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의 독립·공정성 훼손한 판사에 ‘징계사유 아니다’ 납득 어려워
국민 법감정 벗어난 대법원 행태가 사법 불신 만드는 것
합의부 재판에서 다른 판사들과 합의 절차 없이 곧바로 판결을 선고(2025.03.27.)해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수사를 받는 중인 오창훈 인천지방법원 부장판사가 올해 3월 23일 스리슬쩍 퇴직했다는 사실이 언론보도로 뒤늦게 알려졌다. 대법원 예규(대법원행정예규 제1277호 ‘법관의 의원면직 제한에 관한 예규’)에 따르면 수사기관이 수사 중인 법관은 퇴직을 제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오 전 판사에 대한 공수처 수사가 진행 중임에도 법원 감사위원회가 ‘징계처분 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의견을 제시했고, 대법원이 사직서를 수리한 것이다. 이는 비위 판사에게는 면죄부를 주고 법원에게는 책임을 면하게 하는 꼬리 자르기다. 시민의 눈높이를 벗어난 이번 결정이 사법 신뢰를 뿌리째 갉아먹고 있음을 직시해야 할 것이다.
당시 제주지방법원 부장판사로 근무하던 오창훈 전 판사는 2025년 3월 27일 농민과 비정규직 노동자의 공무집행방해 사건 항소심 첫 공판을 진행하며 1심 판단(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을 뒤집고 실형(징역 1년 8개월)을 선고, 법정구속을 강행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방청객들에게 “어떤 소리도 내지 마라”며 “이를 어길 경우 바로 구속하겠다”라는 고압적인 언행도 했다. 이에 2025년 5월 제주 한 시민단체는 오 전 판사를 합의 절차 없이 판결, 피고인들의 이익사실진술권 방해한 행위, 피고인들의 변호인조력권 및 변호인들의 조력을 할 권리행사를 방해한 행위 등으로 공수처에 고발했다. 당시 오 전 판사의 독단적 재판 운영은 큰 공분을 샀지만, 법원 감사위원회는 오 전 판사의 합의 절차 없이 판결을 선고한 행위가 ‘징계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라는 납득하기 어려운 판단을 내렸다. 합의부 사건을 배석판사와 합의 없이 독단적으로 판단해 즉일 선고한 사실은 심각한 문제이다. 합의부 재판은 판사 한 명의 편견이나 독단을 막고 세 판사가 머리를 맞대 객관적인 결론을 내리라는 취지이며, 재판권은 합의부 내에서의 세 판사에게 공동으로 부여된 것이다. 오 전 판사의 행위는 이런 재판의 독립과 공정성이란 본질을 훼손한 것이자, 재판의 당사자들에겐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박탈한 중대한 문제이다.
오 전 판사는 이 ‘불법 재판’ 의혹으로 공수처 수사 중인 것과 별개로, 2024년 6월 28일 근무 시간 중 다른 부장판사 2명과 술을 마시고 노래방에서 소동을 벌여 논란이 된 인물이기도 하다. 노래방 업주의 퇴거 요구에도 불응하다 경찰까지 출동한 사실이 알려져 지난해 9월 법원 감사위원회는 ‘품위유지의무 위반’으로 경고를 의결하고, 이흥권 제주지방법원장은 ‘주의’ 촉구 조치를 취했다. 근무 시간 음주 소동도 국민적 상식을 벗어난 것이지만, 법원이 이에 대해 중징계가 아닌 경고 및 주의 촉구 처분에 그쳤다는 것은 더더욱 국민의 눈높이에 어긋난다.
오 전 판사의 법관에 기대하는 국민적 상식선에 어긋나는 비위 행위, 재판 운영 등 문제의 심각성에도, 법원 감사위원회와 대법원은 사안을 심각하게 판단하지 않고 문제 없다는 판단과 결정을 내렸다. 이런 제 식구 감싸기식 판단으로 오 전 판사는 정상 퇴직 처리돼 연금도 전액 받게 되었음은 물론, 변호사 개업에도 아무런 제약을 받지 않는다. 국민 법감정을 벗어난 대법원의 행태가 사법 불신 깊게 만드는 것이다. 국회는 법관 징계와 법관의 의원면직 제한 제도가 실질적으로 운영될 수 있도록 법관징계법 개정 논의에 나서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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