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교도소’같은 에이즈환자 요양병원, 요양서비스 제자리 찾기가 시급하다.
권미란|HIV/AIDS인권연대 나누리,활동가
그곳은 ‘사설교도소’
“처음에 갔을 때 머리를 박박 깎아놨더라. 교도소도 아니고. 나도 모르고 박박 깎았다. 간병인이 나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성질이 얼마나 나요. 예배도 멋모르고 갔다. 8층에 중환자실에 모아놓고 예배를 한다. 기타치고 찬송가 부르고. 잘 못 움직이는 환자를 휠체어에 묶어놓고. 몸이 흘러내리지 않게. 그건 정말 아니지. 환자가 치료하러 갔지 예배하러 갔나?
“간호사는 감시했다. 암병동 환자와 못 만나게 했다. 외부로 못 나가게 했다. 간호사한테 혼났다. 담배 피러 갈 때 간호사한테 허락받아야했다. 얘기안하면 안 내보낸다. 못나가게 하면 당시에는 기분이 나빠서 화내고 그랬다”
“밤 9시에 모두 자라고 한다. 간병인이 9시에 TV를 끄길래 ‘어 이거 뭐야’ 그랬다. 9, 10층은 밤을 새든 상관을 안 해. 불공평하지요. 9시 뉴스도 안보고 자야 되는 데가 대한민국에 어디 있냐고 따졌더니 그건 안 된다고 했다”
“내가 있는 동안 3명이 돌아가셨는데 간병인이 염한다. 그 사람도 더 이상 알콜로 환자 닦기 싫다고 하더라.
이곳은 ‘요양병원’이다. 환자는 HIV(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에 감염된 ‘에이즈’환자이다. 에이즈환자의 의사와 상관없이 삭발, 저녁 9시만 되면 일괄소등, 강제로 예배 참석시키기, 전화 이용 시 병원직원의 감시, 병원건물 밖 출입을 금지시키곤 했다. ‘에이즈’는 금기어였고, 다른 질환자들과 접촉하는 것을 막았다.
에이즈환자를 보호해주지 못한 ‘동료’간병인
2012년 말까지는 간병인도 건강상태가 양호한, HIV에 감염된 이들이 했다. 이들은 질병관리본부가 위탁한 간병교육을 받은 ‘동료간병인’이다. 동료간병은 에이즈에 대한 편견과 낙인으로 인한 차별 및 피해로부터 에이즈환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동료간병인’들은 에이즈환자를 보호해주지 못했고 도리어 에이즈환자에게 폭언, 구타, 감시를 했다.
“우리는 간병사가 아니라 환자관리자일 뿐이다. 환자대비 간병 인력이 적어서 제대로 간병하기 힘들다. 당시 50여명의 환자가 있었다. 진료비 청구관련 서류를 본 적이 있는데 1인당 청구비가 2백만원이 넘어서 놀랐고 화났다. 그 돈만큼 환자한테 해주는 게 없다. 세끼 밥과 병상침대 1개 제공하는 것뿐이다.”
“비품을 줄이려고 이불, 환자복, 시트 교체를 못 하게 했다. 보통 일주일에 2번 정도 청구하면 청구수량대로 안줬다. 락스나 퐁퐁도 마찬가지다. 정해진 시간에 가지 않으면 비품을 받을 수 없다. 그 시간외에 와상환자의 침대가 더러워지면 간병인이 ‘또 오줌 쌌냐’며 스트레스를 환자에게 풀기도 했다.”
“타 병동 환자와의 접촉을 막기 위해서이다. ‘에이즈’에 관한 얘기를 했거나 문제를 일으켰다고 보는 환자에게는 기간을 정해 병원 건물 밖으로 못나가게 했다. 간병인에게 환자를 관찰하라고 시켰다. 타 병동 암환자와 에이즈환자간에 접촉이나 친밀감이 있는지, 에이즈환자간에 성접촉이 있는지 등을 살펴야했다“
“직원회의(월례회의)는 지시를 하는 자리다. 담배 피지 말고 식사시간 줄이고 등. 개선점에 대해서는 얘기 못한다. 회의할 때마다 ‘밖에서 얘기하지마라. 당신들 여기 아니면 어디서 일하겠느냐’가 늘상 하는 얘기다.”
