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익제보 판결비평⑥] 공익신고자의 징벌적 손해배상청구권

공익제보 판결비평, 참여연대.

2011년 공익신고자보호법 시행 이후, 공익신고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공익신고자가 겪는 불이익은 여전히 줄어들지 않고 있습니다. 관련 사법부의 판단 또한 여전히 보수적인 경향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에 참여연대 공익제보지원센터는 사법감시센터와 함께 공익신고의 증가에 따라 중요해진 법원의 판결, 국민권익위원회와 노동위원회의 결정 등에서 공익제보 보호의 의미를 짚어볼 필요가 있는 판결이나 결정을 선정해 비평하고 공유합니다.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29조2에서는 공익신고자가 신고 이후 불이익조치로 입은 손해에 대해 징벌적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공익신고분야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도가 이처럼 도입된 것은 공익신고자가 불이익조치로 입은 손해를 실질적으로 보상하고, 그와 같은 불이익조치를 예방하고 제재하기 위해서입니다.
2017년 법 개정으로 이 조항이 만들어진 이후 약 9년 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동안 공익신고자의 징벌적 손해배상 요구가 인정된 사례가 조금씩 늘고는 있지만, 여전히 그 과정은 녹록치 않습니다. 근래 공익신고자의 징벌적 손해배상청구가 인정된 한 판례를 살펴보고, 이정일 변호사가 그 의미와 한계를 짚어봤습니다.

광장에 나온 판결 : 318번째 이야기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3가단226XXX
수원고등법원 2024나24XXX

공익제보 판결비평_이정일 변호사의 사진

이정일 / 변호사(법무법인 동화)


공익신고자에게 보장된 징벌적 손해배상청구권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29조의 2는 공익신고자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한다. 공익신고자에게 발생한 손해에 대하여 3배 이하의 범위에서 인정되는 금액이다. 「공익신고자 보호법」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기능은, 공익신고 등을 이유로 한 불이익조치를 제재 및 억제하고 공익신고자등이 입은 손해를 실질적으로 배상하는 데 있다. 이런 측면에서 실제 발생한 손해 범위 내에서의 피해 회복을 목적으로 하는 일반 손해배상제도와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

일반적 손해배상제도에 익숙하다 보니, 공익신고자를 대리하는 변호사도 법관의 재량 정도로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를 이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29조의 2는 공익신고 이후 불이익조치를 일삼는 가해 행위자에 대한 제재와 지속적인 불이익조치 행위의 예방, 불이익조치로 어려움을 겪는 공익신고자등의 실제적인 손해를 보전해 주기 위해서 ‘3배 이하의 범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청구권을 의무적으로 인정하도록 규정하고 있는 것이다. 어떤 측면에서는 3배로 계산한 금액이야말로 공익신고자의 실질적인 손해라는 것이 「공익신고자 보호법」의 정신인 셈이다. 따라서 발생한 손해액을 3배로 계산한 금액을 청구한 이후 법관이 그 범위 내에서 판단해야 하는 것이고, 만약 일반적 손해배상청구소송에 익숙한 변호사가 법관 재량의 영역이라고 이해하여 3배로 징벌적 손해배상액을 청구하지 않는다면 공익신고자가 「공익신고자 보호법」에 따라 충분히 보호받지 못할 수 있는 것이니 주의해야 한다.

공익제보자의 징벌적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한 법원 판결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3가단226XXX 징벌적 손해배상 사건과 이 사건의 항소심인 수원고등법원 2024나24XXX 징벌적 손해배상 사건 판결(이하 ‘수원지방법원 징벌적 손해배상 판결’이라고 한다)이 공익신고자의 징벌적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한 대표적 판결이다. 공익신고자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하는 법원의 판결이 늘어나고 있지만, 공익신고자가 징벌적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받기까지 그 과정은 매우 어렵다. 법원의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 판결이 인정되기까지 가해자는 모든 수단을 쓰기 때문이다. 공익신고 후 불이익조치 등 가해행위를 하는 사람은 해고에서부터 할 수 있는 모든 형사고소와 민사소송, 행정소송 등을 제기하며 시간을 끈다. 공익제보자가 구제 결정을 받더라도 가해자는 끝까지 불복하는 소송절차를 진행한다. 일반적으로 4~5년이 그냥 지나간다. 공익신고자는 그동안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어려움을 겪는다. 모든 절차가 끝난 후에 비로소 법원의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는 판결을 받아도, 4~5년의 시간 속에서 공익신고자가 겪는 삶의 여정은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

판결에 이르기까지 고난의 과정 

주인공인 당사자는 2018년 11월 17일 경 국민권익위원회에 회사 대표의 공익 침해 행위를 신고했다. 회사 대표는 당사자에게 직위해제와 대기발령을 내린 다음에, 158건의 근태 신청서를 확인한 후 당사자가 외근 때 경찰서·법원·국민권익위원회에 방문한 것을 가지고 외근을 위해 근태 신청서를 허위로 제출하여 개인적인 업무를 수행하면서 직장을 무단이탈했다는 이유로 해고했다. 공익신고자를 쫓아내기 위해 쓰는 전형적인 형태였다.

