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09 2009-07-01   892

[동향3] 가난한 이들의 밥그릇마저 빼앗으려는가?

가난한 이들의 밥그릇마저 빼앗으려는가?
– 복지수급의 권리, 가난한 이들의 당당한 권리 –


조승화 (빈곤사회연대)



“4월 6일 날 제가 가는 병원에 갔어요. 제가 (의료급여)1종 이었는데 거기 병원 수납 창구 모니터에 2종으로 뜨는 거였어요. 병원에서는 2종으로 바뀌었으니 2종에 대한 수수료 1,660원을 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지불하고 영수증을 받으면서 확인을 한 결과 그 위에 2종이라고 써있더라구요. … 다음 날 동사무소에 진단서를 내러 갔습니다. 가서 왜 2종이냐고 물어보니 … 하는 말이 ‘아저씨만 그런 게 아니라 다 2종으로 바뀌었’다면서 보여주더라구요. 나중에 저는 왜 나한테 아무런 말도 없이 맘대로 2종으로 바꾸냐고 따졌죠. 그러니 그 공익근무요원은 ‘자기는 모르니까 구청에 가서 따지세요’라고 했어요.”
[용산구에 사는 주민 이00 인터뷰]


용산구청, 통보절차 무시하고 의료급여 2종으로 강등!

   2009년 3월 말, 서울시 용산구에서 의료급여를 받는 446명은 아무런 통보/절차조차 받지 못한 채 의료급여 1종에서 2종으로 강등되었다. 이는 용산구청에서 보건복지가족부의 2009년 의료급여 변경지침을 과도하게 시행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어이없는 사건이다.  


  이는 용산구청이 수급자의 군리를 무시한 분명한 실정법 위반이다. 국민기초생활보장법 제 34조는 ‘수급자에 대한 급여는 정당한 사유 없이 불리하게 변경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 29조는 만약 수급자의 급여를 변경할 경우 ‘서면으로 그 이유를 명시하여 수급자에게 통지’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용산구청은 수급자 개인들에게 아무런 통지조차 없이 의료급여 1종 수급자들을 강제적으로 2종을 변경시켰다. 어이없게도 이 사실을 수급자들은 병원 수납창구를 통해 알게 된 것이다. 이에 용산구 내 의료급여 수급자들은 용산구청의 부당한 조치에 항의하였고, 법적 구제절차인 ‘이의신청’까지 제출하였지만 용산구청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아무런 시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 또한 용산구청은 “근로능력이 없다는 진단서를 제출하면 된다”, “이의신청하라”는 식의 말만 되풀이하고 있는 실정이다.



복지부, 의료급여 1종 수급자들을 부정수급자로 의심하다? 

  이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은 보건복지부의 2009년 의료급여 지침에 있다. 지난 해 까지 만해도 의료급여 1종 진단을 받기위해서는 진단서 상에 ‘질병․부상 또는 그 후유증으로 3개월 이상의 치료 또는 요양이 필요한 자’라고만 기재되어 있으면 가능하였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2009년 의료급여지침에는 진단서 상에 반드시 ‘근로능력 불가’라고 기재 되어야 만 의료급여 1종으로 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의료급여 1, 2종 판정기준을 더 강화시키는 방향으로 지침을 변경시켰다. 이 지침은 복지전담공무원들에게 기계적인 판단을 내리도록 하는 것과 동시에 의료서비스가 필요한 수급자의 건강상태를 전혀 반영하지 않은 조치였다.


  이 지침은 의료급여 1종 판정 기준을 강화시켜 결국 의료급여1종 대상자들을 대폭 줄이는 효과를 발휘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현 경제위기 상황 속에서 빈곤층이 더욱 증가되고 있어 더욱 빈곤층의 건강권 보장, 복지정책의 확대가 절실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이명박 정권의 빈곤층에 대한 후퇴하는 복지정책을 보여주고 있는 실례일 것이다. 이 지침변경은 용산구청의 2종 강제전환에서도 볼 수 있듯이, 전국적으로 많은 의료급여자의 피해가 속출했다.


  대구에서는 과도한 의료급여 지침변경의 시행으로 병이 위중한 의료급여자가 지침변경에 따른 진단서를 제출하는 과정에서 쓰러져 의식불명인 상황이 발생하였다. 또한 서울시 한 의료급여 담당공무원은 진단서를 떼기 위해 외출한 중증환자에게 ‘외출이 가능하면 근로능력이 있는거 아니냐’(근로능력 있으면 의료급여 2종 판정받음)며 2종 전환을 종용하기도 하였다. 경기도 안산시에서는 의료급여자가 ‘근로능력 없음’이라는 진단서를 제출하였더니, 복지 담당공무원이 의사에게 전화를 해서 ‘길에서 폐지를 주울 정도의 근로능력도 없느냐’고 따져 물었다고 한다. 의사에게 어떻게 폐지를 수집할 수 있는 육체적 능력을 기준으로 근로능력 유무를 판단하라는 것인가?