병원은 간병인들에게는 환자감시를 시켰고, 에이즈환자 병실 청소, 환자복 세탁을 직접 하게 하였으며, 에이즈환자 사망시 시신을 닦는 일까지 시켰다. 썩션, 욕창 드레싱 등도 어쩔 수 없이 했다. 간병인력이 부족한데다 간병서비스외의 일도 하려니 일이 너무 힘들었지만 시키는 대로 해야 했다. “여기 아니면 어디서 일하겠느냐”는 현실이었으니까.
그 곳에 있다 죽을까봐 두렵다
“작년 겨울쯤에 간호사가 가래에 피가 섞여 나온다고 말하기에 심하면 나(환자 어머니)한테 연락을 달라고 부탁을 했다. 연락이 없었다. 그런데 작년 12월초에 국립중앙의료원 신00 선생님이 방문 진료를 가셨는데 우리 아들이 열이 많이 나니까 국립중앙의료원으로 빨리 데리고 오라고 전화를 하셨다. 그렇게 열이 많이 나면 죽을 수도 있다고 했다. 신00 선생님이 아들을 살렸다.”
“동생을 보러 3일 만에 갔다. 너무나 기가 막힌다. 사람의 모습이 아니었다. 가래가 나와 엉망이고 변을 치우지 않아 엉망이었고 씻기고 닦이지 않아 머리가 덕지덕지 달라붙었고, 더 기가 막힌 건 썩션기에 곰팡이가 피어 썩션을 할 수 없어 간호사에게 말했더니 간병인을 불러서는 썩션기를 락스에 닦아서 갈아 끼우고 썩션을 해주라는 것이다.”
“환자가 설사를 하루 10번 넘게 한 적이 있었다. 일주일후에야 상태가 매우 악화되자 서울의료원에 보냈다. 욕창이 매우 심한 환자가 있었는데 다른 병원으로 옮기는 것을 계속 미루다가 서울의료원 감염내과의사가 한 달에 1번 방문 진료 왔을 때 보고는 ‘빨리 보내라’고 해서야 서울의료원으로 보냈다.”
“의사는 가끔 둘러보고 가는데 말도 안하고 지나갔다. 간호사도 해주는 게 없다. 어디 아픈지도 모른다. 다리가 아프다고 물리치료 받고 싶다고 말해도 하지 말라고 했다. 물리치료 딱 1번 받았다. 그리고 간병인들이 ‘해주는 것도 없는데 뭣 하러 얘기해?’라며 차라리 말하지 말라고 했다. 국립중앙의료원 교수가 방문진료를 오면 그때만 물어보았다.”
환자도 간병인도 환자가족도 그 병원을 ‘사설교도소’, ‘수용소’에 빗댔다. 그 곳에 대해 ‘병원’이나 ‘치료’같은 말은 하지 않았다. 도리어 그 곳에 있다 목숨을 잃을 뻔했던 아찔한 순간을 이야기했다. 그나마 다행이었던 것은 한 달에 1~2번 서울의료원과 국립중앙의료원 감염내과 의사의 방문진료를 통해서 건강상태를 체크할 수 있었고, 환자들은 방문진료에 의지했다.
그러다 급기야 작년 8월 30대의 환자가 입원한지 13일 만에 사망하는 일이 발생했다. 그는 복막염으로 소장이 터져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서 급히 수술을 받았다. 배 위쪽에 인공항문을 달아서 밥을 잘 먹지 못하다가 이내 밥을 먹을 수 있게 되더니 의사에게 인공항문을 때어내고 일상생활로 돌아가는데 얼마나 걸리겠냐며 빨리 회복하고 싶어 했다. 의사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가능하다고 했다. 간병인에 따르면 그는 약 2달간의 치료 후 라면과 핫바를 사먹을 만큼 괜찮아보였고, 병원에서도 퇴원을 하고 외래진료를 받으라고 했다. 그래서 그 요양병원을 안내받아 가게 되었다. 입원하는 날, 당분간 수액을 놓아달라는 큰 병원의 의사의 당부를 전했지만 요양병원에서는 “수액을 맞아야 한다면 다른 병원으로 가라”고 했다. 그가 사망하기 며칠 전에 호흡곤란이 생겨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 보내달라고 말했지만 요양병원은 그를 보내지 않았다. “환자의 어머니가 ‘관여하고 싶지 않으니 병원측에서 알아서 하라’고 하였기 때문”에 그대로 두었다고 한다. 이동하려면 응급차 이용비용이 드는데 보호자가 협조하지 않는 환자에 대해서는 어려움이 발생한다는 것이 이유였다. 수액은 왜 놓아주지 않은 것인지, 환자 본인이 응급함을 인식하고 큰 병원으로 보내달라고 했는데도 의료적 조치에 대한 결정을 환자 어머니에게 떠넘길 수 있는 것인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어떻게 아무도 모를 수가 있었는가?
