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상희
건강세상네트워크 활동가
대구 적십자병원이 폐원 위기에 처했다.
2월 10일, 의사는 1명만 근무하고 있었으며, 의사 수급이 안 되고 있는 상황에서 10년 이상 장기 입원을 하고 있던 2명의 환자를 제외하고 환자도 다 떠났다.
2월 24일, 남아 있는 1명의 의사 역시 계약 만료로 진료를 종료했으며, 2명의 환자도 쫓겨나다시피 병원을 떠났다. 이로써 대구 적십자병원은 환자도, 근무하는 의사도 없어 자동 폐원 상태가 되었다.
그동안 적십자병원은 가난하여 몸이 아파도 병원 문턱이 높아 병원 이용에 어려움을 겪는 환자들을 문전박대하지 않고 입원시켜주었으며, 악덕업주로 인해 건강보험에 가입되어있지 않은 ‘외국인 근로자’에게는 지속적으로 무료진료를 행해왔었다. 장기입원으로 인해 병원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행려환자’ 조차도 싫은 내색 않고 받아왔다.
작년 여름, 대한적십자사가 ‘경영합리화 방안’을 내놓으면서 적십자병원의 축소․폐원 논란은 불거져 나왔다. 수익이 안난다는 것이 이유였다.
공공의료 인프라가 매우 열악한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몇 안되는 법적 공공의료기관의 하나였던 적십자병원의 이같은 행보는 시민사회의 반발을 샀고, 국정감사에서의 질타도 이어졌다. 이에, 대한적십자사는 병원을 잘 운영해보겠다며 국가 부지를 매입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어찌해서 폐원 위기에 처하게 되었는지 뒤통수가 얼얼한 느낌이다.
작년 국정감사에서는 「대한적십자사가 취약계층에게 꼭 필요한 적십자 병원을 방만한 경영과 저조한 지원으로 고사시키고 있다, 적십자회비의 1%도 병원에 지원 안하고 있다, 본사 직원의 월급은 꼬박꼬박 나가는데, 어떻게 대구적십자병원 직원들에게는 임금 체불이 1000%까지 갈 수 있는가」 등의 질타를 받았고, 이에 유종하 총재는 병원을 잘 꾸려가겠다고 답변했었다.
올해 1월 12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도 “적십자 운동은 전쟁 중의 부상자 치료에서 시작됐고 적십자의 붉은 십자가는 병원의 마크이기도 하다. 적십자병원은 노숙자, 외국인 노동자 등 취약계층을 돌봐주다 보니 시장경제 여건하에서 흑자 경영을 할 수 없다. 그러나 취약계층의 의료지원은 필요하기 때문에 더 이상의 병원 폐쇄는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국정감사에서도, 언론의 인터뷰에서도, 시민사회의 항의 앞에서도 꿋꿋하게 ‘병원 폐원․축소는 없다’라고 입장을 밝혀왔다.
그러나, 주요 진료과를 폐쇄하고, 의사를 수급해 주지 않으며, 병원에 대한 구체적인 정상화 방안과 계획을 내놓지 않는 등의 방치로 시간을 끌었다. 대구적십자병원의 갈 곳 없는 환자들은 발을 동동 굴릴 수 밖에 없었다. ‘병원 폐원․축소는 없다‘라고 했던 대한적십자사의 표현은 돈벌이 안되는 병원을 고사시키는데 필요한 시간을 벌기위한 수작에 불과했던 것 아닌가라는 의혹까지 일게 하고 있다.
지난해, 적십자병원 공공성 확대를 위한 시민대책위원회에서는 대한적십자사, 적십자병원, 보건복지가족부, 노조, 시민대책위원회로 구성된 『(가칭)적십자병원 발전위원회』를 구성해서, 적십자병원 발전방안에 대해 2010년 상반기내에 결론을 내고 합의를 도출해내자는 제안을 했었다. 그러나, 대한적십자사는 그 안을 거절하고, 병원을 잘 꾸려 나갈테니 믿어라는 말만 반복했었다.
결국, 대한적십자사는 대국민 사기를 친 것이다. 한올 남은 신뢰마저 저버렸다.
대한적십자사는 시민대책위원회가 제안한『(가칭)적십자병원 발전위원회』를 하루 속히 구성해서, 구체적인 경영 방안과 계획을 내놓아야 할 것이며, 이로써 진실된 인도주의를 실천해야 할 것이다.
어김없이 올해도『혈액만 나누는 것이 아니었습니다』라는 좋은 문구로 시작되는 적십자회비 지로 영수증은 우리 집에도 배달되었다.
대한적십자사에게 묻고 싶다. 가난한 환자들의 치료받을 수 있는 권리조차 나누지 않고 있는데, 그렇다면, 무엇을 나누는가?
갈 곳 없는 환자들을 ‘돈 안되는 것들은 가라’고 발로 뻥 차서 내 쫓으면서, 과연 인도주의 정신을 표방하며, 국민들에게 지로영수증을 돌릴 수 있는 것인지 묻고 싶다.
계속된 국민 대사기극을 진행하고자한다면, 우리는 적십자회비 납부 거부 운동의 불씨를 당길 것이다.
※ 적십자회비 납부 거부 아고라 청원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view?id=89319
월간 <복지동향> 2010년 04월호(제13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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