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영(민주노총 공공노조 정책부장)
들어가며
정부는 2008년 2월부터「장애인장기요양보장추진단」을 설치하여 운영해왔다. 2008년 11월 시범사업에 대한 공청회를 진행하였으나, 예산을 확보하지 못하여 논의는 더 이상 진척되지 못하였다. 2009년 4월 추경예산을 확보한 후, 추진단 회의와 공청회를 거쳐 시범사업(안)을 확정하였고, 6월 말에는 시범사업 지역 선정도 마쳐 장애인장기요양제도 시범사업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정부는 내년 1월까지 전국 6개 지역에서 시범사업을 진행하고, 2010년에는 입법화 과정을 거쳐 2011년에 본 제도를 시행할 계획이다.
한편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소속 단체들과 사회서비스 시장화저지 공동대책위원회 소속 조직들은 「장애인 사회서비스 권리확보와 공공성 쟁취를 위한 공동행동(이하 ‘장애인사회서비스 공동행동’)」을 구성하여 시범사업(안)에 대한 문제제기와 올바른 장애인장기요양제도를 쟁취하기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두 개의 안으로 시범사업을 진행하는데, 1안은 현재 활동보조서비스에 방문간호와 방문목욕을 추가하는 방식이며, 2안은 노인장기요양제도에 장애인을 포함하는 방식이다. 등급판정 및 운영주체를 지자체에서 건강보험공단과 전문기관으로 위탁한다는 것도 현재 활동보조사업과 다른 점이다. 대상에 있어서 1안은 활동보조서비스 수급 장애인(1급 장애인)으로, 2안은 활동보조서비스 수급 장애인 중 희망자로 하되, 목표 인원 50명에 미달되는 경우에는 활동보조 비수급자 중에서 노인요양등급 인정자를 선발하겠다고 한다.
문제점 1. 노인장기요양제도에 장애인을 포함
정부 공청회에서 노인장기요양제도에 장애인을 포함하는 2안은 많은 논란이 되었다. 토론자 7명 중 단 한 사람만이 찬성하였으며, 객석 발언에서도 많은 비판이 있었다. 그러나 정부는 시안에서 2안을 제외하지 않고, 그대로 밀어붙이고 있다.
노인장기요양제도는 시행 1년 만에 시설 난립, 불법 횡행, 실업자 대량 양산이라는 문제점을 낳으며 실패한 제도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제도 자체의 문제뿐만 아니라 복지전달체계를 민간 중심으로, 시장 중심으로 바꾸어 놓았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현행 노인장기요양제도에 장애인을 포함하면 기존의 활동보조서비스에서 심각하게 후퇴하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왜냐하면 활동보조사업에서는 독거 특례자가 최대 180시간까지 서비스를 받을 수 있으나, 노인장기요양제도에서는 1등급이 되더라도 120시간 이상 서비스를 받기 힘들기 때문이다. 게다가 더욱 큰 문제는 서비스 시간은 줄어들지만, 본인부담금은 20만원 가량 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현재도 등급 판정을 받고도 본인부담금 때문에 서비스 이용을 못하는 노인이 많은데, 경제적으로 취약한 장애인에게 본인부담금은 심각한 진입장벽이 될 것이다.
한국의 사회서비스 전달체계가 파편화되어 있는 상황을 지양하기 위하여 노인요양과 장애인요양을 통합하려면 적어도 현재 노인장기요양제도 문제점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또한 노인과 다른 장애인의 욕구에 부합하기 위한 보완방안이 제시되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노인장기요양제도에 장애인을 포함시키려는 방안은 난립하여 이용자 유치에 혈안이 되어 있는 영리노인요양기관들에게 더 많은 이용자를 공급해주는 것 이상이 될 수 없다.
