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7 2007-08-01   1580

[심층분석2] 지방정부 예산의 구조와 결정과정


                                                                                이원희(한경대)
 
 1. 의의 : 지방자치와 지방재정


 정치적 의미의 「민주」란 주민의 직접참여에 의한 선거를 통해 권력을 창출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권력이 주민으로부터 평가받는 절차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을 의미한다. 중앙에서 임명되는 권력과 달리 권력의 기반이 주민에게 있도록 함으로써 지방정부의 활동과 기능이 전면적으로 개편되고 있다.
 종래 지방행정은 중앙에 대한 단순집행기관에 불과하였다. 국가의 서비스가 직접 주민에게 전달되는 마지막 단계에 있어 주민과 가장 밀접하였지만, 주민의 참여가 원천 봉쇄되었고 행정과정이 공개되지도 않아 가장 비민주적인 관료행태를 보였다. 지방행정이라고 하면 말단행정, 낙후행정, 부패행정을 연상하게 되고, 서울시를 흔히들 복마전(伏魔殿)이라고 하는 것도 이러한 연유에서였다. 국민들의 행정에 대한 불신은 사실상 이러한 지방행정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이제 주민의 무관심·중앙의 무책임·지방의 무능력이라는 과거의 숨 막히는 억압을 극복하고, 책임지는 정치·공개되는 행정·참여하는 주민의 새로운 문화를 창출하여야 할 시기이다. 정치적인 의미의 민주를 담보하고 실질적인 지방자치를 보장하기 위해서는 지방재정의 확보가 선결요건이 된다. 지방의 문제를 지방에서 제기하고 이를 지방에서 해결하기 위한 물적 토대의 구축이 없다면, 지방자치란 자칫 언어적 유희(rhetoric)에 불과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자치시대가 착근(着根)됨에 따라 주민들의 지방재정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증대하고 선출될 자치단체의 장이 과욕적인 다양한 공약을 실현하고자 할 때, 지방재정에 대한 압박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지방정부가 정책을 시행하면서 재원이 부족하여 중앙정부의 지원에 의존해야 한다면 결국 중앙정부의 원격조정을 받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지방자치의 본질적 의미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지배권력을 선출을 통해서 충원한다는 것 뿐만 아니라, 지방의 문제를 지방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물적·인적 자원을 구비하도록 하여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지방자치의 완성을 뒷받침하는 지방재정의 확충이 필요하고 또 그러한 속도에 비례하여 지방재정에 대한 주민의 적극적인 참여와 감시운동이 필요하다.



2. 예산의 개념과 접근


 흔히들 예산은 일정기간 세입과 세출의 예정서이면서 시민의 대표인 의회가 집행부에 대해 부여하는 재정동의권의 형식 즉 재정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과정이라고 정의한다. 이는 회계 장부적인 접근과 정치적인 접근이 포함된 개념이다. 무엇보다 집행부와 의회가 순서를 달리하며 권력을 상호 견제하는 민주체제의 특징을 보여 주고 있다. 그래서 예산과정은 그 나라 민주 정치의 수준과 비례한다는 주장이 있기도 하다.
 
《예산과정(절차)의 4단계》


예 산 편 성
(집행부)

예산심의,의결
(의회)

예 산 집 행
(집행부)

회계검사 및 결산
(의회)


 한편 현대의 재정 관리 관점에서 보면 예산과정은 4단계로 구분되지만 각 단계는 별개로 분리되어 수행되는 것이 아니라 상호 연관적인 과정이다. 예산의 과정은 하나의 단계가 다음 단계로 연결되는 가치 사슬(value chain)의 과정에 있으며, 또한 그러한 과정이 되도록 연계되어야 한다. 특히 결산이 예산의 마지막 과정으로 끝나는 과정이 아니라 다시 예산에 환류 되는 과정이 되도록 하는 시각 조정이 필요하다. 그러한 의미에서 나는 결산을 예산의 사전적 조정과정이라고 주장한다. 여기에서 재정민주주의 입장에서 예산을 이해하기 위한 접근을 정리한다.
  첫째, 예산은 사업이다. 따라서 예산은 정책과 연계하여 분석하여야 한다. 둘째, 예산은 주민의 부담으로 조성된 자금이다. 연도 말에 세입과 세출의 결산에 따른 세계잉여금은 민간 기업에서 생각하는 당기순이익이 아니다. 그것은 주민이 적정 세출에 비해 더 많이 부담한 초과부담분이다. 따라서 그것은 주민에게 돌려주어야 한다. 셋째, 결산은 정책평가의 과정이 되어야 한다. 2007년에 사업별 예산이 도입되는 것은 단순히 과목 변경이 아니라, 성과 관리 체계가 구축된다는 의미가 확인되어야 한다. 넷째, 일년 벌어 일년 먹고 사는 방식을 극복해야 한다. 예산의 과정은 매년 공권력에 근거하여 세금이 들어오기 때문에 내년을 망각하기 쉽다. 그래서 예산의 과정에서는 미래, 고객, 원가의 개념이 없다는 비판을 받게 된다.



