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9 2009-04-01   846

[동향1]경제위기, 그리고 정부의 속죄양 삼기 정책


경제위기, 그리고 정부의 속죄양 삼기 정책

이정원(이주노조 선전차장)


 
 지금 한국 경제의 전망을 밝게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거의 모든 경제 지표들은 최악을 기록하거나 최악을 향해 치닫고 있다. 모두가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을 마이너스 성장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미 노동자들 대부분은 임금 동결 또는 삭감, 물가 인상, 개인 부채 증가 등으로 고통을 겪고 있다.
 현재 한국에 공식 실업자가 82만 명에 반(半)실업자까지 포함한 실제 실업자가 3백만 명이 넘고, 비정규직이 7백만 명에 달하는 상황이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지난 해 4분기 실질임금이 6.4 퍼센트가 감소했고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12.9 퍼센트나 하락했다. 게다가 명목임금 자체가 하락하고 실업률이 상승하는 상황에서 물가 상승은 실질임금 하락폭을 더욱 키워 노동자들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
 한국 경제의 총고용에서 제조업이 가장 높은 고용 비중을 차지하는데, 그 중에서도 중소기업 제조업 고용비중이 80 퍼센트이다. 그런데 경기 침체로 중소기업 가동률이 사상 최저치를 기록하며 계속 하락하고 있다. 1월 평균 가동률은 62.6 퍼센트에 그쳤고, 가동률이 80%를 넘는 ‘정상 가동’ 업체도 5곳 가운데 1곳으로 줄었는데 이것은 1년 만에 정상 가동 업체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특히 비정규직, 여성, 영세 사업장 노동자들, 이주노동자들이 가장 먼저 위기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비정규, 영세 기업에 고용된 내·외국인 노동자들이 우선적으로 해고, 휴업 등을 강요당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이들의 기존 임금은 정규직 노동자 임금의 70 퍼센트도 채 되지 않고 기업 복지 혜택도 받지 못해 실업이 가져오는 생계에 대한 위협이 매우 큰 집단이다. 가장 저임금을 받는 이주노동자들의 처지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대개 노동조합 등으로 조직돼 있지 않아 해고, 임금 삭감 등이 광범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그 상황이 충분히 드러나지도 않는다.


생존권을 위협받는 이주노동자들


 가뜩이나 열악했던 이주노동자들의 처지는 더욱 악화돼 임금 체불, 해고 등이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고용허가제로 들어온 이주노동자들은 공장에 일이 없다며 아무런 대책도 없이, 해고에 대한 법적 절차도 없이 하루 아침에 공장에서 내쫓기고 있다.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회사가 제공한 기숙사에서 지내기 때문에 해고는 당장 머물 집도 함께 사라지는 것을 뜻한다.
경제 사정이 나빠 새로운 일자리를 구하는 것 역시 여간 어렵지 않다. 그러나 고용허가제 노동자들은 2개월 이내에 직장을 구하지 못하면 본국으로 돌려보내지기 때문에 구직 중인 이주노동자들은 엄청난 스트레스와 압박을 받고 있다.
 심지어 목숨을 잃는 안타까운 일들도 일어난다. 지난 3월 11일 경기도 평택에서 베트남 출신 이주노동자 홍(Hong, 32) 씨는 사업장의 조업단축으로 인해 해고를 당하고, 법으로 정해진 2개월 구직 기간 내 새로운 직장을 구하지 못하자 자살을 했다. 홍 씨는 자살하기 직전까지 평택과 안산을 오가며 매일 일자리를 찾아 헤맸다고 한다. 구직을 못한 심리적 압박감과 2개월 이라는 구직 시한이 끝나면 미등록이주노동자로 전락한다는 이중적 고통이 결국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것이다.
 이주노동자들의 임금도 대폭 줄어들었다. 다른 한국 노동자들처럼 잔업, 특근 등이 사라지면서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이거나 그 밑으로 떨어졌다.
 우리 노조에 최근 들어온 상담 사례는 단적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처지를 보여준다. 지난 해 10월에 한국에 온 두 명의 네팔 이주노동자는 서울의 한 공장에서 일을 시작했다. 애초 계약 때는 주간 노동과 잔업, 야간 수당 지급을 약속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볕도 들지 않는 공장 지하실을 개조해 기숙사라고 제공했고 수습 기간 최저임금 감액을 적용해 매 달 최저임금의 10%를 감액했다. 평균 12시간, 많게는 14시간 이상을 일하면서 이들이 손에 쥔 임금은 고작해야 70여만 원에 불과했다. 너무난 열악한 노동 조건과 저임금에 혹사당하다 못해 사업장을 옮기고 싶다고 요청했지만 이 요구는 계속해서 묵살 당했다. 이주노조를 통해 노동부에 진정이 접수된 뒤에야 사업주는 직장 변경 요구는 받아들여졌다.
 사실 이런 사례나 상담은 최근 부쩍 늘고 있다. 몇 개월 째 임금을 지급받지 못했다거나 더 이상 직장을 옮길 기회가 없는데 사업주가 일방적으로 해고해 버려 졸지에 본국에 돌아가야 할 상황에 처한 사례 등.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정부와 기업들