문제점 2. 지자체의 책임 부재
현재 활동보조사업은 지자체에서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시범사업 1안의 운영주체는 전문기관에 위탁, 2안의 운영주체는 건강보험공단으로 되어 있다. 1안의 전문기관은 국민연금공단으로 선정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노인장기요양제도 사례를 보면 지자체의 역할이 명확히 규정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서비스 제공기관에 대한 관리감독을 국민연금공단이나 건강보험공단에서 할 수 있을까? 해당 지역의 장기요양 기본계획 수립은 누가 해야 할 것인가? 장기요양 기본계획 속에서 제공기관의 수가 어느 정도가 적당한지 판단하고 허가를 내주고 관리하는 주체는 누구여야 하는가? 높은 질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종사노동자 양성, 제공기관의 올바른 운영에 책임있게 개입하여야 하는 주체는 누구인가? 서비스 이용자의 케어플랜을 작성하고 관리하며, 다양한 지역사회 자원과 연계해 주는 역할은 누가 하여야 하는가?
결국 장애인요양서비스에서 위와 같은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곳은 제시되지 않고 있다. 실제 제도가 내실있게 운영되기 위해서는 지자체의 역할이 강화되어야 한다. 장애인의 인간다운 생활과 복지를 책임져야 하는 지자체의 역할이 장애인요양서비스에서 규정되어야 할 것이다.
사업비 직접 지원방식에 대한 시범운영
복지부는 ‘이번 시범사업 결과에 따라 본 제도의 전반적인 틀이 결정된다’고 밝혔다. 이미 장애인활동보조사업이 진행 중인 상황에서 장애인장기요양제도의 방향은 적어도 장애인활동보조사업의 발전, 강화로 설정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기존의 장애인활동보조사업의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이 시범사업 안에 들어가야 한다.
장애인사회서비스 공동행동은 활동보조사업의 가장 큰 문제로 바우처 수수료를 지적하였다. 수수료를 통해서 이윤을 남길 수 있게 되자, 기관들은 과도하게 경쟁하게 되고, 영리기관화 되었고, 더 많은 이윤을 위해 종사노동자에게 법정수당, 퇴직금 등을 지급하지 않아 노동자의 노동조건은 열악해졌다. 열악한 노동조건에서는 질 높은 서비스가 제공될 수 없었다. 그리고 국민의 세금으로 조성된 공적 재원이 민간기관의 이윤으로 사라져 버렸다.
해당 지역에서 몇 개의 기관을 선정하고, 기관에 사업량을 배분하고, 사업량에 따라 사업비를 직접 지원하는 방식을 포함할 것을 ‘장애인사회서비스 공동행동’은 제안하였다. 이러한 사업비 직접 지원방식과 현재 바우처 방식을 함께 시범운영해 보면 각각의 장단점을 살펴볼 수 있다. 그러나 복지부는 ‘사업비 직접지급 방식은 예산문제와 다른 사회서비스사업과의 형평성 문제로 추진이 어렵다’는 입장이다. 예산문제는 예산 한도 내에서 사업비를 지원하면 되며, 다른 사회서비스사업에 대한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서라도 사업비 직접 지원방식에 대한 실험은 필요하다.
나가며
정부의 시범사업 중 2안은 직접적으로 노인장기요양제도에 장애인을 포함할 것을 제기하고 있다. 1안으로 제도의 큰 방향이 결정되더라도 노인장기요양제도 상의 방문목욕, 방문간호가 들어오는 이상 노인장기요양제도로 장애인을 포함시키는 시도는 계속될 것이다. 결국 어떠한 안을 선택하든 노인장기요양제도로의 선택지를 염두해 두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서 정부는 자유로울 수 없다.
공교롭게 노인장기요양제도 시행 1년 즈음에 장애인장기요양제도의 시범사업은 시작되었다. 실패한 제도인 노인장기요양제도로 장애인이 편입될 것인가? 공적 전달체계를 기반으로 장애인장기요양제도가 만들어져 노인장기요양제도를 올바른 방향으로 변화시킬 것인가? 이 귀로에 우리는 서 있다.
월간 <복지동향> 2009년 07월호(제129호)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