그 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1등급을 준 요양병원이다. 요양병원 평가등급 중 최고이다. 또한 2013년에 복지부의 의료기관 인증평가결과 의료기관 인증을 받았다. 그 요양병원에 대한 공신력 있는 평은 ‘나쁜’병원이 아니라 환자에게 잘해주고 치료도 잘 해주는 ‘좋은’병원이라는 것이다. 인증기준은 의료법 제58조3(의료기관 인증기준 및 방법 등)에 따라 ‘환자의 권리와 안전, 의료서비스 질 향상 활동, 의료서비스의 제공과정 및 성과, 의료기관의 조직 인력관리 및 운영, 환자만족도’라고 한다. 환자의 권리와 안전은 도대체 무엇을 말하는 것이고, 의료서비스의 제공과정 및 성과는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그 기준이 ‘개판’인 것인지, 평가절차와 과정이 ‘개판’인지 모르겠다.
그 요양병원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복지부외에도 관리감독 및 평가를 받았다. 왜냐면 ‘에이즈환자가 갈 수 있는 유일한 요양병원‘이기 때문이다. 2010년부터 질병관리본부와 복지부는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에 따라 국가에이즈사업의 일환으로 ‘중증/정신질환 에이즈환자 장기요양사업’을 수동연세요양병원에 위탁하였다. 그래서 매년 초 수동연세요양병원은 질병관리본부에 사업계획서를 제출하고 매년 말에는 평가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국가에이즈관리사업 모니터단’이 상반기, 하반기에 방문하여 모니터링을 했다. 복지부와 질병관리본부의 관리•감독을 받는 이 병원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는지, 어떻게 아무 일도 없는 듯이 3년이란 시간이 흐를 수 있었을까?
국가에이즈관리사업 모니터단은 2011년에 수동연세요양병원에서 에이즈환자들이 간병인에 의해 폭언, 구타, 성폭력을 당한 상황을 알게 되었다. 간병인들은 40분으로 정해진 식사시간 내에 환자들에게 밥을 먹이고 자신도 밥을 먹어야 해서 물에 만 밥을 떠밀다시피 먹여야했고, 환자당 하루에 2번씩 재활치료 스케줄을 좇아 환자를 윽박지르고 때리기도 했다. 국가에이즈관리사업 모니터단은 에이즈환자 요양업무의 상당부분을 간병인에게 맡기고, 에이즈환자에 대한 요양 및 진료를 소홀히 하면서 병원수익을 우선시하는 정황에 대해 질병관리본부에 조사와 근본적인 대책을 촉구하였으나, 질병관리본부는 도리어 모니터단에게 사건 확대의 책임을 추궁하며 함구를 강요하였다. 수동연세요양병원은 폭언, 구타,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된 간병인을 해고하는 선에서 마무리 짓고자 했고, 성폭력 피해자의 아들에게 “문제제기할 거면 나가라. 가만있으면 간병비를 돌려주겠다”며 입을 막았다.
