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상오
주거복지연대 사무총장
1. 들어가며
한국토지주택공사법(제정 2009.5.22 법률 제9706호 시행 2009.10.1)에 의하면, 한국토지주택공사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비전(Vision)은 우리나라 국민경제의 발전에 이바지하는데 있다. 비전 실현을 위해 조직이 달성하고자 하는 사명(Mission)은 국민주거생활의 향상 및 국토의 효율적인 이용에 있고, 이는 통합공사 조직의 존재이유이기도 하다. 통합공사의 비전과 사명을 달성하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Goal)는 첫째, 저소득층의 주거복지 확충과 내집마련 촉진 등 국민주거안정의 실현이다. 둘째, 도시조성과 도시재생 등 지속가능한 도시공간 창조이다. 셋째, 지역상생 발전 및 성장기반 조성이다. 이와같은 비전과 사명 그리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3가지 구체적인 목표가 주택도시분야 중앙공기업 활동의 출발점인 동시에 골인점인 것이다.
양 공사의 통합취지가 이러하기에 주거관련 시민사회단체들은 한국토지주택공사의 출범으로 정부의 토지ㆍ주택정책 운용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될 수 있다는 점에서 통합논의를 긍정적으로 인식하고, 특히 집장사ㆍ땅장사라는 오명을 씻고 저소득 취약계층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등 핵심 공적 기능 강화의 정책 반영 및 실행 등 서민들 바램에 부응하는 공기업으로 거듭날 것을 촉구해왔다. 그리고 통합을 찬성했던 주공의 주요 논리가 택지개발 이익 투입을 통한 임대주택공급 확대와 같은 서민주거복지의 획기적인 확충이었다. 그래서 통합이 되면 집없는 사람들이 조금더 살기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또한 컷던게 사실이다.
하지만 부채개선과 건설경기 활성화에 치중한다는 정부와 이지송사장의 발언은 서민입장에서 볼 때 한마디로 실망스럽다. 부채 해소를 염두에 두면 사업성을 우선적으로 고려할 수 밖에 없고 그렇게 되면 택지개발이나 분양사업에 치중하게 돼 땅장사, 집장사라는 고질병이 또다시 재현되어 서민을 외면하는 결과를 낳을 수 밖에 없다. 지난 9월8일 이지송사장과 정부의 통합계획 발표 내용을 보면, 조직 통합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양 공사의 조직을 혼합·슬림화하고 지원조직 축소와 함께 1천767명을 단계적으로 감원하고 보금자리주택 건설, 토지은행, 저탄소 녹색성장(녹색뉴딜) 등 3개 분야는 사업 기능을 충실하게 수행하지만 임대운영업무는 단계적으로 폐지한다. 기능중복에 따른 낭비요소를 제거하는 것은 수긍이 가지만 무엇보다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확실한 비전제시가 없고 특히 공공주택 공급·관리·복지기관으로서의 역할과 기능확대 등 공공성을 강화하겠다는 언급이 없는 것은 정말 문제가 아닐 수 없다.
2. 재무구조개선이 제1의 목표가 될 수 없다.
