바로 94년말부터 순차적으로 제기되었던 참여연대 사회복지특별위원회의 “국민생활최저선확보 운동”을 주제로 한 국민연금과 관련한 손해배상청구소송, 노령수당 소송, 생활보호급여수준위헌확인 헌법소원사건, 의료보험 행정심판 등인데 이러한 소송들은 단지 소송에서 종결되는 것이 아닌 후속 입법작업 및 입법운동 및 입법 로비까지 포함한 자기완결형 사업으로 전개된 것이었다. 이러한 활동을 통하여 참여연대는 다른 시민사회단체와 구분될 수 있는 특성을 인정받게 되었던 것인데, 필자는 바로 이와같이 구분되는 참여연대의 일련의 활동을 ‘초보적인 단계의 공익법운동’으로 보며, 참여연대의 이러한 활동들이 모든 사업부서에 확산되는 과정에서 상근 조직들은 바로 이러한 ‘공익법운동조직’의 성격으로 점차 변화되는 과정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본다. 이러한 사회복지분야 공익소송의 궁극적인 목표는 “헌법 제34조의 생존권적 기본권의 구체적 권리성 확보를 통한 최저선확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는 전형적인 ‘법, 제도개선을 위한 공익법운동’이라고 할 수 있으며, ‘공익소송운동’은 공익법 운동의 일 부분으로 이해할 수 있다.
이와 같은 전통을 확대 발전시킨 것이 97년부터 시작된 참여연대 경제민주화위원회의 “경영의 민주성, 투명성 확보”와 “책임경영” 이를 통한 ‘재벌구조 해체”라는 뚜렷한 목표를 설정한 상태에서 제기된 제일은행 주주총회취소 사건, 제일은행 주주대표소송, 삼성전자 전환사채 발행 무효소송 및 가처분소송, 4대 재벌들의 주력기업을 중심으로 한 부당내부거래와 관련한 손해에 대한 재벌총수의 책임을 묻는 주주대표소송들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경제민주화위원회의 활동은 사회복지위원회의 활동보다 더 심화된 ‘공익법운동’의 양상을 보였다. 여기서는 법률전문가와 경제학자, 회계사들의 전문 인력풀에서 각 분야별 업무를 할당하여 분야별 ‘분과 사업’과 전체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면서 단계별로 주주총회 준비, 주주총회에서의 주주권행사를 통한 주주권운동, 주주총회 이후의 주주대표소송 등 기획 소송들의 제기, 상법 및 증권거래법 등 관계 법령 개폐를 위한 입법청원의 제기는 물론, 법개정 실무 작업 참여, 10주갖기 운동을 통한 주주권회복운동, 입법로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형태의 사업을 전개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일련의 활동 전부가 바로 우리 현실에서의 아직은 다듬어지지 않은 형태의 ‘공익법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글에서는 사회복지분야가 아닌 위와 같은 소송 사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생략하기로 한다.
3. 우리 헌법상 ‘사회권’의 수용양식과 공익소송운동의 제도적 토양
우리 헌법은 ‘사회권’과 관련하여 간접적으로 제 119조 이하에서 경제에 관한 국가의 포괄적인 규제 및 조정의 권한규정과 함께 이례적으로 세부적인 경제관련규정을 두는 한편, 기본권으로서의 ‘사회권’을 개별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제헌헌법에서 ‘노동의 권리'(제17조 제1항), ‘여자와 소년의 근로에 대한 특별한 보호'(제17조 제3항)와 함께 ‘생활무능력자에 대한 국가의 보호'(제19조) 등과 같은 매우 진보적인 내용의 ‘사회권’을 규정한 이래 역대 우리 헌법은 개별적인 ‘사회권 조항’에 의한 기본권의 형식을 통해서 복지 국가적 과제를 개별적으로 규정하는 양식을 취해 왔다.
특히,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처음 명시적으로 규정된 것은 1962년 제3공화국 헌법에서였고, 동 규정은 1980년 헌법에서 ‘국가의 사회보장 사회복지증진 노력의무'(제32조 제2항)조항이 추가 보완되고, 1987년에 개정된 현행 헌법은 생활무능력자보호, 환경권, 국가의 주거생활 개선노력의무 등에 관한 세부적인 규정을 통해 구체적인 실천사항을 제시하고 있다.
