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현(민주노총 정책실장)
1. 들어가는 말
비정규직법 시행 2주년이 지난 지금 비정규직법 시행의 유예냐, 즉각시행이냐를 둘러싼 공방으로 국회뿐만 아니라 전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다. 노동부는 일찌감치 비정규직법을 개악하여 기간제한을 2년에서 4년으로 연장하지 않으면 100만명의 해고가 일어난다는 100만 해고대란설을 퍼뜨리며 비정규직법 개악만이 해결책이라고 억지를 부렸다. 이에 맞서 노동계와 시민사회운동진영, 야당들은 정부의 주장은 과장된 것이라며 지금 필요한 것은 비정규직법의 시행과 정규직 전환 지원 등이라며 항의하였다. 환경노동위원회는 3당 간사와 양대노총을 포함한 5자연석회의를 개최하였으나 여기에서도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7월에 접어들어 법은 이미 시행에 들어갔다.
그럼에도 노동부는 다시한번 대량해고의 해결책은 비정규직법 개악이라면서 야당과 양대노총에게 책임을 미루었다. 이에 다시금 비정규직법 개정공방은 여전히 공방중이며 사회적 쟁점이 되고 있다. 이 글은 비정규직법 개악을 둘러싼 공방과 그 진실을 추적해보고자 한다.
2. 협박과 말바꾸기로 일관한 100만 대량해고설
정부는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2년→4년)을 추진하면서, 현행법을 개정하지 않으면 올해 7월 100만명이 해고된다며 고용대란설을 주장하였다. 지난 해 10월 초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기자간담회에서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초 기자간담회에서 “내년 7월이면 2년으로 제한된 비정규직 근로자가 정규직으로 전환되느냐 아니면 해고되느냐의 갈림길에 서게 되는 만큼 비정규직 관련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대충 잡아도 100만이 넘는 근로자가 내년부터 불안한 상태에 들어간다”며 “노동부가 대량해고 사태를 그대로 보고 있을 수는 없다”며 절박한 문제라고 호소했다. 이 100만 대량해고설은 지난 5월 18일 이영희장관의 기자간담회에서 “7월 이후부터 100만명 정도가 정규직으로 전환이 안 되면 해고된다는 점에서 고용대란”이라고까지 이어지지만, 이후 70만 대량해고설로 말바꾸기하게 된다. 즉, 통계청의 3월 경제활동인구조사 부가조사 결과에 대한 브리핑에서 노동부 관계자는 “고용불안에 노출된 비정규직 인원은 최대 70만명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 근거는 5인 이상 사업장에서 근무하는 2년 이상 근무 비정규직이 약 86만명 수준인데, 이들중에서 2년이상 근무시 정규직 전환조항에 해당하지 않는 55세 이상, 주15시간 미만 근무자를 제외하면 약 70만명이 되고 이들이 모두 대량해고에 놓이게 된다는 것이다.
그런데 70만 대량해고설조차 매우 과장된 수치이다. 올해 7월 사용기간 2년 제한조항이 적용되는 사람은 2009년 3월 현재 ① 근속월수가 21개월인 사람과 ② 근속년수가 2년을 초과하는 사람 가운데 일부이다.
이 중에서 ①에 해당하는 사람은 2007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부가조사에서 근속월수가 2월인 기간제근로자(5인이상, 55세미만, 15시간이상 근무)가 지속적으로 2009년 7월까지 근무해야 하는 조건을 갖추어야 한다(2년 계속 근무) 통계청부가조사는 1년에 2번 3월과 8월에 이루어지므로 2008년 8월 당시 14개월근무자 및 2009년 3월 21개월 근무자의 양조건을 만족해야 하며, 이는 각각 1만9천명, 1만3천명이므로 이들이 그대로 계속 근무한다하더라도 1만3천명에 지나지 않는다.
