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복지동향 2012 2012-02-15   1565

[동향4] 끝나지 않은 용산의 외침. 강제퇴거금지법 제정하자.

이원호|용산참사 진상규명및 재개발제도개선위원회 사무국장

 

14,545번째. 지난 용산참사 3주기를 앞둔 1월 18일에 18대 국회 14,545번째 의안으로 제출된 ‘강제퇴거금지법’이 발의 되었다. 3년 전 용산참사로 인해 제기되고 준비된 이 법안은 지난 40년 전부터 줄곳 외쳐온 “대책없이 내쫓지 마라”는 외침들과 괴를 같이 하고 있다.

 

멈춰버린 시간, 개발 잔혹사
“살아보겠다고 아우성치는 우리에게 이렇게 해야합니까? 정의사회구현이 이런겁니까? 힘없고 가난해도 생명이라고 살아보려는 우리들을 군화발로 짓밟고 부유하고 돈 많은 사람들을 위해 아파트를 짓고 공원만드는 것이 정의사회란말입니까?”(1985, 목동 철거민)

“새벽 다섯시, 명동 마리 침탈 여섯시, 포이동 대치중 2011년, 8월 2일, 서울. 용역천국.” – 2011년 8월 3일 새벽, 배우 김여진씨의 트위터(@yohjini)

 

2012년이 시작 되었지만 여전히 대한민국 철거민들의 시간은, 청소차량에 실려 강제 이주당한 1971년 광주대단지에, 20여명에 이르는 이들이 불타죽고, 맞아죽고, 건물잔해에 깔려죽은 1980년대에, 그리고 다섯명의 철거민들이 학살당한 2009년 1월 20일 용산에 멈춰져 있다.

 

비록 세입자이지만 수십 년 지역에 살아오고, 지역의 상권을 발전시켜온 ‘주민’이, 개발 현수막이 나부끼는 순간 ‘철거민’이 되고, 구청은 ‘철거민’을 더 이상 지역의 주민으로 대하지 않는다. 이제 그들의 이야기는, 정당한 권리를 말하는 지역 주민들의 민원이 아니라, 그저 귀찮고 시끄럽게 하는 ‘떼잡이’들의 ‘생떼거리’로 취급되곤 한다. 그리고 그들의 생존을 건 저항은 ‘도심 테러’로 매도된다.

이러한 잔혹한 개발사는 7~80년대 판자촌 철거에서부터 90년대의 달동네 아파트 건설과 신도시 건설, 그리고 2000년대 뉴타운건설로 이어지며, 오랫동안 경제발전이라는 이름으로 지속되었다. 그 과정에서 수많은 이들이 철거민이 되어 쫓겨나거나, 저항하거나, 죽임당해야 했다.
 
또다른 용산은 막아야…
용산참사는 바로 이러한 시대의 개발 현실을 참혹하게 각인 시켜주었다. 개발로 인해 새롭게 탈바꿈할 명품도시에 걸맞지 않은 이들을 짝퉁 취급하며 쓸어버리는, 쓸려나지 않고 버티면 어떻게 되는지를 용산을 통해 잔인하게 보여주었다.

이에 용산참사 이후 또 다른 참사의 재발만은 막아야 한다는 절박함과 40년 가까이 폭력적으로 지속된 개발사업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는 절실함으로, 철거민들과 인권시민사회단체들이 강제퇴거금지법의 제정을위해 머리를 맞댔다. 아픔이 온전히 치유되지 못한 체 치러진 355일만의 장례 후에, 용산범대위(이명박정권 용산철거민살인진압 범국민대책위원회)는 ‘용산참사 진상규명 및 재개발제도개선위원회’로 전환하였고, 2009년 1월 20일 망루에서 벌어진 사건의 진실을 묻는 것 뿐만아니라, 지난 40년간 지속되어온 망루이전의 진실을 묻기위해, 개발에 대한 대응 활동을 진행해 왔다. 그리고 장례 후 1년간의 논의 끝에, 작년 용산참사 2주기 토론회에서 강제퇴거금지법 제정 운동을 제안, 지난해 법률 제정안을 마련하여 4,500여 명의 선언을 조직하고서, 이

제야 ‘강제퇴거금지법’이 발의 되었다.

 

강제퇴거금지법으로 시작해야…
강제퇴거금지법은 그 목적에서 밝히 듯, ‘강제퇴거 금지에 관한 사항을 정함으로써 모든 사람이 강제퇴거로부터 보호받도록하여 헌법 및 국제인권조약에서 인정하는 적절한 주거에 대한 권리를 보장’하고자 한다.