제헌헌법 이래 현행 헌법에 이르기까지 우리 헌법이 이른바 ‘사회국가조항’과 같은 ‘제도보장’형식의 입법 방식이 아닌 ‘기본권 방식’의 규정을 둔 것은 상대적 빈곤이 아니라 절대적 빈곤이 문제가 되는 상황에서 현실적으로 사회보장급부에 대한 요청이 절실하였고 따라서 그 실현가능성을 불문하고 정통성 없는 군부정권들을 위시한 역대 정권들이 정치적인 선전효과를 노려 사회국가적 강령을 헌법에 수용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특히 지난 수십년간 이어져 온 ‘저임금 저곡가’ 정책에 따른 동물적인 생존의 보장을 전제로 한 이른바 ‘개발독재체제’하에서 우리 헌법상의 사회적 기본권은 제대로 규범적 효력을 갖지 못하였을 뿐 아니라 말 그대로 ‘명목적 헌법’ 혹은 ‘장식적 헌법’에 지나지 않는 것이었다. 역대 정권의 사회복지정책들은 다분히 정략적이고, 간헐적인 시혜성의 조치일 뿐, (정의)이념과 (사회국가)원리와 (사회보장 복지)제도의 연결 속에서 기대될 수 있는 사회권의 실천적 규범력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다.
통합규범으로서 헌법은 형식적인 제정 공포만으로 규범실현과정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선재하는 법적, 현실적 상황에서 형성되고 관철된다. 동시에 일반 법률과의 끊임었는 대화 속에 규범적 실효성이 유지된다. 우리 헌법상의 ‘사회권’이 이념과 현실의 접선상에서 주목되기 시작한 것은 국가주도의 ‘선성장 후분배’ 경제정책기조의 한계와 역기능이 분명히 드러난 1980년대 말이었다. 그 이후 ‘사회권’ 실현의 ‘필요조건’이라고 할 수 있는 민주주의의 발전에 따라 우리 헌법상의 ‘사회권’에 대한 규정들은 비로소 법제도를 통한 구체적인 실현과 연결되는 실천적인 기본권해석론의 대상이 되기 시작하였다. 사회복지의 제도적 실천이라는 명제가 운동으로 접목되는 시기도 개략적으로 1990년대 초반으로 이 시기의 사회의 전반적인 개혁운동의 흐름은 비합법-반합법의 저항 시기를 거쳐서 합헌 합법적인 범주로 무게 중심이 이동된 시점과 일치한다. 이러한 운동의 무게 중심 이동은 우리 헌법이 다른 나라의 헌법들과는 달리 사회정책의 과제들을 ‘국민의 기본권’으로 수용하는 형식을 취한 관계로 사회의 민주화와 함께 ‘죽은 헌법 속’의 ‘사회권’을 현실 사회의 실천적 의제이자 수단으로 사용할 수 있는 토대를 헌법적으로 마련하여 주었기 때문에 가능하였다고도 볼 수 있다. 특히, 사회복지에 있어서의 헌법적 재해석과 실천으로서의 공익소송운동은 적어도 법률적 해석론으로는 헌법상의 사회권을 도구로 하여 사회권을 실현하여야 하는 의제로 하는 것으로서 헌법 해석론에 의존하는 바가 크다. 이러한 헌법적 토양이 바로 사회복지에 있어서 공익소송운동의 튼튼한 토대를 형성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사회권의 입법적 제도적 실천으로서 꽃 핀 것이 바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제정이라고 할 수 있다. 대량실업과 빈곤심화로 이어진 IMF위기 속에서 사회복지문제의 심각성과 그에 따른 사회안전망의 확충의 필요성에 대한 폭넓은 공감대와 ‘국민의 정부’의 사회복지정책의지가 합해져서 제정된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사회복지에 있어서의 공익소송운동 프로세스의 정점에 있는 소중한 성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4. 사회복지에서의 공익소송운동의 제도적 기반의 검토
가. 사회복지행정의 특성과 현행 사법제도상의 권리구제의 한계
현재 국가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법조개혁의 흐름 속에는 그 표현상의 불명료함에도 불구하고 현행 사법제도의 비효율성, 비경제성으로 인한 국민적인 불만이 본질적인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전통적인 민사,행정 관련 사법제도는 양당사자간의 사건을 전제로 한 사후적 분쟁해결기능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는 대량화문명(massification culture)으로 지칭되는 현대사회에서 야기되는 새로운 분쟁상황에 대한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사법제도상의 개혁의 필요성으로 말미암아 각 분야에서의 집단 소송법제의 시도들이 계속적으로 있어 왔으며 그 최초의 결실로 2004. 1. 20. 증권관련집단소송법의 제정이라는 결실을 거두기도 하였다. 그러나, 집단적인 문제 해결 방안의 제도화의 필요성은 사회복지분야에서 복지수급권이 법적으로 더욱 보장되는 상황에서 국가나 자치단체의 복지행정분야, 특히 공공부조, 사회보험등과 관련한 각종 수급권의 보장이라는 측면에서 더욱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이른바 사회적 기본권으로서의 복지권의 사법적 실현과 관련하여 각종 사회복지 관련 쟁송은 그 성격상 소송에서 당사자가 투입하는 비용에 비하여 그 기대되는 이익이 너무 작기 때문에 당사자들은 사실상 사법적 접근을 포기하게 된다. 이와같은 장애는 복지권의 측면에서 뿐 아니라 국민들의 사법 접근권을 보장하기 위해서도 시급히 개혁되어야 한다. 사회권의 제도적 실천에 있어서의 공익소송은 이와 같은 사회복지 행정 및 사법제도의 태생적인 한계를 갖고 있으며, 따라서 공익소송은 복지 분야의 특정 개혁과제를 사회적 의제화하는 수단이자 소송의 결과물을 통하여 특정한 정책 내지 입법의 방향을 제공하는 수단으로 작용되고 있을 뿐이며, 그 자체가 독립된 운동 양식으로 평가되기는 어렵다고 할 수 있다.