우선 통합공사 내정자의 기업성 중시 발언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국토지주택공사 이지송 사장 내정자는 이날 “재무안정 없이 기업안정이 있을 수 없는 만큼 경영의 최우선 과제로 경영합리화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제1목표로 삼겠다. 출범과 동시에 재무개선 특별조직을 운영해 부채의 내용과 경영부실의 원인에 대해 낱낱이 상세하게 분석해 밝히고 근본 대책을 강구할 작정”이라고 했다. 공기업도 기업이기 때문에 취약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한 경영합리화 노력을 문제삼을 수는 없는 일이다. 경영은 특정한 목표달성을 위해 제한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투입하고 과업을 통합, 조정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다만 경영합리화를 통한 재무구조 개선을 제1의 목표로 제시한 것은 통합공사의 기업성 측면만을 중시한 발언이라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앞서 말한 것 처럼 통합공사는 공익성과 가치중심의 비젼과 사명을 구현하는 활동이 조직의 존재이유이다. 재무개선 등 경영합리화는 자원확보와 서비스 제공 등에 대한 경영효율 차원의 개념이지 통합조직의 핵심적인 경영목표로 설정할 성질의 것이 아니다. 양 공사가 민영화나 조직폐지가 아닌 통합으로 가닥을 잡고 출범한 것은 분명히 토지·주택정책의 공공성 유지 필요성에 대해 사회적 합의가 전제됐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성‘만’을 중시한다면 임대주택 건설을 줄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하는데 이러한 경영건전성 강화방안을 내놓을 수 는 없는 노릇이다. 정부와 이지송사장은 토지주택공사가 기업성과 효율성 못지 않게 공공성에 대한 균형적 시각 또는 공공성 강화의 가치인식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지송사장이 중점을 두는 재무개선 노력이 결과적으로 주거복지 방기의 면죄부로 작용해서는 결코 안될 말이다. 양 공사의 지난해 말 부채는 86조원에 이르기 때문에 재무구조를 개선하고자 하는 노력은 필요한 일이다. 그럼에도 부채급증 문제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그리고 부채가 크게 늘어난 것은 국민임대주택 건설이나 혁신도시 등 정책사업을 수행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부채 역시 감당가능하다는 논리로 줄곧 이야기 한 것이 주택공사였다. 분양자산 매각 및 사업 구조조정 등에 의하여 얼마든지 탄력적으로 조정이 가능하고 단기적으로 투자자금을 회수할 수 있는 분양주택, 대지 등 재고자산의 장부가치가 48조원이어서 부채상환에 문제가 없다고 한 바 있다. 통합과정에서 이런 논리를 대던 조직이 통합공사로 되면서 부채문제가 ‘제1의 경영과제’로 이야기 되는 것은 대규모 인력감축과 구조조정의 근거로 활용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은 아닌지 혼란스러울 뿐이다. 특히 서민주거복지 실현과 같은 통합공사 본연의 사명을 방기하거나 수동적으로 임하게 된다면 이것은 정말 큰 문제이다.
결국 통합공사의 색깔을 좌우할 가장 중요한 초대사장 인선이 현대건설 CEO였던 이지송사장으로 결정된 의미가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당면한 인력감축과 본사 이전문제, 부채 등의 재무개선, 뿌리깊은 양공사간 갈등치유 및 화학적 융합을 이끌어내는 것이 주된 역할임이 분명해졌다. 이러한 정책기조는 서민들이 바라던 주거복지의 강화가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을 암시하고, 결과적으로 서민주거복지정책의 장래는 당초 기대와 달리 어두울 수 밖에 없다.