눈에 보이는 ‘폭력행위’로만 얘기되는 ‘강제퇴거’의 금지를 말하기 위해서, 이 법은 근본적인 ‘주거권’ 보장을 명시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특히 개발사업만 시작되면 ‘주민’에서 제외되는 세입자들을 포함하여 “거주민”을 ‘개발사업구역에서 거주하는 사람 또는 생업을 위해 개발사업구역 내 토지나 건물을 점유하는 사람’으로 제 정의하여, 개발사업 시작에서 부터 인권영향평가의 실시와 거주민들의 의견반영 및 동의 여건을 강화하였다. 또한 거주민들이 ‘개발사업의 시행 중 및 개발사업의 완료 후에 개발사업 시행 전과 동등한 수준으로 거주하거나 일’할 수 있는 “재정착”의 보장을 의무화 하고 있다.
이처럼 강제퇴거금지법은 건설자본과 투기적 소유자의 재산권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현행 개발사업의 근본적인 변화와 균열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이 근본적인 변화는 이제 우리에게 지금 당장 시작되어야 할 변화로 다가오고 있다. 지난 연말 개정된 도시및주거환경정비법의 내용이나, 최근 박원순 서울시장의 ‘뉴타운,정비사업 新정책구상’도 이러한 근본적인 변화가 당장의 필수 요구임을 보여주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요구를 또 다시 수많은 개발 관련 법들의 개정 과제로 분산시키는 것은, 이러한 시대적 요구에대한 소극적 대응이 되었다. 강제퇴거 금지법이 다양한 개발사업들과 그 사업에 따라 적용되는 다른 법체계들에 의해 대책이 달라지는 현실, 그리고 법적으로 대책을 마련해야 할 개발 사업으로 분류조차 되지 못하는 무대책 상태의 개발 사업들에 포괄적으로 적용될 수 있는 원칙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개별 법률 개정의 과제들은 강제퇴거금지법의 제정에서 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물론 우리는 알고 있다. 법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고, 이러한 법이 만들어 진다고 해도 막대한 개발이득을 목전에 둔 세력들에게는, 무시하면 그만일 수 있는 법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그러나 지금처럼 개발 법에 의해 보호되는 폭력을, 불법으로 만들어야 한다. 더 이상 철거민들이 불법세력이고 도심 테러리스트가 아닌, 법 집행을 이유로 휘두르는 저들이 폭력이 불법이고, 대책없이 남발되는 강제퇴거가 불법이고, 지역 주민들에 대한 테러임을 밝혀야 한다. 그것으로 부터 우리의 치유는 시작되어야 한다.

 

용산참사 3년… 강제퇴거금지법 제정하자.
이제 용산참사가 발생한 지 3년이 지났다. 3년이 지났지만, 용산참사는 오늘까지도 여전히 끝나지 않은 진행형에 있다. 참사발생 1년이 지난 후에야 용산4구역 개발사업의 절차에 문제가 있었다며 ‘관리처분 무효판결’이 있었지만, 그 잘못된 개발사업의 인가로 인한 죽음의 책임은 죽음의 문턱에서 가까스로 생존한 철거민들만이 지고 있다. 주검이 된 아버지의 막내 아들을 비롯한 철거민 여덜 명은 4~5년의 중형을 선고받고, 벌써 3년째 차가운 감옥에서 갇혀있다.

달라진 것은 전혀 없다. 철거민들은 주검이 되어 땅속에, 그리고 감옥에 갇혔지만, 잘못된 개발을 밀어붙인 이들은 여전히, 또 다른 지역의 주민들을 철거민으로 내몰고 있다. 김석기를 포함한 살인 진압의 책임자들 역시 이명박 정권의 보은인사로 승승장구하며, 총선출마 등으로 화려한 복귀를 꿈꾸고 있다.

 

용산은 결코 끝나지 않았다. 여전히 수많은 지역에서 고립된 철거민들이 저마다의 망루에 오르고 있다. 용산의 진실을 밝히는 것은 2009년 1월 20일, 어제의 진실을 밝히고 기억하는 것에만 멈추지 않는다. 용산의 진실을 밝히는 것은, 우리에게 올 내일의 용산을 막아내는 것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은 강제퇴거금지법의 제정에서 시작되어야 한다.

월간 <복지동향> 2012년 2월호(제160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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