나. 90년대 중반 이후의 사회복지 분야에서의 공익소송운동의 평가
현행 소송제도상의 결함과 사법 비용의 부담문제는 한국사회에서 사회복지 문제에 관한 법률적, 사법적 해결방법을 사실상 불가능하게 하고 있으며, 사회보험을 제외한 복지 관련 급부에 관한 대법원 판례나 심지어 고등법원 단계의 하급심판례가 거의 전무하다는 현실을 낳아 왔다. 이와 같은 사법적 심사 또는 통제의 결여로 말미암아 이 분야 입법수준은 타 법률분야보다 매우 열악한 수준을 면하지 못하고 있으며, 지난 10년 여간의 법 제도개선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 개별법 분야에서의 기존의 많은 부실 법률들의 문제나 위임입법의 한계가 문제시되는 각종 시행령, 시행규칙 등 각종 문제된 행정입법의 개선 과제는 현재까지 많은 부분이 미결인 상태로 방치되고 있다. 특히, 10년전의 상황을 돌이켜 볼 때, 한마디로 복지행정 전반에 관하여 그 누구도 본격적인 사법적 통제의 필요성이나 이를 위한 실천적 노력을 기울이지 못하였고, 결국 국가 주도의 일방적이면서 시혜적이고 파행적인 사회보장제도의 운영을 초래하여 오던 현실에서 특정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한 국민생활최저선 확보운동 및 그 실천적인 수단의 하나로서의 기획소송 형태의 공익소송의 제기 방식은 지난 10년간 사회복지계에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이와 관련한 다양한 형태의 입법운동은 사회복지분야 법제에서 일정한 발전을 이루어내는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은 흐름은 이제 막 첫걸음을 디딘 정도에 불과하며, 특히 이와 같은 전개과정에 있어서의 법률가들의 폭넓은 참가는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의미를 갖고 있음에도 그 참여는 극히 미미한 상태라고 할 수 있다. 2000년대 이후의 공익소송 운동이 상대적으로 입법과제 중심으로 전개될 뿐, 소송 방식으로는 왕성한 활동을 보이지 못하였다. 이와 같은 이유는, 2000년 개정 변호사법에 따른 변호사의 공익활동 의무화와 이에 따른 시민사회단체에 대한 변호사의 자원봉사활동이 확대되었슴에도 불구하고 사회복지정책 내지 제도를 이해하고 사회권에 관한 법률적 감수성을 갖춘 법률가들이 거의 전무한데다가 그 나마 자원봉사를 하고자 하는 법률가들마저 복지운동이 전문화된 관계로 그 결합이 쉽지 않아 공익적 프로보노로서 결합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5. 사례를 통하여 본 공익소송과 공익법 운동
가. 94헌마33 97. 5. 29. 선고 “1994년생계보호기준위헌확인”사건
(가) 소송 배경
94년도의 생계급여 및 기타 각종 급여의 합계가 최저생계비의 50%가 안 되는 사안에 70대의 노부부를 소송 당사자로 하여 당시의 대하여 당해 ‘생활보호기준이 청구인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하였다’는 점과 헌법 제10조의 “인간의 존엄”,”행복추구권”을 침해한 것임을 전제로고 하여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한 ‘지침’을 위법한 공권력의 행사로 보아서 문제를 제기한 사안이다. 본건 헌법소원 재판을 통하여 헌법 제34조 제1항의 주관적 공권성을 확인받고, 나아가 생활보호법을 대체하여 “최저생계비 개념을 법률상 제도화”하고 ‘최저생계비 이하의 소득을 갖는 자에 대한 최저생계비까지의 보충급여청구권”을 실정법상의 권리화하기 위한 의도로 기획된 공익소송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상황은 65세 이상으로 2600만원 이하의 재산을 소유한 자로서 부양의무자가 없고, 부양능력이 없는 최저 빈곤층 노인들에게 지급하여 왔던 구 생활보호법상의 생계급여 65,000원을 지급하도록 되어 있는 복지부장관의 생계보호기준은 도시 기준의 최저생계비인 18만여원보다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서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는 커녕 “동물적인 생존”만을 가능케 하는 것으로서 헌법상의 인간다운생활을 할 권리를 침해한 위헌임을 주장한 헌법소송이었다. 이러한 관계로 소송 기획 당시 청구인들은 생활보호법령상의 재산기준에 적합하고 부양능력있는 부양의무자가 없으며 아무런 소득이 없는 70세 이상의 고령자로 선정하였다.