 이미 지난 해부터 이주노동자들의 처지가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것은 경제위기와 더불어 정부가 예고한 정책들에서 예측할 수 있었다.
 지난 해 9월 25일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주재한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회의에서는 기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이주노동자들을 살인적으로 쥐어짜는 계획인 「비전문 외국인력 정책 개선방안」이 발표된 바 있다. 이 방안은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에서 숙식비를 공제하고 수습 기간을 6개월까지 연장 적용해 최저임금 삭감 적용이 가능케 하겠다는 것이었다. 또 미등록 이주노동자 단속을 더욱 강화하겠고 했고 그 후 11월 마석 가구공단에 단속반과 경찰을 대거 투입해 110여 명을 단속하며 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았다.
 정부의 발표 이후 이 방안을 추진하는 데 필요한 법제도 개선을 위해 최저임금법 개악안이 현재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기업들은 정부의 발표 이후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에서 숙박비를 공제하기 시작했고 고용허가제로 들어오는 이주노동자들에게는 아예 계약서에 임금 공제를 명시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지난 3월 27일 중소기업중앙회는 ‘외국인근로자 숙식비 부담기준’을 발표하며 기업들에게 이주노동자 임금 삭감을 ‘시행’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이 ‘외국인근로자 숙식비 부담기준’에 따르면 사업주들이 기숙사·일반주택 및 이에 준하는 시설과 2끼의 식사를 제공할 경우 최저임금의 20 퍼센트(180,800원)를 공제하도록 하고 있다.
이미 이주노동자들의 임금은 잔업, 특근 등이 거의 사라져 최저임금 수준 또는 그 미만으로 대폭 삭감된 상태다. 여기서 20여만 원의 임금 삭감은 불과 50~60여만 원의 임금만을 지급하겠다는 것을 뜻한다.
 이것은 한 마디로 지금의 경제 위기를 빌미로 이주노동자들을 노골적으로 노예로 부리겠다는 것이다. 경제위기로 가장 치명적인 처지에 내 몰리고 큰 타격을 받는 저소득 노동자들 중 한 부분이 바로 이주노동자들이다. 그런데 이주노동자들의 외국인이라는 취약한 처지를 이용해 이렇게 일방적으로 임금을 대폭 삭감하는 것은 이주노동자들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으로 정말 악랄한 일이다.   
 게다가 이것은 현행 노동 관련법 위반 요소가 매우 많은 불법적 행위를 사업주들에게 촉구하는 것인데, 중소기업 중앙회의 이런 지침은 최저임금법 및 근로기준법에 보장하고 있는 균등대우 원칙, 임금전액불 원칙, 일방적 근로조건의 불이익 변경 금지 원칙 등을 위반한 위법한 행위다.
무엇보다 사용자들의 대변 기관인뿐인 ‘중소기업중앙회’가 이주노동자의 근로조건 기준을 제시하는 것은 월권 행위이며 권리 남용이다. 