의사보고 노동능력까지 평가해라고…?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의사는 자신이 진단한 특정 질환에 대하여 얼마 동안의 치료, 요양, 혹은 재활이 필요한가를 가늠하여 진단서를 발급한다. 하지만 특정 질환에 대한 판단을 통해 인간의 총체적인 활동인 ‘근로 능력’ 유무를 판단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사에게 ‘근로능력 유무’ 판정을 요구하는 복지부 지침은 의사에게 의학의 범위를 벗어난 판단을 강제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치료에 관하여 신뢰관계를 형성해야 하는 의사와 환자와의 관계마저 단절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뿐이다.


  이에 대한의사협회는 복지부지침으로 정해진 진단서 내 ‘근로활동 불가’라는 문구는 ‘의학적 판단의 모호성’ 때문에 의사들의 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였다. 진단서 작성지침은 ‘의료법 제 17조 규정’에 의한 것으로 이에 위배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더불어 의사협회는 의사들에게 ‘근로활동 불가라는 용어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라며 근로능력 유무를 진단서 상에 기재 하지 말아야 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처럼 의사의 입장에서는 거부할 수 밖에 없는 근로능력유무 기재의 계속적 시행은 결국 의료급여 수급자들에게 고스란히 피해가 돌아 갈 수밖에 없다. 이 사례만으로도 근로능력 유무의 진단서 기재 지침은 폐지되어야 마땅할 것이다.


빈곤층, 당당하게 복지수급의 권리를 말하다!

  의료급여제도나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에 의한 복지수급은 정부의 시혜가 아니다.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과거 시혜적인 생활보호제도를 한단계 뛰어넘어 국가가 모든 국민의 기본적인 생활을 제도적으로 보장해야 할 것을 천명한 것으로서 ‘수급권자’ ‘보장기관’ 등의 용어를 사용하며 공공부조제도를 ‘권리성 급여’로 전환한 것으로서 그 의의를 가지고 있다. 또한 헌법 34조의 ‘모든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실현하는 법적 위상을 갖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의료급여 지침변경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 그리고 3월초부터 전국적으로 드러나기 시작한 복지담당공무원들의 대담한 복지급여 횡령사건들(최근까지 총 횡령 금액만 40여억 원)에서 보여지 듯,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적용과 구체적 권리실현의 현장에서 정작 권리의 주체가 되어야 할 복지수급자들이 철저히 무시당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의료급여 수급권자들과 시민사회운동단체는 함께 ‘기초생활보장권리찾기행동’을 구성하여, 행정 편의적이고 수급자들의 권리를 무시하는 의료급여지침 시정을 요구하며 복지부와 문제가 되는 지자체에 항의하였다. 의료급여 부당함을 지적하는 의료급여 수급자들과 함께 ‘이의신청’을 진행하였고 국가인권위 진정을 하기도 하였다. 이 결과 복지부는 새롭게 지침을 시정/보완하는 공문을 각 지자체에 발송하였다. 공문은 ‘수급자 근로능력 판정관련 지침 보완 시행 안내’라는 제목의 공문으로 진단서상에 근로능력이 기재되지 않더라도 ‘3개월 이상의 치료.요양이 필요하다’는 진단서만 제출하면 이는 한시적 근로능력 없다는 것으로 의사가 인정하는 의미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진단서 상에 ‘근로능력 없음’ 기재가 의료급여 1종 2종 구분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기준이 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이는 크게 만족할 정도의 성과는 못되지만, 복지급여를 수급자의 권리로서 요구하는 일련의 과정 속에 이루어낸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복지급여는 빈곤층의 생존 수단이며 권리이다!

  도시 내 쪽방지역과 같이 빈곤층이 모여 사는 지역에서는 40여만 원으로 한 달을 살아가야 하는 이들이 대다수다. 이들은 대부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로 복지급여 40여 만 원으로 방세(15-17만원), 식비, 차비 등을 사용하며 최소한의 소비로 살아가고 있다. 빈곤층에게 복지급여는 생존수단이다. 하지만 아직 복지현장에서 복지제도는 가난한 이들에게 권리인 적이 없었다. 단지 빈곤층에 대한 국가관리, 통제를 위한 수단으로, 매우 시혜적 차원에서 생색내기 수준으로 진행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다 보니 복지현장에서는 계속적으로 수급 당사자의 권리는 무시되고 복지급여 공급자(국가, 복지담당기관과 실무자)의 편의위주로 제도가 진행되기도 한다.


  복지 수급의 권리는 이 땅의 빈곤층에게 생존을 위해 보장되어야 할 당연한 권리이다. 하지만 노인, 장애인, 아동, 가난한 사람들 스스로도 아직은 ‘당연히 보장받아야 할 권리를 누리겠다’라는 의식보다는 ‘주면 받고, 고마울 뿐이지’하는 생각을 더 많이 갖고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제는 나약하고 보호받는, 보호받아야 할 수동적인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당당하고 능동적인 권리의 주체로서 모두가 서야할 때이다. 그러할 때 복지행정의 비리나 부조리가 없어지고 보다 많은 이들이 인간적인 삶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월간 <복지동향> 2009년 07월호(제12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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