(나) 소송 경과 및 평가
헌법재판소는 97. 5. 29.자로 선고한 94헌마33호 “1994년생계보호기준위헌확인”사건 결정에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에 대하여 적어도 주관적 공권성을 인정하였으나 그 권리의 내용에 대하여는 “생물학적 생존권 내지는 동물적 생존권”만을 인정하고 이를 넘어서는 부분에 대하여는 국가에 대하여 광범위한 입법재량을 부여한 것으로서 매우 반복지적인 결정이었다고 할 수 있다. 위와 같은 헌법재판소의 결정은 현재의 한국사회의 복지 현실을 적나라하게 표출한 것으로서 정부 역시도 척박한 공공부조의 현실을 더 이상 덮어둘 수 없는 도덕적인 위기에 몰리게 되었다. 이 헌법소원 과정에서 복지부는 스스로 생계급여를 인상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적으로 기울였으며, 1997년도 법개정을 통하여 생활보호법상 ‘최저생계비’가 채택되는 성과와 함께 생계급여가 대폭 인상되는 매우 긍정적인 결과를 도출하였다. 나아가, 이와 관련하여 이미 생활보호법을 대체하는 기초생활보장법 체제로의 입법청원을 제기하고 있던 시민사회계는 기왕의 공공부조상의 시혜적인 권리를 헌법상의 인간다운생활을 할 권리에 터잡은 급부청구권으로 실정법화하는 입법운동을 전국적으로 전개하기 시작하였다. 약 2년 가량의 입법운동 끝에 IMF구제금융 상황에서의 대량실업과 빈곤 문제가 사회화되면서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생계의 보장’을 제도화하는 것에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게 되었다. 결국 기획소송으로서의 최저생계비기준 위헌확인소송 및 이에 따른 입법운동이 바로 현재의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을 제정하게 된 원동력이 되었으며, 공공부조 정책의 중대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권리에의 자각은 수급자 자신의 자발적인 권리 주장과 수급자 주도하의 최저생계비 관련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의 보다 발전된 공익소송의 전형으로 발전되게 되었다.
나. 노령수당부지급처분취소청구사건
(가) 소송배경
노령수당은 그 명칭에도 불구하고 그 실질은 생활보호법에 의한 급여에 대한 부가급여적인 성격으로 제도화되었다. 따라서 이는 ‘수당’이라는 명칭에도 불구하고 공공부조 급부의 성격을 띠고 있었다.
노인문제의 핵심인 노후소득의 부족문제와 관련하여 학계나 민간단체에서 무기여 노령연금제도의 시행을 강력히 요구하여왔으나 이의 법제화는 커녕 그나마 구 노인복지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65세 이상의 생활보호대상자인 노인에게 지급하도록 되어 있는 노령수당마저도 노인복지사업지침에서 이를 70세로 높여 시행함으로써 불법적인 상태를 초래하고 있는 상황에 대하여 동 지침의 위법,무효를 제기하여 이를 시정하고, 노인세대들에 대한 최저생활보장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제기하고자 하였다.
그래서 생활보호대상자 중에서 65세를 갖 넘은 당사자를 선정하여 노령수당을 지급할 것을 신청하고 이를 거부당하자 행정심판을 제기함과 아울러 거부처분을 취소하여 달라는 내용의 행정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이었다.
(나) 쟁점 및 소송진행 경과
서울 관악구에 거주하는 65세의 생활보호대상자를 선정하여 소를 제기하였다.
쟁점은 노인복지사업지침의 위법여부와 관련하여 노인복지법 제13조 및 동 시행령 제17조의 해석론에 관한 것으로서 과연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한 노인복지사업지침에 70세 이상의 생활보호대상자에게만 노령수당을 지급하도록 정한 것이 65세 이상의 노인중에 소득수준등을 참작하여 노령수당 지급에 관한 기준을 정하도록 위임한 법령의 규정을 위반한 것이었는지 여부였다.