그러면서 질병관리본부는 인권침해사건의 원인을 병원운영상의 문제가 아니라 간병인들의 복무규율과 인성의 문제에서 찾고, ‘직무윤리교육 및 복무규율 강화 등 직원 관리 철저’하게 할 것을 지시하였다. 수동연세요양병원은 인성교육을 빌미로 예배를 강요했고, 간병인들에게 일상적으로 환자감시를 지시했으며, 다시 외부에 알려질까 봐 일상적으로 환자와 간병인의 입을 막았다. 환자도, 간병인도, 환자 가족도 수동연세요양병원이 ‘에이즈환자가 갈 수 있는 유일한 요양병원‘이라는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이들은 ’에이즈환자가 갈 수 있는 유일한 요양병원‘을 만들어준 질병관리본부가 병원 편을 드는 상황에서 수긍하지 않으면 달리 방법이 없었다.
“2012년도에도 간병인이 환자에게 폭언이나 구타한 일이 있었지만 쉬쉬했다. 한 달에 1건 정도 있었다.”
“모니터단이 올 때 환자를 뽑아서 얘기를 맞춘다. 간병인에게도 사전교육을 시킨다. 나도 마침 2012년 하반기에 모니터단이 오는 날 간병을 하고 있어 인터뷰 대상이 되었는데 나에게 ‘안에 있는 것은 안에서 해결해야지, 쫓겨나면 어디 다른 데가 있냐’는 얘기를 했다. 또한 인터뷰를 하고 싶다고 말한 환자가 있었는데 그 환자 병실 바꾸고 친한 환자끼리 갈라놓았다”
제일 안타까운 것은 HIV감염인들이 스스로 쉬쉬하길 바랐고 그랬다는 점이다. 아무리 병원과 질병관리본부가 쉬쉬해도 아름아름 HIV감염인 사이에서는 소문이 퍼져나갔다. 실은 HIV/AIDS인권연대 나누리+도 2011년 당시 소문을 접했었다. 하지만 HIV감염인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낙인이 발목을 잡았다. ‘HIV감염인’이 세간의 비난을 받는 것이 두려웠던 것이다. 맞은 사람이 ‘HIV감염인’이고 때린 사람도 ‘HIV감염인’이니까. 특히 ‘HIV감염인(간병인)’에 의한 ‘에이즈환자’ 성폭력 사건이 알려지는 것을 두려워했다. ‘거봐. 에이즈는 문란(?)한 이들이 걸리는 병 맞잖아’라고 결론나기 십상이니까. 질병관리본부가 2011년 사건을 은폐할 수 있었던 데에는 이러한 낙인이 한몫했다. 질병관리본부는 그 사건을 ‘동성애자의 기이한 성행태’라고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래도 사람이 죽도록 내버려둘 줄은 몰랐다. 수동연세요양병원은 이례적으로 그 환자의 장례까지 치러준 후라 증거가 없어 너무 불리한 상태였다. ‘유일한’ 요양병원을 지켜내기 위해 그리고 편견과 낙인이 더욱 공고해지는 것이 두려워서 차별과 인권침해를 참아야했던 우리는 세상에 대고 증언을 하는 것 자체가 싸움의 목표가 될 수밖에 없었다. ‘유일한’ 요양병원을 유지하기 위해 ‘수동연세요양병원/질병관리본부-간병인-환자’간의 위계가 어떻게 작동했는지, 그 위계가 얼마나 공고했는지, 그 밑바닥에서 간병인과 환자간의 반목만 커져갈 수밖에 없는 상황을 우리가 먼저 깨달아야 했다. 그렇게 해서 환자와 그 가족, 간병인들의 증언을 통해 실상이 드러나게 되었다. 소문의 조각들은 그야말로 일부였다.
에이즈환자에 대한 요양서비스가 필요한 이유
HIV감염인의 연령층이 점점 다양해지고, 고령화가 나타나고 있다. 항바이러스약의 발달로 에이즈는 더 이상 죽는 병이 아닐 뿐만아니라 ‘만성질환’이 되었다. 따라서 수명이 연장됨에 따라 누적감염인 수 대비 60세 이상의 비율은 2005년 2.7%에서 2011년 7.0%로 늘어났다. HIV는 면역세포(CD4+ T)를 파괴하기 때문에 여러 기회감염증으로 뇌질환, 암, 만성합병증에 취약하다. 그리고 HIV때문이 아니더라도 사고나 다른 질병에 걸렸을 경우 수술이나 급성기 치료 후 회복을 위한 요양이 필요하다.
