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가거품빼기사업=기등재약 목록정비사업”은 무엇이고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기등재약 목록정비사업’이란 무엇인가?
어떤 약이 건강보험에서 보험급여를 받기 위해서는 보험목록리스트에 올라가야 한다. 이것을 ‘등재’라고 한다. 매년, 매순간 새로운 약이 개발되어 나오고, 이렇게 개발된 약은 일단 안전성, 유효성을 평가하여 ‘허가’라는 과정을 거친 후(단순화시킨다면 과학적인 검증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보험목록리스트에 올라가는 과정, 즉 ‘등재’라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등재’는 한 사회의 경제, 문화, 사회적 수준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똑같은 약일지라도 A국가에서는 ‘등재’가 되지 않은 약이 B국가에서는 너무도 당연하게 ‘등재’되기도 한다. 이렇듯 ‘허가’와 ‘등재’는 개념상으로 다른 것이다. 하나의 물질로서 ‘약’의 기능을 검증하는 과정과 달리 ‘등재’는 사회적인 합의에 의해 정책적인 판단이 들어갈 수 있는 것이다.
2006년까지 우리나라 건강보험은 ‘약’에 대한 보험급여는 ‘허가’와 동시에 ‘등재’되는 제도를 가진다. 특별한 사유가 있는 약(예를 들면, 생명이나 일상생활에 직접적인 영향이 없는 약-여드름치료제 등)을 제외하고는 ‘허가’된 모든 약이 ‘보험목록’에 올라가게 된다. 이러한 제도를 **를 제외하고는 모두 다 등재되는 것이기에 ‘네거티브 리스트’라고 부른다. 제외되는 리스트를 정하는 것이기에 이렇게 부르는 것이다.
하지만, 이 ‘네거티브 리스트’하에서는 보험약가의 결정체계, 기준문제 및 협상력 제약 등으로 효율적인 약제비의 관리기전이 미흡했기에 약값은 높게 책정되고 그의 사용양은 컸으며, 그의 증가율도 높았다. 그래서, 정부는 2006년 12월 29일 ‘약제비적정화방안’이라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한다. ‘약제비적정화방안’의 중심적인 내용은 ‘네거티브 리스트’에서 ‘포지티브 리스트’로 바꾸는 것이다. ‘포지티브’란 네거티브와는 반대로 ‘목록에 올라가는 리스트’를 정하겠다는 것이다. 더 싸고 효과적인 약만을 보험급여리스트에 올리겠다는 것이다. 예전에는 이거이거 제외하고는 “몽땅 다”였다면 지금은 “요거요거요것만” 올라가고 나머지는 탈락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요거요거요것”을 추려내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새로 개발되어 허가를 받은 약의 경우에는 ‘허가’받고 나서 ‘요것요것’안에 들어갈 만한 것인지를 평가하는 과정(경제성 평가 및 약가협상)을 거쳐서 리스트에 올라가는 “등재”가 완료되는 것이다.
하지만, 허가를 받고 이미 리스트에 올라가 있는 약의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라고 해서 나온 것이 “기등재약 목록정비”라는 것이다. 이미 등재되어 있는 약물도 “요것요것요것”안에 들어가는지 평가해서 ‘리스트’를 다시 만들자는 것. 하지만 이미 리스트에 올라가 있는 약물의 가지수가 15000여 가지가 넘는 상황에서 한순간에 다 진행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기에 목록정비 5개년계획이라는 것을 보건복지부가 2007년 4월에 발표한다. 이 계획안에 따르면 약 15000여 품목을 추려내는 사업 즉, 약가거품빼기사업을 2011년까지 완료한다고 했다. 2007년은 ‘시범적으로 거품빼기’를 하는 기간, 2008년부터 4년간은 본격적인 거품빼기사업을 실시하기로 한 것이었다. 2009년 4월 현재까지도 2008년 대상군에 대한 평가사업을 시작조차 못 한 상황에 있다.
그럼 “요거요거요것”이라는 것은 어떻게 추려낼까?
‘경제성 평가’라는 과정을 일차적으로 거친다. 흔히 어떤 물건을 ‘경제성’이 있다라고 말하는 것은 ‘그 물건의 가치에 합당한 금액이다’ 내지는 ‘비슷한 다른 물건(대체가능한)과 비교해서 더 저렴하다’라는 뜻이다. “의약품 경제성 평가”라고 하는 것도 약이 효과가 비슷한 다른 약과의 가격을 비교하고 평가하는 것이다.
‘경제성 평가’라는 과정을 거쳐서 ‘목록정비’가 이뤄지게 되는데, 이 ‘경제성을 평가하고 목록정비를 하는 방법’에 대해서 원칙을 정하고 방향을 정해보자라고 하는 것이 ‘시범평가=약가거품빼기 시범사업’이다. 15000여 품목을 추려내는 것이고, 처음 하는 것이기에 ‘미리’ 좀 더 시간을 갖고 여러 이해당사자들과의 의사소통의 과정을 거쳐서 ‘본평가’가 실시되기 전에 ‘시범평가’라는 것을 통해 원칙 및 방향을 정하고 미처 예측하지 못한 이런저런 변수들을 알고, 또 생길 수 있는 변수에 대처하는 기본적인 방법을 정하자고 하는 것이었다.
시범평가의 대상은 ‘편두통치료제’와 ‘고지혈증치료제’ 두 가지였다. 먼저, ‘편두통치료제’의 시범평가가 2007년 12월에 그 결과가 발표되었고, 2008년 4월에 평가결과가 직접적으로 건강보험에 반영이 되었다. ‘편두통치료제’의 경우 한국 약제비 시장에서 차지하는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기에 큰 잡음없이 진행이 된 측면이 있다. 그 결과로 약 21억원의 약가거품을 제거할 수 있었다.