위 사건에 관하여 대법원은 96.4.12.선고 95누7727호 판결에서 1) 노령수당지급신청 접수를 반려한 피고의 행위를 처분으로 보았을 뿐 아니라 2) 노인복지법 제13조 및 동법 시행령 제17조의 규정을 해석함에 있어서 법 및 시행령에서 보건사회부장관에게 위임한 입법의 한계는 원고측의 주장대로 “소득수준 등을 참작한 일정 소득이하의 대상자의 선정기준”에 관한 것이라는 주장을 받아들여서 보건사회부장관이 법령에 근거없이 65세 이상의 노인보다도 연령을 높여서 임의로 70세 이상의 자에게만 지급하도록 한 것은 위법하다고 판시함으로써 원고는 결국 위 사건에서 승소하게 되었다.
(다) 평가
이와 관련하여 보건사회부는 대법원 재판 계류중에 이미 65세 이상의 일정한 소득수준 이하의 노인들 전원에게 노령수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정책을 변경하였을 뿐 아니라 노인복지법을 전면개정하여 경로연금으로 이를 대체, 지급범위를 확대하였다. 결국 이 사건을 통하여 비록 재량규정 형태로 되어 있는 사회복지 분야 급부라고 하더라도 일단 그것이 시행령, 시행규칙에 의하여 명시될 경우 해당자는 일종의 급부청구권이 인정되어 이에 대한 잘못된 하위 규정에 의하여 자신의 급부를 지급받지 못하였을 경우 권리침해를 원인으로 하여 행정소송 및 헌법소원을 제기할 수 있다는 것을 사법적으로 확인하게 되었을 뿐 아니라 본건 소송 결과로 65세부터 70세까지의 생활보호대상자모두가 노령수당을 지급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다. 주민등록전입신고거부처분취소소송
(가) 소송 배경
도시빈민들 중에서 경제적인 능력이 없어서 비전형 주거시설이라고 할 수 있는 비닐하우스를 개조한 판자집과 같은 취락지역에서 거주하는 주민들은 전국적으로 30여만으로 추산되는데 이들은 실제 거주지인 해당 판자집에 주민등록을 받아 주지 않는 읍·면·동사무소의 전입신고거부처분으로 말미암아 취학세대의 아동들을 친지 등 타 지역에 위장주민등록전입신고를 하고 자신의 주거지와는 관계없는 지역에 통학을 시켜야 할 뿐 아니라 현행 기초생활보장법상의 수급권자로서 보장을 받기 위한 주민등록요건도 갖추지 못한 위장전입자 생활을 하게 되는 결과 그 수급권조차도 보장받지 못하는 한마디로 법외 지역에 방치되어 있기 때문에 이들에 대하여 해당 주거지에서 주민등록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공익소송을 기획하게 된 것이었다.
(나) 쟁점 및 소송 결과
이에 따라 이들에 대한 주민등록을 찾아 주고 기초생활보장법상의 수급권을 보장하기 위하여 서울의 집단 판자촌이라고 할 수 있는 송파구 문정동 소재 “개미마을”과 “화훼마을”에서 대표적인 주민 1인씩을 선정하여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하게 하고 그 거부처분을 받은대로 곧바로 취소소송을 제기하였다.
이 사건의 법률상 쟁점은, 현행 주민등록법상 30일 이상 거주목적으로 일정한 주거에서 생활을 하면 전입신고를 하도록 하고 있는데 법상으로는 동 주거지가 불법건축물인가 여부는 불문으로 하고 있음에도 불법건축물에는 주민등록을 할 수 있는지 여부에 관한 것이었다. 행정자치부에서는 비전형주거시설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주민등록전입신고를 받지 않도록 하는 지침을 운용하고 있었다.
이와 관련하여 서울행정법원에서는 2000구24654호로 전입신고거부처분이 위법하다는 취지의 원고들 승소 판결을 선고하였다. 이에 대하여 피고측이 항소를 한 사건에서도 2001. 7.24.자로 서울고등법원 2001누2890호 사건에서 승소 판결을 선고받아 피고측이 상고를 제기하지 않아서 확정된 결과 위 지역 주민들은 모두 해당 주거지에서 주민등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유감스럽게 위 사건 판결은 대법원 판결이 아니라는 이유로 행정자치부에서는 송파구 해당 마을에 대하여만 주민등록 전입신고를 받아 주고 나머지 지역의 비닐하우스촌 주민들은 주민등록을 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들 지역에서도 이와 동일한 소송이 진행될 예정이며, 동 판결이 승소 확정 되는대로 이들 주민들이 모두 제대로 된 주민등록을 갖게 되어서 최소한의 공민권을 행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라. 국민연금기금 관련 손해배상청구 및 위헌법률심판
(가) 소송 배경
위 사건의 기획 의도는 국민연금기금의 비민주적이고 국회의 통제를 받지 않는 실질적인 예산으로 전용하는 등의 방만한 운영-연금가입자들의 의사결정참여 배제, 특히 93년부터 제정된 공공자금관리기금법에 의하여 연금기금이 공공자금으로 강제 예탁되면서 연금기금 운용이 수익성, 안정성의 면에서 부실하고 방만하게 운용되어 향후 기금고갈의 사태가 우려되던 상황이었고 따라서 ‘공공자금관리기금법 제5조’에 의한 강제예탁, 공공자금에 편중한(90%에 육박함) 기금운영 등의 문제가 시급하게 시정되어야 할 상황이었다.-, 금리 차에 의한 상대적 손실, 연금기금 재정의 파탄문제 등의 문제제기를 통한 공론화와 이를 통한 향후 국민연금법 개정에서의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법개정에 대한 정책적 대안 제시와 국민적 합의 도출을 목표로 한 것이었다. 이를 위하여 직장 가입자 2명을 임의로 선정하고 사실상의 대표소송으로서 국가를 피고로 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하였다.