항바이러스약이 발달했다고 하지만 더욱 주목해야할 현실이 있다. 에이즈에 대한 낙인이 치료를 어렵게 만든다는 점이다. 미래에 대한 희망이 없는 HIV감염인들은 약 먹을 이유와 기대감을 갖기 어렵다. 감염사실을 알고도 항바이러스약을 먹지 않거나 정기적으로 병원 다니기를 꺼리는 환자들이 여전히 있다. 또 에이즈검사를 받기를 꺼려서 병이 한참 진행되어 몸이 망가진 후에 감염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치료시기를 놓치게 되면 면역력이 떨어져 각종 기회질환이 생기고 회복할 수 없는 장애가 생기거나 생명이 위태롭기도 하다. 질병관리본부에 신규 보고되는 HIV감염인의 면역세포(CD4+ T) 수가 350 이하인 비율이 60%가 넘는다. 보통 면역세포수가 350이하이면 항바이러스약을 복용하게 된다. 200 이하이면 각종 기회감염에 걸리기 쉬운데 40%에 육박한다. 즉 감염사실을 확인하자마자 와상상태가 되거나 혼자 거동하기 어려운 경우가 꽤 발생한다는 얘기다.
HIV감염인의 사회적 처지를 보면 요양서비스를 사회적으로 보장해야할 필요를 더욱 절감하게 된다. HIV감염인은 1인 가구가 많다. 질병관리본부에 보고된 HIV감염인중 남성과 여성의 비율이 대략 11:1 이다. 남성감염인 중 상당수가 남성동성애자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 동성결혼이 허용되거나 동성애자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다. 그리고 남성동성애자건 아니건 에이즈에 대한 편견 때문에 HIV감염확인과 동시에 스스로 가족과 단절하거나 가족으로부터 외면당하는 경우가 많다. 즉 돌봐줄 가족이 없거나 고령의 부모가 돌봐야하는 상황이다.
게다가 HIV감염인은 많이들 가난하다. 5~6명 중 1명이 기초생활수급권자이다. 2012년 12월 기준 전체인구대비 기초생활수급권자 비율이 2.7%이고, 가장 비율이 높다는 65세 이상 노인 중 기초생활수급권자 비율이 6.3%이다.
에이즈환자가 갈 수 있는 요양병원이 ‘유일한’ 이유
우리나라는 급성기-장기요양 치료가 나뉘어져 있는 의료체계를 갖고 있다. HIV감염인은 HIV와 관련된 정기검사와 급성기 진료는 종합병원급 감염내과에서 한다. 감기, 피부질환, 충치 같은 가벼운 질병도 종합병원에서 치료하는 경우가 많은데, 1.2차 의료기관에서 ‘에이즈’를 이유로 거부하기 때문이다. 더욱 문제는 에이즈환자에게 요양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대한민국에 단 한곳도 없다는 것이다. 장기요양이 필요한 경우 일반적으로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요양원 등)을 이용하거나 가족들이 돌보지만 HIV감염인의 경우 법•제도적 제한과 에이즈에 대한 편견으로 인한 관행 때문에 요양병원이나 요양시설을 이용하기가 어렵고 가족의 도움을 받기도 어렵다.
요양병원에 가서 에이즈환자라고 말하면 100% 입원거부를 당한다. 가장 큰 이유는 에이즈에 대한 공포와 편견에 따른 것이고, 법적 측면에서도 제한을 하고 있다. 의료법 시행규칙 제36조(요양병원의 운영)에 “전염성 질환자는 요양병원의 입원 대상으로 하지 아니한다”고 되어 있어 요양병원이 에이즈를 비롯하여 감염병 환자를 거부하는 것이 합법적일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설령 다른 요양병원에 갈 수 있다하더라도 간병비 등의 본인부담금을 감당하기 어렵다. 그래서 질병관리본부는 중증/정신질환 에이즈환자 장기요양사업 계획을 수립하여 2010년 3월부터 수동연세요양병원에 그 역할을 위탁하여 간병인, 상담간호사, 코디네이트 등 에이즈환자 전담인력에 대한 비용을 지원하였다.