②에 해당하는 근속년수 2년을 초과하는 사람은 2009년 3월 현재 64만명으로 파악되는데 이들중에서 2년을 넘는 기간을 설정하더라도 정규직 전환의무가 시행되지 않는 전문직 등 적용예외자 19만5천명을 제외하면 최대 45만명에 지나지 않는다. 나아가 구체적 수치로 파악되지 않는 ‘적용 예외자’와 ‘2009년 3월에도 근로계약을 체결․갱신하지 않거나 기존의 근로계약을 연장하지 않은 경우’를 감안하면, ‘2007년 7월부터 2009년 3월 사이 근로계약을 갱신하거나 기존의 근로계약을 연장’해서 올해 7월부터 2011년 3월 사이 사용기간 제한조항을 적용받는 사람은 최대 40만명(매달 1.9만명)으로 추정된다. 결국 정부 주장과 달리 ①과 ②를 합쳐 올해 7월 올해 7월 사용기간 2년 제한조항이 적용되는 사람은 최대 3.2만명으로 추정되고 이를 매달 적용해보더라도 올해 7월부터 사용기간 2년 제한조항이 적용되는 사람은 매달 최대 3~4만명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결국 100만 대량해고설은 정부의 국민에 대한 공갈성 협박에 지나지 않는 대국민 사기극에 지나지 않음이 밝혀졌다 하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 중앙, 동아를 비롯한 수구언론은 정부의 대량해고설을 대서특필하고 비정규직법 개악의 명분을 삼고 있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하겠다.
3. 비정규직 노동자를 앞장서서 자르는 후안무치한 MB정부
정부여당의 강행처리를 위한 압박에도 불구하고 6월 30일까지 3당 간사와 양대노총간 5인 연석회의에서도 결국 비정규직법 유예가 합의되지 않아 결국 여당의 강행처리는 실패로 돌아갔다. 이에 따라 7월 1일이 지났으나, 노동부의 집계에 따르더라도 5일까지 노동부가 발표한 사례에 따르면 전국 62개 사업장의 1,146명 근로자가 계약을 해지당했거나 앞으로 해지될 예정이다. 정부가 주장한 대량해고설이 허구인 것이 드러난 것이다. 게다가 이 숫자조차 박사학위 소지자 등 2년 고용기간 제한이 적용되지 않는 근로자와 기간제법 고용기간과 무관한 파견근로자가 이 숫자에 포함된 점도 통계로서 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 그뿐만 아니다. 60여개 사업장의 상당수는 공공부문의 비정규직으로 결국 정부가 비정규직 해고대란의 정당성을 찾기 위해서 비정규직을 해고하는 짓거리를 벌이고 있는 것이다. 이는 2007년 법제정이후 노무현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해 수만명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인 것과 대비된다.
7월 2일 민주노총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 수백 명, KBS 380여명, 보훈병원, 산재의료원 등등 지금 현재 대량해고가 일어나고 있는 부분은 대부분 공공부문이며 이는 정부 스스로가 비정규직 대량해고의 주범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노총에서도 7월 5일, 산하 73개 공공 기관에서 ‘비정규직법 시행 관련 고용 변화 실태 조사’를 진행한 결과, 비정규직 6,945명 중 6월 30일부로 2년 계약이 만료되는 379명 가운데 217명이 계약 해지 통보를 받았다고 밝혔다. 발표 결과를 보면, 한국토지공사 145명, 대한주택공사 31명, 한국도로공사 22명, 한국법인한국폴리텍 19명 등이 해고 통지를 받았다. 이에 비해 민간산별에서는 비정규직 해고가 거의 밝혀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언론들은 상당수의 해고 역시 해고이며, 이는 법개악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계가 주장하듯이 수 만명이라 하더라도 많은 노동자의 해고가 일어나는 셈이며, 노동계는 정규직의 정리해고만 집중하며, 비정규직의 해고는 외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통계 이면에 가려진 논란중 하나는 기업이 정규직 전환 비용을 감당할 수 없어 해고한다는 식의 언론보도는 사실과 다르다는 점이다. 정규직(또는 무기계약직) 전환 시 사용자에게 추가되는 부담은 법률상 ‘정당한 이유 없는 해고 제한’이며, 근로조건의 상향조정 등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이에 따라 2007년 우리은행의 무기계약직 전환 등 다양한 정규직 전환사례가 발생하였으며 이 경우 복지혜택은 정규직 처우를 하였지만 임금이나 승진, 승급 등의 대우는 기존의 정규직과 다른 직군을 설정하였다. 결국, 기존의 정규직과 동일한 처우를 보장할 것인지, 기간제 근로조건을 유지하면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것인지는 기업에 맡겨져 있는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 비정규직을 계속 사용할 의도가 있다면, 비용부담을 감수할 수 있다면 정규직, 그렇지 않을 시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면, 그리 큰 부담없이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는 것이다.