(나) 소송상의 쟁점 및 결과
원고들인 연금가입자들의 청구권원과 관련하여 1) 미래소득의 손실에 관하여 손해배상의 법리가 가능한가 하는 점 2) 연금기금의 법적 성격 3) 손해의 발생여부 4) 연금기금운용위원회의 규정이 헌법상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 5) 공공자금관리기금법 제5조에 의한 국민연금기금의 공공자금에로의 강제예탁의 위헌성 여부 등이 쟁점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지방법원 민사제30단독 재판부는 원고의 국민연금법 제84조 제3항 및 공공자금관리기금법 제5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신청을 받아 들여서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제청결정을 하였고, 헌법재판소에서는 97.10.4.선고 97헌가6호 결정에서 8:1의 다수의견으로 기금의 수익률이 떨어지더라도 정부가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운용을 하는 이상 장래의 연금수급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는 요지의 판시를 하였다. 그러나, 위 헌재 결정 이후 강제예탁 규정의 폐지를 위한 입법운동이 본격적으로 전개되면서 국민연금재정을 훼손하는 공공자금관리기금법 제5조 제1항 제1호의 “국민연금기금”의 의무예탁 규정은 법률개정에 따라 98.12월부로 폐지되는 성과를 거두게 되었다.
마. 의료보험수가고시위헌확인 헌법소원 사건(2000헌마659호)
(가) 소송 배경
의약분업과 관련한 의료계의 파업 사태가 반복되어 커다란 사회 문제가 되면서 정부는 의료계의 불만을 달래기 위하여 무원칙하게 의료보험 수가를 보건복지부장관의 수가인상고시를 통하여 이미 2차례 대폭 인상하여 준 상태에서 또 다시 2000. 9.1.자로 국민건강보험법상 최소한 2000. 12. 31.이전에는 그 어떠한 경우이든 보건복지부장관이 건강보험급여비용(=수가)에 관한 결정권이 없는 상태에서 무려 13%를 인상하는 내용의 고시처분을 하였고, 이로 인하여 국민들에게 정부 발표에 의하면 급여비용만 9000 여억원, 본인부담금을 포함하면 1조5000억원을 훨씬 상회하는 막대한 국민 부담이 가중되는 상황이 되었다. 따라서 이와 같은 위법한 공권력 행사에 맞서서 참여연대 등 시민사회단체가 주축이 되어 보건복지부장관의 수삭인상고시에 대하여 헌법소원을 제기하게 된 것이었다.
(나) 법률상 쟁점과 판결 요지
첫째, 건강보험가입자 개개인이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의료보험료수가관련 기준의 개정 고시로 인하여 권리침해가 되고 헌법소원 이외에는 별다른 구제수단이 없는가 하는 점이다. 이 점에 대하여는 보험수가 인상고시로 인하여 청구인들이 부담하는 보험료 본인일부부담금 역시 인상되는 불이익을 직접 입고 있고, 다른 권리구제절차가 허용되는지 여부가 객관적으로 불확실하며, 더욱이 개정 규정이 2000.12.31.까지 한시적으로 적용되는 까닭에 그 이휴에는 청구인의 권리보호이익이 부정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헌법소원의 대상이 된다고 판시하였다. 둘째, 과연 개정 국민건강보험법상 보건복지부장관이 법이 시행된 이후인 2000. 7.1.부터 2000.12.31.까지 사이에 의료보험진료수가에 관한 기준을 정하여 고시할 법률상의 권한이 있는지에 관한 것이었다.
법 제41조의 문리 해석상 2000.7.1.부터 2000.12.31.까지는 법 시행 이전의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한 진료수가를 적용하고 그 이후에는 수가계약에 의한 수가를 적용하도록 되어 있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는 것이었다. 그러나, 의료계의 파업사태를 달래는 차원에서 국민의 부담은 외면한 채 보건복지부장관이 서둘러 인상한 고시 처분이 법률에 위반한 것임이 지적되자 보건복지부는 법 부칙 제11조에 의하여 인상고시를 한 것이라고 헌법재판 과정에서 이를 강변하였다.