3. 토지주택공사의 과제
먼저 토지주택공사의 존립가치와 역할은 임대주택 공급 등 공적 핵심기능의 강화에 있다. 통합공사는 공공성이 강한 조직이다. 한 설문조사에서 주택도시 중앙공기업이 가장 비중을 둬야 할 가치의 우선순위에 대해 84.8%의 주택도시 전문가들이 공공성>효율성>기업성 순으로 가치를 두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고 응답한 바 있다. 결국 통합공사가 추구해야 할 최고의 존립 가치와 역할은 기업성이 아니라 공공성에서 찾아야 한다. 민간 기업이 시행할 수 없거나 시행 의지가 없는 임대주택 공급과 관리, 도시재생사업, 국토개발과 보존 등의 공공성을 극대화하는 사업에 모든 노력을 경주하여야 한다. 이명박대통령도 7일 토지주택공사 출범식 축사에서 “민간회사와 경쟁할 필요가 없다. 새로 통합된 토지주택공사는 오로지 스스로 경쟁해야 한다. 민간기업이 이익이 나지 않아 일을 안하겠다고 하는 분야에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둘째, 서민주거안정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여야 한다. 통합에 따른 주거복지의 실질적인 강화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서민주거안정에 대한 확실한 비전을 제시하여야 한다. 통합공사의 기능개편을 보면 보금자리주택건설, 토지은행, 저탄소녹생성장(녹색뉴딜) 등 정부의 핵심정책 추진을 강화하고 나머지는 존치와 축소 및 폐지로 기능을 조정한다. 보금자리주택지구내 임대주택 비율을 60% 정도 계획하는 등 주거복지측면에서 긍정적인 면이 있지만 부채 등 재무구조 개선과 맞물린 상태에서 사업자 부담이 계속 늘어나고 재정지원도 이루어지지 않아서 상당한 적자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임대주택 공급이 축소되고 분양 위주의 정책으로 전환이 이루어져서 결국 돈이 안되는 주거복지사업의 정리나 기피로 이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공공주택 공급·관리·복지기관으로서의 역할과 기능 등 공공성 확대 노력이 제시되지 않고 심지어 통합공사 공적업무의 핵심이라할 임대운영업무는 아예 폐지키로 결정이 되면서 서민주거안정을 위한 주거복지의 획기적 확충에 대한 의지가 통합공사에 있는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결국 새로운 비전 제시 없이 토지개발과 이익 창출에만 급급한다면 통합공사의 존재 이유는 사라지게 된다.
셋째, 부채규모만을 놓고 ‘걱정’하거나 문제의 개선을 내부에서만 찾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은 온당한 자세가 아니다. 우선 토지주택공사는 불필요한 중복자산이나 미분양APT, 재고토지 등 국민주거복지와 직접적으로 무관한 자산들은 조속히 처분하여 재무 건전성 제고를 위한 자구노력에 집중하여야 한다. 그리고 부채의 많은 부분이 정책수행과정에서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회계제도의 분리 등 기존과는 다른 방식도 검토될 필요가 있다. 다시말해 국민이 공유하는 임대주택 부채의 경우 부채로 잡지 않는 해결책을 생각해볼 수 있고, 사업주체의 재정부담을 줄여주기 위하여 정부의 재정지원과 기금의 탄력적 운용이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이와같은 정책적 흐름들이 조성되도록 재정자원확보와 정부지원확보, 국민지원확보를 위한 리더십 발휘를 찾아볼 수 없다는데 있다.
넷째, 공공임대주택의 공급혜택이 실질적으로 가도록 서민주거복지정책을 실시하여야 한다. 국민임대주택과 영구임대 등 공공주택의 경우 임대보증금과 임대료가 건설비용의 일정비율로만 정해지고 있어 수도권의 경우 보증금과 임대료, 관리비의 과도한 부담으로 소득분위 1∼4분위 저소득층의 입주가 곤란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따라서 임대주택은 수요가 있는 곳에 주택이 공급될 수 있도록 지역별 수요파악과 함께 지역별 특성이나 가구특성을 감안하여 입주자격 기준이나 주택공급 규모 등을 탄력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 특히 임대주택이 사회적으로 고립된 단지가 되지 않도록 사회적 통합방안을 다앙햐게 검토하되 획일적으로 적용하기 보다는 사전에 시범단지의 운영 및 관리가 필요하다.