만일 정부 주장대로 비정규직법을 개악하면 어떻게 될 것인가?
지난 5월 상공회의소 조사에서 비정규직 사용이 연장되지 않을 경우, ‘절반이상 해고하겠다’는 기업이 55.3%, ‘절반이상 정규직 전환’이 29.9%, ‘정규직 전환규모 미정’이 14.8%에 달하였다. 이를 다시 해석하면 계약해지 56.4%, 정규직 전환 43.6%이다. 만일 사용기간 2년 제한조항을 연장하거나 유예하면 정규직 전환 가능성(44%)은 사라지게 된다. 기업입장에서는 얼마든지 비정규직을 계속 사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정부에게 필요한 것은 정규직 전환에 부담이 되는 경우 전환지원금을 지급하여 정규직 전환을 촉진시키는 것이 필요하며, 그것도 힘들 경우에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공공부문부터 정규직 전환을 적극적으로 시행하여 시장에 비정규직법 시행의 긍정적 효과를 모범적으로 이루어내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는 지금 공공부문의 비정규직 대량해고를 만들어내면서 비정규직 해고만을 집계하여 개악의 명분만을 살리려고 최후의 발버둥을 치고 있다. 심지어 지난 4월 여야간에 합의한 비정규직 정규직전환지원금 1천여억원 조차 법개악과 연동하여 지금 즉각 투입할 수 없게 하였다. 결국은 모든 것이 비정규직 노동자를 위한 입법이 아니라 기업들이 마음대로 자르고 해고할 수 있는 비정규직법을 만들려는 것이 이 명박정부의 의도인 것이다. 최근 이명박대통령은 한 술 더 떠 비정규직법 유예만이 아니라 더 나아가 고용유연화입법이 하반기에 필요하다는 것을 주장하였다. 정부의 후안무치도 극에 달한 것 같다.
비정규직법이 개악되지 않자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지난 1일 기자회견을 열어 실업급여와 생계비 대부, 희망근로 프로젝트, 사회적 일자리 사업 등을 비정규직 실업대책으로 내놓았다. 희망근로 프로젝트는 이미 지난 달 신청이 마감되었으며, 생계비대부 역시 실직자가 최소 3개월 이상 구직활동을 전개해야 자격이 주어진다. 사회적 일자리는 극빈층에게나 해당되는 사업에 지나지 않는 등 정부의 대책이란 실질적으로 없는 셈이다. 그 어디에도 정규직 전환을 위한 대책은 없고 해고이후의 생색내기 대책만 나열하는 등 정부는 무조건 비정규직법 개악에 올인한 셈이다.
7월 5일, 여야원내대표간의 협상조차 또다시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표류하고 있다. 여당은 정확한 통계와 근거조차 제시하지 못한 채, 일방적인 1년유예안만 되풀이하며 야당을 압박하였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은 만일 정부여당의 일방적 강행처리, 또는 여야간 야합을 통해 비정규직법이 개악된다면 총파업을 포함한 총력투쟁을 통해 이를 저지할 것을 결의하였으며 이를 위한 준비태세에 집중하고 있다. 노동시민사회단체는 민생을 외면하고 비정규직 노동자에게 피눈물만 흘리게 하는 이명박 정부의 비정규직법 개악에 맞서 함께 어깨걸고 투쟁해나가야 할 것이다.
월간 <복지동향> 2009년 07월호(제1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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