국민권익위원회가 원상회복의 취지로 보호조치 결정을 했지만, 회사 대표는 다른 이사와 함께 당사자의 연봉 삭감, 직위 강등, 임금 또는 상여금 차별 지급 등으로 대응하고 더 나아가 무단 외근·겸직 등 근무 태만 등의 이유를 들어 해고했다. 당사자는 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했고, 지방노동위원회는 해고라는 징계가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회사 대표는 불복해서 중앙노동위원회에 재심을 신청했고, 기각되자 서울행정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서울행정법원은 해고라는 징계가 부당하고 재심 판정이 정당하다고 판결했지만, 회사 대표는 서울고등법원에, 대법원까지 가며 계속 불복했다. 당사자는 2023년에야 대법원의 확정판결로 자신의 공익침해행위 신고가 정당했고, 신고를 이유로 부당하게 징계받았다는 것을 최종적으로 인정받았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에 회사 대표도 공익신고자 보호법 위반으로 기소됐고, 최종 유죄 판결로 확정됐다.

신고 당사자는 회사가 한 부당해고가 공익신고를 이유로 한 불이익조치임을 인정받기까지 5년이 걸렸고, 그 동안 복직하지 못한 채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당사자는 회사와 회사 대표 등을 상대로 불법 해고 기간에 받아야만 했던 임금액의 2배를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청구하는 소송을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제기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의 의미와 한계  

법원은 공익신고를 이유로 해고하는 행위는 위법행위로, 그 자체로 손해배상 책임이 인정될 뿐만 아니라 회사 대표가 공익신고자 보호법 위반으로 형사처벌을 받은 후에도 신분상의 불이익조치를 계속 유지했다는 점을 이유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인정했다. 법원이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29조의 2에 따른 징벌적 손해배상 법리를 명시적으로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는 판결이었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서 수원고등법원으로 재판이 진행되면서 회사 대표는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 중간 수입 공제 법리가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했고, 그 적용 여부가 주요 쟁점이 되었다. 회사 측은 1심에서 불법행위가 성립되지 않는다고 다투었으나 항소심에서는 공익신고자에게 징벌적 손해배상청구권이 인정되더라도 공익신고자가 해고 기간에 받은 다른 회사에 근무하면서 얻은 이익을 중간 수입으로 공제되어야 한다는 주장을 추가했다.

중간 수입 공제 법리는 피해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는 동시에 피해자에게도 이익이 발생한 때 공평의 원칙에 따라 피해자의 손해액에서 피해자의 이익을 공제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 사건에서 공익신고자가 해고되어 임금을 받지 못한 기간 동안 다른 직장에서 근무하여 받은 임금을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액 산정에서 공제할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됐다.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29조의 2에 따른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제도의 본질을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공익신고를 이유로 한 불이익조치를 통제하고 예방하며, 불이익 조치로 인한 공익신고자의 실제적인 손해를 회복하려는 데 목적이 있는 반면 일반적 손해배상제도는 발생한 손해를 보전하는데 목적이 있는 것으로 형평의 원칙이 적용된다. 따라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에 형평의 원칙을 적용하면 공익신고자에 대해 가해지는 불이익조치를 통제하고 예방하려는 효과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공익신고자가 선택의 여지 없이 다른 직장에서 근무하면서 받은 공익신고자의 이익을, 해고한 사용자도 누리는 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익신고의 당사자는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항소심 사건에서 중간 수입 공제 법리가 적용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공익신고를 이유로 불이익조치를 남용하는 행위에 대해 예방 효과가 없어진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수원고등법원은 중간 수입 공제 법리를 인정하면서 당사자의 주장을 배척했다.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과 수원고등법원 판결은 공익신고자에게 「공익신고자 보호법」 제29조의 2에 근거한 3배 범위에서 징벌적 손해배상청구권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불이익조치가 남용되는 현실에서 제재와 예방 효과를 높이려는「공익신고자 보호법」 제29조의 2의 목적을 충분히 살리지 못한 아쉬움이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청구권의 활용도를 높이기 위해 논의해야 하는 쟁점이 무엇인지를 드러낸 것이기도 했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과제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 사건에서 법원이 만들어 가고 있는 중간 수입 공제 법리를 파훼할 논리를 계속 제기할 필요도 있다. 입법적 측면에서도 징벌적 손해배상청구권이 ‘공익침해행위’와 ‘부패행위’에 모두 적용될 수 있도록 개선되어야 한다. 현재 「부패행위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은 「공익신고자 보호법」과 같은 징벌적 손해배상청구권 관련 규정을 두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최근 판결 중 사회 변화의 흐름을 반영하지 못하거나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 판결, 기본권과 인권보호에 기여하지 못한 판결, 또는 그 와 반대로 인권수호기관으로서 위상을 정립하는데 기여한 판결을 소재로 [판결비평-광장에 나온 판결]사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주로 법률가 층에만 국한되는 판결비평을 시민사회 공론의 장으로 끌어내어 다양한 의견을 나눔으로써 법원의 판결이 더욱더 발전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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