3. 예산 과정의 새로운 이해


주민의 참여 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예산 과정을 새롭게 이해하고자 한다.


1) 사전적 조정 과정


 단 년도의 예산이 시작되기 전에 중기재정계획을 작성하는 것이 필요하다. 향후 5년 동안에 들어올 세입에 근거하여 세출을 추계하고 이에 근거하여 세입과 세출을 추계하는 것이다. 따라서 중기재정계획은 몇몇 공무원의 아이디어에 의해 결정될 것이 아니라 광범위하게 지역 주민의 수요를 측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중기재정계획심의위원회에 주민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중기재정계획에 담긴 사업 중 일정 금액 이상이 되면 지방재정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투융자 심사를 받게 한다. 예컨대 도로를 건설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이 20억인데 건설을 통해 지역 경제에 미치는 효과는 30억일 경우 투자를 한다는 식의 의사결정이 필요하다. 역시 전문가적 식견과 지역 주민이 필요성을 가장 잘 알기 때문에 투융자심사위원회를 구성하여 다양한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본격적인 예산 사업을 논의하기 전에 중기재정계획과 투융자 심사의 과정에서 중요한 예산의 골격이 결정된다는 측면에서 이를 사전적 조정과정이라고 명명한다.



2) 예산의 편성과 심의 ; 재정민주주의의 관점에서


  편성과 심의를 예산 결정이라고 할 수 있다. 예산안 제출권인 편성권은 집행부에 있고, 이를 최종적으로 결정하는 의결권은 의회에 있다.
  종래 예산 편성은 집행부 과정이라고만 고려되었다. 사업 부서에서 예산안을 제출하면 기획예산담당관에서 이를 결정하였다. 지극히 폐쇄적인 과정이기도 했다. 그러나 행정이 다양한 공공재 공급의 주체가 되면서 더 이상 폐쇄적 과정으로는 대응이 어렵게 되었다. 주민이 원하는 서비스를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게 된 것이다. 이를 참여예산제라고 한다. 참여 예산제 하면 주민예산위원회의 구성을 연상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한명 한명의 시민이 자신이 납부한 세금의 주인 의식을 갖는 재정민주주의 관점이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의원도 개개인의 의원이 갖는 선호 체계에 입각하여 예산을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주민을 대표한다는 대의민주주의 원칙을 확인하는 과정이 되어야 한다. 참여 예산제란 이러한 간접민주주의의 한계를 인식하고 예산 과정에서는 직접 민주주의 원칙을 구현하려는 제도적 장치이다.


3) 집행 ; 불신을 넘어서 신뢰의 제도화를 향하여


 예산 집행은 의회가 승인해준 예산을 실행에 옮기는 과정이다. 따라서 집행에는 두 가지 가치가 내포된다. 의회가 승인해 준대로 집행해야 한다는 통제 지향적 원칙과 일년 전에 결정된 예산을 실행하는 것이기 때문에 상황 변화에 따라 신축성을 가져야 한다는 측면이다.
  그런데 과거 우리의 예산 집행 과정을 보면 불신을 전제로 칸막이를 마련한 다음, 그것이 불편하기 때문에 다시 칸막이를 해제하는 행정 낭비가 발생하였다. 불신의 행정 과정에서 행정 낭비가 발생하였던 것이다. 이제 우리의 예산 집행과정을 신뢰를 전제로 재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럴 경우 과목의 칸막이로 인한 이용과 전용, 시간의 칸막이로 인한 명시이월과 사고이월을 줄이는 새로운 과정을 형성할 수 있을 것이다.


4) 결산 ; 성과평가의 관점에서


 종래 결산은 예산에 대한 계수의 확인 과정이었다. 그래서 의회 과정에서 경시되었다. 이미 지출한 것에 대한 평가보다는 새로운 사업을 확보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결산은 예산의 사전 과정이라는 새로운 발상이 등장하고 있다. 종래에는 10억을 배정하고 나서 9억을 집행하고 1억이 불용되었다는 계수 확인이 중요하였다. 그러나 이제는 10억원이 지출을 통해 지역경제에 어떠한 효과를 기대하는 지에 대한 성과 지표가 제시되어야 한다. 그리고 결산의 과정에서 그러한 성과가 달성되었는지에 대한 성과 평가가 이루어지고 이를 근거로 다음 연도 예산에 반영되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결산과 예산이 연계되는 가치사슬을 이루게 된다.



<참고문헌>


김동건. (2006). 현대재정학. 박영사
윤영진. (2007). 신재무행정론. 대영출판사
이원희. (2003). 참여적 지방재정운영 방향. 한국지방재정논집. 제8권 제2호
이원희. (2003). 국회 예결산 제도의 개선에 관한 연구. 국회 예결산특별위원회 보고서.

월간 <복지동향> 2007년 08월호(제10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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