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2 2012-04-15   1507

[심층분석5] 중소상인 보호를 위한 재벌개혁에 대한 법 개정 방향

중소상인 보호를 위한 재벌개혁에 대한 법 개정 방향
 
조수진 | 변호사, 조세재정개혁센터 실행위원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율은 급증하였다. 당시 대기업의 구조조정 과정에서 퇴직당한 노동자들이 대거 자영업에 진출한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은 기업들의 고용이 위축되면서 많은 젊은이들이 자영업에 뛰어들고 있다. 우리나라 자영업자의 숫자는 565만명으로 전체근로자의 30%에 육박하여 3인 중 한명은 자영업을 하고 있으며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회원국 평균의 두배에 달한다. 
 
그런데 이들은 먹고 살기가 참 어렵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2011. 7. 21. 박병석 국회의원에게 제출한 입법조사회답서에 의하면 2010년 자영업 가구당 자산총액은 3억 8,847만원인데 반해 부채총액은 6,896만원으로 그들의 총자산에서 부채가 차지하는 비중은 17.8%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것은 일용직 노동자인 임시일용 임금근로자의 부채비중 17.3%보다도 높고 매달 월급을 받는 근로자인 상용임금근로자의 부채비중 15.5%보다는 2%포인트이상 높은 수치이다. 또 하나 위 회답서가 인용하고 있는 아래 통계청 도표에 의하면 자영업자의 가계부채는 38.1%로 그들의 순자산인 38.0%를 오히려 넘고 있다. 이와 같이 자영업자들은 지금 자신들의 재산으로 빚도 다 갚을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이러한 중소상인들의 영업부진과 부채증가의 원인은 자영업자 수가 너무 많다는 점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정부의 대기업과 수출 위주 경제정책으로 인한 내수 부진과 함께 대기업의 무차별적 자영업 진출, 골목상권 점령에서도 기인한다. 자영업자의 숫자 조정은 임금노동자의 숫자를 늘릴수 있도록 기업고용 활성화, 자영업자에 대한 금융정책 조정과 같은 중장기 수단을 써야 할 일이다. 그러나 살만한 재벌들이 서민들의 창업메뉴인 빵집, 순대, 떡복이, 커피까지 팔겠다고 나서고, 대형마트 분점격인 SSM을 골목에서 24시간 영업하여 동네 수퍼마켓과 재래시장의 씨를 말리는 일은 당장 중단시켜야 할 일이다. 게다가 재벌은 2, 3세들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한 뒤 대기업의 일감과 자재를 유리한 가격으로 몰아주는 방법으로 골목 자영업자들과 불공정경쟁까지 일삼고 있지 않은가.
 
그야말로 있는 놈이 더한 상황인데, 재벌이 스스로 후안무치함을 알고 공존을 위한 사업조정을 한다면야 좋겠지만 2006년부터 2011년까지 ‘삼성계열사’, ‘현대계열사’처럼 재벌급 자산규모의 기업계열사를 뜻하는 법적 용어인 ‘출자총액제한제도 적용 대상 기업집단’이 가진 평균 계열사 수는 27.7개에서 54.3개로 급증하였다. 그동안 정부는 강제력이 없는 권고나 경제인 회의의 결의 등을 통한 자발적 해결책을 애용해 왔다. 그러나 그러한 해결책이 실효성을 발휘하지 못했으므로 이제는 생사의 기로에 놓인 중소상인을 위해서, 강제력을 지닌 법을 통한 재벌개혁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어떤 법을 어떻게 개정해야 할지 현재 국회와 싱크탱크들, 시민사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내용들을 아래에서 소개하고자 한다. 
 
중소상인을 위한 재벌개혁에 대한 법률개정은 재벌의 행위 중 중소상인의 생계를 위협하는 요소가 되는 행위는 제한하는 행위제한과 함께 재벌그룹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좀더 근본적인 제한이 필요하다. 
 
첫 번째로, 행위제한으로는 자영업자들이 많이 진출해있는 업종에는 재벌이 진출하는 것을 막는 일, 대형마트의 지나친 장시간 영업시간과 골목영업을 제한하는 일이 필요하다. 현재 국회에는 노영민 국회의원이 대표발의한 「중소상인 적합업종 보호에 관한 특별법」이 계류중이다. 이에 의하면 중소상인적합업종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중소기업청장이 중소상인적합업종을 지정, 고시하도록 하고, 이 업종에는 대기업 및 대기업 계열 중소기업의 참여를 제한하고 있다. 
 
또한 유통산업발전법의 개정을 통해 재벌들이 운영하는 대형마트의 영업시간과 영업장소 제한도 적절한 수준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최근 이러한 주장이 일부 반영되어 2012.1.17.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의하면 시장·군수·구청장은 오전 0시부터 오전 8시까지의 범위에서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제한할 수 있고 매월 1일 이상 2일 이내의 범위에서 의무휴업일을 지정할 수 있으며 이러한 제한은 해당 구청이나 군의 조례로 정하도록 하고 있다. 이에 따른 조례 개정과 시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두 번째로, 재벌그룹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서는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을 막고, 부당한 내부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종합적으로 감시시스템을 강화하여야 한다.
 