이와 관련하여 헌법재판소에서는 2000. 12. 14. 선고 2000헌마659호 사건에서 5인의 다수의견으로 보건복지부장관이 개정고시한 수가인상고시는 법률의 위임에 근거하지 않고, 권한없이 제정·시행한 것이라면서 위헌 의견을 냈고, 4인의 헌법재판관은 부칙 제11조를 “유연하게 해석”하여야 한다면서 법 부칙 규정에 따르면 이 사건 고시는 합헌이라는 의견을 냈다. 비록 위헌 의견이 다수 의견이었으나 헌법재판소법상 위헌결정은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이 사건에 대하여는 청구인에 대한 기각 판결이 선고되었다. 그러나, 수가 인상이 위법하였다는 점은 그 이후 진행된 감사원 감사결과에 의하여도 드러났고, 연이어 무원칙한 수가 인상 결과 건강보험재정 파탄이라는 결과가 초래되면서 결국 위법한 수가인상을 주도한 장관이 경질되는 등의 후유증을 앓기도 하였다.
바. ‘글리벡’ 관련 헌법소원 사건(2002헌마205호)
‘글리벡’은 골수성 백혈병환자에게 치료효과가 탁월한 ‘기적의 치료제’라고 평가되는 신약으로 백혈병 환자들에게는 반드시 투여되어야 할 치료제로 의료계에서 공인되고 있었다. 이로 인하여 정부 역시도 식품의약품안전청장이 2001. 6. 20.자 만성기 포함 만성골수성백혈병에 전부에 대한 적응증을 인정한 품목허가를 하였고 같은 날짜로 본인부담금을 제외한 나머지 금액은 약가가 정하여지는대로 보험재정에서 정산하여 주는 조건과 제3상 임상시험 조건부로 국내 시판허가까지 하였다. 그런데, 제조사인 노바티스 사와 “글리벡”의 보험약가 조정이 되지 않고, 고가약으로 인한 보험재정부담의 문제가 발생하자 정부는 국민건강보험요양급여의기준에관한규칙 제5조 제2항에 의한 “요양급여의적용기준및방법에관한세부사항개정 규정”을 신설하여 만성골수병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만성기 환자 중 기존의 약제인 인터페론 알파 치료에 실패한 환자로서 의사의 글리벡 투여소견서를 첨부한 자에 대하여만 요양급여를 실시할 수 있도록 제한하였다. 이에 대하여 글리벡을 처치받을 수 없게 될 뿐아니라 처치받더라도 월 수백만원에 달하는 막대한 약가 부담으로 사실상 치료받을 수 없는 처지가 된 만성기 골수성백혈병 환자들과 보건의료단체가 연대하여 동 복지부 고시가 헌법에 위반된다는 취지의 헌법소원을 제기하게 된 것이었다. 이 사건은 현재 헌법재판소에 계류중인 바, 동 헌법재판과는 별도로 정부는 글리벡에 대한 약가를 결정하고, 결국 만성기 환자에 대한 적응증을 소급하여 인정함으로써 만성기 골수성백혈병환자들이 실질적으로 구제받게 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되었다.
6. 공익소송운동의 과제
가. 헌법소송의 활성화(추상적 규범통제의 예외적 도입)
현재 국가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법조개혁의 요구 속에는 그 표현상의 불명료함에도 불구하고 현행 사법제도의 비효율성, 비경제성으로 인한 국민적인 불만이 본질적인 요소로 자리잡고 있다. 전통적인 민사, 행정 관련 사법제도는 양당사자간의 사건을 전제로 한 사후적 분쟁해결기능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이는 대량화문명(massification culture)으로 지칭되는 현대사회에서 야기되는 새로운 분쟁상황에 대한 적절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사법제도상의 개혁의 필요성은 국가나 자치단체의 복지급부를 비롯하여, 시민운동단체가 담당하고 있는 분야 – 즉, 다중의 공익과 관련된 분야들에 대한 제도개선과 관련한 소송적인 접근을 매우 어렵게 하고 있다.