요양시설도 이용하기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노인복지법 시행규칙 제18조(노인의료복지시설의 입소대상자 등)에는 감염병 환자의 입소를 제한하고 있지는 않지만, 지자체의 ‘노인요양시설 설치 및 운영 조례’에는 ‘전염병으로 격리보호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때’ 퇴소시킬 수 있는 조항이 포함된 경우가 왕왕 있다. 에이즈에 대한 편견 없이 의학적 기준으로 판단할 때 에이즈환자는 해당되지 않을 수 있지만, 일선 현장에서 그렇게 적용할지는 의문이다. 설령 요양원에 입소할 수 있다하더라도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기가 어렵다. 현재 장기요양보험은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따라 65세 이상의 노인 또는 노인성 질병(치매•뇌혈관성질환 등)을 가진 환자 중에서도 1~3등급을 받은 환자에게만 해당되기 때문이다.
요양서비스 제자리 찾기
장기적으로는 에이즈환자, 다른 질환자 구분 없이 요양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법・제도 개선이 필요하다. 에이즈환자뿐 만아니라 감염병 환자들이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에서 거절당하지 않도록 의료법 시행규칙 제36조(요양병원의 운영)과 지자체의 조례 등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노인’에 한정되어 있는 요양서비스 혜택을 확대해야한다. 공공 요양병원 설치 및 운영 조례에 따르면 그 기능을 치매환자, 노인질환자의 치료에 한정하고 있는데, 기능을 확대해야하고, (노인)장기요양보험 적용대상 및 질환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요양병원에도 ‘보호자 없는 병원’사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당장에는 질병관리본부와 복지부가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을 근거로 에이즈환자 장기요양사업을 해야 한다고 판단한다. 에이즈환자의 욕구와 필요를 파악하여 요양병원, 정신병원, 호스피스, 요양시설을 마련해야한다. 민간 요양병원은 전혀 규제가 되지 않는 상황이란 것을 에이즈환자들은 몸소 겪었다. 공공 요양병원 및 시설이라고 환자를 우선시하는 요양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지만 HIV감염인 및 지원하는 단체의 참여하에 에이즈환자 장기요양사업의 운영방안을 마련하고 상시적인 모니터링 시스템을 갖출 수 있는 방안이 그래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에이즈환자가 요양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것 외에도 놓치지 말아야할 것이 있다. 어쩌면 이것이 더욱 중요할 수도 있다. 많은 이들이, 국가인권위원회마저도 수동연세요양병원이 ‘병원’이 아니라 ‘요양시설’이었다면 문제제기 하기가 좀 더 수월했을 것이라고 한다. 수동연세요양병원의 인권침해와 차별행위는 ‘죄’가 아니므로 처벌할 방법이 없다 ‘요양시설’은 노인복지법을 따르는데, 노인복지법제 39조의9(금지행위)는 노인의 신체에 폭행을 가하거나 상해를 입히는 행위, 성적 수치심을 주는 성폭행·성희롱 등의 행위, 의식주를 포함한 기본적 보호 및 치료를 소홀히 하는 방임행위 등을 금지하고 있다. 이 금지행위들이 모두 수동연세요양병원에서 일어났지만 의료법에는 해당조항조차 없다. 아마도 병원에서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을 거라곤 상상을 못했기 때문이거나 법이 현실을 반영하고 있지 못하기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에이즈환자뿐만 아니라 요양서비스를 필요로 하는 이들, 대표적으로 노인, 장애인 등은 요양서비스를 매개로 인권침해를 당할 가능성이 많다. 따라서 요양병원에 대해서도 인권침해를 금지하도록 의료법을 개정하거나 HIV감염을 이유로 인권침해 및 차별을 당했을 때 시정하고 구제할 수 있도록 후천성면역결핍증예방법을 개정하는 것이 방법일 수 있다. 근본적으로는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HIV감염인이 인권침해를 당하는 곳마다 관련법을 개정하는 것은 비효율적이고, 인권침해를 당할 수 있는 곳을 모두 적시하는 것이 불가능하기도 하고, HIV감염인이 ‘HIV감염’만을 이유로 인권침해를 당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월간 <복지동향> 2014년 4월호(제18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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