이명박 정부는 2009. 4. 재벌이 자신의 곡간을 빼서 무리하게 계열사를 늘리는 것을 제한하는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지나치게 완화하여 사실상 폐지했다. 그 후 40대 민간기업 집단의 평균 계열사 수의 증가율이 출자총액제한제도 시행 기간에 비해 2.4배 높아진 10.5% 증가에 이르렀다. 출자총액제도를 다시 복귀시키고 재벌 소속 기업들이 돌아가며 서로 곡간을 빼서 지분을 유지하는데 쓰는 순환출자도 금지시켜야 한다. 
 
재벌이 재벌 2, 3세들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한 뒤 재벌의 중심적 회사인 모기업의 일감과 자재를 유리한 가격으로 몰아주는 일감몰아주기를 하여 중소상인과의 경쟁에서 불공정하게 앞서가는 경우인 일감몰아주기를 규제하는 현재의 법 규정으로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의 계열사간 불공정행위 금지규정이 있다. 그러나 이 규정에 의하면 ‘현저히 유리한 조건’에 의한 지원행위만 규제할 수 있어서 비교대상이 있어야 하고 공정한 거래를 저해할 위험이 있어야 할 뿐만 아니라 공정거래가 저해되었는지를 공정거래위원회가 나서서 증명해야 한다. 이로 인해 대부분 무혐의 처분이 나고 실효성이 떨어지는 것이다. 따라서 좀더 쉽고 명확하게 일감몰아주기를 규제할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을 개정하여 불공정한 재벌의 경쟁을 막아야 한다. 
 
그리고 재벌이 중소상인의 영역을 침탈해서 중소상인에 막대한 피해를 주고 시장경제질서를 왜곡한 경우라 하더라도 현행 공정거래법상의 행위규제 제도만으로는 다시 원상회복시킬 수 있는 수단이 없다. 따라서 이미 시장에 진출하여 성장한 재벌의 계열사에게는 재벌로부터 떨어져 나오도록 기업분할명령제 및 계열분리명령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신중하게 검토해 볼방안 중 하나이다. 
 
무엇보다 좀더 실효성 있는 벌칙을 도입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국의 반독점법인 클레이튼 법에는 ‘손해액 3배 배상제도’를 두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에는 위반 사업자의 매출액의 3%내의 범위 안에서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고만 규정되어 있어 위반행위를 하더라도 재벌이 많은 이익을 가져갈 수 있다. 적정한 수준의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즉 손해액보다 많은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재벌총수에 대한 감시감독을 강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재벌이 재벌 2, 3세들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한 뒤 재벌의 중심적 회사인 모기업의 일감과 자재를 유리한 가격으로 몰아주는 일감몰아주기를 한 경우 더 좋은 조건으로 거래를 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 기존 재벌 소속 회사의 주주들이 손해배상을 좀더 쉽게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주주들이 회사의 손실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이사의 책임요건과 주주대표소송의 요건 등 회사법체계의 개선도 필요하다. 또한 노동자의 경영참여를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이 재벌 내 계열기업들의 투명성 확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지역의 중소상인 단체에 의한 지역 상권 보호 활동이 광역단위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지역위원회 등 시스템을 정비해야 한다. 소비자에 의한 감시도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공정거래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 공정거래위원회만 고발권을 가지고 있는 현행 전속고발권은 폐지할 필요가 있다. 
 
재벌과 맞짱을 떠야 하는 경제검찰격인 공정거래위원회를 강화하기 위해 인적 구성의 민주적 힘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한 개선사항이다. 현행 9인으로 된 위원의 수자를 늘려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게 하고, 현행 전원을 위원장 추천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는 것을 바꿔 국회 추천 몫을 신설하고 국회의 동의 등을 추가하여 국민참여를 간접적으로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현재 개별기업단위로만 규정되어 있는 상법으로는 부족하므로 ‘재벌’ 자체를 하나의 규제 대상으로 보아 특별법으로 개별기업을 뛰어넘어 재벌그룹, 즉 대규모 기업집단 단위로 규제를 가할 수 있도록 “재벌그룹 지배구조개선을 위한 특별법”과 같은 재벌규제법을 제정하는 것도 검토할 사안이다.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정부는 오랫동안 재벌을 지원하여 수출을 늘리고 경제의 규모를 키워 이를 통한 내수 회복과 투자 확대를 통한 경제회복을 하고자했고, 이렇게 간접적으로 중소상인을 지원하는 경제정책을 펴왔다. 그러나 이제는 이러한 재벌 위주의 경제정책은 내수 진작의 효과가 없고 오히려 재벌이 클 수 있었던 인프라를 제공한 우리 사회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잊은 재벌 2세, 3세들의 무분별함으로 인해 중소상인의 시름만 더하고 있다. 지금까지와같이 정부의 구속력없는 권고, 경제인들의 보여주기식 결의만으로는 결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올해는 반드시 재벌개혁논의가 강제력을 지닌 법 개정까지 이어져야 한다. 위와 같은 여러 방안 중 몇 개라도 제대로 법에 도입된다면 재벌들의 심리적 위축으로 인한 자발적 철수가 이루어져 도입된 내용 이상의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결국은 정책이 없어서 문제인 것이 아니라 그 정책을 통과시킬 수 있느냐 없느냐 힘의 문제임을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지 않은가. 19대 국회가 곧 구성되고 연말에는 대선이 있으며 SNS 여론의 급속한 성장으로 시민들의 여론 참여가 어느때보다 빠르고 커진 올해는 대한민국 반세기 역사에서 어느때보다 중요한 해일 것이다. 

월간 <복지동향> 2012년 4월호(제16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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