다섯째, 임대운영업무의 단계적 폐지는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통합공사의 목표는 주거복지의 획기적인 확충에 있고 주어진 목표달성을 위해서는 우리나라 주거복지정책과 저출산·고령사회 주거지원정책, 임대주택의 건설·공급 및 관리정책 등을 종합적으로 집행하는 기관임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그런 점에서 임대운영업무는 임대주택 건설 및 공급·관리·복지 달성을 위한 핵심수단이고, 정부의 재정과 기금으로 지어지는 장기재고주택이 크게 증가할수록 그 필요성은 더욱 커질 수 밖에 없다. 특히 입주민 일자리창출 등 서민의 주거복지 향상이 향후 역점을 두어야할 중요 기능이라할 수 있다. 저소득층의 주택문제 해결과 그 소임을 다하기 위해서는 통합공사 임대운영의 역할은 지속적으로 강화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정부와 중앙공기업은 공공임대주택의 건설부문 확충에 집중한 반면 관리부문은 상대적으로 등한시하였고, 장기임대주택 재고증가와 관리상의 주요 이슈들이 제기되면서 임대관리에 대한 문제가 표면화되고 있다. 시설물의 노후화와 슬럼화에 대한 우려, 임대료 등의 장기체납 증가, 밀착보호 등 집중관리 필요세대 증가, 단지내 갈등과 불신풍조 등이 현안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함께 임대료 부과체계 개선, 주거환경개선 및 주거복지적 관리체계 구축, 장기수선유지비용 조달방안 마련, 효율적인 관리체계 구축, 경제적 부담완화 및 커뮤니티 육성지원 강화 등 관리정책 개선상의 주요 이슈들이 제기되고 있다. 이와 같은 관리상 나타나는 문제들은 일차적으로 재원의 한정성과 기술집약화, 전문화, 광역화, 자치화 등 관리전략의 미흡 때문에 발생한다. 따라서 향후 임대관리에 대한 핵심전략 로드맵 제시나 재정투입계획 등 비용이 강구되지 않은 채 임대운영업무를 폐지하겠다는 것은 무책임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여섯째, 보금자리주택 공급의 환매조건부 분양주택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보금자리주택 공급 분양가는 1,150만원으로 주변 시세 대비 최대 50%까지 낮아질 전망이다. 분양가를 낮춘 주택은 개발이익으로 투기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이러한 개발이익을 공적으로 관리하는 시스템이 함께 도입되어야 한다. 현재까지 10년 전매제한 등의 방안이 제시되고 있지만 이것만으로는 투기를 예방할 수 없고 근본적 처방도 아니다. 최초 분양자에게만 혜택이 돌아가는 방식을 해결하고 전매하여 개발이익을 챙기는 것을 방지하기 위하여 분양주택은 반드시 정부에 최초의 분양가격에 물가상승율 등을 반영한 환매가격으로 환매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4. 나가며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주공, 토공의 통합이 이루어졌지만 토지주택공사의 핵심 공적기능이라할 수 있는 저소득 계층의 주거안정과 주거복지의 획기적 확대와 같은 비전은 찾아볼 수 없고 부채해소와 재무건전성 제고, 주택건설과 녹색뉴딜 등 공급자 중심의 깃발만 나부낀다. 옛 말에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고 했다. 주거복지가 강조되지 않은 토지주택공사가 꼭 그 형국이다. 주거복지 확충에 대한 여망은 실망으로 돌아왔다.
주택과 토지문제는 수도권에서 여전히 부각되고 있지만, 비수도권에서는 인구와 산업의 쇠퇴로 대규모 택지개발이나 신도시건설과 같은 과거의 방식만으로 토지주택문제를 해결하는 시대는 가고 있다. 특히 도심안에는 1∼2인가구의 확대나 주택이외에서 거처하는 이들이 크게 늘면서 이른바 새로운 주택부족현상이 우리나라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토지주택공사의 사명은 싱가포르식 임대주택사업과 같은 공적영역 강화 노력, 주거복지재원의 새로운 발굴, 도심 및 농산어촌의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주거복지지원, 기존주택의 재고를 활용한 임대료정책 등 새로운 차원의 일거리들을 개발하는데 있다. 통합공사가 이것을 깨닫지 못한다면 획기적인 주거복지를 열망하는 서민들 위에 존재해서도, 군림해서도 안된다.
월간 <복지동향> 2009년 10월호(제132호)
정부지원금 0%, 회원의 회비로 운영됩니다
참여연대 후원/회원가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