현행 헌법재판소법은 이른바 구체적 규범통제를 전제로 하여 헌법소원 등 헌법소송의 제기요건을 매우 엄격하게 규정하여, 법령을 포함하여 공권력행사로 말미암아 헌법상의 기본권을 현재 침해당한 자가 다른 권리구제수단이 없을 경우에 예외적으로 헌법소송을 제기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이러한 현행 헌법재판소법의 한계로 말미암아 국민의 기본권침해와 직접 연결되는지가 불분명한 공공부문에 대한 법,제도개선 분야(국가,자치단체의 재정분야, 부패방지, 지방자치 입법, 소비자 관계법제, 사회보험, 공공부조정책, 언론 등)에 대한 헌법적인 판단을 필요로 하는 경우에 이에 대한 해결방법이 매우 어렵게 되어 있다. 따라서 최소한 독일 헌법재판제도와 같이 일정한 요건을 정하여 이를 충족하는 경우에 예외적인 추상적 규범통제가 가능하도록 하는 형태로 헌법재판소법이 개정될 필요가 있다.
나. 소송제도의 개선
(1) 집단소송법제의 도입
1차적으로, 기본법으로서의 개별법분야를 포괄할 수 있는 집단소송법이 시급히 제정되어야 한다. 집단소송이라고 함은 피해자 집단 개개인으로부터의 명시적인 위임없이도 1명 또는 수명의 피해자들이 일정 범위의 집단 전체를 대표하여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를 말한다. 전통적으로 이러한 소송은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일반적으로 사용되지만, 사회복지급부 등 공공적 분야에서도 제기할 수 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제도 형태는 미국의 class action 제도를 기본으로 하여 도입할 수 있을 것이다. 2004. 1. 제정된 증권관련집단소송법은 집단소송을 최초로 제도화하고 있으나 제소 요건의 엄격성으로 인하여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집단소송법의 도입은 결과적으로 공익의 문제를 유료 법률서비스에 의한 법률서비스 시장에서의 자유경쟁에 의하여 폭발적으로 소화시킬 것이다. 여기서 유의할 점은 집단소송제도에는 감정비나 인지대 등 소송비용의 감면에 관한 특례규정을 두어야만 한다는 점이다. 소액 피해자들의 공익을 실현하기 위한 집단소송의 본래의 목적이 달성되려면 이러한 비용부담으로 인하여 사법적인 접근이 제한되어서는 안되기 때문이다. 집단소송이 제도적으로 가능하게 될 경우 “공익에 관한 사건”을 직업으로 하는 변호사나 공익법무법인의 현실적 생존 및 세속적인 욕구를 충족시킬 것이기 때문에 공익소송의 법률서비스 시장이 대폭적으로 확장될 것이다. 물론, 이 경우 일부 부작용이 예상되기는 하지만 이는 사회적으로 긍정적인 효과에 비하여 최소한의 필요비용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수준이라고 할 것이다. 대부분의 확산이익과 관련된 제조물 책임을 중심으로 한 소비자 문제, 환경 문제, 복지 문제 등등을 망라할 수 있는 집단소송법제를 전면적으로 도입하도록 시민운동단체들은 적극적으로 연대하여 입법운동을 전개하여야 한다. 이러한 입법운동은 결과적으로 NGO운동의 질과 폭을 비약적으로 확대할 것이다.
(2) 당사자 적격(청구 자격), 소의 이익의 완화
당사자주의적 소송구조를 갖고 있는 현행 민사소송법이나 행정소송법 등은 기본적으로 불특정 다수를 주체로 한 공익적인 문제에 친하지 않다. 현행 소송법상의 공동소송제도의 한계는 집단소송법에 의하여 극복될 수 있을 것이나, 적어도 헌법상의 기본권을 근거로 한 법적 문제제기의 경우에는 당사자 적격이나 소의 이익에 관한 문제를 대폭적으로 법적으로 완화시키는 법제가 필요하다. 이와 관련하여 미국의 환경규제법제에서 도입되어 있는 시민소송제도는 하나의 모범적인 사례가 될 수 있다. 이와같은 시민소송 제도의 유형은 시민운동 조직에 가장 친밀한 것으로서 가장 공익적인 분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시민소송의 유형은 바로 복지급부와 관련한 법제에서도 그대로 원용할 수 있다고 할 것이며, 특히 공익법적 접근이 필요한 사회복지 분야는 집단소송제와 함께 이러한 시민소송제도와 같은 제도를 전면적으로 도입함으로써 은혜적인 급부에서 권리성 급여로, 정부의 시혜에서 구체적인 생존권으로의 복지 이념의 지평을 확장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할 것이다.
(3) 징벌 배상 제도의 도입
미국의 불법행위법 체계에서 제도적으로 채택되어 있는 징벌배상은 불법행위자에 대하여 위법행위에 대한 제재와 동시에 앞으로 다시는 유사한 위법행위를 못하도록 금전적으로 강제하는 제도로서 그 실효성이 매우 높다. 이와같은 징벌 배상 제도 역시 공익법 분야와 관련되어서 선별적으로 채택할 필요가 있다고 할 것이다.
월간 <복지동향> 2004년 10월호(제7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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