하지만 두 번째 시범평가였던 ‘고지혈증치료제’의 경우에는 상황이 달라진다. 고지혈증치료제의 경우 시장규모가 약 4400억원이 되는 큰 품목이고, 고혈압 및 당뇨와 더불어 대표적인 만성질환에 사용되는 약이다. 그래서였는지, 이 고지혈증치료제의 약가거품빼기사업은 만신창이가 된다. 제약회사들의 반발이 엄청 났었고 정부도 이들의 눈치를 보게 된다. 시범평가 결과의 발표는 5월에 있었는데 그 평가의 적용은 2009년 4월 15일에야 된다. 최소 5%에서 최대 37.5%의 약가거품, 약 453억원이 제거가 될 예정이다. 이 거품제거도 4월 15일과 2010년 1월 1일 두 차례에 나눠서 하는 품목(특허미만료 의약품의 경우)도 있다.
그럼 약가거품은 왜 생겼을까?
우리 나라의 ‘약가격’을 결정하는 제도가 허점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단적으로 말할 수 있다. 그 허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우선, 하나의 새로운 약이 등재될 때 약값은 선진 7개국(우리 나라보다 경제적 수준이 높은 미국, 영국, 프랑스 등등 7개 나라)의 가격을 기준으로 하게 된다. 그러므로, 우리 나라의 소득수준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가격으로 약값이 결정되는 것이다. 게다가 시간이 흘러 ‘신약’이 아니라 이 약과 똑같은 ‘카피약-제너릭의약품’이라고 한다-생산되고 등재될 때는 기존 ‘신약’의 약가가 기준이 되어서 결정되었다. 즉, 신약의 80% 이하 등으로 결정되게 되는 것이다. 외국의 경우에는 ‘카피약’이 생산되면 ‘카피약’의 가격도 신약의 50-80% 정도의 수준이고, 더불어 ‘신약’의 가격도 거의 반절이상 떨어지게 된다. 하지만, 우리 나라는 제도의 허점으로 인해 ‘카피약’이 나오더라도 약값이 떨어지지 않았던 것이고, 이것은 그대로 ‘거품가격’을 형성하게 되었다. 이렇게 비합리적인 방식으로 결정된 약값의 거품을 제거하는 일, 그것이 바로 “기등재약 목록정비사업”이다.
하지만, 수 개월내에 제거하겠다던 약가거품을 약 2년의 시간동안에도 제거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제까지 누려왔던 부당한 폭리를 놓지 않으려는 제약회사의 억지논리, 시간끌기, 생떼쓰기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발맞춘 것이 그 직접적인 이유이다. 정부는 보험료를 내고 직접 약값을 지불하는 국민의 입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제약회사 프렌들리 정책방향을 고수한 것이다. 오히려, 시간이 지날수록 제약회사의 부당하고도 엄청난 이익을 보전해 주기 위한 말도 안 되는 제안을 앞장서서 하고 있는 실정이다.
더 나아가 ‘약가거품빼기사업’ 전반에 걸쳐 계획을 수정하고자 한다. 곧 그 수정계획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2007년 4월에 국민과 약속했던 내용은 무시하고 ‘약가거품빼기사업’을 연기 또는 축소할 것이라는 말이 언론에서 심심찮게 들려오고 있다. ‘경제위기’가 그 주요이유이다. 경제위기상황에서 제약업계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서 비싼 약가를 그대로 유지를 해 줘야 제약회사가 먹고 살 수 있다는 논리로 가고 있다. 정부는 이제까지 부당한 이익을 취하도록 버려둔 것도 모자라, 현 제도의 시행일정 및 내용을 바꿔서까지 제약회사편에 서려고 하고 있다.
약 15000여개의 약 중에서 단 316품목의 거품제거로 인한 절약되는 돈이 453억이다. 2007년 발표된 원안대로 시행되었다면 2008년에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그 돈이 나가는 일이 없었을 것이고, 그 돈만큼 다른 보장항목이 늘었을 것이다. 한 치료제의 거품빼기사업으로 인한 금액이 이 정도이고, 빠른 시행이 얼마나 중요한지 바로 수치로 나타난 것임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좀 더 천천히, 완화해서 시행하자는 얘기를 버젓이 하고 있다. 15000여 품목에 끼어있는 거품은 감사원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나온 자료에 의하면 약 9000억-2조원이라고 한다. 2008년 정부가 발표한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방안의 한 항목인 ‘치석제거’를 급여화하는 데 필요한 돈은 약 7000억원이다. 즉, 약가거품을 제거한다면 전 국민 중 ‘치석제거’ 서비스가 필요한 1832만명의 국민에게 스켈링을 1-3년간 급여에서 보장해 줄 수 있는 것이다.
경제위기는 제약회사만 겪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불경기의 한파에 제일 먼저 쓰러지는 것은 국민이다. 국민의 경제위기에 대해서 진정으로 걱정하는 정부라면 ‘약가거품빼기사업’의 빠르고도 확실한 실시를 주장해야 옳다. 당초 원안대로, 계획의 차질없이, 강력하게 추진해야 한다. 보건복지부가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비난을 피할려면 제약회사의 안위를 걱정할 것이 아니라 국민과의 약속을 지켜야 한다. 이번에 발표될 수정계획안에는 ‘약가거품빼기사업’의 연기 또는 축소가 아니라 사업을 차질없이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대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월간 <복지동향> 2009년 04월호(제12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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