속죄양 삼기


 정부는 최근 실업률이 가파르게 상승하고 심각한 사회 문제로 떠오르면서 그 대책 중 일환으로 이주노동자들의 일자리로 내국인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2008년 12월 노동부는 일정한 고용환경개선 시설 투자를 하여 외국인 고용을 내국인 고용으로 대체하는 경우 시설 투자비 최대 50%와 1인당 120만 원의 재정 지원을 하겠다고 했다. 올해 정부는 외국인력 도입 규모를 정하면서 약 1만 명 정도의 외국 인력을 내국인으로 대체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물론 이것이 현실 가능할지는 알 수 없다. 지금 기업들이 시설 투자는커녕 현재 상태 유지도 어려운 상황에서 이 방안이 내국인 노동자 고용 창출 효과를 내는 것은 거의 효과가 없을 것이다. 또 이주노동자들이 주로 고용되는 업종이 소위 3D 산업인데 이 인력을 여성 및 고령자로 충당한다는 계획도 비현실적이다. 사실 이런 조치는 내․외국인 간의 갈등한 유발시키는 불온한 정치적 목적이 더 크다고 보여 진다.
 특히 우려되는 부문은 건설 현장이다. 정부는 현재 건설현장에 이주노동자 규모를 9만여 명으로 추정하고 있고, 이 중 8만여 명이 방문취업제로 들어온 동포들이다. 정부는 이들의 내국인 일자리 대체 문제가 심각하다며 2만 명 수준으로 줄이려 하는데, 이것은 결국 대부분의 이주노동자들을 건설 현장에서 쫓아낼 계획으로 보인다.
 이 방안의 현실성을 논외로 하더라도 3백60만 명에 이르는 실업 노동자들에게 1만 명의 일자리를 내어주는 것은 ‘언 발에 오줌 누기’이다.
 게다가 지금처럼 가장 열악한 일자리로 통하는 이주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빼앗아 한국인 노동자에게 그 자리를 메우라는 것은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는 완전히 정반대의 대안이다.
이런 방안이 ‘국가적’ 위기의 시기에 ‘외국인’을 희생시켜 ‘내국인’을 위하는 것처럼 여겨지는 심리적 보상을 제공해 줄지는 몰라도 실업으로 고통 받는 노동자들의 문제는 전혀 해결해 주지 못한다.
 일례로 정부는 건설 자본들에게는 수조 원 대의 자금을 지원하지만, 이 돈은 건설 노동자들의 고용과 노동조건을 개선하는 것에는 전혀 쓰이지 않는다. 바로 이런 것이 진정한 문제다.
경제가 어렵고 한국인 노동자 일자리도 부족하다며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해고 따위는 문제도 아니라는 식의 정부의 주장은 위선이다. 이 정부는 비정규법 개악, 구조조정으로 정부가 앞장서 고용 불안과 대규모 인력 감축을 추진하는 정부이기 때문이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일련의 정책들은 경제 위기를 빌미로 이주노동자들을 속죄양 삼으려는 의도로 보인다. 실업, 낮은 임금 등에 대한 불만을 이주노동자들의 존재 때문인양 느끼게 만들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인들의 일자리를 빼앗거나 임금 하향 압력을 부추기는 사람들이 아니라 정부와 기업들이 이주노동자들을 값싸고 편리한 일회용품 취급하는 정책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이들이 더 열악하고 형편없는 처지로 내 몰리고 더 큰 차별을 당할수록 이들은 한국인 노동자들과 단결하기보다 사업주에게 이용되기 쉬운 집단이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피해는 모든 노동자들에게 돌아온다.
우리가 이주노동자들뿐 아니라 모든 노동자들의 권리의 동등한 보장을 요구하며 함께 단결하는 것만이 모든 노동자들의 권리를 지키는 길이다.  

월간 <복지동향> 2009년 04월호(제1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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